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33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11 22:20
조회
8,377
추천
120
글자
12쪽

진흙탕 싸움

DUMMY

“아... 최정 선수. 그러게요. 두 달 만에 보네요.”


조금 전까지 타격 교육을 하던 최정이 도전자들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우석에게 온 것이다.


“얼마 전에 경기 뛰었죠?”


우석은 지난번 경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았기에 굉장히 최정과 마주하는 게 상당히 어색했다.

그래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뱉었다.


“예.”


그에 비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는 최정.

우석의 말에 간단히 대답을 했다.


“하하... 그럼 리바운드 후유증에 경기 대미지도 남아있을 텐데 굳이 전사의 길에는 왜 참여하신 거예요?”


“저한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서요.”


최정은 의미 모를 소리를 한 뒤 우석을 응시했다.

마치 경기 때처럼, 눈을 마주치고 있지만 시야를 넓게 퍼트려 전신을 살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적대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관찰을 하는 정도?


-아무래도 네놈을 적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크흐흐....


‘적수요?’


-그래. 분명 지난 대련 때 이 녀석이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이기기 힘들었을 테지. 그 이후로 이놈도 부단히 노력한 티가 나는군.


천마의 말에 우석도 최정을 살폈다.

그때보다 눈빛에 여유가 생기고 몸에 근육이 더 자리 잡은 듯 보였다.


‘그래봤자 이제 저랑 체급이 달라졌....’


“체급 올렸어요?”


최정이 우석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질문을 던졌다.


“예, 제 몸에는 라이트급이 더 맞는 거 같아서요.”


“....”


최정이 노골적으로 우석의 전신을 훑었다.

이내 그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이렇게 빨리 몸을 키워내다니.... 진짜 엄청난 노력을 했나보다.’


최정은 우석의 몸을 보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도 오랜 기간 운동을 해왔기에 살이 아닌 근육으로 증량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지난 경기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우석의 체형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두 달 동안 보디빌딩만 했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정도.


‘그런데 예선전 때 모습으로 봐서는 실력도 일취월장했어.’


이건 우석이 몸만 키운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시사했다.

“대단하네요.”


최정은 뜻 모를 칭찬을 던지고는 자리를 떠났다.

뒤돌아선 그는 무언가 다짐하는 눈빛이 되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쉬었으니 둘씩 마주 서세요. 가능하면 체급이 맞는 사람끼리 짝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휴식 시간이 종료되고 도전자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얼추 체형이 비슷한, 그러면서도 자신이 더 돋보일 수 있을 상대를 찾았다.


“아, 강우석 도전자. 이리로 와봐요.”


우석도 마찬가지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김운길이 그를 불렀다.

김운길의 옆에는 김현수가 서있었다.


“내가 보기엔 두 사람 타격 솜씨가 비슷하거든? 둘이 같이 연습하면 좋겠어요. 원래 실력이 비슷하면 서로 성장하기 좋잖아. 그쵸?”


김운길이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죠.”


우석이 먼저 대답했다.

타격 솜씨가 비슷하다는 말엔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김현수와는 한 번 부딪칠 필요가 있었으니까.


“...네, 저도 괜찮아요.”


선수를 뺏겼다는 생각인지 김현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어 답했다.


“그래, 두 사람 키도 비슷하고 체급도 큰 차이는 안 나고 괜찮지. 열심히들 하라고.”


김운길은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린 뒤 촬영감독 쪽으로 향했다.


“모두 파트너가 정해졌으면 타격 연습을 하겠습니다. 글러브를 끼고 있지만 타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얼굴을 직접 치지 않게 주의하세요.”


전사의 길 도전자들은 함께 타격 연습을 할 상대를 정했다.

타격 연습은 한쪽이 자신의 콤비네이션으로 공격을 하면 상대는 방어나 회피 등의 대응을 하는 훈련이었다.

빠른 템포로 반복함으로써 타격 공방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에잉! 실전적인 수련을 하려면 고통도 참고 직접 때리고 막고 해야지! 나 때는 비무 하다가 팔 부러지는 건 예삿일이었어!


일종의 메소드 스파링으로, 부상을 줄이면서도 실전성이 좋은 훈련이었지만 천마는 못마땅한 듯 했다.


‘그건 운기조식으로 대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무림인이나 가능한 일이죠. 그런 게 없는 여기서는 머리나 관절에 충격을 피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종합격투기 자체가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 중요한 경기도 훈련 중 부상으로 취소되는 일이 왕왕 있다.

금창약 따윌 바르고 운기조식으로 쉽게 부상을 털어낼 수 있는 세상과는 수련 방법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우석은 여전히 툴툴거리는 천마를 뒤로 한 채 상대를 보았다.

붉은 글러브와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하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김현수.


“빨간색 글러브를 낀 사람부터 공격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최정이 훈련 순서를 알리며 전자 공을 작동시켰다.


-땡


메소드 스파링이 시작되자 김현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극진공수도 특유의 단단한 파이팅 포즈를 한 채 우석을 압박하려 했다.


-이놈은 권초는 어색한데 발차기는 제법이구나. 앞서 설명을 들었던 로우킥이니 미들킥이니 하는 것들과 궤가 좀 다른 것 같은데?


몇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후 천마가 감상을 뱉었다.


‘베이스가 되는 무술이 달라서 그렇죠. 극진공수도는 주먹으로 안면타격이 안 되니까 아무래도 턱이나 관자놀이를 노리는 복싱 펀치가 어색한가 봐요.’


반면에 채찍처럼 후려치는 킥들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촤악!


무릎을 찔러 넣듯 들어서 상중하단을 골라 치는 발차기는 속도마저 빨라 공격을 쉽게 성공시킬 수 있을 듯했다.

상대가 우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한 번을 안 뚫리네....’


극진공수도식 발차기를 감상해가며 여유롭게 연습하고 있는 우석과 달리 김현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스스로 타격에서 우위라는 걸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특기인 빠른 킥이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고 곧바로 쏟아지는 우석의 공격은 식은땀이 날 정도로 날카로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김현수는 위기감에 조바심이 났다.

SNS에서 그렇게 떠들어놓고 실상 우석과 타격을 주고받는데 아무런 활약도 못하면 사람들이 꼴사납게 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윽


김현수의 공격 차례.

콤비네이션의 일환인 것처럼 팔을 빠르게 뻗었다.


“엇...!”


이에 우석은 당황하며 몸을 뒤로 뺐다.

김현수의 손가락이 눈가로 빠르게 다가왔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써밍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손가락은 눈썹 위를 툭 건드리고 지나갔다.

하지만 우석이 물러서는 사이 김현수는 이미 킥을 날리고 있었다.

처음엔 미들킥처럼 보였지만 이내 발차기의 궤도가 바뀌었다.

순식간에 우석의 머리로 향하는 킥.

발이 반원을 그리며 변칙적으로 공격을 하는, 브라질리언킥이었다.


-환의 묘를 살린 각법이로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엔 높은 점수를 주겠지만.... 사람을 잘못 골랐어.


우석은 그 짧은 사이에 팔을 관자놀이에 붙여 브라질리언킥을 막았다.

거의 본능적으로 위기를 모면했기에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지금 저놈 왼다리가 살짝 틀어져있지? 그대로 무릎 위를 뒤꿈치로 찍어버려. 그럼 다리를 부러트릴 수 있어.


천마는 싸늘한 목소리로 김현수의 다리를 부러트릴 것을 종용했다.

우석의 설명대로면 훈련 중에 머리에 큰 타격을 입히는 걸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방금 김현수의 행동엔 머리를 차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천마의 상식 내에서 그런 암습을 한 인간은 불구로 만들어도 부족했다.


“다리를 부러트려....”

‘...버리는 건 좀 그렇죠.’


살기등등한 천마의 발언에 우석은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가 속으로 삼켰다.


-염병! 좀 그렇기는 무슨? 호구도 아니고 당하기만 할 거야?


‘당연히 이대로 봐줄 생각은 없어요. 저 자식이 무슨 생각인지 대충 알 거 같으니까 되갚아줄 방법은 충분해요.’


-땡


우석이 브라질리언킥을 막아낸 팔을 휙휙 돌리는 사이 라운드가 끝났음을 알리는 공이 울렸다.

그러자 김현수는 사색이 되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뭐야, 볼일이 급했나...?’


우석은 다리를 바삐 움직이는 김현수의 뒷모습을 보았다.


화장실 쪽으로 가던 김현수는 방금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자기도 모르게 저질러버린 써밍 시도와 브라질리언킥.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아낸 강우석.

그러고 나서 자신의 왼쪽 무릎을 노려보며 섬뜩하게 하던 혼잣말.


‘다리를 부러트려....’


강우석이 자신을 위협하고자 했다면 더 크게, 똑똑히 들리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에 김현수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이제 막 19살이 된 그가 뼈를 부러트리려는 악의를 받아본 적이 언제 있었겠는가.

그리고 곧 스스로 무서웠음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다, 다리를 부러트리기는 무슨! 퇴물 주제에 허세를 부리네. 하!”


“다리를 부러트려? 누가 누구를?”


김현수가 한 마디 내뱉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이어받았다.


“아, 멘토님.”


김운길이었다.


“타격 교육 관련해서 인터뷰를 따려고 했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아, 그게....”


뜸을 들이는 김현수.

김운길은 조금 전의 연습시간에 뭔가 있었다는 걸 눈치 챘다.


“이러지 말고 우선 가서 이야기하자고. 인터뷰를 하면서 말이야. 어차피 찍은 거 다 쓰는 게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아요. 허허허.”


* * *


“...제가 경계해야 하는 도전자는 없죠. 다 정리할 자신이 있으니까 시즌2에도 참가한 겁니다.”


김현수가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는 게, 상당히 흥분한 듯 보였다.


“그래요, 그래. 그런 열정을 보여줘야 프로그램에서도 밀어주고, 워리어FC에서도 리스크를 안더라도 끝까지 데려가는 거야.”


그런 김현수의 발언을 들으며 김운길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운길은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부터 김현수의 감정을 긁었다.

시즌1의 일부터 시작해서 현재 MMA 팬들의 여론을 들먹거리고 워리어FC와의 계약까지 언급했다.

혈기왕성한 김현수는 너구리같은 김운길의 부추김에 쉽게 넘어갔다.


“그리고 아까 타격 연습할 때 보니까 킥으로 강우석 도전자를 거의 맞출 뻔 했던데요?”


“그럼요. 거의 제가 압도하고 있었죠. 다시 붙기만 하면 두 다리를 다 부러트려버릴 겁니다.”


김현수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는 인지하지 못한 채 우석에게 들어 뇌리에 박혔던 다리를 부러트린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극적인 멘트를 충분히 뽑아낸 김운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인터뷰는 여기까지. 자리로 돌아가요.”


강우석과 김현수의 대립구도를 만들어갈 재료가 충분히 모였다.


“계속 진흙탕 싸움을 해줘라. 시청률 좀 땡기게. 흐흐흐.”


인터뷰를 마친 김현수의 뒤를 보며 김운길이 말했다.

카메라 녹화도 껐고 주변에는 프로그램 제작진들뿐.

편하게 속내를 말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김운길의 눈에는 허공에 떠있는 천마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염병할 놈이 혓바닥을 무진장 놀리네.


천마는 우석에게로 돌아와 김운길과 김현수의 대화를 전해주었다.


‘김운길 대표가 장난질을 하려는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한동안 저랑 김현수가 직접 붙게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


-왜?


‘둘 다 오랫동안 탈락하지 않게 해야 하니까요. 당장 이번 일요일에 있을 타격 평가에서도 성적이 낮은 2명이 탈락하거든요. 두 명이 모두 오래 남아서 싸워야 시청자들이 계속 따라오죠.’


우석의 설명에 천마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을 바로 손봐줄 수 없다는 게냐? 염병!


‘아뇨,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천마님,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우석은 천마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흐흐흐, 괜찮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 줄 아느냐?


천마가 김현수 쪽을 보며 말했다.


-상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걸로 깨부수는 거야.


작가의말

변칙공격? 어림도 없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님 : 잽 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뱀 같은 놈 +6 21.03.19 6,963 95 14쪽
25 +2 21.03.18 7,157 98 12쪽
24 마취제 +4 21.03.17 7,389 104 12쪽
23 저게 왜...? +6 21.03.16 7,398 104 12쪽
22 쌩양아치구나 +2 21.03.15 7,733 101 14쪽
21 의도 +4 21.03.15 7,805 114 12쪽
20 오늘보다 더 +6 21.03.14 8,160 122 12쪽
19 특별 강사 +4 21.03.13 8,408 125 13쪽
18 탈락 +6 21.03.12 8,372 126 13쪽
» 진흙탕 싸움 +3 21.03.11 8,378 120 12쪽
16 싸움귀신이라면 +4 21.03.10 8,506 117 12쪽
15 ㅅㅋㅊㅇ +4 21.03.09 8,546 129 14쪽
14 봐주고 있는 건가? +2 21.03.08 8,608 127 14쪽
13 새로운 +6 21.03.07 8,637 140 12쪽
12 타이밍이 좋았다 +2 21.03.06 8,622 132 14쪽
11 팀 그리즐리 +4 21.03.05 8,718 126 13쪽
10 +3 21.03.04 8,699 132 12쪽
9 반사이익 +3 21.03.03 8,707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2 127 14쪽
7 불공평 +3 21.03.01 8,949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5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2 환각? +12 21.02.24 10,565 139 12쪽
1 최약체 +15 21.02.24 12,749 13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