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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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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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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583

작성
22.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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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조우 1

말고리아




DUMMY

휴식을 마친 크론빌 원정대의 눈은 신들의 봉을 일제히 향하고 있었다. 테스라 부족의 바키올라가 숨이 멎기 전 얘기해 주었던 초승달 모양의 산봉우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개가 제법 끼어가고 있었으므로 식별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래서 대마법사 오웬은 이 곳에 도착하여 지형을 확인하자마자 텔레파시를 통해 소르비르 군의 독수리 부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오웬 경, 그들은 어디쯤에 있다고 합니까?”

“곧 도착할 것입니다. 왕자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50여 마리의 독수리 부대가 동쪽 방향에서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이것들은 평범한 독수리가 아니었다. 몸무게는 족히 성인 남자만 하고 날개를 다 펴면 3m에 이르는 대형 독수리로, 새끼 때부터 소르비르 군에 의해 정성스레 길들여졌다. 탐색, 정찰의 임무뿐만 아니라 성인 두 명은 너끈히 실어 나르며 공중전투까지 가능한 맹수였다. 이번 임무에는 십여 명의 소르비르 마법사, 기사들이 독수리와 함께 공중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로 되었다. 오웬이 저 멀리 떨어져 있을 그들을 향해 외쳤다. 마법을 실은 그의 목소리는 산 봉우리를 넘어 울려 퍼졌다.

“친애하는 소르비르의 전우여. 먼저 그대들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하네. 우리는 초승달 모양의 큰 동굴을 가진 봉우리를 찾고 있네. 우리가 머물고 있는 바로 이 앞에 있는 봉우리들 중의 하나일 것이야. 어서 그것을 찾아 우리를 그 곳으로 인도해 주게나.”

“꺄악, 꺄악”

얼마 지나지 않아 오웬의 전언을 들은 독수리 부대가 큰 울음소리와 함께 신들의 봉을 샅샅이 뒤지며 어지럽게 날기 시작했다. 날갯짓이 어찌나 강하고 거대한지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안개도 조금씩 걷혀 갔다. 그 때 데미안이 신기한 눈으로 독수리 부대를 응시하다 한 곳을 손가락질 하며 외쳤다.

“왕자님, 저기에요. 초승달 모양의 봉우리가 보여요!”

과연 데미안이 가리키는 곳에 초승달 모양의 봉우리가 있었다. 안개가 점점 자욱해 지던 상황이라서 그렇지 그렇게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독수리들이 날갯짓을 할 때마다 안개가 조금씩 걷혀 간 덕에 데미안이 그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다른 봉우리보다 조금 높았지만 그것보다 봉우리 최상단에 위치한 끝이 날카롭고 둥그렇게 말린 말 그대로 초승달 모양의 암석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초승달이 떠올랐을 때 이 봉우리와 겹쳐 보인다면 대단한 장관이 펼쳐질 것 같았다. 또한 꽤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도 식별이 가능했으니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면 얼마나 큰 바위일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제임스는 조용히 이 곳을 응시했는데 경치에 감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누가 일부러 표식이라도 해 놓은 것만 같은 인공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다.

“흥, 가끔은 개똥도 필요할 때가 있군.”

역할을 해낸 데미안을 향해 샬롯의 화법으로 나름 칭찬했지만, 데미안은 귀담아 듣지도 않고 다시 안개가 낄까봐 그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군요.”

신중한 제2기사 단장인 바론이 입을 열었다. 뼛속까지 무인의 피가 흐르는 바론은 전장에 나서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로 유명했으며 언제나 냉정하고 차분했다. 그만큼 변화되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장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하였고 그에 따른 임기응변에도 능했다. 그는 남쪽 섬의 오크들을 직접 소탕한 후 대장 오크에게 세뇌를 걸어 오크들이 크론빌을 침략한 이유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는 등 사건의 전말을 파헤쳤다. 그리고 결국 이 곳까지 출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크론빌 군의 막강함에 기대고, 무공에 천재적인 자질을 가진 제임스를 대동한 이번 원정에 큰 걱정이 없는 것과는 입장이 조금 달랐다. 오크로부터 전해들은 드래곤이란 생명체는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원래도 신중한 무인이었는데 직감적으로도 뭔가 순탄치 않을 것 같고 자신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그의 육감은 이제부터 진정으로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쉽게 풀린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바론 단장.”

테오가 바론의 말에 대꾸하였다. 제1 기사단장인 그는 다소 다혈질이고 호전적인 인물로 크론빌 기사단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과거 피델리오라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던 크로빌의 최고 무사가 있던 시절에, 이들은 피델리오의 좌우 날개로, 한 쪽은 빠른 템포, 한 쪽은 다소 느린 템포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피델리오가 홀연히 사라진 5년 전부터 미묘하게 둘 사이에 금이 가고 있었다. 반대되는 성향의 둘을 채운 후 적절히 섞어줄 만한 그릇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원정은 사라진 검성의 자리를 제임스가 제대로 메꿀 수 있을지 평가받게 되는 의미 있는 전장이기도 했다.

“소르비르의 다윈 경, 목적한 곳을 찾았소. 귀군의 독수리들을 우리에게 잠시 빌려 주시겠소?”

오웬이 하늘의 소르비르 군을 향하여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크게 외친 것도 아닌데 묵직한 음성이 산을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한편, 멀찍이 고개 위에서 크론빌 군을 탐색하고 있던 키산드라 형제는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다. 이 낯선 이방인들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거대한 독수리들이 하늘을 뚫고 갑작스레 몰려 나왔을 때는 꽤 놀라서 하마터면 크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이방인들을 관찰하던 키산드라가 무엇인가 특이한 점을 발견하고는 키리오스를 돌아봤다.

“키리오스, 저 남자를 봐! 이 사람들의 우두머리인 듯 보이는 저 은색 머리의 남자 말이야.”

키산드라가 혹시나 자신들의 존재가 들킬까봐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키리오스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이 속삭임에는 흥분이 조금 묻어 있었다.

“정말 은색이네? 꿈에서 나온 사람도 은색 머리였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다. 네가 꿈 이야기를 하자마자 은색 머리의 남자가 실제로 나타나다니.. 어때, 꿈속에서 나왔던 사람이랑 좀 닮은 것 같아?”

“글쎄, 꿈속의 남자는 은색의 장발 머리였는데 저 사람은 짧은 머리를 하고 있네? 일단 머리카락의 길이만 보면 아닌 것 같긴 한데.. 잠깐만 형, 조금 더 봐볼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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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시스 1 22.08.15 12 0 9쪽
51 희생 9 22.05.07 14 0 9쪽
50 희생 8 22.04.30 15 0 8쪽
49 희생 7 22.04.23 14 0 8쪽
48 희생 6 22.04.16 14 0 7쪽
47 희생 5 22.04.09 14 0 7쪽
46 희생 4 22.04.02 14 0 8쪽
45 희생 3 22.03.26 16 0 7쪽
44 희생 2 22.03.19 16 0 7쪽
43 희생 1 22.03.12 16 0 8쪽
42 조우 6 22.03.08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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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조우 4 22.03.01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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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음의 준비 6 22.01.29 22 0 7쪽
30 마음의 준비 5 22.01.25 19 0 7쪽
29 마음의 준비 4 22.01.22 19 0 7쪽
28 마음의 준비 3 22.01.14 21 0 11쪽
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0 0 10쪽
26 마음의 준비 1 22.01.02 17 0 9쪽
25 소녀 7 21.12.29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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