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타임

압도적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신동은
작품등록일 :
2015.09.14 13:52
최근연재일 :
2015.10.05 11: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2,877
추천수 :
3,745
글자수 :
93,871

작성
15.09.22 11:05
조회
4,983
추천
139
글자
12쪽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4

DUMMY

건우는 병원으로 뛰어갔다.


병원 앞에는 수십 대의 구급차가 몰려 있었다.

방송국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나와 병원 앞은 무척이나 혼잡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병원으로 들어가자, 취재진들이 물려와 ‘심정이 어떠십니까?’, ‘다시 한 번 언노운이 시내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정부에 대해서 할 말은 없으십니까?’ 등등의 예의 없는 말들은 뱉어냈다.


자식이 죽은, 부모가 죽은, 아내가, 혹은 남편이 죽은 피해자들은 울면서 비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취재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건우는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저 앞으로 지나갈 수는 없었다. 서둘러 병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건우는 뒷문을 이용해서 병원으로 들어갔다.


경비원들이 취재진을 막는 덕분에 병원 안은 한산했다. 곳곳에서 그와 똑같은 처지의 피해자들이 의자에,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서글픈 소음.


-보시는 바와 같이 랭크급 언노운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출현했습니다. 인간 형태의 언노운이 버스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버스에 타고 있던 서른다섯 명의 승객 전원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벽에 거치되어 있는 TV에서는 방송국들이 앞 다투어 오늘 벌어진 참사에 대해서 경쟁적으로 취재를 벌이고 있었다. 박살나고 부서진 버스 잔해 사이로 지금도 엄청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방송국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모든 것을 방송에 내보냈다.


그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만 다친 것이 아니었다.

인근 상가들과 길을 가던 시민들까지 언노운의 습격에 휘말려 상당한 사상자를 낸 듯했다.


한 기자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던 중년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중년의 사내는 멍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통 피범벅이다.

기자는 사내에게 물었다.


‘심정이 어떠십니까?’


기자가 사내에게 묻는 것을 본 시청자들은 기겁을 했다. 아무리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세상이라지만, 너무 과한 행동이었다.


중년의 사내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혹시 피해자 분들 중에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중년의 사내는 입을 덜덜 떨었다.


기자가 한 번 더 질문을 하기 위해 뒤를 돌아 카메라를 보는데, 사내의 입이 기형적으로 벌어졌다. 악어의 입을 연상시켰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내는 벌어진 입으로 기자의 머리통을 삼켜버렸다.

두개골이 부서지는 우드득 소리가 생방송을 타고 전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다.


기자를 먹어 치운 중년 사내는 허공을 향해서 괴기한 울음을 토해냈다. 그는 근육이 터져나가며 거대한 괴물로 변해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감염자였다.

감염자는 곧 지능이 사라지고 본능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노운이 되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인간은 먹이라고 생각하며, 타협은 하지 않는다.


인간들보다 몇 배나 강한 힘과 스피드를 가졌고,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주먹을 가졌다. 이제 막 각성을 한 D급 랭크라고 해도 저 정도다. 상급 랭크는 얼마나 무서울지 감히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놈들은 인류의 천적이다.

종교학자 S대의 김 교수는 신이 내린 벌이라고도 말했다.


-지지지지직.

비명과 함께 화면이 꺼졌다.


모르긴 몰라도 그곳은 난장판이 될 것이다.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생겼을지…….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젠장.”


더 이상 TV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건우는 재빨리 부모님이 계신 지하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이 질식할 것 같은 적막감.


부모님을 보자 건우는 더욱 실감을 하게 된다. 정말로 할머니가 세상에 안 계실지 모른다는…….


혜리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혜리의 옆에 앉아 머리를 감쌌다. 수지 여사는 벽에 기댄 체 공허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뚜벅뚜벅.

건우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빠와 수지 여사, 혜리가 건우을 발견했다. 모두가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 것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

건우는 수지 여사를 불렀다.


엄마는 건우를 보고는 다가와 품에 안아주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건우는 엄마 품에 안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엄마의 품에 안기자 갑자기 눈물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엄마……, 정말……, 할머니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야?”

“괜찮아. 괜찮아. 좋은 곳으로 가셨어. 그러니까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수지 여사는 건우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으흑흑흑흑.”

건우는 울었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할머니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부를 것만 같았다.


건우가 가장 말을 먼저 했을 때, 들어준 사람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건우가 입을 뗐다며 엄마와 아빠한테 부리나케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기도 했다.


건우가 유치원에 갔을 때도, 초등학교에 갔을 때도, 항상 할머니 손을 잡고 등교했다.


중학교에 입학 했을 때, 건우는 할머니가 창피하다면서 오지 말라고 했다. 할머니는 학교 근처까지 왔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할머니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보였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할머니의 뒷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모질게 대했을까.


할머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니 할머니는 건우가 가장 좋아하는 제육볶음을 해놓고 ‘우리 강아지, 다녀왔어? 학교생활은 좀 어때?’라고 물으며 웃고 계셨다.


할머니는 항상 건우의 편이었고, 단 한 번도 화를 내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때는 잘 몰랐을까.


계실 때 잘 해드릴걸.

계실 때.


계실 때.


“으흐흐흐흑.”


건우의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다.



@



할머니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장례식은 일일장으로 치러진다. 예전에는 삼일장을 치렀지만, 언노운의 침공 이후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상자로 인해서 모든 병원은 시체들로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일장으로 바뀐 것이다.


근래 언노운의 공격이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1일장에서 3일장으로 다시 바뀌지는 않았다.


장례식장에서는 상당한 사람들로 붐볐다.

옆 장례식장에는 남편이 언노운에게 죽은 모양이었다.


아내와 자식 둘 밖에 없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자식을 안고서 울다 지쳐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돌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 아줌마는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건우는 생각했다.


연락을 받은 석진도 와서 자리를 지켰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다. 건우는 석진이 자신에게 죽을죄를 졌다고 하더라도 한 번쯤은 반드시 용서하리라 마음먹었다.


“좀 쉬다 와.”


상주를 하고 있던 아빠가 다가와 건우에게 말했다.

건우 역시 한 번도 쉬지 않고 아빠와 함께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할머니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몸을 바쁘게 놀리지 않으면 할머니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아니야. 괜찮아.”


건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고집 부리지 말고 좀 쉬어. 내일 새벽에 발인이니까. 그때까지 한숨도 못자. 한 시간 만이라도 눈 좀 붙여. 혜리, 네가 오빠도 데리고 가서 쉬어라. 여긴 엄마랑 아빠랑 보고 있을 테니까.”


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빠. 가자. 조금만 쉬다 오자.”


혜리는 건우의 팔을 잡고 당겼다.

여동생 역시 눈동자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었다. 그럼에도 혜리는 나름 꿋꿋하게 잘 견뎠다.


할머니는 건우처럼 혜리를 사랑했다. 둘 모두에게 동등하게 사랑을 나누어 주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안을 자주 비웠지만, 건우와 혜리가 나름 비뚤어지지 않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헌신적은 사랑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건우와 혜리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토록 피해자들을 괴롭히던 취재진들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루 정도 지나면 흥미를 잃어버린다.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사라지고.


맴맴맴맴맴-

귀청을 울리는 매미의 울음소리.


“덥네.”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었지만, 온도는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 푹푹 찐다. 습도나 높아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건우와 혜리는 나무의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늘이 있다고 하더라도 습도 때문에 그다지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건우와 혜리는 나란히 앉아 붉게 물들고 있는 하늘을 바라봤다.

둘은 한참이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할머니는 천국으로 가셨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자.”


혜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다시 북받침이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 죽여 울었다. 할머니는 남매에게 크나큰 존재였다.


할머니가 없을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같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린 남매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건우는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았다.

그는 혜리의 어깨를 잡고 안아주었다. 혜리는 건우의 품에 안겨서 셔츠가 다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


“맞아. 할머니는 천국에 갔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 슬플 테니까.”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문득, 언노운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언노운은 인간을 감염시켜 자신의 종족으로 만든다. 언노운에게 당한 인간들 중에서 1퍼센트 정도가 놈들의 종족이 된다.


나머지 99퍼센트는 처절한 고통을 맛보다 죽게 된다.


언노운은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많은 과학자들이 말하길, 언노운의 공세가 약해진 것은, 언노운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인간을 멸종시키지 않고 사육하며 식량으로 삼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그런 주장을 펼친 과학자들을 영구 퇴출시켜버렸다.


과학자들의 말이 맞든, 틀리든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놈들은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다는 것.

그 말은…….


할머니는 언노운에게 엄청난 고통을 당하며 죽어갔을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할머니를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할머니를 살려야 한다.


그래!

건우는 벌떡 일어났다.


“왜?”

혜리가 의아한 눈으로 건우를 바라봤다.


“너는 들어가.”

“어딜 가게?”

“나중에 얘기해 줄게.”


“그러니까 어디 가게? 할머니 장례식이라고. 미친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금방 갔다 올게. 엄마, 아빠한테는 말 잘 해놔.”


건우는 뛰기 시작했다.

“야! 강건우! 뭐하는 거야!”


혜리가 몇 번이나 건우를 불렀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과거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껏 죽은 사람을 살려 본 적은 없었다.


그가 행한 것은 시험을 다시 보거나,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꼬드길 때나, 싸움이 났을 때 상대의 약점을 알아내려고 할 때 등등. 그다지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건우의 타임 워프는 정확히 24시간 이전으로만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 이상 지난 바꾸지 못한다.


아직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한 번도 죽은 사람을 되살려 본 적은 없지만, 사실 두렵지만, 해야 한다.


할머니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훗날, 건우는 할머니의 편안한 임종을 지켜보고 싶지……, 언노운 따위에게 살해당하는 일은 결코 겪고 싶지 않았다.


건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단 한 번의 기회.


되돌릴 수는 없을 터였다.



그래, 할 수 있어.

할머니를 절대로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압도적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비가 내리는 밤 #1 +11 15.10.05 2,368 121 8쪽
24 다크 존(Dark zone) #3 +5 15.10.04 2,647 122 8쪽
23 다크 존(Dark zone) #2 +7 15.10.03 2,813 142 9쪽
22 다크 존(Dark zone) #1 +5 15.10.02 2,819 132 8쪽
21 블러드 호스피텔 #3 +2 15.10.02 2,459 102 5쪽
20 블러드 호스피텔 #2 +8 15.10.01 2,864 119 10쪽
19 블러드 호스피텔 #1 +5 15.09.30 3,427 148 9쪽
18 자정의 왈츠 #3 +3 15.09.29 3,541 161 8쪽
17 자정의 왈츠 #2 +8 15.09.28 3,801 129 9쪽
16 자정의 왈츠 #1 +3 15.09.27 3,919 162 8쪽
15 의심 #2 +3 15.09.26 4,210 168 9쪽
14 의심 #1 +6 15.09.25 4,395 137 11쪽
13 게임의 법칙 #2 +9 15.09.24 4,591 195 11쪽
12 게임의 법칙 #1 +5 15.09.23 4,718 155 9쪽
»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4 +10 15.09.22 4,983 139 12쪽
10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3 +6 15.09.21 5,145 161 9쪽
9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2 +9 15.09.20 5,309 182 7쪽
8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1 +4 15.09.19 5,523 155 8쪽
7 공수레공수거 #3 +6 15.09.18 5,334 173 8쪽
6 공수레공수거 #2 +6 15.09.18 5,659 158 8쪽
5 공수레공수거 #1 +5 15.09.17 5,742 155 8쪽
4 비밀 #3 +6 15.09.16 5,913 171 7쪽
3 비밀 #2 +5 15.09.16 6,206 172 10쪽
2 비밀 #1 +8 15.09.16 6,607 160 8쪽
1 프롤로그 +11 15.09.16 7,884 12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