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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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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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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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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작성
22.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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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5

말고리아




DUMMY

소르비르의 10여명과 크론빌의 3명의 인원들은 제임스와 데미안을 찾기 위해 독수리에 몸을 싣고 봉우리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며 수색을 시작했다. 이 위급한 와중에 변덕스러운 말고리아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안개가 자욱해서 한 치 앞을 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가 갑자기 금새 개며 파란 하늘이 보이기를 반복했다. 어느덧 해가 중천으로 기울어져서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다. 그들이 수색하고 있는 곳은 해발 3,000 미터 이상 되는 높은 봉우리였다. 2열로 넓게 퍼진 채 아래로 내려가며 한참을 꼼꼼히 찾아 봐도 사람은커녕 토끼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중간 중간 제임스와 데미안을 불러가며 자신들이 찾으러 왔음을 알렸다. 그렇게 반시간이 지났지만 특별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상으로부터 꽤 밑으로 내려오자 봉우리는 점점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그대로 떨어졌다면 이 부분에서 분명 부딪혔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한 지형이었다. 그 때 다윈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오웬에게 말했다.

“오웬 경, 이것은 핏자국인 것 같습니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아아, 이렇게까지 떨어지셨던 말인가. 어서 더 아래로 내려가 봅시다.”

피의 흔적을 찾아 그들이 계속 수색을 해 나갔다. 조금 더 내려가자 이번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말고리아의 계곡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 일대의 계곡은 그리 깊지 않아 겨우 발목을 적실 정도였다. 깊은 계곡물이었다면 제임스가 그 곳에 떨어졌더라도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기에 오웬이 그만 안타까움에 한숨소리를 내고 말았다.

“오웬 경, 걱정 하지 마세요. 왕자님과 데미안이 보통 인물입니까? 분명 살아계실 겁니다!”

테오가 여전히 씩씩한 목소리로 오웬을 다독였다. 오웬이 테오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가 바론처럼 조금 더 신중한 성향이었다면 괴물과의 대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탓할 수는 없겠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나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독수리를 타고 초승달 봉우리에 다가가려는 그들을 괴물이 공격하여 큰 피해를 입게 되자 오웬과 바론은 일단 이 곳을 벗어나 전열을 재정비하자는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제임스와 테오가 강경히 반대했기 때문에 초승달 봉우리에서 괴물과 대치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크론빌 원정대 대부분이 죽음을 맞게 되었다. 결과가 너무 나빴기 때문에 오웬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난 것 같았다.

“스승님, 패를 나누어 일부는 계곡에 내려 수색하고 일부는 수리와 함께 더 먼 곳을 둘러보도록 하는 건 어떨는지요?”

수제자인 이안의 말에 동의하며 오웬이 다윈에게 부탁했다.

“다윈 경, 수리 다섯 마리만 일대를 계속 둘러보고 나머지는 땅에 내려 우리와 함께 수색을 하도록 해 주시지요.”

계곡은 깊지는 않았지만 끝없이 맑은 물이 흘러내렸고 중간 중간 큼지막한 물웅덩이와 폭포도 보였다. 흙은 많지 않고 대부분이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는 계곡이었다. 가끔 바위와 돌 틈새로 나무가 솟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실종된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친 몸을 바위 위에 눕히고 경치를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었다. 어느덧 안개는 또 걷혀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그렇게 그들이 또 반시간 이상 계곡을 수색했다. 그러던 중 이안이 계곡 한쪽에서 찢어진 옷가지를 발견했다. 황금색을 띤 제임스의 옷이 분명했다.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옷의 팔 부분을 찢어 버린 것이었다.

“스승님! 이것은 왕자님의 옷가지가 분명합니다.”

“그래. 잘 찾았구나. 왜 이 부분만 찢겨 나간 것인지 모르겠구나.”

“왕자님의 왼팔이 괴물 녀석에 의해 뜯겨졌지요. 그리고 그 부위에서는 계속 피가 나오고 있었을 거구요. 추측컨대, 누군가 왕자님의 팔을 지혈해 주려고 거추장거리는 옷의 팔 부위를 찢은 게 아닐까요?”

“그래. 너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 일이다. 이 주변을 더 찾아보자꾸나.”

오웬은 다시 다윈의 수리부대에게 청해 옷가지가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다. 날이 저물 무렵까지 실종자들을 부르며 찾았지만 더 이상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힘든 여정이었고 또 어떤 위험이 말고리아에서 튀어 나올지 알 수 없었기에 그들은 내일 수색을 다시 이어나기로 했다. 또한 제임스의 옷가지를 발견하였기에 희망에 찬 소득도 있었다. 누군가 상처 입은 제임스를 돌봐주고 있을 거라는 일말의 바램이었다.

오웬은 소르비르의 다윈에게 내일은 더 많은 수색대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추가로, 전사한 크론빌 기사의 시신을 회수해 소고의 항구까지 이동시켜 줄 것도 부탁하였다. 허망하고 참혹한 죽음을 맞은 기사들을 낯선 이국의 땅에 뭍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명예와 희생을 생각하면 고국으로 돌아가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서라도 그들의 넋을 달래줘야 했다. 다윈은 오웬의 요청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확약해 주었다. 그리고는 해가 얼마 남지 않은 하늘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며 소고에 있는 부대로 복귀했다. 오웬 일행도 힘든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키산드라 형제의 마을로 향했다.

키산드라와 키리오스는 바론, 샬롯과 함께 무사히 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마을 어귀에 수리와 함께 나타났을 때는 말고리아 사람들이 기겁했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독수리들을 처음 본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러 온 적인지 알고 활을 들어 겨냥하였다. 눈치 빠른 키리오스가 손을 크게 흔들며 적이 아님을 인지시켰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소중한 말고리아의 아들을 해치는 인명사고가 날 뻔하였다.

그들은 마을에 내리자마자 바론과 샬롯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바론은 마을의 치료사가 상처를 살핀 후 약초를 바르고 붕대를 동여매어 주었다. 샬롯은 정신적인 충격에 의해 쓰러진 상태였기에 조용히 눕혀서 한 동안 자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후 그들은 수리들을 돌아보았다. 수리들 덕택에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고 고개를 넘어 마을로 쉽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수리들은 소르비르 기사들에 의해 키워졌지만 키산드라와 키리오스가 어지간히 맘에 든 듯했다. 키산드라 형제는 수리들을 어루 만져주고 먹을 것과 물을 주었다. 그렇다고 본인들이 길러낸 수리들도 아니어서 그들을 마음대로 붙잡을 수도 없었기에 따로 결박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내버려 뒀다. 수리들은 마을이 편안한 듯 도착해서도 살던 곳으로 떠나려 하지 않고 마을 한쪽으로 먹을 것을 가지고 가더니 조용히 먹고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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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소녀 7 21.12.29 1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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