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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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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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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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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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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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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조우 6

말고리아




DUMMY

그러던 중 제임스가 공격의 물꼬를 트기 위해 성전기사단의 강력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제임스의 검이 점점 새파래지기 시작했고, 결국 푸른빛을 띤 화염이 검 전체를 휘감았다. 검에 붙은 푸른 불꽃은 조그맣게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이것은 피델루신의 저주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주문으로 리갈 마스터에서도 최상위급 기사만이 펼칠 수 있었다. 푸른 불꽃은 이 세상에서 잘라 내거나 파괴하지 못할 게 없는 엄청난 에너지의 집약체였다. 이 에너지 다발은 기사의 능력에 따라 자유자재로 늘어나기도 했고 그 형태를 바꿔서 원거리 공격을 할 수도 있었다. 일반적인 검기의 일종이라고 볼 수는 있었지만 그 강력함과 변칙성에서 차이가 많았다.


크론빌의 성전기사에게 전해지는 피델루신의 은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기사의 검을 통해서만 오직 형상화되는 검기가 그 첫 번째였다. 이 검기는 강력한 냉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피부에 치명적인 화상을 입히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성전기사는 자신의 무공수위에 맞춰서 피델루신의 힘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얼마만큼의 힘을 받을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무턱대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힘을 전부 받는다면 몸이 길게 버텨내지 못하고 큰 후유증도 따랐기에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 제임스가 시전하고 있는 피델루신의 저주는 이 검기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두 번째는 성전기사의 몸을 통해 직접 전해지는 피델루신의 힘이었다. 이것은 금지된 은총 또는 파멸의 주문이라고 불리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신의 힘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신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느냐 사느냐의 극한의 고비 앞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리갈 마스터 이상은 되어야 시전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갈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몸의 모든 에너지를 고갈시켜 수명을 좀 먹는 양날의 칼날 같은 힘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짧은 위기의 순간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본 사람은 현재의 크론빌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피델루신의 마지막 세 번째 은총은 강력한 세 가지의 주문이었다. 피델루신이 관장하는 힘인 냉기와 물, 바람을 사용한 신법으로서 특별한 주문에 의해 시전되었다. 이 역시 성전기사의 능력에 따라 그 위력이 크게 차이가 났다.

제임스가 검기의 최고 경지인 푸른 화염을 흔들며 공격자세를 갖추자 괴물은 더욱 살기를 띠며 제임스를 노려보았고, 서서히 좌우로 움직였는데, 마치 상대방의 허점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임스 또한 공격태세를 갖추고 괴물이 덤벼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의 빠른 발과 순발력으로 괴물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피함과 동시에 기습적인 공격을 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괴물은 쉽게 미끼를 물지 않았다. 괴물은 점점 빠르게 좌우로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고 거기에 이미 치명적인 무기로 드러난 꼬리를 사용해서 제임스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단 하나로 이어진 다소 굵고 긴 꼬리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공격 시에는 수십 개로 쪼개지고 길이가 두 배정도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창이나 칼처럼 날카롭기도 했고 때로는 손이나 발처럼 유연해 지기도 했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상황에 따라 변형을 준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한 마리의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제임스는 점점 초조해 졌다. 괴물이 원거리 공격을 이어 간다면 자신이 불리할 것이 뻔했다. 괴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꼬리 공격을 이어갔지만 그 위력과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고 그 만큼 체력소모도 엄청났다. 보통의 짐승처럼 쉽게 흥분해서 덤벼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괴물은 제임스의 검에 담겨 있는 힘을 간파하고 전략을 바꿔서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지 않은 순간, 제임스의 망설임과 당황함을 그의 동료들은 금방 눈치 챘다. 이내 오웬과 이안이 자신들의 왕자를 지원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괴물에게 불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이번에는 소용돌이와 돌풍을 일으켜 괴물의 주의를 끌고자 했다. 이보다 더 강력한 공격을 할 경우에는 제임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기에 이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과연 이 성가신 공격이 괴물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한 번씩 몰아치는 돌풍에 작은 돌맹이나 흙, 나뭇가지가 섞여들어 갔는데 이것이 괴물의 눈이나 코로 들어가기도 했다. 괴물이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 주위가 산만해지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임스의 공격이 전개되었다. 제임스는 검을 둘러싸고 있던 푸른 화염을 붓 칠을 하듯 공중에 흩트려 놓았는데 커다랗고 둥근 모양의 화염이 여러 개 생겨났고, 이제 그의 검에 있던 푸른 화염은 눈앞의 공간으로 모두 옮겨지게 되었다. 제임스의 검은 더 이상 화염을 띄지 않는 평범한 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곧바로 공중에 떠 있는 화염을 향해 엄청난 쾌검을 발사하자 이것이 수많은 방울로 쪼개져서 그대로 괴물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괴물이 위치하고 있던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제임스는 마음 놓고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이 공격의 범위는 수십 미터에 이르렀고 괴물이 쉽게 피할 수 없을 거라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괴물은 곧바로 무시무시한 힘으로 앞발을 바닥에 찍었고 그 반동으로 좌측 방향으로 몸을 피했다. 바닥이 깊게 패이며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제임스의 공격이 이뤄진 순간도 찰나에 불과했는데 피하는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괴물이 제임스의 검기 방울을 모두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괴물이 피하는 방향에서부터 인영이 비췄다. 샬롯이었다. 검의 속도와 몸의 움직임에서는 제임스도 한 수 접어준다는 그녀가 괴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검이 노린 것은 괴물의 꼬리였다. 너무나 뜻밖의 상황이었고 괴물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펼쳐진, 피하기 힘든 공격이었다. 하지만 샬롯의 공격이 성공하나 싶던 그 순간 괴물의 꼬리가 마치 부드러운 머리카락처럼 가벼워지며 샬롯의 검을 감싸 검과 함께 움직였다. 이에 샬롯의 검은 꼬리를 자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끄러져 나아갔다. 샬롯은 이내 이를 간파하고 검을 등 뒤로 거둔 후 각도를 세워 다시 괴물의 꼬리를 신속하게 내리쳤다. 싹둑! 소리와 함께 괴물의 꼬리가 잘려 나갔다. 원래는 괴물의 엉덩이 바로 아래 근처에서 꼬리의 밑 둥을 자르려고 시도한 공격이었는데 검이 이동하며 결국은 중간 부분을 자르게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성공은 성공이었다. 그리고 샬롯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 그야말로 재빠른 기습공격이었다. 이 작전은 애초에 제임스와 입을 맞춘 것으로, 제임스가 괴물을 홀로 상대하기에 앞서 샬롯과의 눈빛 교환과 수신호로 짜 맞춰진 것이었다. 이들 남매는 이미 십 수 년이 넘게 같이 수련해 왔고 늘 함께였기에 손동작 하나,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제임스는 일부러 괴물이 왼쪽으로 피하기 좋도록 괴물의 오른쪽 방향으로 약간 치우치게 검기를 날렸다. 괴물은 당연히 피하기 용이한 왼쪽 방향으로 몸을 튼 것이었고 그 곳에 샬롯이 기다리고 있었다. 샬롯은 처음에 전장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연기했지만, 최대한 기를 숨기며 크게 돌아 괴물의 왼쪽 편으로 접근해 왔던 것이다. 제임스는 괴물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협적인 꼬리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변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공격이 긴 꼬리를 통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바론도 비슷하게 괴물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기습을 하였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하지만 그 때는 제임스의 공격도 지금보다 위력이 덜 하였고, 괴물은 주변에 제임스의 일행이 있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앞선 실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훨씬 더 정교하고 대담한 작전을 구상해 결국은 목표한 바를 이룬 제임스와 샬롯도 대단한 면이 있었다.

또한 샬롯은 아직 리갈 마스터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마스터에서도 최상급의 실력이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성전기사의 힘을 즐겨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속도감과 정확함이 자신의 최대 무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몸으로 부여되는 피델루신의 힘이 아닌 일반적인 검기는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델루신의 힘을 몸에 직접 받는 건 극히 제한적이었고 위험한 일이었다. 즉, 다시 말하면 샬롯은 피델루신의 도움 없이도 리갈 마스터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의 소유자라는 얘기였다.

한편, 괴물은 화가 단단히 난 듯 목을 쳐들고 크게 포효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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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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