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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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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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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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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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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 3

말고리아




DUMMY

회의를 마치고 제임스와 샬롯, 데미안만이 회의실에 남았다. 데미안은 무엇인가 불안한지 손톱을 뜯고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창가에 기대앉아 있던 샬롯이 그 모습을 보고 찡그리며 쏘아 붙였다.

“왜 똥개마냥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거야? 가만히 있지 못해?”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데미안은 한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제임스도 샬롯을 거들며 데미안에게 한 마디 하였다.

“이봐, 데미안.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내일 출정에서 맘에 걸리는 일이 있는 거야?”

데미안이 제임스 방향으로 돌아서며 정색하고 대답했다.

“네... 맘에 걸리는 일이 있어요.”

“말해보렴.”

데미안이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는 우리의 전략이 너무 단순한 건 아닐까 걱정돼요.”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우리는 드래곤이라는 생명체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어요. 불을 내뿜는지, 마법을 쓰는지 꼬리를 휘두르는지, 그 어떤 것도 자세히 모르죠. 크론빌의 깃발에 상징적으로 들어간 실버 드래곤 때문에 익숙한 점은 있지만, 누가 드래곤이 실재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나요? 그런데 그저 찾아서 제압한다?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샬롯이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데미안에게 대꾸하였다.

“이 바보야, 너는 제임스와 우리의 마스터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거야? 그럼에도 조심하는 차원에서 병력을 나누지 않고 괴물을 잡으러 간다고 했잖아. 거기다 오웬 같은 대마법사와 그의 수제자인 이안도 출정했다구. 소수의 병력이라도 이 정도면 웬만한 국가를 초토화시키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전력이란 말이야.”

“데미안, 샬롯의 말대로야. 난 아무리 그 드래곤이란 녀석이 강하다 해도 큰 걱정은 없는데... 너 설마 우리 실력을 의심하는 거야?”

“왕자님! 의심하다니요?! 제가 설마 그럴리가요. 전 다만 우리가 드래곤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거죠. 아까 회의에서는 그저 드래곤을 어떻게 찾을지 만 얘기한 거잖아요. 찾고 나서의 전략이 없었다는 말씀이에요. 즉 여러 상황을 대비해서 철저히 다양하게 작전을 짜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렇죠.”

“예를 들면?”

“음, 그러니까... 그렇죠. 턱 밑의 비늘! 바로 그 비늘이 약점이라고 하지만, 그게 실제로는 효과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또 드래곤의 크기가 있어요. 어마무시하게 거대해서 우리가 고개를 끝까지 들어 올려도 보이지 않는다면? 피부가 강철같이 단단해서 아무리 타격을 가해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무엇인가, 음, 더 치밀한.. 게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다른 작전을 짜기에는 데미안의 실력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데미안이 자신의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제임스, 이 놈에게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거야?”

샬롯이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제임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후후, 샬롯. 데미안이 우리 가족같이 느껴지니 너도 잠시 착각한 거니? 데미안이 나와 수련을 시작한지는 겨우 3년이 됐을 뿐이고, 우리에겐 그 어떤 전쟁도 없었지. 아직 크론빌 기사단의 비기에 대해서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겨우 3년이 아니고 벌써 3년이 아니야? 한심한 놈이군.”

데미안은 샬롯의 비아냥거림은 윙윙 대는 모기마냥 무시하고 다시 제임스에게 물었다.

“크론빌 기사단의 비기? 그게 뭐죠?”

제임스가 탁자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설명하기 시작했다.

“데미안, 사실 나도 슬슬 너에게 고급 무공을 가르치려던 참이었는데, 지금 시간도 남으니 설명해 줄게.”

데미안이 무공이란 말에 반응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너는 기초체력을 키우고 검술 그 자체에 능숙해지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높은 단계의 수련에 대해 알아가기에는 일렀어. 그건 검과의 합일이 이뤄지고 신체적으로 완벽한 준비 상태를 만든 다음에 익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야.”

“밤낮으로 수련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가요? 그리고 저도 이제 어엿한 기사라구요.”

제임스가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3년이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란다. 욕심쟁이구나... 그건 그렇고 데미안! 너는 왜 우리 크론빌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데미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샬롯은 지겨운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크론빌은 대대로 마법보다는 기사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세계를 통일한 힘의 원천이구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사와 제대로 어울려 본 적이 없어 정확히 크론빌이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겠어요.”

“훗, 그래.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지. 그리고 바로 너의 말대로야. 기사, 검술. 크론빌의 모든 힘은 거기서부터 시작돼지. 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타국은 말할 것도 없고 크론빌 내에서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고는 최정예 기사단의 일부뿐이야.”

“정말인가요?”

“그래. 크론빌의 기사단은 정확히 말하면 성전 기사단이라고 부를 수 있어!”

“성전 기사단? 우리 크론빌의 국교인 피델루교와 관련된 것인가요?”

“바로 그렇단다. 우리는 그것을 신검이라고 부르지. 즉 피델루신의 힘을 빌려 검을 다루게 되는 일을 말하는 것이야.”

“그것은 마법이 아닌가요?”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마법과 다른 점은 우리는 오로지 피델루신의 은총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야. 마법은 대기와 물, 대지, 그리고 우리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알지 못하는 여러 신들의 힘이 원천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저 마법사 개인의 실력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도 하는 힘이지. 크론빌의 신검은 피델루신의 허락 하에, 오로지 피델루신의 무한하고도 강력한 힘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지. 그리고 그 힘은 검을 통해서만 비로소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 크론빌이 기사, 그리고 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야.”

“와, 어떻게 하면 피델루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요?”

“음, 차근차근 짚고 넘어가 볼까? 너도 알다시피 크론빌은 4개의 정예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어. 근위 기사단 그리고 제1, 제2, 제3 기사단이지. 근위 기사단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기사단은 숫자로도 불리지만 별칭이 더 유명한 건 알고 있겠지?”

“그럼요, 아주 잘 알지요. 테오경이 이끄는 제1 기사단은 기습과 신속함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들이 훑고 나간 자리에 남는 건 사자(死者) 밖에 없다고 해서 해골 기사단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이번에 남쪽 해안에서 큰 활약을 한 제2 기사단은 바론경이 단장이지요. 2m가 넘는 긴 창을 쓰고 검은 갑옷을 착용하는 그들은 창으로 하늘까지 뚫어버린다고 해서 창공의 기사단이라 불리우지요. 제3 기사단은 그 유명한 피델리오경이 이끌던 크론빌 최고의 기사단이었죠. 피델리오 경이 갑자기 사라진 뒤로는 칼리 경이 이어 받아 단장을 수행하고 있구요. 어찌됐든 그래서 크론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려 실버 드래곤의 이름을 수여받아 실버 기사단이라 불리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근위 기사단은 별칭은 없네요?”

“그건 근위 기사단이라는 이름 자체가 왕을 최 근접에서 수호하는 직속부대라는 의미이기 때문이지. 그보다 명예로울 수는 없을 거야. 그렇지 않니?”

“네, 왕자님. 그 말씀이 맞고 말구요.”

“얘기가 잠깐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얘기하면 우리는 항상 최소 1,000명의 성전 기사들을 유지해야 한단다. 최대 인원도 정해져 있는데, 그것은 1,247이라는 숫자야. 그리고 이 네 개 기사단의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전 기사의 숫자를 사등분해서 각 기사단에 배치하고 있어.”

“그 말씀은 현재 우리 성전기사가 1,000명에서 1,247명 사이에 있다는 거지요? 왜 그런 숫자가 정해져 있는 건가요?”

“오, 데미안, 잘 따라와 주고 있구나. 좋은 질문이야.”

제임스의 칭찬에 데미안이 상기되어 속으로 조금 우쭐하게 되었다.

“이 숫자는 일종에 신의 계시 혹은 신과의 계약사항 같은 거야. 우리 피델루교 성전의 거대한 비석에도 이 숫자가 정확히 적혀 있단다. 하지만 왜 1,000과 1,247라는 숫자로 정해진 건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어. 단, 우리는 이에 대해 추측해 볼 수는 있겠지. 먼저 최소 1,000이라는 것은 세계 최고 패권 국가로서의 지위를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의 크기가 아닐까 싶어. 즉, 1,000명의 성전기사는 있어야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거지. 너도 잘 알다시피 피델루교의 교리 혹은 목적 자체가 강대국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당할 것 같아요.”

“그래, 문제는 1,247이라는 숫자인데 말이야. 왜 1,247이라는 한계를 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아무리 위대한 피델루신이라고 하더라도 크론빌의 모든 기사단에게 힘을 나눠줄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추측이 하나가 있어.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무분별하게 힘을 나눠줬을 때 벌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지. 어떤 제약도, 법칙도 없이 힘이 배분되면 인간들이 다른 맘을 품고 그 힘을 악용할 수 있고 그로인해 세상이 엄청난 혼돈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 힘이 있으면 그걸 사용해보고 싶은 게 사람 맘인 건 확실하니까 말이야.”

“그렇군요. 또 다른 의견은 없나요?”

제임스가 얘기한 추측들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었으므로 데미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훗,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구나. 데미안”

“그런 건 아니에요, 왕자님. 다만, 신의 힘에 한계가 있다거나, 힘을 얻은 성전기사들이 혼돈을 일으킬 거라는 말이 좀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그렇지, 우리가 모시는 신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지. 하지만 두 번째 가정은 일리가 있는 얘기야. 예를 들어 엄청난 능력을 지닌 성전기사가 만 명 혹은 십 만 명이 된다고 생각해 보렴. 그 중에 다른 마음을 품은 사람이 십분의 일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세력은 결코 무시할 숫자가 아니게 되거든. 그렇게 해서 우리 크론빌의 성전기사는 얼마든지 쪼개져서 대 혼란이 올 수도 있는 거란다. 하지만 1,000명이라면? 그 정도면 분명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거야. 2천 년을 이어온 우리 성전 기사의 역사가 그걸 증명해 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제임스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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