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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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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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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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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작성
22.03.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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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3

말고리아




DUMMY

괴물과 함께 낭떠러지 끝까지 다다른 제임스를 보며 데미안과 샬롯이 오열하며 소리쳤다. 샬롯은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데미안은 제임스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가 낭떠러지에 도착했을 때 제임스는 괴물과 함께 이미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제임스는 눈을 감고 의식을 잃을 듯 말 듯 한 위중한 상황이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일까.

제임스를 향해 달려가던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낭떠러지에서 뛰어 제임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우상이자 은인, 스승이고 형제인 제임스를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미안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를 움직이게 만든 용기와 충성심은 이제껏 제임스가 베풀어 준 지대한 관심과 사랑이었을 것이다. 데미안은 재빠른 속도로 산 아래를 향해 낙하해서 대기를 뚫더니 결국 제임스를 품에 안았다.

“왕자님, 제가 잡았어요.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한편, 크로빌 기사들을 감시하던 키산드라 형제는 이들이 겪은 대부분의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은 크론빌 기사들이 독수리를 타고 초승달 봉우리를 향해 가는 것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고, 십 여 마리의 독수리가 길게 울며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침 게 중의 몇 마리가 자신들의 방향으로 오고 있었기에 휘파람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말고리아 부족들도 몇 마리의 독수리를 마을 내에 두고 사냥이나 전령을 위해 훈련시키고 있었기에 이들도 독수리를 부릴 줄 알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겁에 찬 독수리들이 그대로 그들을 지나쳐 가버렸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들 앞으로 다시 날아와 줬다. 엄청나게 큰 독수리들이었지만 사람에게 잘 길들여진 동물이었다. 키산드라와 키리오스는 각각 한 마리의 독수리에게 다가서서 물과 말린 고기를 주고 쓰다듬으며 그들을 조금 더 안정시키고자 했다. 다행히도 독수리들은 진정이 되어 키산드라 형제의 지시를 따르게 되었다.

“독수리야, 우리를 초승달 봉우리.. 아니 그 앞의 봉우리에 데려다 주렴. 거기라면 너희들도 안심할 수 있겠지?”

“꺄악, 꺄악”

그들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독수리들이 한바탕 울음소리를 내더니 키산드라와 키리오스를 태우고 유유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형제들은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

“우와! 대단해. 하늘을 날고 있어!”

“형! 나 좀 봐! 너무 신난다!”

너무나 신기하고 멋진 경험에 상황의 심각함을 잠시 잃고 형제가 소리쳤다. 원체 겁이 없고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었기에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독수리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는 걸 온몸으로 느끼며 커다란 희열을 맛보았다. 하늘 높은 곳에서 마주친 바람은 꽤나 세차고 차가웠지만 형제는 마냥 신나서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뼈도 못 추릴 높은 하늘 아래 수 많은 말고리아의 봉우리와 계곡이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말고리아는 훨씬 더 광대했고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자신들이 모르는 말고리아의 모습도 이리 많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초승달 봉우리의 가까이에 위치한 또 다른 봉우리에 도착했다. 큰 독수리들은 그들을 내려주고는 한쪽 귀퉁이로 가더니 그 곳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많이 지친 모양이었다. 키산드라 형제는 잠시 자신들이 도착한 산봉우리를 둘러보았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 장소였다. 정상이 평평하고 꽤 넓었다. 또한 초승달 봉우리보다 조금 더 높아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시야가 확보되어 있었다. 정상에는 동굴도 하나 있었는데 넓고 아늑해서 비나 바람을 피하기 좋아 보였다. 한 쪽에는 맑은 물을 가득 담고 있는 조그마한 물웅덩이도 보였다. 이 곳의 풍경에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이내 바위 뒤에 적당히 몸을 숨기고 크론빌 기사들의 동태를 살피게 되었다. 크론빌 기사들이 동굴 앞에 서서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짐승이 나타났다.

“형, 저 괴물 호랑이는 며칠 전에 봤던 그 놈과 똑같이 생겼는데?”

“응, 나도 놀랐어. 왜 저 괴물이 갑자기.. 겟세이봉 근처에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이 곳도 자신의 영역인걸까.”

“그런데 정말 이상해. 왜 이제껏 우리는 한 번도 저 괴물을 본 적이 없을까?”

“그러게 말이야. 우리 마을에서도 괴물을 본 사람이 없었잖아.”

“응, 빅터 영감도 보지 못했다고 했어. 30년 전에 죽은 한슨이라는 사람이 괴물을 봤었던 것 같다는 말만 했지”

“저 괴물은 무엇인가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단순히 자신의 영역을 넘어선 인간들을 죽인다거나, 아니면 배고파서 잡아먹는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야. 그랬다면 우리도 그 날 틀림없이 다 죽었을 거야.”

“아까 멀리서 들리던 비명 소리도 이 녀석의 짓일까. 무언가 엄청나게 커 보이는 짐승이 독수리를 밟고 움직이는 것은 보였는데..”

“응, 맞아. 그러고 나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도 봤어. 그런데 공격을 했던 괴물과 저 괴물이 똑같은 놈이었다면..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가 그 새 다시 저 산 봉우리까지 올라왔다는 얘기잖아.”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괴물과 크론빌 기사들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 크론빌 기사들이 죽어 나갔고 결국 제임스와 데미안, 그리고 괴물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데는 불과 십 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싸움이었다. 키산드라 형제는 숨죽이며 이 장면을 지켜보았고 하나하나의 과정 모두를 눈과 머릿속에 생생히 담았다. 그들이 세어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너 댓 명 되어 보였는데 성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키산드라 형제는 그들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구해 주기로 결심했다. 상대적으로 괴물의 존재는 흉악하고 잔인한 악의 화신으로 보였고 인간들은 불쌍한 피해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독수리야. 우리를 저 곳까지 태워다 주렴. 괴물이 상처를 입고 떨어졌으니 이제 안전할 거야.”

벌써 능숙하게 독수리를 다루게 된 형제였다. 독수리는 형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날아올랐다. 바로 앞의 봉우리였기에 그들은 머지않아 초승달 봉우리의 동굴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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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51 희생 9 22.05.07 14 0 9쪽
50 희생 8 22.04.30 15 0 8쪽
49 희생 7 22.04.23 14 0 8쪽
48 희생 6 22.04.16 14 0 7쪽
47 희생 5 22.04.09 14 0 7쪽
46 희생 4 22.04.02 1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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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0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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