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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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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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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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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10 22:20
조회
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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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
12쪽

싸움귀신이라면

DUMMY

“아 솔직히 난 좀 억울한 케이스죠.”


팀 탑피스트 소속 김현수는 인스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주제는 당연히 전사의 길 시즌2.

시즌1에서 활약을 하다가 돌연 조기종영을 맞이했던 그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가 어그로를 많이 끌었어도 실력으로 말이 나오진 않았잖아요? 근데 시즌2에서 또 개고생할 게 뻔히 보이니까. 빡치는 거지.”


>맞말;;

>현수 하고 싶은 거 해!

>솔직히 현수도 피해자임


올해로 19세인 김현수의 인스타 팔로워는 대부분 학생들이었다.

그것도 격투기를 잘하는 김현수에게 우호적인.

그렇다보니 라이브에서 채팅 내용도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시즌2에 강우석도 참가했다던데 봤음?

>걔 때문에 시즌1 완전히 터진 거잖아 ㅅㅂ

>시즌1이 ㅈㄴ 재밌었는데


김현수는 채팅을 보다가 강우석의 이름이 나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좀 그런 퇴물 아재랑 엮지 마요. 프로 선수였다가 네 번 처발리고 아마추어들 방송에 와가지고.... 쪽팔린 줄 알아야지. 겨우 한 번 이긴 것도 발버둥 치다가 겨우 따낸 거고.”


>ㅋㅋㅋㅋ 완전 사이다네

>현수는 화낼 자격 있음 ㅇㅈㅇㅈ

>그래도 동영상에서 볼 땐 타격 괜찮던데

>실제로 봤을 땐 ㅂㄹ임?


“실제로 보고 자시고 전적이 그따윈데 실력이 있을 수가 있나? 타격이 괜찮았으면 전사의 길에 안 나왔지.”


김현수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채팅에 답했다.


>강우석도 라이브 하는데 시즌2 통과했대

>ㄹㅇ? 그럼 현수 형이랑 보겠네

>현수야 그래도 강우석이 나이도 많은데 말 심하게 하지 마라


“아, 씨. 방금 틀니 냄새 나는 꼰대 누구야? 뭐 나이 많으면 버프 받아? 처맞으면 더 아프면 아팠지.”


김현수의 발언은 조금씩 더 과격해졌다.

그럴수록 채팅의 반응이 많아졌고 점점 더 관심 받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쭉 운동만 하던 김현수.

그는 전사의 길 시즌1을 통해서 대중의 시선을 받으니 스스로 주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직접 만나면 어떡하려고 그랰ㅋㅋㅋ

>개뻘쭘할듯;

>지금이라도 오버 좀 했다고 사과하자 ㄱㄱ


“아 뭔 사과야. 그쪽 추종자분들은 제 인스타에서 다 꺼지세요 좀.”


>ㅋㅋㅋㅋ

>강우석 팬들도 다 –틀-인 듯

>사과하자 ㅇㅈㄹ;

>사과는 강우석이 해야하는거 아님?

>방금 너 강우석이지 ㅋㅋㅋ


김현수는 자신을 옹호해주는 팔로워들과 함께 우석을 헐뜯고 자신의 실력을 포장하는 라이브를 이어나갔다.


* * *


시청자들의 제보를 받고 김현수의 라이브를 본 우석.

자신을 향한 과격한 언행을 봤음에도 그의 태도는 차분했다.


“아마도 예선전에 합격해서 완전 흥분한 상태인가 봐요.”


물론 태도가 차분하다고 대응마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사의 길 합격이 살면서 맛본 성공 중에 가장 큰 일이라면 그럴 수 있죠.”


>어우;; 부드럽게 패시네 ㅋㅋㅋㅋ

>형 내가 좀 늦게 왔지? 형 등에 푸르르 하고싶어!

>푸르르좌 어서오고

>김현수 졸지에 잼민이행 ㅋㅋㅋ


우석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을 이었다.


“시즌2에서는 도전자들한테 교육도 시켜준다던데 인격도 좀 가르치면 좋겠네요. 여차하면 제가 알려줄 수도 있고요. 제가 사랑의 매 휘두르는 건 좀 자신 있거든요.”


>ㅗㅜㅑ 우석이 형이 때려주는 채찍질... 이건 아주 귀하군요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때리는 법이지 ㅋㅋㅋㅋ

>매질 전문 유티-바 우석 강!

>근데 전사의 길에서 무슨 교육을 받음?


“아, 이번 시즌2는 제작진이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잖아요? 그래서 격투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성적을 낼 수 있게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우석은 그가 예선전에 합격한 뒤 전사의 길 제작진에게 들었던 내용을 설명했다.

예선전을 통과한 인원은 24명.

이후 3주 동안 타격, 레슬링, 주짓수 교육이 진행된다.

월요일에 교육을 받고 쭉 연습을 한 뒤 일요일에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평가를 한 다음 성적에 따라 2명씩 탈락자가 발생한다.

그렇게 교육 기간이 지나가면 18명이 남는 것이다.


>최소한의 퍼포먼스도 안 나오면 얄짤없이 보내겠다는 거네 ㅋㅋ

>하긴 노잼 방송 만드느니 그게 나음


“그렇게 18명 남으면 3개 팀으로 나눠서 팀 미션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8명이 남고 8강전부터 MMA룰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정하게 된다네요.”


다 해서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진행될 전사의 길.

이 길다면 긴 여정에서 우승을 한다면 워리어FC의 메인이벤트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국내 최대 격투기 단체에서 메인이벤트라면 선수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다.


‘여기서 좋은 경기를 보여줘서 이슈를 만든다면 내 전적으로도 충분히 다른 경기를 더 뚫을 수 있겠지.’


-쯧, 무사가 비무를 하는 게 이리도 복잡해서야.... 명문정파란 놈들이 명분 내세우며 이리저리 내빼는 꼴 같구나!


무림에서 활보하던 천마로서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이번 프로그램 방식 덕분에 천마님이랑 저한테도 분명 도움이 될 거 같으니까요.’


-염병, 도움이 되기는 개뿔이....


우석의 말에 천마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노인의 모습을 뒤로하고 우석은 채팅창을 마저 확인했다.


>시즌2는 주작만 없으면 형이 우승하겠지?

>주짓수 쪽이 좀 관건이긴 하겠다 ㅋㅋ

>그라운드로 가기 전에 다 줘패면 됨


“그럼요. 우승은 무조건 제가 합니다.”


우석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대답을 포함한 전사의 길 도전자들의 SNS 활동들이 캡처되어 온라인상에 뿌려졌다.

개인 개인의 포부.

유명인의 소감.

벌써부터 보이는 갈등 따위가 전사의 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역시 우석과 김현수의 대립 구도였다.


* * *


“자, 오늘부터 여기에 있는 24명이 함께 전사의 길을 함께하게 될 거예요.”


예선전이 있은 후 4일 뒤, 2월 8일.

전사의 길 본선 촬영이 시작됐다.

24명의 본선 진출자들의 앞에서 김운길 워리어FC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시즌2에서는 정말 가능성이 있는 전사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승자가 아니더라도 투지가 보이고, 재능이 보인다면 우리 워리어FC와 계약을 할 겁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겠죠?”


김운길이 도전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자신에게 잘 보이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다시 말하면 여러분은 전사의 길 도전자인 거지, 아직 워리어FC와 계약된 선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걸 항상 기억하세요.”


-그놈 참 유세 더럽게 떠는구나!


김운길의 으름장에 천마가 한 마디 했다.

실제로 도전자들 중 다수가 위기감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자기 말 잘 듣는 선수들로 만들기 위한 전초작업이겠죠.’


-그래, 예전에 혈굔가 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놈이 저런 식이었지. 주둥아리로 신도들을 노예처럼 굴게 만들었어. 꼭 저런 뱀의 혀를 가진 놈들이 있다니까.


우석이 천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김운길은 마이크를 내려놨다.

다음으로 첫 번째 교육인 타격 교육을 진행할 인물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우석과 구면인 사람이었다.


“반갑습니다. 전사의 길 타격 교육을 맡게 된, 최정입니다.”


우석이 처음으로 천마와 함께 상대했던 선수, 최정이었다.


‘최정 선수가 왜...? 워리어 짐 소속도 아닐 텐데....’


최정이 워리어FC에서 뛰고 있지만 소속팀은 워리어 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사의 길에 절정고수로 참여했다는 건 의아한 부분이었다.


-저놈이 널 뚫어져라 보는 걸로 봐선 너 때문인 거 같은데? 아마도 네놈이 자길 이긴 게 실력이었는지 운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크흐흐!


천마가 재밌다는 듯 말했다.

실제로 최정은 우석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최정의 입장에서는 재수 없게 승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할만했다.

경기에서 타격, 그라운드 그 어떤 면에서도 우석의 우위에 있었으니까.


‘여기서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겠네요.’


우석은 최정의 시선을 받으면서 생각했다.

그날 경기에서는 분명 운이 좋았던 게 맞다.

하지만 그 후로 우석에겐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할 거고.’


어느새 최정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타격 교육이 시작됐다.

기본적인 MMA 타격에 대한 내용들부터 차근차근 진도가 나갔다.


‘물론 초짜가 하루 안에 다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지만.... 그게 싸움귀신이라면 다르지.’


우석은 최정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는 천마를 힐끔 보았다.

그는 허공에 떠서 사우스포와 오소독스 자세를 잡아가며 열중하고 있었다.

우석이 생각했던 이번 전사의 길에서 얻을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천마가 현대 격투기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었다.


-호오, 잽이라는 권초도 의외로 심오하군. 직선적이고 간결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변초로 활용할 수도 있겠어.


무에 대한 경지가 까마득히 높은 천마에게 현대 MMA는 전혀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다.

알고 있던 것들의 재정립.

그리고 일부 그 시대에는 밝혀지지 않은 정보의 추가 정도.

전사의 길 본선이 펼쳐지는 장소에 있는 모든 이들 중 가장 빠르게 MMA 타격에 대한 걸 습득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천마였다.


‘이미 종합격투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한텐 큰 도움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우석은 입식 타격으로 격투기에 입문한 케이스였다.

초보자들을 염두에 둔 교육에서 얻을 것은 별로 없었다.

마찬가지로 몇몇 도전자들은 이미 집중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석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김현수와 눈이 마주쳤다.


“...!”


동공이 커진 김현수.

몰래 우석을 보다가 들킨 것이다.


‘인스타에선 여포처럼 무대포로 굴더니 역시 애는 애구나.’


우석은 그런 김현수에게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런 우석의 여유 있는 모습에 김현수가 인상을 쓰고 시선을 돌렸다.

둘의 모습은 전사의 길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었다.


“야, 이거 잘하면 스토리가 되겠는데? 특히 김현수 얘는 잘 긁으면 이슈몰이 좀 할 수 있겠어.”


카메라에 잡히는 것들을 모니터링 하던 김운길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김운길은 온라인에서 둘의 갈등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방송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그림이 나오기 시작하자 들뜬 것이다.


“이 두 명이 계속 부딪히게 만들어야겠네. 강우석이한테 관심이 몰리는 건 별로 달갑지 않지만....”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팬들의 관심은 곧 힘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선수들이 SNS를 운영하고 맘에도 없는 트래쉬 토크로 이목을 끌기도 한다.

김운길의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자신의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선수가 인기를 끌기를 바랐다.

하지만 대중의 선택은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제어할 수 없는 것, 김운길은 이러한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강우석이도 우리 워리어FC에서 계속 경기를 뛰어야 되지 않겠어?’


이번 전사의 길에서 도전자들이 워리어FC 전속 계약을 하는 건 아니다.

전사의 길 우승자는 워리어FC 메인이벤트 경기를 한 번 배정해주는 것뿐.


‘계약으로 족쇄를 채울 수 있을 거야.’


김운길은 국내 최대 격투기 단체라는 강점을 이용해 선수들을 얽매는 수를 자주 썼다.

그렇게 선수층을 공고히 하면 워리어FC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그럴수록 또 선수들을 컨트롤하기 수월해졌다.


“결국 강우석이 니 인기가 올라가면 내 몫도 커지게 되는 거지. 흐흐흐.”


김운길은 카메라에 잡히는 우석을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 이제 잠깐 쉬는 시간 가지고 연습 해보겠습니다.”


어느새 최정의 MMA 타격에 대한 이론 교육이 끝났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펀치와 킥, 엘보와 니킥까지 훑은 뒤였다.

천마는 혼자서 무아지경에 빠졌는지 허공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중국 권법과 MMA가 섞인 것 같은 모양새였다.

확실한 건 앞으로 천마의 조언이 우석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강우석 선수. 오랜만이네요.”


우석이 그런 천마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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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특별 강사 +4 21.03.13 8,408 125 13쪽
18 탈락 +6 21.03.12 8,372 126 13쪽
17 진흙탕 싸움 +3 21.03.11 8,377 120 12쪽
» 싸움귀신이라면 +4 21.03.10 8,506 117 12쪽
15 ㅅㅋㅊㅇ +4 21.03.09 8,546 129 14쪽
14 봐주고 있는 건가? +2 21.03.08 8,607 127 14쪽
13 새로운 +6 21.03.07 8,637 140 12쪽
12 타이밍이 좋았다 +2 21.03.06 8,621 132 14쪽
11 팀 그리즐리 +4 21.03.05 8,718 126 13쪽
10 +3 21.03.04 8,699 132 12쪽
9 반사이익 +3 21.03.03 8,707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2 127 14쪽
7 불공평 +3 21.03.01 8,949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5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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