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423
추천수 :
23
글자수 :
198,583

작성
22.03.01 06:00
조회
16
추천
0
글자
7쪽

조우 4

말고리아




DUMMY

봉우리 아래로 한참을 떨어져 내려간 것처럼 보였는데 괴물은 어느새 다시 올라와 있었다. 더 이상의 기습은 없었다. 괴물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동굴 위의 큰 바위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황금색과 검정색 무늬의 깃털로 뒤덮인 거대한 몸집이 한 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 자체가 크론빌 기사들에게는 너무나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마치 서슬 퍼런 처형장으로 한 발짝씩 다가설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을 향해 치닫게 되는 사형수 마냥, 크론빌 원정대는 두려움에 온몸을 떨게 되었다. 게다가 괴물의 섬뜩한 눈빛과 파르르 떨고 있는 입술, 소름 끼치는 낮은 울음소리는 언제든지 자신들을 덮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살기를 온몸에 가득 품은 괴물은 공포 그 자체였다.

“저, 저건 대체..”

크론빌 기사들은 괴물이 아래로 내려오며 자신들에게 다가올수록 그 압도적인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뒷걸음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원정대가 비워준 자리를 채운 괴물은 능숙하게 동굴 앞을 막아섰다. 제임스를 비롯한 크론빌 기사들은 괴물의 거대한 몸집에 놀라 잠시 할 말을 잃고 얼어붙어 그 괴물을 지켜보게 됐다. 괴물 역시 동굴 앞을 막아선 후 매서운 눈으로 적의를 표현하며 이들을 바라보았다.


“넌 누구냐? 어째서 우리를 공격한 것이냐?!”

정적과 공포심을 깨고 오웬이 괴물을 향해 소리쳤다. 이것은 크론빌 원정대도 괴물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외침이었다. 오웬의 뛰어난 마법 중에는 이 땅위에 있는 대부분의 생명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것이었는데 마법을 통해 오웬 본인의 생각을 다른 생명체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텔레파시가 닿지 않는 짐승도 있었고 그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경계심과 적대감으로 똘똘 뭉쳐 있어 공격성만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 그랬다.

“이 곳을 떠나라.”

괴수가 낮지만 울림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행히도 대화는 할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이는 오웬과 그의 수제자인 이안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괴물의 의도를 파악하자마자 오웬이 곧바로 제임스에게 괴물의 말을 전달했다.

“왕자님, 이 괴물이 여기를 떠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는 없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드래곤을 찾아 몇날며칠을 걸려 힘들게 이 곳에 왔소. 여기서 드래곤을 무찌르지 않는다면 더 큰 어려움, 아니 우리 크론빌이 멸망해 버릴 수도 있기에 바로 지금 이 곳에 온 것이 아니겠소. 괴물에게 우리의 목적을 말해 주시오. 그리고 이 괴물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얘기해 주시고요.”

“그르르릉”

오웬이 직접 전달할 필요도 없이 괴물은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듯했다. 훨씬 더 살기 어린 소리를 내어 크론빌 기사들을 위협했다.

“어리석은 놈들, 너희 하찮은 인간들은 공격의 대상도 무엇도 아니다. 썩, 물러가라. 이제 더 이상의 자비는 없을 것이다.”

“쳇, 생각지도 못한 전투를 치러야겠군. 이 짐승은 드래곤과 한 패거리라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겠지.”

오웬의 입을 통해 괴물의 두 번째 대화내용을 전해들은 제임스가 서서히 칼을 빼 들었다.

“대형을 갖추어라. 힘을 아낄 필요는 없다. 모두 힘을 개방해서 성전 기사의 힘을 보여 주어라!”

제임스는 괴물이 보통의 상대가 아님을 알아보고는 탐색전을 벌였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당할 것을 간파하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피델루신의 은총의 힘을 사용하도록 원정대에게 지시했다.

“피델루신이시여, 은총의 힘을 내려 주소서.”

제임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낮게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정대는 머지않아 신과의 교감을 통해 피델루신의 힘을 부여 받았다. 순식간에 삼십 여명의 검에서 파란 냉기를 지닌 검기가 뿜어져 나오며 살벌한 예기를 흘리게 되었다.

그 짧지만 정지된 순간, 괴물은 마치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해 보라는 것처럼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 주었다.

“공격!!”

30여명의 크론빌 기사들이 일제히 검과 창을 뽑아 푸른색의 검기를 방출하며 괴물을 향해 돌격했다. 크론빌의 내로라하는 일류 기사들의 합공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들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상대는 적어도 인간세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공격을 받아내는 상대는 상식을 초월하는 존재였고 크론빌 기사에게는 조금의 배려심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괴물을 사정권 내에 두고 검을 날리기도 전에 엄청난 굉음이 먼저 크론빌 기사들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크아아앙”

괴물이 크론빌 기사들을 향해 포효한 소리가 어찌나 크고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지 십여 명이 귀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바닥에 나 뒹굴었다. 쓰러진 그들의 귀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뒤따랐다. 몇몇은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쓰러져 가는 기사들을 뒤로 한 채, 제임스를 비롯한 마스터급 기사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괴물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수많은 검의 잔형이 괴물에게 꽂혔다. 엄청난 기합과 함께 쏟아 부은 일격이었지만 괴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공격을 받아내었다. 단단한 강철 덩어리를 친 것처럼 크론빌 기사들의 검이 오히려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이내 괴물의 엄청나게 긴 꼬리가 수십 개로 쪼개져 크론빌 기사들을 공격했다. 꼬리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정확하게 상대방을 향했는데, 안 그래도 길었던 꼬리가 두 배 이상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최선두에서 괴물을 향해 뛰어들었던 대 여섯 명의 크론빌 기사들은 그 변칙적인 공격을 막지 못하고 몸이 찢어지고 뚫리며 쓰러져 갔다. 어찌나 소름끼치고 재빠른 공격이었는지 제대로 방비도 못한 채 생을 달리해야 했다.

“테오, 바론, 샬롯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은 뒤로 물러나라. 우리가 상대하겠다. 오웬 경, 마법 공격으로 지원해 주세요.”

제임스를 비롯한 리갈 마스터들은 괴물의 예상치 못한 꼬리 공격에도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몸을 틀어 이를 피해 내었다. 후방의 기사들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제임스는 이들이 점차 강력하게 이어질 괴물의 공격을 더 이상은 피해낼 재간이 없다고 판단하여 재빠르게 전략을 수정했다. 크론빌 원정대는 괴물과의 단 두 번의 접촉만으로 벌써 열 댓 명이 목숨을 잃는 크나큰 손실을 겪게 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려진 세계의 역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및 일반연재 시작 22.01.19 19 0 -
53 이시스 2 22.08.27 11 0 7쪽
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51 희생 9 22.05.07 14 0 9쪽
50 희생 8 22.04.30 15 0 8쪽
49 희생 7 22.04.23 14 0 8쪽
48 희생 6 22.04.16 14 0 7쪽
47 희생 5 22.04.09 14 0 7쪽
46 희생 4 22.04.02 14 0 8쪽
45 희생 3 22.03.26 17 0 7쪽
44 희생 2 22.03.19 16 0 7쪽
43 희생 1 22.03.12 16 0 8쪽
42 조우 6 22.03.08 17 0 10쪽
41 조우 5 22.03.05 16 0 9쪽
» 조우 4 22.03.01 17 0 7쪽
39 조우 3 22.02.26 18 0 7쪽
38 조우 2 22.02.22 16 0 8쪽
37 조우 1 22.02.19 18 0 7쪽
36 불안한 시작 5 22.02.15 16 0 9쪽
35 불안한 시작 4 22.02.12 17 0 7쪽
34 불안한 시작 3 22.02.08 19 0 8쪽
33 불안한 시작 2 22.02.05 20 0 7쪽
32 불안한 시작 1 22.02.01 21 0 7쪽
31 마음의 준비 6 22.01.29 22 0 7쪽
30 마음의 준비 5 22.01.25 20 0 7쪽
29 마음의 준비 4 22.01.22 19 0 7쪽
28 마음의 준비 3 22.01.14 21 0 11쪽
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1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8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