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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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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28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15 00:16
조회
7,804
추천
114
글자
12쪽

의도

DUMMY

“이번에 평가받을 도전자는, 심종흠 도전자입니다.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세요.”


레슬링 평가의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 지난 타격 평가 때와 달라졌다.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멘토가 호명하는 도전자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저번에 네놈에게 허를 찔리고 바꿨나보구나. 크흐흐!


전사의 길 제작진 입장에서 변수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쓴 듯 했다.


“심종흠? 얘가 그 유티버지, 유티버? 얘는 내가 받아줄게.”


호명된 도전자를 확인한 김운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종흠은 그라운드 쪽의 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이었다.

김운길이 스스로를 돋보이게 만들기에 아주 제격인 도전자라고 할 수 있었다.

심종흠은 김운길의 모습을 보며 표정을 찡그렸다.


“아, 왜 하필 나는 김운길 멘토야.”


레슬링 평가는 주로 절정고수라 불리는 프로 선수들과의 레슬링 스파링으로 진행됐다.

정동준이 받아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 외의 다른 절정고수가 나서기도 했다.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레슬링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강도를 조절해가며 스파링에 임했다.


‘근데 김운길은 무조건 자기가 멋있어 보이려고 빡세게 할 텐데....’


우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종흠을 보았다.

그래도 몇 되지 않는 도전자들 중에서 친해진 사람이었기에 안타까웠다.


-내가 좀 도와줄까?


우석의 마음을 알아차린 천마가 슬쩍 물었다.


‘뭔가 방법이 있을까요? 천마님은 저한테만 보이시잖아요.’


-방법은 항상 있다니까 그러네. 크흐흐. 잘 봐라.


천마가 심종흠의 뒤로 날아가더니 목덜미 한 부분을 가리켰다.


-손에 내공을 운용한 채로 여길 쿡 눌러. 그러면 몇 분 정도 목의 감각이 무뎌질 거야. 그러면 저 김운길이란 놈이 무릎을 차도 밀고 들어갈 수 있겠지.


천마가 알려준 것은 점혈이라는 수법이었다.

내공으로 혈맥의 흐름을 막는 고급 기술.

점혈은 감각을 차단하거나 근육을 마비시키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다만 우석의 내공 수준과 운용 능력으로는 아직 정교한 조정이 어려웠다.


‘아... 김운길 대표가 니킥을 많이 차니까 비장의 한 수가 될 수 있겠네요.’


우석은 천마의 의도를 이해했다.

김운길은 태클을 막아설 때 니킥을 자주 사용하는 습관이 있었다.

심종흠을 상대로도 분명 무릎이 나올 테니 목 감각을 조금 마비시키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종흠 씨, 파이팅하세요!”


우석은 심종흠에게 다가가 어깨를 주무르며 응원했다.

마사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목에 있는 혈도를 점혈했다.


“고마워요. 근데 통과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하하하.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천생 유티버인 심종흠은 탈락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쾌활하게 노래를 부르며 케이지로 향했다.

이어진 레슬링 평가는 꽤 처절했다.

지난 교육 시간에 배운 대로 태클을 들어가는 심종흠.

하지만 김운길은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하면서 과잉 방어를 했다.

덕분에 심종흠은 몇 번씩 바닥에 나뒹굴고 안면 타격도 여러 번 당했다.

전혀 봐주는 것 없이 김운길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그렇지만 심종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퍽!


헐떡이는 호흡으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태클을 시도한 심종흠.

하지만 김운길은 바로 니킥으로 응수했다.

그 모습에 많은 도전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스파링에서는 부상의 위험 때문에 얼굴에 엘보나 니킥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레슬링 스파링에서 니킥을 사용하니 눈꼴사나울 수밖에.


‘그대로 밀고 들어가!’


그러나 우석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니킥을 맞은 심종흠의 얼굴엔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기색이 적었으니까.


‘성능 확실하구만!’


-그럼, 물론 내공을 좀 과하게 실었으면 저 녀석 목이 영영 마비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예? 그런 얘기를 이제야 하시면 어떡해요?’


-옘병, 결과적으로 잘 됐으니 된 거 아니냐? 저기 봐라.


천마가 케이지를 가리켰다.

거기엔 김운길에게 테이크다운을 성공한 심종흠이 기쁨의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다음부턴 그런 위험이 있으면 꼭 먼저 말을 해주세요.’


-하여간 그놈, 물러터졌다니까.


천마는 우석을 보며 툴툴거렸다.


“우석 씨, 방금 봤어요? 와 아드레날린이 막 나왔던 건지 니킥을 맞았는데 하나도 안 아프더라고요!”


어느새 심종흠이 케이지에서 나와 기쁜 얼굴로 떠들어댔다.

우석은 그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은 강우석 도전자. 케이지로 들어오세요.”


이윽고 우석의 차례가 됐다.

우석은 손목과 고개를 돌리며 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케이지엔 이미 정동준이 몸을 풀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웃음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정동준 왜 갑자기 분위기를 저렇게 잡아?”

“겁나 살벌한데.”

“지난번에 강우석이 쉽게 안 넘어가서 존심 상했나?”

“강우석 조졌네.”


케이지 밖에 있던 도전자들에게까지 정동준의 진지함이 전해졌다.


-저놈 정말 최선을 다할 생각인가보다.


우석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정동준의 매서운 눈빛을 정통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정동준은 케이지 내부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우석을 노려봤다.


-땡


공이 울리고 레슬링 평가가 시작됐다.

정동준은 곧장 케이지 중앙을 차지하고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타격을 던지면서 우석을 몰아세웠다.

레슬링 스파링인지 MMA 스파링인지 헷갈릴 정도의 공격이 쏟아졌다.

우석은 처음 교육 날과 마찬가지로 방어를 하는 데에도 급급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날 돕는 게 될 수가 있어? 잘못하면 이대로 탈락하게 생겼는데....’


우석은 케이지까지 적극 활용해가며 가까스로 정동준의 공세를 버텨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박정열이 집중 훈련을 시켜준 덕분에 그래도 큰 위기는 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반격의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 강우석 도전자, 레슬링 평가에는 테이크다운 디펜스만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공격도 해야죠.”


스파링의 양상을 지켜보던 김운길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단순히 알리는 게 아니라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었다.

공격을 하지 않으면 레슬링 평가에서 점수를 낮게 주겠다는.


‘공격을 할 수 있으면 진작 했겠지...!’


우석은 김운길의 멘트에 속이 끓었다.

그는 이미 온 힘을 다해 정동준에게 맞서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우석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강우석도 여기까진가...?”

“근데 정동준이 레슬링을 진짜 잘하긴 잘 한다. 강우석이 저만큼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지.”

“챔피언이 전력을 다하게 만들었으니까....”


우석과 정동준의 스파링을 보며 도전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차원이 다른 수준의 레슬링 실력을 보여준 정동준.

그리고 아슬아슬하게나마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해내는 우석.

두 사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뇌리에 깊이 새겨질 그림을 만들어냈다.


“아! 끝났다. 태클이 제대로 들어갔어.”


한 도전자가 케이지를 보며 외쳤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우석의 움직임이 둔해진 찰나, 정동준이 잽싸게 태클을 시도한 것이다.

바닥을 쓸듯이 아주 낮게 들어오는 태클이었다.

정동준의 두 팔이 완벽하게 우석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이제 그대로 중심을 무너트리면 테이크다운 성공이었다.


“흡...! 어?”


정동준이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우석을 압박하려는 순간,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그의 양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카렐린 리프트...?”

“저건 올림픽에서도 보기 힘든 기술이잖아....”


카렐린 리프트.

혹은 리버스 바디 리프트라고 불리는 레슬링 기술.

상대방의 허리를 잡아 몸을 거꾸로 들어 올리는 기술이다.

경량급 선수들 사이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데 평소 체중 70~80kg대인 라이트급의 싸움에서 우석이 사용해냈다.


‘감독님 예상이 맞았어!’


절묘한 카렐린 리프트는 사실 정동준에게 사용할 필살기로 박정열이 제안한 것이었다.

정동준이 확실하게 테이크다운을 시키고자 할 때 태클을 낮게 들어온다는 점에서 착안한 노림수.

상체를 깊숙하게 숙인 태클이라 카렐린 리프트에 취약했다.

문제는 카렐린 리프트를 실제로 쓰기 위해선 엄청난 근력과 레슬링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동안 내 지시대로 수련하길 잘했지? 흐흐흐.


그동안 사람보다 무거운 바위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면 힘이 부족했으리라.

천마와 박정열의 훈련이 맞물리며 카렐린 리프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쾅!


우석이 정동준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케이지의 펜스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충격.

정동준은 대자로 뻗은 상태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체육관 내부에 정적이 찾아왔다.

챔피언이 오히려 테이크다운을 당할 줄 누가 알았을까.


“와.... 와아아아!”

“미쳤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이내 도전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평가를 떠나 극적인 결과에 다들 가슴이 뜨거워진 것이다.

전사의 길 촬영 카메라는 우석과 정동준을 클로즈업 하여 찍었다.

카메라 앞에서 챔피언을 메다꽂은 우석은 그제야 사태를 자각했다.

팬들의 인기로 살아가는 스포츠 선수 입장에서 정동준은 굉장히 큰 손해를 입었다.

우석은 미안한 마음에 정동준을 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조금 놀란 기색은 있었지만.


‘아, 이걸 의도했던 거구나.’


우석은 그의 표정을 통해서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

정동준은 우석이 자신의 약점을 박정열에게 듣고 충분히 실력을 뽐내길 바랐던 것이다.

챔피언이 엄청난 실력으로 압박.

그리고 그걸 막아내며 반격까지 해내는 도전자.

이는 분명 이슈가 될 만한 모습이었다.


‘카렐린 리프트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거 더럽게 아프네.’


정동준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김운길도 뭐라고 할 수 없으리라.

게다가 방송이 나가고 나면 우석에게 더 큰 관심이 몰릴 게 뻔했다.


‘언젠가는 진짜 케이지에서 보자고.’


정동준은 우석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이에 우석도 굳은 표정을 한 채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실제로 우석은 정동준 덕분에 케이지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전사의 길 레슬링 평가의 통과는 물론, 국내 종합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강우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자주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다.


* * *


“워리어FC랑 계약을요?”


레슬링 평가가 끝난 후, 김운길은 우석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고는 워리어FC와의 전속 계약을 제안해왔다.


“그래. 어차피 강우석이 너도 전사의 길에 참가한 게 경기를 뛰고 싶어서잖아. 안 그래?”


“맞습니다.”


“내가 봤을 때 니 실력이 지금 막 물이 오르고 있거든. 그러니까 괜히 여기서 아마추어 애들이랑 시간 버리지 말고, 바로 프로 경기로 넘어가자는 거지.”


제법 솔깃한 이야기였다.

김운길의 말대로 어떻게 보면 프로 전적을 더 채울 수 있는 시간인데 허투루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우석이 니 나이가 23이잖아? 이제부터 커리어 잘 쌓아 가면 워리어FC에서 챔피언 벨트 충분히 두를 수 있어. 오늘처럼 실력만 확실하게 보여주면 좋은 기회 팍팍 밀어줄게!”


김운길은 워리어FC 계약서를 우석에게 내밀었다.


“워리어FC 챔피언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센 거야. 대한민국 제일. 어때?”


“대한민국 제일이요?”


“그래!”


우석이 대한민국 제일이라는 말에 반응하자 김운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음... 제안은 감사하지만 아직 계약을 하기엔 좀 이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우석은 김운길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아니, 왜?”


김운길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물었다.


작가의말

힘세고 강한 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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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타이밍이 좋았다 +2 21.03.06 8,622 132 14쪽
11 팀 그리즐리 +4 21.03.05 8,718 126 13쪽
10 +3 21.03.04 8,699 132 12쪽
9 반사이익 +3 21.03.03 8,707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2 127 14쪽
7 불공평 +3 21.03.01 8,949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5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2 환각? +12 21.02.24 10,565 1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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