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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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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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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작성
22.01.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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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마음의 준비 6

말고리아




DUMMY

“음, 그렇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군요. 머나먼 과거에 신들의 전쟁이 벌어졌다고 하지요. 평화롭게 지내던 세상에 지루함을 느꼈는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자신이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욕심 많은 신이 나타난 것이에요. 그 신은 욕심이 많은 만큼 강하였죠. 그래서 다른 모든 신들이 연합해서 싸워도 크게 밀리지 않았답니다.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힘의 격돌이었죠. 그로인해 심지어 대륙이 쪼개져 버렸다는 말도 있어요. 현재의 다섯 개의 대륙은 원래는 하나였다는 말입니다.”

“정말인가요?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죠?”

데미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칫 계속되면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은 이 시점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분이 바로 피델루신이었죠. 피델루신은 어느 한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파괴만 계속되어 가는 신들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되었지요. 그는 그 전에는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조용히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것이었죠. 하지만 전쟁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결국 그가 나선 것입니다.”

“대단하군요. 피델루신은 어느 편에 서서 전쟁을 한 것이죠?”

데미안이 오웬의 얘기에 흠뻑 빠져들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계속 질문해댔다.

“당연히 욕심 많은 신을 벌하는 쪽에 가담했지요. 그 신이 벌인 그릇된 행동으로 많은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크게 훼손되었고 모두가 전쟁의 고통에 힘겨워하고 있었습니다. 피델루신은 참전하자마자 자신의 강력한 힘을 사용해서 재빠르게 전쟁을 종식시켰지요.”

“그래서 욕심 많은 신은 죽었나요?”

“안타깝게도 신은 죽지 않습니다. 추방하거나 어딘가에 가둬둘 수밖에 없지요. 욕심 많은 신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신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고는 이 세계를 떠났다고 합니다.”

“피델루신은 정말 위대하네요!”

“후후, 그것뿐만이 아니죠. 신들의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까 말했다시피 인간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피델루신은 버몬트 대왕을 통해 크론빌과 함께 하면서 결국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 준 것입니다. 피델루신은 전쟁의 종말을 고하는 신이자 평화의 신인 것입니다. 이런 위대한 신을 어찌 우리가 모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네, 정말 그러네요. 하하”

오웬의 결론에 마음이 찔린 데미안이 조금 당황해 하며 어색한 웃음을 짓게 되었다.

“데미안, 너도 피델루신의 힘을 부여받아 상급기사가 되면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될 거야. 피델루신은 너에게 정의로운 힘을 사양 없이 내려주실 거야. 그러면 항상 피델루신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안심할 수 있게 된단다.”

제임스가 난처해하는 데미안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넸다.

“사실 저는 수련에만 열심이었기 때문에 피델루교에 정말 관심이 없었거든요. 조금 부끄러워지네요. 아무튼 저에게도 언젠가 피델루신을 영접할 일이 생기겠죠? 정말 기대가 돼요, 왕자님!”

“후후, 너의 차례도 멀지 않았어 데미안. 근위기사단장의 권한으로 올해에는 너를 추천할 생각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신의 선택을 받게 되면 넌 상급기사로 올라설 수 있게 될 거야. 물론 그 전에 중급기사로 확실히 인정받아야겠지?”

이제 막 기사가 된 데미안은 아직은 하급기사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검술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 이미 실력은 중급기사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확실히 제임스의 편애를 받는 부분이 있어 여타 기사들과의 불평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었지만 데미안의 잠재력은 그런 것들을 얼마든지 상쇄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대 크론빌의 차기 대권인 제임스 왕자의 심복을 키우는 데 감히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왕자님! 감사해요!”

데미안이 감격에 겨워 제임스를 얼싸 안았다. 데미안에게 있어 제임스는 신분을 넘어 때로는 스승, 때로는 친형 같은 스스럼없는 존재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봐, 데미안. 좋아하기에는 일러. 아직 원로 기사회의 승인도 받기 전이고 네가 신의 선택을 받을 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니까.”

“헤헤, 그건 아직 몰라도 저를 추천해 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제임스는 미소로 데미안에게 화답한 후 샬롯을 향해 말하였다.

“샬롯, 그리고 오웬 경은 이 결정의 공증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데미안이 피델루신의 성전으로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무슨 말이야? 제임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다니?”

“뭐,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까. 내가 내일 갑자기 따분해 져서 드래곤 사냥을 집어치우고 잠시 유랑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잖아?”

내일의 일정이 그저 재미있는 모험이 될지, 치열하고 잔혹한 살육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임스의 말이 샬롯을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정말 심각한 일이 될까봐 샬롯이 애써 대답했다.

“흥, 알았어. 상급기사가 된다면 겨우 사람 구실할 수는 있게 되겠지.”

샬롯이 겨우 대답하자 제임스가 오웬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웬 경도 동의해 주시지요.”

“잘 알겠습니다, 왕자님.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저희가 왕자님을 잘 보좌할 터이니 샬롯 공주님도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눈치 빠른 오웬이 샬롯의 근심을 눈치 채고는 첨언을 잊지 않았다.

“든든하군요. 오웬 경, 고맙습니다. 데미안! 너는 오늘 오고 간 대화들을 잘 기억해 두도록 해.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내일의 출정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 자, 밤도 늦었으니 오늘은 그만 방으로 돌아가서 푹 쉴까요?”

제임스는 방으로 돌아가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제껏 어떤 불안감도 없던 자신이 왜 갑작스레 자신의 신변에 대해 다른 사람이 걱정할 만한 말을 꺼내게 되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이국의 새로운 경치와 음식, 살랑살랑 불어오는 대보름날의 시원한 바람에 취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와는 반대로 데미안의 걱정은 제임스와 오웬의 말을 듣고 깨끗하게 사라졌다. 크론빌 최고의 기사들만이 이 곳 말고리아에 온 게 아니었다. 그들의 ‘신’이 함께 온 것이다. 그들이 참가하게 되는 모든 전장이 성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에 데미안은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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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51 희생 9 22.05.07 13 0 9쪽
50 희생 8 22.04.30 15 0 8쪽
49 희생 7 22.04.23 13 0 8쪽
48 희생 6 22.04.16 1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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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희생 4 22.04.02 14 0 8쪽
45 희생 3 22.03.26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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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준비 6 22.01.29 22 0 7쪽
30 마음의 준비 5 22.01.25 1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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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0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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