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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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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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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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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583

작성
22.02.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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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작 2

말고리아




DUMMY

바키올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십 명의 테스라 장정들이 악귀의 모습으로 변해 크론빌 병력을 향해 돌진했다. 크론빌의 최정예 기사단과 민간인의 무력 충돌은 평소 같다면 바위에 계란을 들이박는 것 같은 일방적인 학살이 될 소지가 다분하였지만, 테스라 장정들은 험준한 말고리아 산맥에서 살아남은 강한 부족이었을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분노로 몇 배나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제임스의 방어태세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크론빌의 기사 몇 명은 테스라인들의 기습적인 파상공격에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어깨 죽지가 찢어지고 허벅지가 창에 뚫렸다. 계속해서 테스라 부족의 도끼와 창이 어지럽게 흩날리며 광기의 쇳소리를 이어갔다.

“이놈들, 이게 무슨 짓이냐?!”

그 때 고함 소리와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테스라 부족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로 인해 그들은 십 여 미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오웬이 마법을 사용하여 그들에게 타격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잠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광인들은 관절에서 뚜두득 거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곧바로 일어나더니 다시 미친 듯이 크론빌 원정대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뼈마디가 부서지든 근육이 파열되든 그런 건 상관하지 않고 온 몸의 기를 다 쥐어짜내면서 덤벼들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테스라 부족에게는 불행하게도 자신들의 상대는 최고의 기사들로 구성된 막강한 부대였다. 크론빌의 리갈 마스터 다섯 명 중 무려 세 명이 이 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할 수 없군. 피를 보고 싶진 않지만..”

파란색과 붉은색의 화려한 광선이 허공을 가르면서 테스라 부족의 광전사들을 베기 시작했다. 전열을 정비하고 공격을 개시한 크론빌 원정대의 힘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들의 칼춤은 무자비하게도 테스라 전사들의 팔다리를 잘라내고 머리와 몸통을 순식간에 분리시켜 놓았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괴성이 울려 퍼졌다.

눈 깜빡할 사이에 승부가 난 것처럼 보인 이 때, 확실히 숨이 끊긴 부족인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지만 팔다리만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 아직 살아있는 자들은 자신의 상처에는 아랑곳없이 다시 이방인들을 향해 무섭게 덤벼들었다. 다리가 없으면 땅에 손을 짚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기어서라도 크론빌 기사들에게 돌진했다. 그들의 맹목적인 분노는 상처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고, 그들의 공격은 숨이 멎기 전까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계속될 듯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초반에 약간의 피해를 입었지만 전열을 정비한 크론빌의 기사들은 강했다. 돌진하는 테스라 부족을 겁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향해 뛰어들며 검을 그어댔다. 짧은 시간 이뤄진 전투였지만 더 이상 테스라 부족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자는 남아있지 않았다.

제임스가 배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바키올라에게 다가갔다.

“부족장, 나는 크론빌의 왕자인 제임스라고 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헤칠 마음이 전혀 없었소.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당신들의 책임입니다. 알겠소?”

“끄윽, 아, 알고 있소. 뱃가죽이 뚫리니 이제야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군. 제길..”

“대체 당신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우, 우리도 영문을 알 수 없소. 악마에게.. 쿨럭..”

붉은색 피를 가득 내뿜으며 바키올라의 말이 끊겼다.

“이 자를 지혈해 주게. 마지막 말을 들어야겠어.”

바키올라의 배 한쪽 커다란 상처에서 피가 흘러 넘쳤다. 오웬의 수제자인 이안은 신속하게 상처부위를 손으로 부여잡아 틀어막고 이어서 붕대를 사용해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도록 조치한 후 회복마법을 시전하였다. 상처 부위가 크고 깊어 생명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지만 잠시 숨은 붙어 있을 수 있게 했다.

“후우, 당신들 대단한 자들이군..”

“조금은 편안해 지셨소? 자, 이제 하려던 말을 마저 해 주시오.”

바키올라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짜내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아, 악마가 왔소. 악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악마 말이오. 그 때도 방금 전까지도 전혀 몰랐는데 죽을 때가 가까워 오니 알겠소. 우린 그 악마에게 모두 흘린 것이오!”

“악마?!! 그 악마는 지금 어디에 있소?”

바키올라에게서 전혀 예상할 수 없던 대답이 나오자 제임스도 약간 놀라서 외치게 되었다.

“백발의 노인이었고, 처음 보는 자였기에 누군지는 알 수 없소. 우리를 흘리고는 곧 사라졌어. 그런데, 그 옆에 조용히 서 있던 검은색 옷차림의 소녀도 있었어. 우린 모두 광기에 사로잡혀 그 소녀를 사로잡았지. 그런데 그녀는... 그녀는 악마는 아니었어. 알고 보니 성녀님이었지... 그 악마놈에게 납치당한 게 분명해. ...”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듯한 바키올라의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없었고 전부 믿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악의를 가지고 테스라 부족을 선동한 이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아챌 수 있었다.

“오웬 경, 그의 숨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질문해 주시겠습니까?”

“네, 왕자님.”

오웬이 바키올라에게 다가와 원래 그들이 알아내고자 했던 정보에 대해 다시 물었다.

“부족장, 우리는 큰 사명을 가지고 이 곳 말고리아에 왔다네. 이 산맥에서 가장 큰 동굴의 위치를 알려주게나.”

“...가장 큰 동굴 말이오?... 용게 잘 찾아왔구려. 말고리아 산맥에는 무수히 많은 동굴이 있소.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동굴이라면.. 우리 마을에서 동쪽을 따라 반나절을 올라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오. 그 곳은 불기운이 잔잔히 남아 있는 휴화산 지대인데 수많은 봉들이 창끝처럼 밀집해 있는 곳이오. 그 중에서도 산꼭대기가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봉우리가 있지. 아마도.. 그.. 곳..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의 장소, 우리가 미칠 수 없는 신들의 영역. 직접 그 곳까지 가 본 적은 없소. 맑게 게인 날, 커다란 구멍을 멀리서 봤을 뿐.. 쿨럭, 쿨럭”

피를 한 가득 쏟아낸 바키올라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 동안의 패악질에 회계라도 하는 양 마지막 힘까지 짜내며 크론빌 원정대의 질문에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괜찮소?”

바키올라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도 부탁이 이, 있소.”

“어서 말해 보시오.”

“하, 하토르에게 미안했... 다... 고 전...”

“하토르? 그게 누군지 몰라도 그를 찾아 미안하다고 전해주겠소!”

“소, 소녀를 구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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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51 희생 9 22.05.07 14 0 9쪽
50 희생 8 22.04.30 15 0 8쪽
49 희생 7 22.04.23 14 0 8쪽
48 희생 6 22.04.16 14 0 7쪽
47 희생 5 22.04.09 14 0 7쪽
46 희생 4 22.04.02 14 0 8쪽
45 희생 3 22.03.26 17 0 7쪽
44 희생 2 22.03.19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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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조우 4 22.03.01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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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안한 시작 3 22.02.08 19 0 8쪽
» 불안한 시작 2 22.02.05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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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마음의 준비 3 22.01.14 21 0 11쪽
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1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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