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새글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6 20:31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23,995
추천수 :
534
글자수 :
964,415

작성
23.09.08 02:06
조회
93
추천
3
글자
9쪽

인연 (4)

DUMMY

76화


하지운이 안도의 한숨을 쉬기가 무섭게, 미오 짱이 속옷 끈까지 붙들고 힘차게 당기려 하였다.

하지운의 다급한 일갈이 이어졌다.


“도로 옷 입어! 네 겨드랑이에서 동물원 냄새 나!”


끈을 잡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고개를 젖혀 천장을 올려다보던 미오 짱이 한숨을 내뱉었다.

이 배려심 없는 정신병자를 상대하면서,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곳에 와서 엄청난 미녀의 몸을 차지하고, 전생에 받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석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녀는 행복이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이 터지도록 느끼고 있었다.


단기간에 뒤집어쓴 과도한 사랑에 자신감이 폭발해 버린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생존 게임에 뛰어들었다.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녀 나름의 알찬 계획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참가자들을 유혹해, 초능력자 군단을 만들 생각이었다.

야심 차게 시작해서, 벌써 두 명의 남성 참가자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솔직히 너무 쉬웠다.

정보 길드의 도움을 받은 것도 있지만, 자신이 고른 권능의 위력도 대단했다.

자신보다 월등한 덩치를 가진 장정들을 능력 발동 한 번으로 제압해 버렸다.


그런데 오늘 끔찍한 강적을 만났다.

육체의 통제권은 쉽게 뺏었는데, 거기서 더 이상 진행이 안 된다.

몇 번씩이나 칼을 꺼내 놈의 모가지에 쑤시고 싶은 걸 겨우겨우 참아 내고 있다.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 존슨 씨는 사람을 상처 주고 비참하게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꼭 전생에 날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인간들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


하지운이 미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싱그럽고 새침한 얼굴을 보며,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러고는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대화를 이었다.


“미친년이 제대로 미쳤네. 도대체 무슨 역겨운 피해자 코스프레냐? 눈깔이 있으면 너와 나의 꼬라지를 좀 봐라. 나는 네년의 잘난 권능 덕에 꼼짝도 못하고 결박 의자에 널브러져 있고, 네년은 속옷만 입고 스트립쇼 중인데.”

“......”

“내가 말을 좀 솔직하게 했다고, 지금 날 비난하는 거야? 제정신이냐? 난 끽해야 모욕이지만, 넌 지금 감금, 폭행, 공연 음란에 성추행이야. 미친년이, 사리 분별이 안 되냐?”

“......”

“그리고 전생에 고통스러웠다는 년이 남한테 고통을 주고 있냐? 내가 전생에 비행기 타고 널 찾아가서 고통스럽게 했냐? 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붙잡고, 행패를 부리는 주제에, 징징거리기까지 하냐?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욕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냐? 너는 칼날 박힌 채찍을 남의 면상에 휘둘러 놓고, 그딴 소리가 나오냐? 네가 생각하기에도, 네가 쌍년 맞잖아?”


미오의 앳되고 아름다운 얼굴이 단숨에 삼십 년은 늙어 버린 듯했다.

너무도 논리적인 정신병자를 상대하려니, 그녀의 입담으로는 감당이 안 되었다.


놈의 평정심을 깨뜨린 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 다음, 따뜻하게 품어 줘서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씨알도 안 먹혔다.


솔직히 이제는 점점 두려워지고 있다.

권능을 계속 사용 중인데, 상대가 도저히 종속될 기미조차 안 보인다.

미오 자신이 대마법사도 아니고, 마력을 무한정으로 짜낼 수는 없다.


“야, 미친년아. 우리 평화롭게 대화나 좀 하자. 사람이 만사를 말로 풀어야지, 왜 짐승처럼 대뜸 몸부터 들이밀어? 내가 궁금한 게 많아. 너도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 봐. 내가 성의 있게 대답해 줄게.”

“대화? 무슨 대화를 할 게 있나요, 존슨 씨? 이름부터 거짓으로 둘러대는 주제에.”

“아, 미오 씨 그건 미안했습니다. 제 소개부터 다시 하지요. 제 본명은 지네딘 티에리 드 생 로지에입니다. 파리 출신이지요.”

“아, 프랑스분이세요? 심지어 파리지앵! 살아서... 꼭 한 번만이라도... 가 보고 싶었어요! 에펠 탑,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뜨 언덕... 어차피 그렇게 죽을 거... 프랑스 여행이라도 한번 해 볼걸...”

“안타깝군요, 마드무아젤. 아름다운 파리를 못 보셨다니,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아가씨, 어쩌다가 젊은 나이에 이런 험한 곳으로 오시게 된 겁니까?”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요.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생 로지에 씨에게 들려 드리기에는, 너무 우울한 얘기고요.”


‘길면 좋지. 자꾸 부비지 좀 말고, 존나 길게 주둥이만 털어 줬으면 좋겠다. 슬슬 마력이 바닥날 때가 됐을 텐데. 영약이라도 처먹었나? 오래도 가네.’


“아름다운 아가씨의 사연이라면, 밤을 새서라도 듣고 싶습니다. 가슴을 열고 진심으로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생 로지에 씨. 이제 시간이 없어요. 이럴 수밖에 없는 절 용서해 주세요.”


‘뭐 하게, 미친년아? 난 시간 많아. 그리고 네년이 할 짓 중에, 딱히 용서할 만한 것이 있겠냐?’


다시 속옷 끈을 잡은 채 다가오는 미오 짱을 보며, 하지운의 다정한 경고가 뒤따랐다.


“마드무아젤, 저에게는 장래를 약속한 사랑스러운 여인이 있습니다. 저는 그 여인을 위해 순결을 지킬 생각입니다. 저에게 칼질을 하는 것은 관대하게 용서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립쇼는 용납 못합니다. 그 끈 놓으세요. 그거 끝까지 당기면, 상상도 못한 고문의 신세계를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세상에! 이곳에 오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연인을 만들어 장래를 약속하셨나요? 그런데 프훕... 순결이요? 너 저쪽에서 몇 살에 죽은 거니? 어린 게 어른 앞에서 그토록 까분 거야? 그리고 허세 부리지 마. 내 권능에 제압당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누나가 다 알아서 해 줄게. 조금만 참아. 금세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까.”

“매를 버는구나. 좋게 말해 주니까, 말귀를 못 알아먹네. 네가 아무리 지랄해도, 네 능력으로 날 종속시키는 건 무리야. 포기하고 구석에 가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그래야 고통 없이 편하게 죽지. 아, 그리고 네년은 벌써 ‘사랑들’을 둘이나 만들어서 붙어먹고 있는 중인데, 난 연애 좀 하면 안 되냐? 넌 몇 살에 뒈졌는데? 이 냄새나는 늙은 변태 노출광 년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미오 짱이 이를 악물고 끈을 잡아당긴 후, 하지운의 중요 부위를 힘껏 틀어잡았다.


“이 애송아! 너야말로 봐주면서 살살 하니까,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구나! 조금 있다가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빌지나 말아라!”


의기양양하게 호통을 친 미오 짱이 한껏 비소를 머금은 채 하지운의 두 눈을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바닥에 꼬라박았다.

두 눈을 까뒤집은 채 가슴을 쥐어뜯으며, 바닥을 구르는 꼴이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으로 보였다.


어느새 결박 의자에서 일어선 하지운이, 바닥 먼지를 열심히 닦고 있는, 미오 짱을 무심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운의 양 가슴에는 삼 미터 길이의 봉이 하나씩 붙어 있는 상태인데, 그 봉들에는 각각 일 인의 ‘사랑들’ 멤버들이 꿰뚫린 채 죽어 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여왕벌이 바닥에 처박히자마자, 눈깔이 돌아간, 두 놈이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두 놈의 갸륵한 순애보를 알아봐 주기에는, 하지운의 정신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이마가 뚫린 ‘크랜베리 어쩌고’는 곧 숨을 거뒀다.

그런데 나머지 한 놈이 피를 줄줄 게워 내면서도, 어떻게든 버텨 내고 있었다.

양손으로 가시를 꽉 잡은 채로, 온몸을 부들거리던 놈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가시가 놈의 목을 관통했다.

일반적으로 이 상황이면, 어떤 생명체라도 뒈지는 게 정상이다.


분노로 인해 이성을 상실한 하지운이, 제 성질을 못 이기고, 치명타를 먹인 것이다.

그런데 놈이, 어린애 팔뚝 굵기만 한 가시에 목을 관통당한 상태로, 하지운 자신에게 접근 중이다.

분노에 잠식당한 하지운조차도 다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개의 가시를 털로 되돌린 하지운이 뒤로 살짝 물러섰다.

‘크랜베리 어쩌고’의 시신이 바닥에 처박히는 동안, 다른 한 놈은 살짝 중심을 잃고 허공에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다가 금세 중심을 잡은 놈이, 오른손을 힘차게 뻗으며, 하지운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운이 오른손을 대충 들어 올려 벌레 쫓듯 바깥으로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놈의 양다리가 무릎 부위에서 두 동강 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고통에 몸부림치던 놈이 금세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 손가락으로 맹렬하게 바닥을 긁으며, 하지운을 향해 기어 오고 있는 중이었다.

흡사 집념의 화신이라도 되는 듯한 모습이다.


“이 새끼는 뭐지? 이게 도대체 무슨 능력이야? 아니, 좀비 능력도 있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줄 알았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 인연 (5) 23.09.09 94 2 9쪽
» 인연 (4) 23.09.08 94 3 9쪽
76 인연 (3) 23.09.06 93 3 9쪽
75 인연 (2) +2 23.09.05 101 3 9쪽
74 인연 (1) 23.09.03 99 3 10쪽
73 캠프파이어 (7) 23.09.02 104 5 10쪽
72 캠프파이어 (6) 23.08.31 95 3 10쪽
71 캠프파이어 (5) 23.08.30 92 3 9쪽
70 캠프파이어 (4) 23.08.30 93 2 10쪽
69 캠프파이어 (3) +4 23.08.29 103 3 9쪽
68 캠프파이어 (2) 23.08.29 98 3 9쪽
67 캠프파이어 (1) 23.08.26 113 3 9쪽
66 여우의 숲 (14) 23.08.24 105 3 10쪽
65 여우의 숲 (13) 23.08.23 104 3 10쪽
64 여우의 숲 (12) 23.08.21 115 3 10쪽
63 여우의 숲 (11) 23.08.20 132 3 10쪽
62 여우의 숲 (10) +1 23.08.18 120 3 9쪽
61 여우의 숲 (9) 23.08.14 116 3 9쪽
60 여우의 숲 (8) 23.08.12 126 3 9쪽
59 여우의 숲 (7) 23.08.11 123 3 9쪽
58 여우의 숲 (6) +2 23.08.09 128 4 9쪽
57 여우의 숲 (5) +2 23.08.07 129 2 9쪽
56 여우의 숲 (4) +4 23.08.06 134 3 9쪽
55 여우의 숲 (3) 23.08.05 138 3 9쪽
54 여우의 숲 (2) +4 23.08.03 145 3 10쪽
53 여우의 숲 (1) 23.08.02 147 3 11쪽
52 시련 (11) 23.08.01 149 3 10쪽
51 시련 (10) 23.07.30 153 2 9쪽
50 시련 (9) 23.07.28 150 3 9쪽
49 시련 (8) 23.07.27 152 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