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24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16 16:20
조회
7,397
추천
104
글자
12쪽

저게 왜...?

DUMMY

“아! 아악! 탭, 탭!”


-탁탁탁


고태성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우석의 몸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우석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태성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무릎을 꺾는 하체 관절기, 니바를 건 것이다.

고태성이 급박하게 탭을 쳐서 포기 의사를 밝히자 우석은 기술을 풀어주었다.


“헉, 헉.... 와, 죽는 줄 알았네.”


고태성은 무릎을 매만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체 관절은 구조가 워낙 복잡하기도 하고 부상 입기가 쉬워서 서브미션도 조심해야 돼요. 특히 시작할 때 썼던 가위치기는 유도든 주짓수든 위험해서 금지기술이고요.”


우석은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 그래요? 그걸 몰랐네~ 흐흐. 근데 MMA에서는 쓰잖아요?”


고태성이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깐족대기 위함인 게 표정에서 드러났다.


‘그래, 말이 통할 리가 없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수 무릎도 꺾어주고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금 하는 건 주짓수 스파링이니까요.”


“아, 그렇지 참. 쏘리 쏘리.”


고태성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장난스럽게 사과했다.


-저놈 무릎을 그대로 꺾어버렸어야지!


천마는 분통이 터진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제가 고의로 부상을 입히는 게 카메라에 찍히면 저도 전사의 길에서 탈락당할 거예요.’


-그럼 저놈을 그냥 둔다는 거냐? 남한테 피해를 입혔으면 제 놈도 당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아마, 주짓수 평가 날에 참교육을 시켜줄 방법이 있을 거예요.’


우석도 고태성을 내버려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보기보다 주짓수 실력이 좋으시네~ 잘 배우고 갑니다. 앞으로도 예의 잘~ 지키면서 운동 하세요~”


처음 가위치기를 시도한 뒤 일방적으로 당한 고태성이 일어났다.

그는 빈정거리며 말한 다음 잽싸게 자리를 떠났다.

니바에 걸렸던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아, 엿 같은 꼰대 새끼. 존나 떽떽거리네.”


고태성이 자기 패거리들에게 돌아와 떠들었다.


“타격만 있는 놈인 줄 알고 방심했다가 역으로 걸렸어. 참나 어이가 없네, 시발.”


고태성은 자신이 탭 친 게 방심해서라고 열심히 어필을 했다.

속마음은 조금 달랐지만.


‘요즘 너무 체육관에 안 다녔나? 강우석한테 시바 전혀 손을 못 쓰고 털렸어. 아니면 저놈 실력이 좋은 건가?’


하지만 최대한 강우석에게 밀렸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 세게 말했다.

어차피 끼리끼리 모인 무리.

약한 티를 내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래도 가위치기 들어가니까 강우석 개놀라던데. 푸흐흐!”

“처음에 장난 쳐가지고 사이드 뺏겼잖아. 그것만 아니었어도 이겼을걸?”

“나이도 별로 안 많으면서 존나 훈계하고 지랄. 가위치기는 금지기술이고요~ 하하하! 존나 웃기네.”


다행히 아직은 얕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지금 서로 연습하라고 하니까 설렁설렁 하는 도전자들 보이는데, 평가 때는 절정고수와 스파링을 할 겁니다. 지금 충분히 주짓수 실력을 쌓아놓으세요.”


김운길이 장내를 훑어보며 한 마디 했다.

고태성과 그 무리들을 포함,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김운길의 재촉은 고태성 일당에게 큰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했다.


“아, 평가 때 도전자들끼리 붙는 게 아니었어? 강우석 떨어트리려고 했는데 아쉽네.”


고태성은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그러게. 처발라줄 수 있었는데.”

“고태성 설욕전 평생 못 하겠네.”


서로 킥킥대며 주짓수 스파링은 뒷전인 고태성 무리.

우석은 그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다.


-염병, 평가 때 되갚아줄 수도 없게 생겼는데 어쩌려고 그러느냐?


오히려 천마가 발을 동동 구르며 조바심을 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태성을 짓뭉개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아뇨, 딱 제가 바라던 상황이에요. 천마님 저 그때 썼던 거 있잖아요? 그....’


-아! 녀석, 보기보다 독한 구석이 있었구나. 크흐흐! 그렇다면 급하게 생각할 거 없지.


천마는 우석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심전심이 이루어진 우석도 천마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 *


“이 선수는 암바를 기가 막히게 잘 거네요.”


주짓수 교육이 끝나고 돌아온 우석은 유티비 라이브 방송을 켰다.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훈련을 찍지 않았다.


>뭐임? 나 지금 들어왔는데 오늘 무슨 컨텐츠임?

>전사의길 주짓수 평가 대비하나봄

>절정고수들 주짓수 스타일 분석중

>우석이형 역시 타격가라 쫄? ㅋㅋㅋㅋ

>다 잘할 순 없자너~~


그가 하고 있는 것은 전사의 길에 절정고수로 참가하고 있는 프로 선수들의 주짓수 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각 선수마다 특징을 분석하고 주로 사용하는 기술을 체크했다.


“자, 이 정도면 충분히 본 거 같네요. 이제 훈련 시작하겠습니다.”


전사의 길 프로그램 설명에 기재된 모든 선수들을 훑어본 우석.

한층 밝아진 얼굴로 일어났다.


>오, 드디어 운동 시작

>형 빨리 상의 탈의해줘요 등에 푸르르 하고싶어

>ㅁㅊㄴ아 푸르르 ㅇㅈㄹ 좀 그만해;

>왜 컨셉러 기를 죽이냐

>저런 애들도 있어야 채널이 살지


우석은 샌드백 앞으로 가서 섰다.

글러브도 끼지 않은 상태였다.


-툭


이어서 그가 한 행동은 손가락으로 샌드백을 찌르는 것이었다.

평소 바위를 들거나 전신에 매질을 하던 것과 달리 굉장히 정적인 동작.

처음엔 가볍게 찌르던 것이 점점 강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MMA를 위한 훈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

>지건 연습하나;;

>지건 ㅇㅈㄹ ㅋㅋㅋㅋ

>ptsd 오네 ㅅㅂ ㅠㅠ

>내가 많이 맞아봐서 아는데 지건 그렇게 쓰는거 아님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도 우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우석의 손가락질에 만화에서 나오는 기술명을 붙이면서 몇몇은 자기네들끼리 놀기도 했다.


>괜찮아 형 형은 등이랑 얼굴이 컨텐츠니까

>그래도 좀 심심한데 쌍지건 써줘


우석은 정체불명의 훈련 중간중간 채팅을 확인하며 소통했다.


“이게 지건이 아니라 점ㅎ....”


[로부루치 님의 10000원 후원 – 형 눈치 챙겨]


“네, 이건 지건입니다. 근데, 쌍지건이면... 양손으로요? 그러기엔 손가락이 너무 아픈데....”


[로부루치 님의 1000원 후원 – 쌍지건 한번에 오백원 도네함]


“아플수록 성장한다는 말이 있죠.”


-퍼벅! 퍼벅!


우석은 곧장 양손 검지를 펼쳐 샌드백을 찔렀다.


>태세전환 겁나 빠름 ㅋㅋㅋ

>자본주의 파이터;;

>돈 준다 그러면 샌드백 대신 맞아줄 수도 있지 ㅋㅋ

>우석이형한테 맞으면 포상 아님? 퍄퍄


채팅 내용들이 민망했지만 우석은 꾹 참고 훈련을 이어갔다.


‘두 번 찌르면 닭가슴살 하나씩이다...!’


분명 고통스러운 수련이었다.

하지만 우석의 입꼬리는 움찔움찔 올라갔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샌드백을 찌를 때마다 점점 깊고 넓게 파고들었다.

마치 손가락 끝에 투명한 골무를 씌운 것처럼.


* * *


“오늘은 드디어 마지막 교육 평가죠? 오늘 살아남은 도전자들은 팀을 나눠 팀 미션을 치르게 됩니다. 팬분들께 더 멋진 모습을 보일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2월 28일.

전사의 길 주짓수 평가 날이 찾아왔다.

이 날을 지나야 방송을 통해 MMA 선수로서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프로 선수 데뷔가 절박한 도전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돌았다.


“허접한 새끼들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 시바 스무 명 중에서 최하위 2명 안에 들 거면 빨리 맘 접고 딴 일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 크큭.”


물론 모두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태성과 그 일행들은 서로 낄낄대며 떠들고 있었다.


‘그냥 방송에 얼굴이나 내비치고 싶어서 지원한 건가?’

‘정말 프로 데뷔에 목매는 사람들도 있는데....’


많은 도전자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굳이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무인을 꿈꾼다는 놈들이 하는 짓은 그냥 시정잡배나 다름이 없구나. 저놈들뿐 아니라 여기 모인 태반이 수준 이하야. 쯧쯧.


천마가 도전자들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그도 그럴 것이, 고태성뿐 아니라 재미를 위해 뽑은 도전자들이 제법 있었다.

스스로 건달 출신이라고 밝힌 이도 있었고 학생 시절 일진이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실력보다는 캐릭터성이나 악, 깡 같은 것으로 붙은 도전자가 있으니 천마의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이제 팀이 정해졌을 때... 악질이 없길 바라야죠. 일단은 현재에 집중해야겠네요.’


착잡한 눈으로 도전자들의 면면을 살피던 우석의 시선은 고태성을 거쳐 김운길에게로 향했다.

김운길도 고태성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지 인상을 쓰고 보고 있었다.


“처음 평가 받을 도전자는, 고태성 도전자. 케이지로 들어가요. 상대는 우리 장진영 절정고수가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지목을 받은 고태성.

그는 주위에 있는 도전자들에게 가볍게 웃어 보이며 케이지로 향했다.

우석도 케이지 입구 근처로 움직이며 상대 절정고수를 봤다.


‘장진영이면... 기무라를 잘 거는 선수였지.’


장진영이라는 선수의 얼굴을 보니 영상으로 분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진영은 서브미션 중에서 기무라 락이라는 어깨와 팔을 꺾는 기술을 자주 시도하는 편이었다.


-예상 범위 안쪽이지? 본좌가 알려준 대로 해봐라.


천마가 우석에게 물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우석.

그는 도전자들 사이로 지나가는 고태성에게 다가갔다.


-툭툭


“파이팅 하세요.”


우석은 왼손으로 고태성의 어깨를 두드리고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쥐어 응원했다.

고태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생각지도 못한 응원에 순간 벙찐 표정이 됐다.


“아, 예.”


고태성이 적당히 대답을 하고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양 팔을 돌리며 스트레칭하는 그는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고태성이 떨어질 일은 없겠지?”

“인성은 개차반이어도 주짓수는 제법 하잖아.”

“아마 이기진 못해도 방어를 잘 해서 탈락은 면할걸.”


학생일 때부터 주짓수를 수련한 고태성이 주짓수 평가에서 떨어질 리 없다는 게 대다수의 중론이었다.

도전자들 중에서는 아예 주짓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주짓수는 재능이 뛰어나도 몇 년의 경험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는 종목이었다.


“와 장진영이 올라탔어.”

“그래도 고태성이 만만치 않네. 저 그립을 뜯어?”

“저만큼 했으면 이미 합격점이겠다.”


실제로 고태성과 장진영의 주짓수 스파링은 승부가 금방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프로 선수인 장진영이 우세하여 상위 포지션을 차지하긴 했지만 고태성의 방어가 생각보다 뛰어났다.


‘이제 슬슬 탭을 받아내야겠네.’


장진영은 다양한 기술들을 시도하며 고태성의 주짓수 방어 기량을 끌어냈다.

아마 멘토들이 점수를 매기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으리라.

아마추어에게 너무 시간을 끌어도 자신의 이미지에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장진영은 마무리를 지으려했다.

그의 주특기인 기무라 락을 사용해서.


‘사이드 포지션부터 먹고....’


아래에 깔려있는 고태성이 골반을 튕길 때 밀려주는 척 하면서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부드럽게 팔을 휘어 감으며 몸통 뒤쪽으로 꺾어주었다.

몹시 깔끔한 실력이었다.


‘어? 제대로 안 들어갔나? 탭을 칠 기미가 없네.’


보통 관절기가 성공하면 고통스러워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고태성에게서 별 반응이 없었다.


‘유연한 편인가? 아직 탭이 안 나오는 거면....’


-우드득


장진영이 힘을 주어 기술을 더 강하게 사용했다.


“끄아아악!”


그러자 고태성이 갑자기 비명을 터트렸다.


“뭐, 뭐야?”

“왜 저래?”

“멀쩡히 잘 버티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뒤바뀐 고태성의 태도.

이어 케이지의 문이 열리고 링 닥터가 뛰어 들어와 스파링을 중단시켰다.


‘저게 왜 부러져...?’


그 광경에 우석도 놀란 토끼눈이 되어 천마를 보았다.


‘천마님, 적당히 아프면서 탈락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셨잖아요...?’


작가의말

천마 : 골절 정도면 적당히 아픈 거 아냐...?


* * *


제목 변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을 땐 참 기똥찬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 모양이네요.

혹시 어울리는 제목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 계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 글을 찾아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님 : 잽 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뱀 같은 놈 +6 21.03.19 6,962 95 14쪽
25 +2 21.03.18 7,157 98 12쪽
24 마취제 +4 21.03.17 7,388 104 12쪽
» 저게 왜...? +6 21.03.16 7,398 104 12쪽
22 쌩양아치구나 +2 21.03.15 7,733 101 14쪽
21 의도 +4 21.03.15 7,804 114 12쪽
20 오늘보다 더 +6 21.03.14 8,159 122 12쪽
19 특별 강사 +4 21.03.13 8,408 125 13쪽
18 탈락 +6 21.03.12 8,372 126 13쪽
17 진흙탕 싸움 +3 21.03.11 8,377 120 12쪽
16 싸움귀신이라면 +4 21.03.10 8,505 117 12쪽
15 ㅅㅋㅊㅇ +4 21.03.09 8,546 129 14쪽
14 봐주고 있는 건가? +2 21.03.08 8,607 127 14쪽
13 새로운 +6 21.03.07 8,637 140 12쪽
12 타이밍이 좋았다 +2 21.03.06 8,621 132 14쪽
11 팀 그리즐리 +4 21.03.05 8,718 126 13쪽
10 +3 21.03.04 8,699 132 12쪽
9 반사이익 +3 21.03.03 8,707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2 127 14쪽
7 불공평 +3 21.03.01 8,949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5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2 환각? +12 21.02.24 10,565 139 12쪽
1 최약체 +15 21.02.24 12,749 13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