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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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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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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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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수 :
198,583

작성
22.02.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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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불안한 시작 1

말고리아




DUMMY

테스라 부족의 새로운 부족장인 바키올라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말고리아 부족과 하토르에 대한 알 수 없는 시기와 증오심, 그 동안 자신에게 맞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던 테스라 부족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 우유부단하고 부족의 확장에는 관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고 마는 무기력한 메르겔에 대한 불만, 이 모든 감정들이 분노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고여 흉폭하고 거친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이미 부족장이 되었음에도 지나간 일들로 응어리진 감정은 여전히 풀리질 않았고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모든 일들에 더욱 더 화가 날 뿐이었다. 거기에 더해 어제는 말고리아 부족이 비겁한 수를 써서 부족 사람들을 납치해 갔고 마을의 온갖 곳에 불을 질러대어 이제 이 곳은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폐허가 되어 버렸다. 겉으로는 협상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권모술수를 꾸며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 만행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왜 이와 같은 감정이 샘솟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시작이 무엇인지도 흐릿하다. 테스라 부족장인 메르겔의 지시로 힘 좀 쓰는 남정네들이 마을 어귀의 진입로를 넓히고, 토사가 휩쓸려 내려간 도로의 보수작업을 진행했을 때부터 인 듯도 하다. 그 때 어떤 외지인이 자신들에게 말을 건네 와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던듯한 기억도 스치듯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하지만 그런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겠는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바키올라의 뇌리를 잠깐 스쳐 간 생각들은 아무 의미도 찾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없어졌고 그는 이내 분노를 해소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말고리아 부족들을 처단할 온갖 교활하고 잔인한 수법들을 떠올리며 밤을 지새웠다. 그러자 그의 두 눈은 점점 빨갛게 충혈 되어갔고 온 몸의 핏줄은 곤두서서 꿈틀거렸는데,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며 튀어나올 듯 했다. 감정을 절제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형상은 문자 그대로 악마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 동이 틀 무렵, 바키올라는 용케도 긴 밤을 참았다가 세차게 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왔다. 분노로 일그러진 마음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씩씩 거리고 으르렁 대는 소리를 내게 만들었는데, 도저히 사람의 소리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가 광장으로 천천히 향해 가고 있을 때, 수십 명의 그림자 역시 같은 곳을 향해 모여 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마을에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광장에 집결했다. 그들은 테스라 부족의 장정들로 이 부족의 일꾼들이자 전사였고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모두 건장하고 활력 넘치던 테스라 부족의 사내들이었다. 바키올라가 느릿느릿 광장의 선단에 올라간 후 갈라진 목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말고리아..”

“우, 우, 우, 우!”

바키올라의 육성이 새어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열렬히 지지하며 미친 듯이 함성을 질러댔다.

“말고리아의 주인은 누구인가!?”

“테스라! 테스라! 테스라!”

“우리를 기만한 자가 누구인가!?”

“하토르! 하토르! 하토르!”

“우리는 그들을 자비롭게 대해왔다. 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건 배신이다. 배신! 우리를 속이고 마을을 불태웠다.”

“우, 우, 우, 우!”

“가족들은 어디로 갔는가! 누가 데려 갔는가!?”

“하토르! 하토르! 하토르!”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자. 놈들의 시체를 걸어 짐승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자! 우리도 똑같이 놈들의 마을을 불태우고 재수 없는 녀석들의 씨를 말리자!”

바키올라와 테스라의 장정들은 목이 터져라 함성과 괴성을 질러대며 흉폭한 사기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칼과 창, 도끼 등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손에 부여잡고 당장이라도 말고리아 부족을 향해 달려갈 기세였다. 이제 바키올라의 한 마디면 광기의 전사들이 말고리아를 피로 물들일 것이다.

바로 그때, 마을 어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여기에 마을이 있군. 그런데 이른 새벽부터 웬 사람들이 저렇게 모여 들었지?”

오웬을 필두로 한 크론빌의 말고리아 원정대가 테스라 마을에 진입해 오고 있었다. 그들은 말고리아 산맥의 초입에 설치된 마법진을 타고 단숨에 소고로부터 말고리아 산까지 이동해 왔고 전열이 정비된 이후 순식간에 말고리아의 중추로 올라서고 있었다. 오웬은 마법능력을 점점 끌어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에 달한 감지능력으로 봉인장소가 아닌 곳은 빠르게 배제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에 크론빌의 최정예 기사와 마법사들은 새벽의 어둑어둑한 시간부터 산길을 탄지 불과 두 시간 만에 테스라 부족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 부족의 대표자가 누구시오? 우리는 크론빌의 기사단이오.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만.”

오웬이 앞에 나서 테스라 부족을 향해 말하였다.

“꺼윽, 꺼윽. 무슨 일이오? 내가 부족장이오.”

바키올라가 이상한 괴음을 내며 오웬의 말에 대꾸했다. 오웬을 비롯한 크론빌의 원정대는 가까이서 테스라 부족의 면면을 본 후 그들의 거동과 모양에서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코끝을 찌르는 악취는 말할 것도 없고,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광폭함이 예사가 아니었다. 오웬은 애써 그런 것들을 무시하며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곳 말고리아 산맥에 있는 커다란 동굴의 위치를 알고 싶소.”

“끄윽, 왜 그런 것이 궁금하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그 동굴 안에 있기 때문이오.”

“찾고 있는 것? 끄윽, 끄윽.. 그게 무엇이냐?”

말을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키올라는 돌연 그들에게 적대감을 보이고 거칠게 말하기 시작했다. 바키올라 뒤쪽에 정렬 해 있던 부족의 장정들이 서서히 크론빌 원정대를 감싸면서 이들을 무섭게 쏘아봤다.

“그건 당장은 말해줄 수 없소. 하지만 우리를 안내해 준다고 약속하면 그대들에게도 숨길 수 없는 문제가 될 터이니 말해 주겠소.”

“끄윽, 끄윽.. 그것이 부탁하는 자의 태도이냐? 그리고 약속? 약속이라고? 끄윽..”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제임스가 원정대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방어태세를 취하라. 오웬 경을 보호하라!”

“네놈들도 말고리아 놈들과 똑같이 우리를 배신하고, 기만하고, 우리의 뒤통수를 치겠지!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우, 우, 우, 우, 우!!”

“저 놈들을 다 쳐 죽여라!!!”

“크아아악!!”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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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51 희생 9 22.05.07 14 0 9쪽
50 희생 8 22.04.30 15 0 8쪽
49 희생 7 22.04.23 14 0 8쪽
48 희생 6 22.04.16 14 0 7쪽
47 희생 5 22.04.09 14 0 7쪽
46 희생 4 22.04.02 14 0 8쪽
45 희생 3 22.03.26 17 0 7쪽
44 희생 2 22.03.19 16 0 7쪽
43 희생 1 22.03.12 16 0 8쪽
42 조우 6 22.03.08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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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조우 4 22.03.01 16 0 7쪽
39 조우 3 22.02.26 18 0 7쪽
38 조우 2 22.02.22 16 0 8쪽
37 조우 1 22.02.19 18 0 7쪽
36 불안한 시작 5 22.02.15 16 0 9쪽
35 불안한 시작 4 22.02.12 17 0 7쪽
34 불안한 시작 3 22.02.08 19 0 8쪽
33 불안한 시작 2 22.02.05 19 0 7쪽
» 불안한 시작 1 22.02.01 21 0 7쪽
31 마음의 준비 6 22.01.29 22 0 7쪽
30 마음의 준비 5 22.01.25 19 0 7쪽
29 마음의 준비 4 22.01.22 19 0 7쪽
28 마음의 준비 3 22.01.14 21 0 11쪽
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1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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