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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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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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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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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작성
22.01.2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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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마음의 준비 5

말고리아




DUMMY

제임스와 데미안이 신나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샬롯은 한 쪽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밤하늘을 감상하고 있었다. 오늘은 맑고 선선한데다 하늘에 엄청나게 크고 밝은 대보름달까지 떠 있어 밤바람을 쐬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그저 느낌일지 모르지만 샬롯이 보기에는 아키반디아 대륙에서 보는 달이 크론빌에서 보았던 달보다 훨씬 더 크고 밝아 보였다. 그래서 더 신비롭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피델루신의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까?”

그 때 한 사람이 불쑥 회의실로 들어오며 말을 건넸다.

“아, 오웬 경. 아직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셨나요?”

제임스가 오웬을 알아보고는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 왕자님. 내일의 출정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점검할 겸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산책 중이었습니다. 이곳저곳 걷던 중에 아직 회의실에 불이 켜져 있길래 궁금해서 발길을 옮겨 왔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신 건 아니고요?”

제임스가 앞서 데미안이 얘기했던 것처럼 오웬에게도 내일의 출정이 부담스럽거나 불안한 부분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 물었다.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머리를 식히려고 잠시 산책을 한 것이랍니다. 낮에는 더웠는데 저녁이 되니 제법 선선해져서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그나저나, 갑자기 피델루신의 얘기가 나온 이유가 궁금하군요.”

“후후, 데미안 군이 드래곤과의 싸움이 조금 걱정되는 것 같아 안심을 시켜주고 있던 참입니다. 성전기사단의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데미안 군은 아직 성전기사단에 대해서는 잘 몰랐겠군요. 그런데 데미안 군은 피델루교의 기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나요?”

별안간 종교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옮겨갔다. 크론빌의 국민으로서 데미안 역시 피델루교를 믿고 따랐으나 사실 그는 종교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그의 집안 환경과도 연관이 있었는데 크론빌 최고의 석공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항상 일로 바빠서 종교행사를 빠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데미안은 이런 아버지를 따라 작업 현장에 자주 다녔기 때문에 그의 집에서 유일하게 어머니만이 독실한 피델루교의 신자였다. 이런 성향이 습관으로 굳어 시간이 되더라도 주일마다 가는 종교행사를 건성건성 참가하거나 핑계를 대서 빼 먹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은 제임스와 같이 지내며 무공수련에 매진하게 된 지난 3년 동안 더욱 심해졌다.

“아, 물론 알고 있긴 하지만, 기억이 잘.. 네, 죄송합니다.”

데미안이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하자 대답은 해야 할 것 같아 무엇인가 아는 척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꼬리를 내리고는 사과를 하고 말았다.

“후후, 데미안 미안해 할 건 없어. 우리 피델루교는 꽤 자유분방해서 크게 속박하거나 억압하는 종교가 아니니까 말이야. 그저 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존경심을 표하는 것만으로도 때론 충분하단다.”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미안이 무안해 하는 것 같아 제임스가 애써 그를 다독여 줬다.

“맞습니다, 왕자님의 말씀대로 종교의 기원을 꿰고 있는 것보다는 피델루신에 대한 마음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래도 우리 국교에 대해서 알아서 손해 볼 건 없으니 제가 잠시 데미안 군에게 설명해 드리기로 하지요.”

“네, 부탁드려요, 오웬 경!”

오웬이 씩씩하게 대답하는 데미안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론빌 최고의 마법사로서 그의 나이는 이미 칠십을 훌쩍 넘었다. 샬롯과 데미안은 신분에 상관없이 그에게는 자식뻘 아니 손자손녀에 가까운 나이였다. 오웬은 이들의 무공이 뛰어난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 부분에 가르침은 줄 수 없었지만, 마법이든 혹은 지식이든 어떤 식으로라도 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우리 피델루교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시절의 세상은 그야말로 혼돈과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고 하지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산과 들은 온통 핏빛, 인간들의 새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고 할 정도이니까요. 왜 그렇게 인간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을까요? 대체 그 전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요? 단순한 정복욕? 원한과 복수? 그 이유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오래된 전쟁으로 온갖 문헌과 지식이 철저히 파괴되었기 때문이지요.”

“맞아요. 저도 그런 얘기를 돌아가신 아버지께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버지는 특히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셨거든요!”

오웬의 이야기가 데미안의 흥미를 크게 돋우었다.

“후후, 그랬나요? 참으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아무튼 피델루교는 이 혼돈의 시기에 사람들, 특히 우리 크론빌에게 하나의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 주게 되지요. 피델루교를 전파한 것은 한 중년의 남성이었어요. 그가 바로 우리 크론빌의 초대왕인 버몬트 대왕이었습니다. 그는 영광스러운 크론빌의 첫 번째 왕이자 때로는 신의 대리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후 버몬트 대왕은 민중의 열렬한 지지를 기반으로 크론빌을 통치하게 되는데, 당연히 피델루교는 공식적으로 국교가 되었지요. 그가 전한 피델루교의 가르침은 복잡하지 않았어요. 신과, 신이 창조한 세상에 대해 믿음을 가질 것, 모두가 하나가 되어 신이 내려준 인간의 몸과 마음으로 강대한 국가를 만들어 나갈 것, 그리고 신의 계시가 내려왔을 때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 바로 이 세 가지가 피델루교의 기본적인 교리입니다. 물론, 우리의 성서에는 이 보다 더 세부적인 우리의 마음가짐과 지켜야할 규칙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앞서 말한 세 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강대한 국가를 만들어 나가라는 신의 말씀은 우리 크론빌을 실제로 최강의 국가로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지요.”

“그런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어요. 그런데 피델루신은 어떤 분인가요? 그리고 세상에 신은 오직 피델루신만 있는 건가요?”

종교에 대한 깊은 고뇌를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 시작하게 된 데미안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제임스의 성전 기사단에 대한 설명 이후 오웬의 종교 강의까지 듣게 되자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이 조금씩 정립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호오, 꽤 근본적인 질문이네요? 오늘 비로소 데미안 군이 피델루신을 진정으로 영접하게 되는군요. 안 그렇습니까, 공주님?”

“뭐, 그러네.”

오웬이 샬롯을 대화에 끌어들였는데, 그녀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다. 사실 샬롯 역시 종교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크론빌의 공주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성격이었다. 만약 그녀가 성실한 피델루교의 신자였다면,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데미안은 그녀에게 이미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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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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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음의 준비 6 22.01.29 22 0 7쪽
» 마음의 준비 5 22.01.25 20 0 7쪽
29 마음의 준비 4 22.01.22 19 0 7쪽
28 마음의 준비 3 22.01.14 21 0 11쪽
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1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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