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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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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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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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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수 :
198,583

작성
21.12.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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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7

말고리아




DUMMY

하토르는 브롱크가 말한 방향으로 즉시 시선을 돌렸다. 과연 말과 사람들이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유심히 쳐다보니 그들은 테스라 마을의 여자와 노인, 어린 아이들이었다. 무척 지치고 피곤해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걸음만은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하토르는 일단은 그들을 경계하기로 했다. 배치된 궁수들에게 지시를 내려 테스라 사람들에게 화살을 겨누도록 했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 테스라 사람들이 마을에 거의 다다르자 이제는 얼굴과 상황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행색을 살펴보니 테스라 마을에서 탈출해 나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하토르가 그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잠깐 멈추시오! 왜 우리 마을로 들어오려고 하는지 누군가 설명해 주시오!”

그들이 제자리에 멈춰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년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외쳤다.

“아저씨! 저 뱅이어요. 키산드라 형과 키리오스가 창고에 갇혀 있던 우리를 구해줬어요!”

과연 뱅이었다. 전 테스라 부족장 메르겔의 아들이 틀림없었다. 하토르는 뱅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자신의 아들들이 살아 있을 확률이 더욱 높아져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기쁨을 애써 감추며 메르겔의 아들에게 외쳤다.

“뱅! 잘 찾아왔어. 그런데 메르겔은 어디에 있지? 그는 살아 있느냐?”

뱅이 뒤쪽에 있던 말 한 마리를 가리켰다. 한 사람이 엎어진 상태로 말 위에 누워 있었다. 혹시 떨어질까 봐 밧줄로 말에 고정시켜 놓은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하토르가 부족 사람들과 함께 피난민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신속하게 메르겔을 말에서 내리고 몸을 살펴봤다. 메르겔의 상태는 심각하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말고리아 부족 사람들은 메르겔과 지친 테스라 부족 사람들을 부축하여 마을 안으로 이끌고 그들을 위해 물과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테스라 부족 사람들은 기진맥진하여 모두가 초췌한 상태였지만 메르겔을 제외하고는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 허기졌던 상태여서 일단은 눈앞에 준비된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하토르는 마을에서 의사역할을 담당하는 올가를 시켜 메르겔을 돌보도록 했다. 그녀는 즉시 깨끗한 물과 상처가 아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약초를 준비하여 메르겔을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회복될 수 있겠지?”

치료과정을 지켜보던 하토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온몸에 채찍질을 당했어요. 피를 많이 흘린 데다 상처부위가 곪아 열까지 심한 상태여요. 깨끗하게 소독하고 약초를 달여 마시게 해야겠어요. 살지 죽을지는 그의 체력과 정신력에 달렸어요.”

그 때 마을 어귀에서 하토르를 부르는 브롱크의 외침이 들려왔다.

“대장! 키산드라가... 모두 무사히 돌아왔어요!”

하토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서 부리나케 뛰어 나갔다. 테스라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있던 그의 아내 벨리타도 아이들을 보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 나갔다.

“키산드라, 키리오스... 라빈!”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재회를 만끽했다. 아이들은 모두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크게 다치거나 상처 입은 곳은 없어 보였다. 하토르와 벨리타, 부모인 그들이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감격스러워하며 기뻐하고 미안해하고 놀라워했다. 한참을 아이들이 숨 막힐 정도로 껴안기를 반복한 후 하토르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형제에게 물었다.

말솜씨가 좋은 키리오스가 나서서 자신들이 테스라 마을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라빈은 어떻게 구했는지 간단히 설명했다. 하토르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영특함과 대담함, 추진력에 놀라고 감탄해했다. 어른들도 해 내지 못한 일을 아직 영글지 않은 십대 소년 둘이서 깔끔하게 해치워낸 것이다.

키리오스가 사건의 경위에 대한 설명을 대략 마치자 키산드라가 이어서 모두에게 에밀리를 소개시켰다. 조금 뒤바뀐 순서였지만 워낙 힘든 일을 겪고 다시 마을 사람들과 재회하자 조금 흥분해서 그녀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이 아이는 에밀리라고 해요. 소르비르에서 온 여행자인데 라빈과 함께 놈들에게 잡혀 있었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놈들에게 살해당했다고 해요.”

“에밀리. 정말 안됐구나. 하지만 이젠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가 너를 지켜주겠다.”

하토르가 에밀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따뜻하게 얘기했다. 에밀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말고리아 산맥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긴 하루였다. 모두가 치열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었고, 다행히도 모두가 무사했다. 하토르는 긴장이 풀리며 갑자기 온몸이 노곤해짐을 느꼈다. 그 누구보다 막중한 부담과 걱정에 시달린 그였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를 하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였지만, 일부 인원에게 계속해서 마을 밖의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지시하였다. 마을 광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지친 몸을 녹이면서 하토르는 기운을 조금씩 회복했다. 키리오스는 신나서 자신들의 하루를 더욱 자세하게 자랑해 대고 있었다. 뱅은 아버지가 걱정되었지만 무사히 말고리아 마을에 도착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자 그동안 받은 고초가 조금씩 풀리는 듯 했다. 벨리타는 라빈을 무릎에 앉히고 따뜻한 스프를 손수 떠서 먹여 주었다.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키산드라는 에밀리 옆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먹다가도 그녀가 외롭지 않도록 가끔 말을 걸어 주었다. 그렇게 안정된 시간이 끝없이 이어지면 좋으련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면서 마을 주변의 나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바람이 결국은 마을을 강타했는데 어찌나 강했는지 몇몇 사람들은 뒤로 나자빠지기도 했다. 평소에 느끼던 바람과는 다름을 느꼈다.

“우아아아”

여기저기서 비명과 두려움에 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토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무언가 까맣고 거대한 생물이 그들 위를 낮게 날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해가 져서 밤하늘의 풍경은 어둠뿐이었지만 이질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였다. 하토르가 조용히 근처에 있던 키리오스를 불렀다.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거라. 저기 무언가가 날아가고 있는 게 보이느냐?”

키리오스가 집중하여 칠흑의 어둠을 관찰하였다.

“네, 보여요. 거대한 구름인 걸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이동하고 있네요. 저게 대체 뭘까요?”

순박하기만 했던 테스라 부족의 광란, 정체 모를 포악한 짐승, 거기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지의 존재. 하토르는 이제껏 그의 삶에서 겪어보지 못한 생전 처음 맞이하고 있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에 마음이 갑갑해졌다. 그리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대체 이 악재의 끝은 어디일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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