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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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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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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작성
22.02.0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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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불안한 시작 3

말고리아




DUMMY

결국 바키올라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말고리아 산맥의 작은 부족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고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던 순박한 그들의 마지막 몇 주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기괴했다. 크론빌 원정대는 별안간 벌어진 전투와 그로 인해 전멸된 마을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방어를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손에 의해 민간인 삼십여 명이 순식간에 명을 달리했다. 또한 극히 짧았지만 광기와 분노로 가득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죽기 전에 했던 마지막 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생전 직접적으로 듣도 보도 못한 ‘악마’라는 존재의 실재. 아직 그들의 목적지에 다가가지도 못한 시점에서 마주하게 된, 예상치 못했던 비극적인 현실이 그들을 꽤나 심란하게 만들었다.

“이안, 우리 부상자를 치료해 주게. 그리고 나머지 기사들은 부족 사람들의 시신을 한쪽에 가지런히 옮겨주도록.”

제임스가 피와 화마에 물든 마을을 착착한 마음으로 잠시 둘러보다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한편, 테스라 부족의 습격을 밤새 두려워 한 말고리아 부족은 한 순간의 방심 없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사방의 감시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다행이도 테스라 부족은 아침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에 조금의 휴식은 취할 수 있었다. 올가의 밤샘 치료 덕에 테스라 부족장 메르겔도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르겔 역시 자신의 부족에게 일어난 참상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반란, 광기, 분노가 지난 이십 여 일간 테스라와 말고리아 부족을 집어 삼켰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하토르는 두 아들과 브롱크를 불러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갈지 얘기를 나눴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미천한 키산드라 형제였지만, 틀에 박힌 어른들이 떠올리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을 할 줄 알았고 추진력도 대단했기에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들의 활약이 크게 빛을 보았고 이미 라빈과 테스라 부족 사람들을 구해내면서 그 실력도 입증이 되었다.

“브롱크, 현재 전쟁이 가능한 인원은 몇 명이나 되지?”

“사슴사냥 때 괴물에게 부상당한 인원과 어제 테스라 부족에서 도망치다가 굴러 넘어진 부상자를 제하면 스물 댓 명은 될 것이오. 그나저나 대장은 어떻소? 어제 바키올라 놈이 던진 창에 어깨 죽지를 다치지 않았소?”

“응, 나는 괜찮네. 조금 스쳤을 뿐이야.”

키산드라와 키리오스는 아버지의 어깨를 쳐다보았다. 바키올라가 던진 창이 명중되진 않았지만 가벼운 상처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할수록 강해지고 듬직한, 책임감이 강한 하토르였다. 잠자코 모른 척하고 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 이제 우리에게는 가만히 틀어 앉아서 방어에만 전념할 것인지 아니면 기습작전으로 먼저 공격할지 두 가지 선택이 남아있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앞으로 말고리아에서 테스라 놈들과 함께 지낼 일은 없게 될 거야. 각자 의견을 말해주게.”

키산드라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바키올라에게 쳐들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공격보다 수비가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어째서지?”

“우리 부족에서 테스라까지는 2시간 정도는 걸리죠. 그래서 우리가 마을을 나서는 순간, 그 넓은 지역은 다 전장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놈들이 어딘가에 매복하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거기다 우리가 놈들을 치러 간 사이에 우리의 빈틈을 노리고 마을을 습격할 수도 있구요. 우리는 부상자도 조금 있고 사람들은 지친 상태라 방어태세를 굳건히 해서 지키는 게 훨씬 유리할 거라 봐요.”

“저도 형과 생각이 같아요. 우리 마을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남쪽의 마을 입구 말고는 진입로가 없어요. 서쪽은 깎아지른 절벽, 북쪽과 동쪽은 겟세이봉에서 역으로 내려와야만 우리를 공격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만의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서 사방에 사람들을 배치하면 쥐새끼들이 숨어 와도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하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말에 수긍했다.

“브롱크, 자네는 어떤가?”

“수비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지만 이 녀석들의 말이 맞는 것 같소. 나도 동의합니다.”

“좋아, 당장 마을 어귀 뿐만 아니라 감시할 만한 적당한 위치를 찾아 사람들을 배치해 주거라. 그리고 북쪽의 높은 고지에 사람을 올려 보내 더 멀리까지 감시할 수 있게 해다오.”

경비병의 배치가 끝나고 하토르는 마을의 노인과 어린아이들, 여자들을 모이게 했다.

“아마도 머지않아 테스라 부족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나팔을 불어 그들의 습격을 알릴 것이오. 전쟁이 시작되면 모두 위험해질 수 있으니 지하 저장굴로 신속히 대피하도록 해요. 한사람의 목숨도 잃고 싶지 않아요.”

“아빠, 라빈도 싸우고 싶어요. 라빈도 싸울 수 있어요!”

에밀리의 손을 꼭 붙잡고 하토르의 말을 듣던 라빈이 앞으로 나서며 당차게 말했다.

“후후, 라빈. 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빠에게 맡겨주렴. 그리고 너에게는 다른 임무를 줄게! 그건 바로 에밀리 언니를 옆에서 지켜주는 거야. 할 수 있겠니?”

“응! 아니, 네! 할 수 있습니다, 대장님! 와, 신난다, 내가 언니를 지킨다니!”

하토르가 어린 딸을 능숙하게 달랬다. 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라빈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테스라 부족과의 전쟁 준비는 끝났다. 이제 어디에서 그들이 공격해 오던 맞서 싸울 용기와 지혜만 잃지 않으면 되었다. 그 때 마을 뒤쪽의 경비병으로부터 길게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편 크론빌 원정대는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기 전 테스라 부족의 전사자를 한쪽 편에 가지런히 옮겨주었다. 자신들의 목적을 끝마치면 다시 테스라 부족으로 돌아와 죽은 자들을 제대로 묻어줄 생각이었다. 크론빌의 부상자는 이안이 회복마법을 사용해서 치료해 준 후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마무리되자 바키올라가 알려준 대로 마을의 동쪽을 따라 난 좁은 산길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테스라 마을 입구에는 북쪽으로 뻗은 길과 동쪽으로 뻗은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 북쪽을 따라 가면 말고리아 부족이 있었고 그곳을 지나 겟세이봉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동쪽의 길은 엄밀히는 북동쪽 방향으로 나아가다 다시 완만하게 동쪽으로 꺾이는 굽은 길이었다.

원정대가 바키올라의 말에 따라 동쪽 길로 2시간여를 이동해 갔을 때 멀리서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꽤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였기에 감각이 예민한 리갈 마스터 이상의 기사들만 그 소리를 감지해 낼 수 있었다.

“왕자님!”

해골 기사단장인 테오가 제임스에게 눈치를 보냈다.

“나도 감지했소. 테오 단장. 아무래도 우린 이 곳과 맞지 않는가 보군. 계속해서 불청객 대접만 받는 듯 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저 곳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어. 꽤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우리의 목적지로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하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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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0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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