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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임

압도적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신동은
작품등록일 :
2015.09.14 13:52
최근연재일 :
2015.10.05 11: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2,883
추천수 :
3,745
글자수 :
93,871

작성
15.09.25 11:05
조회
4,395
추천
137
글자
11쪽

의심 #1

DUMMY

혜미는 안쓰러운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죽다 살아났다. 화상이 심해 온몸을 흰 붕대로 칭칭 돌려 감고 있었다.


흰 붕대에서는 노란 진물이 흘러나와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메어오는 혜미였다.

오빠는 그녀의 우상이다. 오빠는 공부도 잘했지만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운동이면 운동, 심지어 게임도 수준급이다. 싸움도 꽤 잘하는 것 같았다. 성격은 나쁘지만, 그래도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그런 오빠가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오빠!

할머니!

상황으로 봐서는 할머니를 마중 나간 것이 아닐까 한다.


설마 그곳에 언노운이 있었을 줄이야.

아무리 언노운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지만……, 항상 자신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막연히, 우린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혜미는 손을 내밀었다.

오빠의 손을 잡기 위해. 그러다 오빠의 손이 붕대로 감겨 있는 것을 보고는, 손을 뒤로 뺄 수밖에 없었다. 혜미는 작은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자신은 오빠의 손을 잡고 위로조차 할 수가 없었다.


“오빠…….”

그녀의 큰 눈동자에서 맑은 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어나…….”


드르르륵-

그 순간 병실의 문이 열렸다.


“엄마?”

혜미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무척이나 의외인 사람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군인들이었다.


“충성!”

병실 안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군인들이 그들을 향해서 거수경례를 했다.


“누구……세요?”

그녀는 본능적으로 오빠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군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사무적인 눈으로 혜미와 건우를 바라봤다. 그들은 건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혜미에게 말했다.


"병원을 옮겨야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사소한 문제가 있어서요. 이 병원에선 검사 진행이 어려워 병원을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말도 안 되요. 저, 저는 그런 말 들어본적도 없다고요."

"급하게 결정된 일입니다."


그가 앞으로 다가오자 혜미는 다급하게 그의 앞을 막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지금은 제가 보호자에요. 제 동의 없인 그럴 수 없어요."

혜미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그들은 개의치 읺는 표정이다.


“물러나시죠. 공무를 수행하는 겁니다.”

그들은 한 손으로 혜미의 어깨를 밀었다.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여린 혜미로서는 크게 옆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러세요?”

혜미는 이를 악물며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다시 건우의 앞을 막았다.

“못 비켜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중입니다.”

목소리가 더욱 고압적으로 변했다. 혜미도 지지 않겠다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부모님 오시면 그때 얘기하세요!”

두려움과 분노에 혜미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했다.


“거참, 큰일이군요.”


군인은 당황한 듯 헛기침을 뱉었다. 설마 이 작은 여학생이 이렇게나 대들며 버틸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이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군인이 고개를 돌려 병실 문을 바라봤다.


흰색 가운을 입은 군인들이 양 옆으로 물러났다.

문으로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세 사내가 들어섰다.


제일 앞의 사내는 머리가 짧고 매서운 눈매를 가졌다.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한 눈에도 군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앙의 사내가 나서며 말했다.


“깜찍한 녀석일세.”


강단 있게 행동을 하던 혜미조차 그가 마주하자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녀는 한 발자국도 못가서 건우가 누워있는 병상에 엉덩이가 부딪쳤다.


“나가요! 소리 지르겠어요!”


혜미가 다시 한 번 외쳤다.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이곳에 와주기를 바라면서.


“그건 상관없는데…….”

“정말로 소리 지를 거예요!”

“해도 된다니까.”


그는 더 다가오지 않고 해보라는 듯 턱짓을 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혜미는 있는 힘꺼 소리를 질렀다. 건우 머리맡에 있던 벨도 눌렀다. 벨을 누르면 중앙 카운터에 비상 전달이 되고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온다.


그가 말했다.


“계속해. 벨도 더 누르고.”

“사람…….”


혜미는 더 소리를 지르려다가 멈췄다. 누구도 오지 않을 것이다. 혜미는 그렇게 직감했다.

사내는 그 사이 혜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병원을 옮겨야 돼. 꼬마아가씨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비상사태라고. 알고 있잖아? 너희 오빠가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하…… 하지만, 엄마가 오고 나서…….”

“미안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는 건 무리야.”


그는 고개를 돌려 후임들에게 말했다.


“뭐해? 빨리 옮기지 않고.”

흰 가운을 입은 군인들이 우르르 달려와 건우의 침상을 잡아 끌었다.


“안 돼!”

혜미가 눈물을 뿌리며 외쳤다. 그녀는 옮겨지는 오빠의 책상을 잡고 버텼다.


“엄마! 아빠!”

혜미가 다시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래도 아무도 이 병실로 들어오진 않았다.


“꼬마야. 네 이 행동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고 있지? 너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어.”


그가 혜미를 잡아 뗐고, 그 순간 군의관들이 건우가 잠든 침상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혜미가 따라가려 했지만 그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어느새 침상은 밖으로 빠져나갔다.



@



방현욱 군의관은 잠이 덜 깼는지 연신 하품을 해댔다.


어느 병원이나 그렇지만 의사들은 잠이 모자란다. 전문의 5년 차인 그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그는 평범한 의사가 아니었다.


언노운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 ‘클러치 나인’ 소속의 연구원이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방현욱은 신혼이지만, 벌써 나흘 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 오늘도 집에 들어가기는 틀린 건가.”


방현욱은 부스스한 머리를 마구 긁었다.

눈에는 눈곱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서 화면을 확인했다. 예쁜 마누라로부터 2통의 전화와 다섯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오빠, 저녁은 먹고 일하는 거지?

-시간 날 때 전화 좀 해. 보고 싶다.

-언제 쯤 올 수 있어?


“휴~~”


방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를 해주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상황을 보아하니 오늘도 못 들어간다. 근래 들어 언노운과 관련된 환자들이 왜 이렇게 많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


방현욱 군의관은 넓고 흰 복도를 걸었다.


그의 우측은 딱딱한 철로 이뤄진 벽이었고 좌측은 강화유리로 만들어졌다. 강화유리 안은 각각 독립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안에는 한 명의 환자만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가 아는 한 지금까지 원칙이 깨진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저 안에 들어간 사람은 감염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방현욱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셋에 하나는 감염자로 판정되고 판정된 사람은 어딘가로 끌려간다.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방현욱은 끌려간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시신조차 온전하진 못할 것이다.


‘며칠 안에 언노운이 될 사람들이지만…….’


방현욱은 걸음을 빨리해 복도를 끝에 다다랐다. 목에 차고 있던 인식표를 인식장치에 대자 ‘방현욱 군의관님, 확인되었습니다.’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위이이잉-

문이 열린다. 동시에 방현욱은 한숨을 뱉었다.


복도 안쪽은 상당히 넓었다. 여기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있다. 밖과는 다르게 의식이 남아 있는 환자들이다. 다른 점은 단지 그것 뿐, 처지는 비슷하다.


아니, 여기가 더 문제일까?

저쪽은 의식을 잃은 채 소각되지만, 여긴 아예 처형되는 꼴이니까.


살려달라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 아파 죽겠다면서 화를 내는 사람, 집으로 보내달라면서 외치는 사람, 전화 한통만 하게 해달라는 사람. 온갖 환자들이 다 모였다.


모두 언노운과 접촉한 환자들이다.

언노운과 단순하게 접촉을 한다고 해서 감염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언노운에게 감염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액이 필요하다.


특히 피.


이것은 여러 검증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일단 언노운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몸에 닿게 되면 감염자가 될 확률이 생긴다. 사실 이 부분에 여러 의견이 있긴 하다. 증명도 정확하게 하진 못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모르모트를 통해 실험한 바로는 피부를 통한 전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런 피해자들에 대한 격리를 요구했고 법도 재정이 되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정도 사유가 아니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언노운의 피를 마셨거나, 뒤집어썼거나, 상처가 심해 감염률이 높은 사람들이다.


학계에서는 이 중 10%만 감염이 된다고 했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공연히 셋 중 하나는 감염된다고 말하곤 했다. 사실 그건 과한 평가라고 방현욱은 생각했다. 그가 객관적으로 볼 땐 10%가 맞다.

이곳에 입원한 사람 중 하나, 둘을 제외하면 퇴원을 하긴 하니까.


문제는 퇴원을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괴물이 된다.


언노운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그냥 괴물.


사람들은 그들도 언노운이라고 부르지만 방현욱은 그들을 언노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괴물이라고 방현욱은 생각했다.


본능만 남아 인간을 잡아먹기만 하려는 괴물.


방현욱은 그들이 각성을 할 때마다 바다 한 가운데에 있다는 쓰레기섬을 떠올리곤 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모여 인공적인 섬이 되어버렸다는…….


‘언노운은 어쩌면 지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백신일지도 몰라.’


방현욱은 가끔 언노운이 지구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발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럴 때면 자괴감에 빠져 한참이나 멍하게 있어야 했다.


어쨌건 그렇게 각성이 된 자들은 인간을 포식하며 빠르게 지능을 되찾는다. 그러면서 랭크급의 언노운으로 성장하는데 어느 순간 인간의 모습을 가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들을 찾아낼 방법이 없게 된다.


그렇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초기에 제압하고 죽여야 하는 것이다.


괴물로 변한 인간.

그들은 인간 세상을 떠나 괴물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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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게임의 법칙 #1 +5 15.09.23 4,718 15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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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2 +9 15.09.20 5,309 18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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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수레공수거 #2 +6 15.09.18 5,659 158 8쪽
5 공수레공수거 #1 +5 15.09.17 5,742 155 8쪽
4 비밀 #3 +6 15.09.16 5,913 17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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