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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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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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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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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 1

말고리아




DUMMY

마법사로 보이는 정체모를 청년과 소녀를 만나 나름의 유쾌한 시간을 보낸 제임스 일행은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그들을 쫒느라 꽤 멀리까지 달려온지라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있었고 내일의 출정을 위해 편안히 휴식을 취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건물 1층의 연회장에는 이미 그들을 위해 각종 진귀한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해안가 도시답게 커다란 가재나 게, 생선 등의 해산물을 찜이나 조림, 스프 등으로 만든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식탁에 가득했다. 그들은 햇살이 제법 뜨거운 소고를 가로지르며 추격전을 벌이는 등 요란한 오후를 보내고 돌아온 터라 땀도 많이 흘렸다. 준비된 음식을 식히기도 미안하여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 간단히 손과 얼굴을 씻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곧바로 연회장으로 향했다.

“데미안, 꽤 즐거운 오후였지?”

“변변치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해요, 왕자님. 다음에 녀석들을 만나면 오늘의 모욕을 열 배로 갚아주겠어요!”

“미안해 할 것 없어, 데미안. 잘못한 건 네가 아니고 녀석들이니까. 이 일이 끝나면 소르비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내 보자. 감히 우리를 건들다니, 괘씸한 녀석들!”

“네, 왕자님!”

제임스와 데미안이 오늘 일을 회상하고는 웃으면서 연회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샬롯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와, 공주님, 치사하게 혼자 먹고 있어요?”

“배가 고파 쓰러지겠는데 어떻게 해? 너 때문에 괜히 쓸데없이 힘만 뺏잖아?!”

“네, 그건 미안해요.”

데미안이 샬롯의 정곡을 찌르는 대답에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어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도 무척 배가 고팠기 때문에 바로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로 눈을 돌렸다. 크론빌의 왕자와 마스터급 기사들의 행차이기 때문인지 혹은 소고의 음식이 원래부터 훌륭한 것인지 모르지만 음식 맛이 꽤나 좋았다. 그 때 조용히 문이 열리며 숙박건물의 책임자인 쥐팽이 들어왔다.

“왕자님, 음식이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쥐팽 경, 아주 훌륭합니다. 크론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해산물을 맘껏 먹을 수 있어 굉장히 만족스럽군요.”

제임스도 무척 배가 고팠기 때문에 안 그래도 훌륭하게 조리된 음식이 허기라는 조미료를 더해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만족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쥐팽이 환하게 웃으며 크론빌 왕자의 말에 안심을 했다.

“우리 기사들도 모두 식사를 하고 있나요?”

“네, 대연회장에 모여서 식사 중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금 식사를 하고 계시는 이 방은 최고위급 분들만 사용하실 수 있게 아담하지만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장입니다. 이 건물에서 가장 신경을 쓴 곳 중 하나랍니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 가장 끝에 있는 곳이 대연회장으로 한 번에 300명 이상이 연회를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쥐팽의 말을 듣고 새삼 방 안을 다시 살펴보니 확실히 세련되게 설계되어 있음이 느껴졌다.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액자에는 말고리아 산을 조그맣게 축소시켜 그림에 집어넣은 듯 매우 선명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화 여러 개가 그려져 있었다. 천장과 벽에는 황금으로 조그만 장미꽃을 여러 군데 새겨 놓았고 커다랗고 높아 거의 천장까지 닿는 창문으로는 기울어지는 햇살이 방안을 가득 비추고 있었다.

“훌륭한 곳입니다. 우리 크론빌에도 이 정도로 잘 갖추어 놓은 시설은 없는 것 같군요. 덕분에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네,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을 하지요. 대연회장에 가셔서 테오 경께 출정 보고할 준비가 다 되면 내게 이르도록 해 주시지요. 그리고 모든 기사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도록 전해주시고요. 한 시간 정도 후면 괜찮을 것 같군요.”

“네, 왕자님. 그리 하겠습니다.”

쥐팽이 나가고 제임스와 샬롯, 데미안은 천천히 이국의 별미를 즐기고 과일과 따뜻한 차로 후식을 마쳤다. 마침 맞게 테오가 문을 열고 들어와 회의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렸다. 제임스 일행은 일어서서 1층 한편에 마련된 커다란 회의실로 향했다. 이미 크론빌의 내로라하는 지휘관들과 마법사, 기사들이 그 곳에서 대기하며 제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임스가 준비된 자리에 앉으면서 테오를 향해 말했다.

“테오 단장, 내일의 출정에 대해 보고해 주세요.”

“네, 왕자님. 소르비르에서 적극 협력해 주어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었고 그를 토대로 내일의 출정계획을 세웠습니다.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윌리엄 대공!”

테오의 인사에 윌리엄 백작이 미소로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테오는 이어서 아키반디아 대륙이 크게 확대되어 있는 지도를 앞에 두고 작전을 설명했다. 지도에는 강과 산, 작은 길까지 세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현재 우리가 머물고 있는 소고의 위치는 북쪽 해안가, 바로 이곳입니다. 말고리아 산맥은 서남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소고에서 말고리아까지 가는 최단 길은 먼저 레온 강에서 배를 타고 말고리아의 최하단까지 도착한 뒤 이후에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소르비르의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말고리아 산의 입구에 임시 마법진을 설치했기 때문에 이 건물로부터 바로 그 곳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했다.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말고리아의 겟세이봉은 산맥의 중앙에 위치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산세가 험하고 울창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말고리아 산맥에는 겟세이봉 뿐만 아니라 여러 거대한 봉우리가 모여 있고 넓은 고원도 펼쳐져 있어 각종 야생동식물이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손길도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이고 주변에는 소수의 원주민들만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중의 그 누구도 정확히 드래곤이 봉인된 장소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드래곤의 크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듯한 성향들을 고려해 보면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겟세이봉, 또는 그 주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겟세이봉이란 말이지... 만 오천 미터가 넘는 그 위대한 봉우리. 정말 가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잘됐어.”

테오의 설명을 가만히 경청하던 제임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여유를 부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어떤 위협이 자신들 앞에 놓여 져 있는지 모르는 이 불안한 상황에서 그의 말투나 행동이 경솔하고 개념 없어 보일 수도 있었다. 또한 앞서서 윌리엄 대공이 설명한 것처럼 겟세이봉을 정복한 사람은 역사적으로도 단 두 명이 존재할 정도로 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제임스가 이런 얘기를 한다면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되었다. 그의 이런 여유와 자신감이 오히려 수하들의 긴장감을 덜어주고 있었다. 물론 제임스가 그런 것까지 계산해 두고 반응한 것은 아니었다. 테오는 제임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이어서 말했다.

“우리는 이 넓은 산에서, 남쪽 해안에서 부활한 드래곤보다 빨리 봉인장소를 찾아야만합니다. 소르비르에서 50마리의 독수리 부대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독수리 부대는 소르비르의 기사, 그리고 마법사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그들이 말고리아 산맥의 상공을 선회하며 특이한 점을 발견하면 즉시 우리에게 보고해 주기로 했습니다.”

“남쪽 해안의 드래곤이 움직였다는 얘기는 아직 없나요?”

“네, 왕자님. 남쪽 해안에 감시병을 붙여 밤낮 없이 철저히 확인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특이사항이 보고된 바는 없습니다.”

이어서 크론빌의 대마법사 오웬이 테오의 말을 받아 보고를 이어갔다. 그는 몇 십 년을 넘도록 크론빌 최고 마법사의 지위에 올라 있는 자로, 세계를 통틀어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위대한 마법사였다. 이번 원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직접 말고리아까지 출정하게 되었다.

“앞서 테오 단장이 얘기한 것처럼 소르비르의 마법사들과 우리 크론빌의 마법사들이 수시로 텔레파시로 연락을 취해 갈 것입니다. 그들은 상공에서 특이한 점을 감시할 것이고 우리는 산맥을 따라 수색작업을 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왕자님, 노파심으로 말씀드리자면 산맥이 워낙 넓어 드래곤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병력을 나누어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드래곤이 얼마나 위험한 생물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병력의 운용은 전적으로 원정대장인 제임스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일이었고 제임스 본인이 병력을 나눈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었는데 오웬이 먼저 나서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제임스는 사실 병력을 나누어 갈지 어떨지에 대해서 아직 크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조금 의아해했지만 태연한 척하며 위대한 마법사의 말을 받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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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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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희생 8 22.04.30 1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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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조우 6 22.03.08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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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조우 4 22.03.01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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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불안한 시작 1 22.02.01 21 0 7쪽
31 마음의 준비 6 22.01.29 22 0 7쪽
30 마음의 준비 5 22.01.25 20 0 7쪽
29 마음의 준비 4 22.01.22 19 0 7쪽
28 마음의 준비 3 22.01.14 21 0 11쪽
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1 0 10쪽
» 마음의 준비 1 22.01.02 18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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