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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신동은
작품등록일 :
2015.09.14 13:52
최근연재일 :
2015.10.05 11: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2,875
추천수 :
3,745
글자수 :
93,871

작성
15.09.21 11:00
조회
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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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글자
9쪽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3

DUMMY

장마가 끝나자 미칠 듯한 더위가 밀려왔다.


북극의 빙하가 거의 녹아서인지, 매년 여름의 날씨는 더 더워지고 있는 듯했다.


정부에서는 여름이 되면 블랙아웃을 무척이나 경계한다. 언제부터인가 누진세가 대폭 올라 하루에 6시간 이상 에어컨을 켜면 40만 원이 넘는 요금폭탄을 맞기도 했다. 월급은 5년째 동결 상태인데, 세금과 물가는 20퍼센트 이상 올랐다.


이래저래 국민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아, 덥다. 더워.”


건우는 건담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연신 얼굴에 휘둘렀다. 얼굴은 시원한데 팔이 힘들다. 팔이 힘드니 땀이 난다.

부채를 휘두르나 마나였다.


“그 부채는 어디서 난 거야?”


석진이 건우에게 물었다. 반에서 건담을 만들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여동생이 나오는 만화를 보면 왕따를 당한다. 그런 쪽에 취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지간해서는 학교에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건우는 보란 듯이 커다란 건담 부채를 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서 부채질을 했다.


그런 건우의 모습을 보면서 아니꼬워 하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건우에게 뭐라고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이거?”

“응.”

“아빠 꺼.”

“아빠 꺼?”


“응, 십만 원치를 구입하면 여름 사은품으로 부채를 준다고 해서 샀나 봐. 이게 그 부채야.”

“아하, 아버님께서 요즘 TV에서 나오는 키덜트 인가봐. 취미가 특이하시네.”


“아, 말도 마라. 엄마 몰래 산거야. 어제 집에 전쟁이 일어났다. 아빠는 자신이 이런 것도 못 사냐고 앙탈을 부리고. 엄마는 그거 살 돈 있으면 적금이라도 하나 더 부으라고 난리를 치고.”


건우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지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수지 여사는 아빠의 멱살을 잡고 15층에서 떨어트리려고 했다. 거기서 아빠가 사과를 했으면 좋으련만 ‘좋아.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이게 애들 보는 앞에서 남편한테 할 짓이야? 놔봐. 놔보라고.’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여동생 혜리는 옆에서 철없이 ‘한 번 놔봐.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하나 보게.’라는 살벌한 소리를 내뱉었다.

정말 막장 가족이다.


옆집에서 ‘잠 좀 잡시다. 시끄러워요.’라고 외치지 않았다면 가족 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해결은 됐지만 집안의 분위기는 냉동고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번 싸움은 꽤나 오래갈 모양이다. 보나마나 아빠가 두 손 두 발 모두 들고 항복을 할 테지만.


아빠가 수지 여사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건우였다.


“큭큭큭, 부럽다.”

건우의 말을 들은 석진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뭐가 부러워?”

“난 우리 엄마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정말?”


“응. 우리 집에서는 절대 소음을 내서는 안 돼. 밥 먹을 때도, 공부 할 때도, 목욕 할 때도. 도서관이 따로 없다.”

“음.”


건우의 뇌리에 석진의 부모님 모습이 떠올랐다.


그분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종종 석진의 집은 뱀파이어가 사는 고성이 아닐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그만큼 예전에 봤던 석진의 부모님은 충격적일 정도로 이상했다.


“덥다. 더워. 시원한 팥빙수나 먹을까?”

건우가 석진에게 말했다.


“그거 좋네.”

위이이이잉-


건우가 대답하기 전,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했다. 할머니였다.


건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


“할머니!”

건우는 석진에게 ‘잠깐만’ 이라며 손을 들고는 무척이나 반갑게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이구, 우리 강아지. 잘 있었어?

“에이, 할머니도 참. 내가 나이게 몇 갠데 아직도 강아지래.”


건우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 할미한테는 평생 강아지여.

“헤헤, 할머니 오래오래 살아야 돼.”

-이눔아, 너 장가가서 아들 딸 낳는 것까지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당연하지. 증손자 꼭 봐야 돼.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 어디야? 요즘 집에도 안 오고.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할머니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옥에서 혼자 사신다.


대궐 정도는 아니지만 무척이나 큰 한옥이었다. 사랑방과 별당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 지역에서는 꽤나 소문이 난 명물이었다.

언노운의 침공에도 전혀 망가진 곳이 없었다.


본래는 외갓집의 소유인데, 할머니가 기거를 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는 자주 갔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 이후에는 거의 가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대신 할머니가 자주 오셨다.


하지만 지금은 기력이 약해져서인지 일 년에 서너 번밖에 오지 않았다.

조금 서운했다.


아빠와 수지 여사는 건우가 어렸을 적부터 맞벌이를 했다.


그렇기에 건우가 세상에 대해서 인식을 했을 무렵, 세상에 대해서 분별을 할 나이가 됐을 무렵에 가장 많이 의지한 사람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그에게 든든한 조언자였고 배경이었다.


가끔 동네 억센 형들에게 맞고 오면, 할머니가 나서서 그 형들을 혼내주었다.

동네 형들이 울면서 죄송하다고 말을 할 때는 할머니가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할머니는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할미한테 얘기하렴. 할미는 언제까지고 우리 건우의 편이 되어줄 테니까.”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의 그 말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거대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느낌이랄까. 할머니만 있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건우는 자랐고, 언제까지고 그대로 있을 할머니는 작아졌다.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는 할머니를 볼 때면 건우는 가슴 한켠이 이상할 정도로 아파왔다.


-지금 우리 강아지 보려고 가는 중이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럼, 우리 강아지 꼬추가 얼마나 컸나 볼까.

“에이참.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다 컸다고요.”

-후후후후. 알았다. 우리 강아지는 언제쯤 오누?

“나도 바로 갈게요.”

-그래, 집에서 보자꾸나.

“넵, 할머니.”


건우는 진짜 강아지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야?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네.”

석진이 물었다.


“당근이지. 자그마치 삼 개월 만에 오시는 거라고.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렇구나.”


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우울해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것을 건우는 눈치 채지 못했다. 석진은 다시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


“할머니, 건강하시지?”

“고럼고럼. 우리 할머니는 건강 빼면 시체라고. 아빠의 엄마 아니야. 우리 아빠가 맷집이 장난 아니거든. 수지 여사의 광폭에도 꿋꿋하게 견딘다고. 아빠의 엄마니 얼마나 튼튼하겠냐.”

“하긴.”


석진은 싱긋 웃었다.


“자, 그럼 난 오늘 먼저 간다. 내일 보자고.”

“그래, 내일 보자.”


건우는 석진에서 손을 흔들고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 재빨리 올라탔다.


석진은 버스를 타고 사라지는 건우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


“할머니, 할머니 나 왔어!”

건우는 현관문을 열고, 신발이 뒤집어지도록 급하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라?”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 수지 여사?”

썰렁한 느낌에 건우는 몇 번이나 가족들을 불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사람이 있었는지, 집안은 어수선하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가족들이 급하게 나간 모양이었다.


건우는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청소도 안하고 나간 모양이다.


“모두 어디 간 거야?”

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수지 여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 핸드폰을 바지에서 꺼내들었다.


위이이잉-

마침 수지 여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헹, 양반은 못 되는구만. 여보세요. 어마마마. 접니다.”


건우는 밝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


수지 여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건우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 엄마?”

건우는 수지 여사를 불렀다.


-건우야,

수지 여사의 떨리는 목소리.


“응.”

-이제부터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으렴.


건우는 엄마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었다. 그의 다리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끝내 그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가 멍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볼을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엄마에게 들은 얘기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거짓말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엄마에게 들은 얘기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몇 번이나,

끊임없이.


끊임없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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