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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신동은
작품등록일 :
2015.09.14 13:52
최근연재일 :
2015.10.05 11: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2,881
추천수 :
3,745
글자수 :
93,871

작성
15.09.24 11:00
조회
4,591
추천
195
글자
11쪽

게임의 법칙 #2

DUMMY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제 상체만 일으키면 버스에 올라탈 수 있다. 연기 사이로 언뜻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 빨리 내려야 돼!”


건우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는 듣지 못한 듯 누군가와 말을 하고 있었다. 그건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였다. 건우는 몸을 일으키며 둘을 주시했다.


여자가 갑자기 채찍 같은 무기로 할머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건우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언노운!”


건우는 있는 힘을 다해 버스에 올라타고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를 뒤에서 강하게 안았다.


“할머니! 빨리 도망가!”


하지만-

콰콰콰콰쾅!

다시 한 번 버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에 휘말리며 건우는 의식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



왜애애애앵-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


탕탕탕-

어디선가 들리는 총소리.


쿠쿠쿠쿵!

또 어디선가 들리는 폭발음 소리.


“생존자는 몇 명인가?”

“고등학생, 한 명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망입니다.”


스치듯이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건우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육체의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몽롱함 속에서, 의식은 깨진 퍼즐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



눈이 부시도록 밝은 빛.


건우는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얼굴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자신의 육체를 난도질하며 속삭이듯 말을 하고 있었다.


“언노운에게 습격을 당하고도 기적적으로 살았군.”


“그러게요. 이 학생의 할머니는 현장에서 즉사를 했다고 하던데. 그런데……, 이 학생도 언노운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건 정말 무서운데.”

“어쩔 수 없잖아. 상부에 지신데. 곧 특수부에서 나올 거야. 일단은 살려놓으라잖아.”


“그래도……, 감염자는 무서워요. 아, 이 학생에겐 그건 말을 하지 말아야겠죠?”

“뭘 말인가?”


“이 학생 할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요.”

“당연하지, 이 사람아. 그런 것을 어찌 말 하나.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만, 절대로 함구하게나.”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



“으음.”


건우는 신음을 흘렸다. 불쾌하고 끔찍한 고통이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목은 미친 듯이 마르다.


“오빠?”


혜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건우는 눈을 떴다. 하얀 천장, 링거, 강한 소독 냄새. 사복을 입었지만 군인 느낌이 드는 두 명의 건장한 아저씨.


“오빠, 정신이 들어?”

혜리가 물었다.


“으음. 여긴.”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인지, 건우는 아직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다행이야. 다행.”

혜리는 건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뭐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빠만 살았어.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잠깐만 기다려. 엄마, 아빠 불러올게.”


혜리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건우는 혜리를 부르려고 했지만, 온 몸이 찢어질 듯이 아파서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가장 중요한 뭔가를 잊고 있는 듯했다.


뭐지? 뭘까.

그것은-


-할머니.


건우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을 했건만 생사조차 확인도 못했다.


“저, 저기요.”


건우는 고통을 참으며 군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병사들이 건우를 바라봤다.


“버,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죽었다.”


하지만 병사는 건우의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말을 해주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다.


으득!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깨물었다. 수술했던 자리가 터져서 병실 이불과 침상이 붉게 물들었다.


놀란 병사들이 건우를 쳐다봤다. 간호사들도 병실로 들어왔다.

마지막 기회는 사라졌다.


“아아아아악! 할머니.”


건우의 절규가 병실을 가득 메웠다.



@



당시 버스 안에 상황.



버스의 뒷부분이 완전히 날아갔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폭발에 휘말려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남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앞쪽으로 뛰어갔다. 버스가 요동치자 사람들은 넘어지고, 엎어지고, 서로를 짓밟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운전사는 버스를 세우지 않았다.

겁에 질려 더 액셀을 밟는 모양이다.

버스가 더욱 요동을 친다.


“이봐요! 버스를 세워요. 이러다가 다 죽는다고.”


사람들이 외쳤지만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사람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물 위에 나뭇잎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으아아악, 사, 사람 살려!”

“제발 차를 세워줘!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이 좁은 버스 안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우왕좌왕하며 어디로도 가지 못했다.

그 중에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건우의 할머니.


“너는…….”

할머니는 누군가를 지그시 응시했다.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길 사이로 불길보다 더욱 진한 붉은 머리색을 가진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민소매 셔츠에 짧은 핫팬츠를 입었고, 다리는 탄력 넘치게 쭉 뻗어 있었다.

어딜 가던지, 눈에 확 뜨일 엄청난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나이도 젊다.

20대 초반. 보통의 경우라면 할머니도 예쁜 처자라며 한동안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만이에요. 미세스.”


붉은 머릿결의 여인은 할머니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B랭크 언노운, 복합형. 에센스. 상당히 성가신 것을 보냈군.”

할머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에이, 너무 하신다. 성가신 거라니. 이토록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자한테.”

에센스는 장난스럽게 손을 휘휘 저었다.


“웃기는군. 껍질을 훔친 주제에.”

“헤헹, 너무 그렇게 보지 마세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


할머니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눈앞의 에센스는 무척이나 젊어 보이지만, 그녀가 아는 한 이십 년 전에도 저 모습이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월의 흔적은 그녀만을 빗겨간 것 같았다.


그때에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반면 자신은 할머니가 되었다.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는지.’


촤르르륵-

에센스의 한쪽 손목에서 뼈의 채찍이 튀어나왔다.


“자, 미세스, 오래간 만에 놀아볼까요.”


에센스의 채찍이 크게 휘둘러졌다.

버스의 천장이 채찍에 맞아서 찢어졌다. 그것은 그대로 할머니를 노렸다.

할머니는 이를 악물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녀는 주먹의 힘을 모았다. 전성기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했다. 그래도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다면, 몸을 피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에센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큰 포물선을 그리던 채찍이 미처 회수되지 않은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에센스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쿵!


할머니의 주먹이 에센스의 복부를 강타했다.

에센스의 몸이 휘청였다. 할머니는 재차 공격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연기 사이로 그녀의 미소가 보였다.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할머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에센스는 왼손으로 복부를 쓰다듬고 있었지만 그다지 타격을 받은 모습은 아니었다.


“후와, 예전이나 지금이나 번개 같은 공격은 변하지 않았네요. 미세스.”


에센스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도 예전의 제가 아니지요. 미세스.”


그녀의 반대편 손목에서 또 다른 뼈의 채찍이 튀어나왔다. 두 개의 채찍이 맹렬하게 회전을 했다. 버스 좌우로 남아 있던 의자들이 채찍에 맞아 날아갔다.

어느새 소리만 들릴 뿐, 채찍은 보이지도 않았다.


가공할 속도였다.


채찍은 날카롭게 할머니를 압박했다.

살과 옷이 함께 찢겼다. 할머니는 간신히 방어를 할 뿐,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할머니는 양 손으로 엄밀히 방어하며 기회를 노렸다. 상대는 한 놈뿐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놈의 힘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도망쳐야한다.


그때였다.

“할머니! 빨리 도망가!”


부서진 버스 뒤편에서 갑작스럽게 건우가 튀어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건우는 에센스의 몸통을 있는 힘껏 껴안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가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촤르르륵-

할머니는 날아오던 채찍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건우 덕분에 채찍의 힘이 줄었다.


남은 손으로-

에센스를 물리쳐야 한다.

할머니는 모든 힘을 모아 에센스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푸식-

갑작스럽게.


두꺼운 손이 할머니의 어깨를 붙들었다. 에센스를 향해 돌격하려면 몸놀림이 멈췄고, 동시에 등으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쿨럭쿨럭.”


할머니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흐릿해지는 눈빛으로 뒤를 바라봤다.


버스 기사!


“한……놈이… 더 있었구만…….”

“미세스를 잡으려고 왔는데, 혼자서 올 수는 없지요. 그나저나 이 꼬마는 뭐람. 만도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에센스는 건우의 목을 붙들었다. 건우가 버둥거렸지만,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안 돼!”


할머니는 만도라고 불린 언노운을 발로 찼다.

그의 손이 배에서 빠져나가자 엄청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만도는 겨우 한두 발자국만 뒤로 물러났을 뿐이다.


“뭐, 별거 아니네.”


그는 할머니를 비웃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에센스의 채찍을 당겼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다. 그 틈을 타서 에센스의 옆구리를 찼다.


“크흑, 이 노인네가.”


에센스는 미간을 좁혔다.

그 짧은 시간에 할머니는 건우를 낚아챘다.


“할머니!”

건우가 커다란 덩치가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그래, 내 강아지. 조금만 참아.”

할머니는 지체 없이 버스에서 몸을 날렸다.


“어림없어요. 미세스. 저희 손에서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에센스는 채찍을 날려 할머니의 발목을 휘감았다. 에센스가 채찍을 당기자 할머니는 다시 버스로 끌려갔다.


“우리 강아지.”

할머니가 손바닥으로 건우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미안혀. 우리 강아지. 장가가는 것 보지 못해서.”

“할머니…….”


할머니는 건우를 놓았다.


“파주로 가야혀. 알았지? 내 강아지…, 파주, 파주로 가!”


건우가 버스 밖으로 떨어지며 소리쳤다.

그의 몸이 아스팔트 위를 굴렀다. 건우를 놓은 할머니는 버스 안으로 사라졌다.


“안 돼! 안 돼, 할머니!”


건우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함께-

콰콰콰콰콰쾅!


버스는 포탄에 맞은 것처럼 강력하게 폭발했다.


그 폭발에 휘말리며 건우는 의식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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