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타임

압도적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신동은
작품등록일 :
2015.09.14 13:52
최근연재일 :
2015.10.05 11: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2,861
추천수 :
3,745
글자수 :
93,871

작성
15.09.16 11:40
조회
6,606
추천
160
글자
8쪽

비밀 #1

DUMMY

중간고사 전교 1등.


벽보에 붙은 성적표를 보던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젠장’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분명 선생들 눈에 띠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서너 문제의 답을 일부러 틀리게 썼는데, 그 틀리게 쓴 답이 맞은 모양이다.

뭔가 자신이 착각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전교 1등.


아니 이번에도 전교 1등이다. 도대체 이놈의 학교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이 매번 전교 1등인 것을 보면.


그의 반 친구들이 ‘우와! 역시 넌 천재야. 천재.


제대로 공부를 하는 꼴을 보지 못하는데, 만점이라니. 좋겠다. 이렇게만 가면 군대에 안 가도 되겠네.’라며 질시가 섞인 말들을 이곳저곳에서 내뱉었다.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가 바라는 인생은 극히 단순하다.


무난하게 군대에 가지 않고, 돈 많이 버는 직업과 예쁜 마누라 얻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임대료 받을 수 있는 적당한 건물에, 적당히 취미생활 즐기며 편안히 사는 것.


그리 큰 꿈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현재 대한민국은 성인 남성의 삼분의 일이 군대에 끌려가 언노운(unknown)과의 전투에 투입이 되었다.

투입된 병사의 상당수가 사망한다.


그래도 사망률은 처음이 비하면 많이 낮아졌다. 인류도 충분히 싸움에 익숙해졌고, 언노운의 폭력성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사라졌고.

언노운이 처음 나타났을 당시엔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었으니까.


어쨌든 군대는 만성적인 병력난에 시달렸다.


과거 1년 10개월까지 줄었던 군 생활이 현재는 5년으로 늘었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군대 생활로 모두 보내는 것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언노운이란 녀석들은 인류에게 그만큼이나 무서운 적이었다.


“야, 씨벌, 넌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기에 또 전교 1등이냐.”


석진이 다가와 건우의 어깨를 툭 쳤다.

석진은 건우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중학교 때도 같은 반,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고 있었다.


불알친구인 셈.


어렸을 때부터 붙어 있다 보니 친구라기보다는 형제나 다름없다.

건우에겐 그런 석진에게도 얘기를 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석진 뿐만이 아니었다.


부모님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그만의 비밀 하나.



바로 타임워프였다.



***



처음 능력을 깨달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한창 성(性)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을 나이. 부모님 몰래 야동과 야한 잡지를 보면서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였다. 종종 학교 노는 녀석들이 여자 이야기를 할 때면 아주 조금 부럽기도 했다.


도대체 그건 무슨 느낌일까?


키스는 어떤 기분이 들까? 키스를 할 때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야 하나 아니면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나? 혀는 언제 넣어야 하지? 여자 친구가 이를 다물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무척이나 고심을 했었다.


하여 건이는 석진, 동우, 명철과 함께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명철은 목욕탕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면 여탕을 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정말?”

건우와 친구들의 귀가 쫑긋 커졌다.


“당연하지. 나 걔도 봤다.”

“누구누구?”

“혜정이.”

“그 혜정이?”

“응.”


혜정이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여학생이었다.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 격투술은 뛰어나지 않지만 대신 정보수집능력이 대단했다.


이미 국가정보부에서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더군다나 다른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발육도 뛰어났다. 벌써 가슴이 눈에 띨 정도로 봉긋하게 나왔다.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눈이 혜정의 가슴으로 향했다.


꿀꺽.


건우와 친구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혜정의 웃는 모습과 나신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젊음이 피 끊는 그들은 미칠 것만 같았다.


“가자, 가자.”


건우와 친구들은 만장일치로, 걸리면 범죄인 여탕 엿보기를 실행했다.

목욕탕이 있는 건물의 뒤편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썩은 물이 고여 있었고 담배꽁초도 수북했다. 악취가 진동을 한다. 다행히도 썩은 물 위에 부러진 나무판자들이 많아서 그것을 밟고 움직일 수가 있었다.


윙윙윙-

여탕의 환풍구가 돌아간다.


환풍구는 2층에 있었다.

나무판자가 잔뜩 쌓여 있어 환풍구 사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언제든 무너질 듯 위태위태했다.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한 명씩 나무판자를 밟고 2층으로 올라갔다. 가장 먼저 올라간 아이는 명철이었다.

그가 경험이 있기에 시범을 보인 것이다.


“우와아아! 대박!”


명철의 두 눈이 함지박 만하게 커졌다. 입에서는 침도 질질 흘렸다.


“야이, 개새야. 내려와. 빨리 나도 보게.”

아이들은 극성스럽게 성화를 한다.


건우 역시 쌍욕을 하며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작게 외쳤다. 명철은 몇 분이 지난 후에야 헤벌레한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


명철의 표정을 보자니 아이들은 더욱 광분했다.


“나야, 나.”

“내가 먼저지.”

“가위바위보해.”

“아오, 젠장.”


아이들은 먼저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실랑이를 벌였다.


서로 올라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가위바위보를 하였다. 두 번째로 올라가는 아이는 석진이었고 세 번째는 동우, 마지막이 건우였다.


건우는 울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는 매우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어른이라도 오면 자신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헤헤, 나다.”


석진과 동우가 차례대로 여탕을 엿봤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표정이 다르다. 올라갈 때는 흥분, 초조가 가득했다면 내려올 때는…….

천 년의 쾌락을 맛 본 얼굴이었다.


“빨리 내려와. 이제 나다.”


건우는 길게 숨을 들이켠 후, 천천히 판자를 밟고 올라갔다.


삐걱삐걱-

판자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이러다가 부러지면 밑으로 추락을 하고 만다.


조심, 또 조심해서 올라가야 한다.


한 칸, 또 한 칸, 또…….


그때였다.

“이 자식들! 거기서 뭐해!”


목욕탕의 주인아저씨인지, 경찰인지, 인근의 평범한 사람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누군가 아이들을 보고 소리쳤다.


깜짝 놀란 석진과 동우, 명철은 그대로 담을 넘어서 줄행랑을 쳤다. 이럴 때는 재비처럼 잽싸다. 그리고 친구고 뭐고 없다. 지들만 살겠다고 뛴다.

치사한 놈들.


“야! 야! 같이 가!”


건우는 서둘러 나무판자를 내려갔다.


너무 서둘렀기 때문일까. 나무판자가 ‘와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헛발을 디딘 건우는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악!”


건우의 비명이 건물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아이들을 불렀던 중년의 사내가 놀라서 달려왔다.

건우는 세상이 온통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소년은 억울했다.


왜? 왜?

나만!


나만 여탕을 못 봤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소년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소년은 빌었다.


나도 보게 해주세요!


쿵!

바닥에는 나무판자에서 튀어나온 못들이 가득했다.


건우는 못들이 자신의 육신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엄청나게 아프다. 그리고 아프다는 고통보다 여탕을 보지 못했다는 슬픔이 소년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조여 왔다.


그렇게 소년은 의식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압도적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비가 내리는 밤 #1 +11 15.10.05 2,367 121 8쪽
24 다크 존(Dark zone) #3 +5 15.10.04 2,647 122 8쪽
23 다크 존(Dark zone) #2 +7 15.10.03 2,813 142 9쪽
22 다크 존(Dark zone) #1 +5 15.10.02 2,818 132 8쪽
21 블러드 호스피텔 #3 +2 15.10.02 2,458 102 5쪽
20 블러드 호스피텔 #2 +8 15.10.01 2,863 119 10쪽
19 블러드 호스피텔 #1 +5 15.09.30 3,426 148 9쪽
18 자정의 왈츠 #3 +3 15.09.29 3,540 161 8쪽
17 자정의 왈츠 #2 +8 15.09.28 3,800 129 9쪽
16 자정의 왈츠 #1 +3 15.09.27 3,919 162 8쪽
15 의심 #2 +3 15.09.26 4,210 168 9쪽
14 의심 #1 +6 15.09.25 4,395 137 11쪽
13 게임의 법칙 #2 +9 15.09.24 4,591 195 11쪽
12 게임의 법칙 #1 +5 15.09.23 4,718 155 9쪽
11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4 +10 15.09.22 4,983 139 12쪽
10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3 +6 15.09.21 5,144 161 9쪽
9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2 +9 15.09.20 5,309 182 7쪽
8 나의 사랑 그랜드마더 #1 +4 15.09.19 5,523 155 8쪽
7 공수레공수거 #3 +6 15.09.18 5,333 173 8쪽
6 공수레공수거 #2 +6 15.09.18 5,658 158 8쪽
5 공수레공수거 #1 +5 15.09.17 5,741 155 8쪽
4 비밀 #3 +6 15.09.16 5,912 171 7쪽
3 비밀 #2 +5 15.09.16 6,205 172 10쪽
» 비밀 #1 +8 15.09.16 6,607 160 8쪽
1 프롤로그 +11 15.09.16 7,882 12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