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10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2.28 22:20
조회
9,056
추천
142
글자
12쪽

생존 미션

DUMMY

“강우석... 도전자는 프로 선수잖아요?”


우석은 탄탄한 매트가 깔려있는 세트장 중앙에 서있었다.

그의 앞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질문했다.


“예, 맞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부터 다시 시작하는 데에 부담은 없나요?”


질문을 하고 있는 인물은 워리어FC의 대표 김운길이었다.

그는 전사의 길에서 도전자들의 멘토 역할로 참여하고 있었다.


“네, 어차피....”


“강우석 도전자 전적이면 오히려 새로 시작하고 싶을지도 모르죠, 김 멘토님! 하하하!”


우석이 대답하려고 하는데 다섯 명 중 중앙에 있는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는 자신이 위트 있게 멘트를 쳤다고 생각했는지 크게 웃었다.


-염병, 별 싸가지 없는 놈이 말을 끊어먹네? 저놈도 무사냐?


‘아뇨. 가수...예요. 싸움 잘 한다고 소문난 가수.’


-음공을 쓰는 게야?


‘아뇨, 그냥 주먹 좀 쓰고 노래 부르는 가수요. 아, 어그로 끄는 것도 음공이라고 하면....’


-내 왕년엔 저런 놈들 주둥아리를 다 뭉개줬었는데.... 쯧쯧. 저딴 녀석이 뭘 안다고 심사 보는 자리에 앉아있는 건지....


천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나 장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도리어 우석을 별로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다.


“프로 경기에서 힘들다 싶으니까 이런 데에 기어왔나 봐.”

“저러다 아마추어한테도 개처맞으면 어쩌려고 저러지?”

“마지막 경기 운 좋게 이겨놓고.... 나 같으면 그날로 은퇴했다. 크크.”


전사의 길 서울 지역 예선을 구경하러 온 관객이나 도전자들 모두 우석을 조롱하는 눈치였다.


“에이, 최상엽 씨. 그래도 우리 워리어FC에서 뛰었던 도전자한테 너무 그러지 마세요. 허허허.”


김운길이 딱히 부정하지는 않으며 넘어갔다.


“강우석 도전자, 운동 시작은 복싱으로 했었네요?”


“중학교 때 처음 복싱 배웠습니다.”


“그때도 인파이팅을 좀 고집했나요?”


그는 질문을 하면서 양 주먹을 얼굴 가까이에 갖다 댔다.

가드를 바짝 올리며 얻어맞던 우석의 파이팅 스타일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우석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답변했다.


“아뇨, 그때는 신장이 또래에 비해서 컸던 때라 아웃복싱으로 시합을 뛰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다가 킥복싱으로 넘어가고, 팀 블러드에서 MMA 연습생 하다가 19살 겨울부터 활동이 아예 없어지네요?”


“군대 다녀왔습니다.”


“아, 군대.... 그럼 뭐 중간에 군복무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네요. 허허.”


-저놈은 아직 새파랗게 젊은 자식이 자꾸 허허 웃어?


천마가 김운길의 웃음소리에 딴지를 걸었다.

그는 우석이 을의 입장에서 평가받는 상황이 못마땅했다.


‘원래 김운길 대표가 허세 많고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고 들었어요.’


-염병, 행동이 어른스러워야 어른이지. 주둥아리만 늙은이처럼 놀리면 어른인가?


천마가 투덜거리는 사이, 전사의 길 멘토들은 우석의 자료를 보며 의견을 나눴다.

그들끼리 서로 어느 정도 생각을 합쳤는지 김운길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강우석 도전자, 팀 블러드 소속이죠?”


“예, 맞습니다.”


“팀 블러드의 대표로 우리 전사의 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봐도 될까요?”


“아뇨, 이건 제 개인 행동입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우석의 대답에 김운길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얼굴이 펴졌다.


“강우석 도전자는 아무래도 프로 선수니까 우리 절정고수와의 생존 미션은 5분으로 하겠습니다. 민정욱 절정고수.”


김운길은 실력 검증을 위해 데려온 워리어FC의 선수들 중 한 명을 불렀다.


-절정고수? 호오, 이 세상에도 기를 발출하는 수준의 무사가 있더냐?


‘아뇨, 저건 그냥 이름만 그렇게 붙인 거예요.’


우석이 흥분한 천마를 진정시키며 스튜디오의 끝 쪽으로 향했다.

절정고수와의 생존 미션이라는 것은 지정된 시간동안 프로 선수에게서 다운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실력을 검증하는 단계였다.

보통의 시합처럼 끝과 끝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나오는 방식이었기에 우석도 벽면을 향해 움직인 것이다.


‘음...? 근데 저 카메라는 왜 저길 찍고 있는 거지?’


5분은 원래 MMA 경기의 한 라운드.

생존 미션에서는 두툼한 글러브를 착용하기 때문에 맷집 좋기로 유명한 우석은 긴장조차 되지 않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런데 그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방송국 카메라 한 대가 유독 관객석 한 곳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그 위치에는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인물이 앉아 있었다.


-저놈 저거 한 가닥 하는 놈인데?


천마가 학생을 보며 말했다.


-정권에 굳은살이 가득하고 기세가 아주 날카로워. 분명히 무를 단련하는 놈이다.


천마의 표현대로 눈빛하며 체구도 단단한 것이 예사롭지 않은 녀석이었다.

그런데 관객석에 있는 것으로 봐서 예선전 도전자는 아닌 듯 했다.


‘내가 지금 저런 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우석은 이내 관심을 거둬들이고 다가오는 스태프를 보았다.

스태프는 헤드기어를 들고 왔는데 시야를 꽤 방해하는 형태였다.


“저 헤드기어는 끼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우석의 주무기는 눈이다.

헤드기어는 그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할 것이다.


“아, 강우석 도전자. 지금 경력 있는 신입이라고 티내나요?”


그 광경을 캐치한 김운길이 마이크를 들고 한 마디 했다.


“아뇨, 그냥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요.”


-오~


우석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관객들이 짧게 환호를 보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헤드기어 없이 화끈하게 치고받는 걸 보는 게 더 재밌을 테니까.


“허허허, 그래요.”


이내 마이크를 내려놓는 김운길.

그러나 그다지 기분이 나빠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주 꽉 막힌 사람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우석은 김운길에 대한 첫인상을 짧게 갈무리하고 몸을 풀었다.

두툼한 16온스 글러브가 묵직하게 손을 감쌌다.

하지만 복싱으로 기초를 다졌던 그에겐 아주 익숙한 감각이었다.

어깨를 퉁퉁 튕기며 아주 짧게 섀도우복싱을 했다.


“저기 봐. 그래도 프로라고 폼은 꽤 난다.”

“헤드기어도 안 낀다고 그러고.... 은근 상남자여?”

“그러고 통과해야 상남자지. 처맞으면 똥가오고.”


관객들 사이에서 우석의 인상이 제법 좋아지고 있었다.

시합 영상에서 일방적으로 맞는 모습만 보다가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태도를 보니 느낌이 확 달랐던 것이다.


‘맞는 말이야. 제일 중요한 건 실력뿐이지.’


우석은 그를 상대하기 위해 나온 워리어FC의 프로 선수를 보았다.

체급은 라이트급으로 보였는데 현재 감량하지 않은 상태인 듯했다.

이번엔 최정의 때처럼 미리 시합 영상을 보며 대비하지 못했다.

스파링했던 양석현처럼 원래 알고 있던 선수도 아니다.

오롯이 실력 대 실력으로 붙어야 하는 상황.


‘대신 저쪽은 내 바뀐 스타일을 모르고 있을 거라는 게 유리한 점이야.’


절정고수라고 불린 민정욱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석은 누구나 알고 있는 페더급의 최약체 선수.

체급도 한 단계 높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은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듯 했다.


“5분 생존 미션! 시작!”


주심의 선언과 함께 민정욱이 빠르게 접근했다.

굉장히 공격적인 기세였다.


“아~ 민정욱 절정고수. 시작부터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건가요?”

“민정욱 절정고수가 아주 하드펀처거든요. 과연 금강불괴를 깨부술 수 있을까요!”


멘토들이 마이크를 들고 떠들어댔다.


-저놈 턱이....


‘이번엔 말 안 해주셔도 됩니다.’


서로 태클을 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천마는 자연스럽게 상대의 빈틈을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우석은 천마의 조언을 사양했다.


‘어차피 글러브 때문에 태클도 어려울 거고.... 입식 타격은 제 바탕이거든요.’


우석의 베이스는 복싱과 킥복싱.

입식 타격에 근간을 두고 있다.

종합격투기용 오픈핑거 글러브가 아닌 복싱용 16온스 글러브라면 그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이 없었다.


-팡!


우석의 날카로운 잽이 민정욱의 코를 때렸다.

큰 동작으로 훅을 날리려던 민정욱은 순간 호흡이 막히는 느낌에 뒤로 물러섰다.


-퍽!


뒤로 스텝을 밟는 민정욱을 우석이 쫓아 들어갔다.

곧장 깊은 로우킥으로 체중이 실린 발을 걷어차니 민정욱이 볼썽사납게 넘어졌다.


-와아아!


“어우, 강우석 도전자! 생존이 아니라 사냥을 하고 있는데요? 민정욱 절정고수 다운됩니다!”

“아, 시합 중에 와사바리를 쓰네요. 저도 왕년에 시비 걸리면 와사바리 좀 걸었는데요. 하하!”


멘토들의 말에 민정욱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로 벌떡 일어났다.


-쯧쯧.... 전투 중에 평정심이 깨지는 것만큼 하수가 없는 것을.... 절정고수란 명칭이 우습구나!


천마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엔 우석도 동의했다.

잔뜩 흥분한 민정욱이 달려들어 난타전을 유도했으니까.


‘체급에서 유리하니까 피지컬 승부를 거네.’


하지만 태극권을 익히고 하루가 다르게 근육이 붙고 있는 우석이었다.

게다가 힘만 가득 실은 주먹에 맞아줄 생각도 없었다.


-퍽! 퍽! 퍽!


우석과 민정욱이 서로 붙어서 주먹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양쪽 다 궤적이 큰 훅을 쏟아냈다.


“아! 강우석 도전자! 절정고수에 맞서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난타전을 펼칩니다!”

“와~ 전사의 길 예선전에서 절정고수와 이렇게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도전자는 처음입니다!”

“강우석 도전자의 투지가 대단하네요!”


살벌한 주먹 공방에 멘토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멘트를 쳤다.

어느새 바닥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핏방울이 툭, 툭 떨어졌다.


-염병, 다들 눈 대신 단추 구멍들을 달고 있네. 저게 어딜 봐서 치열한 접전이야? 일방적으로 개패듯이 패는 거지. 크크크.... 녀석,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있구나.


대단한 난타전이라며 흥분하는 전사의 길 멘토들.

하지만 천마의 눈에는 전혀 난타전으로 보이지 않았다.

난타전이라는 것은 서로 때리는 것이지 한쪽만 두드려 맞는 게 아니니까.


-파앙! 퍽!


정신없이 주먹이 오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우석은 공격을 어깨로 흘리거나 자세를 슬쩍 낮춰 빗맞았다.

반면에 그의 주먹은 휘두르는 대로 상대의 관자놀이와 턱에 꽂혔다.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후욱- 펑!


“커억...!”


우석의 주먹이 상대의 턱을 후려쳤다.

민정욱의 입에서 마우스피스가 빠져나올 정도의 강력한 파워!

민정욱은 다리가 풀려 제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와아아아!


생존 미션이 시작되고 1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절정고수라던 프로 선수가 녹아웃 됐다.

관객들은 화끈한 격투에 열광하며 소릴 질렀다.


-곰 같은 놈. 상대가 난타전을 유도한다고 받아쳐줄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 물론 실력으로 눌러줬다지만.... 나였으면 하체를 노렸을 게다.

‘그래도 승부를 걸어오는데 받아줘야죠. 제가 밀릴 것도 없는데요. 애초에 제 질의응답을 제대로 들었으면 복싱 난타전을 거는 실수를 안 했겠지만요.’


우석의 말대로 민정욱이 앞선 우석의 인터뷰를 유의해서 들었다면 절대 무작정 복싱 승부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석을 무시하고 있었기에 생긴 실책이었다.

우석은 그 기회를 꽉 잡은 것이고.


“이야, 절정고수가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민정욱 절정고수가 너무 방심했어요.”

“이래서 종합격투기는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니까요.”


멘토들이 잡다한 멘트를 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 하는 게 뻔히 보였다.

실력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합격이겠지만 방송 분량이나 워리어FC의 체면 등의 문제로 생각이 복잡한 듯 했다.


“저기요.”


그때,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방치되어 있던 우석이 입을 열었다.


“5분 아직 안 끝났는데요. 다음 상대 불러주세요. 생존 미션 계속 해야죠.”


우석의 말에 생존 미션에서 생존해야 할 대상이 달라졌다.


작가의말

우리나라에도 음공의 고수들이 몇 분 계시죠.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님 : 잽 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뱀 같은 놈 +6 21.03.19 6,962 95 14쪽
25 +2 21.03.18 7,156 98 12쪽
24 마취제 +4 21.03.17 7,388 104 12쪽
23 저게 왜...? +6 21.03.16 7,397 104 12쪽
22 쌩양아치구나 +2 21.03.15 7,732 101 14쪽
21 의도 +4 21.03.15 7,804 114 12쪽
20 오늘보다 더 +6 21.03.14 8,159 122 12쪽
19 특별 강사 +4 21.03.13 8,407 125 13쪽
18 탈락 +6 21.03.12 8,371 126 13쪽
17 진흙탕 싸움 +3 21.03.11 8,377 120 12쪽
16 싸움귀신이라면 +4 21.03.10 8,505 117 12쪽
15 ㅅㅋㅊㅇ +4 21.03.09 8,545 129 14쪽
14 봐주고 있는 건가? +2 21.03.08 8,607 127 14쪽
13 새로운 +6 21.03.07 8,636 140 12쪽
12 타이밍이 좋았다 +2 21.03.06 8,621 132 14쪽
11 팀 그리즐리 +4 21.03.05 8,717 126 13쪽
10 +3 21.03.04 8,698 132 12쪽
9 반사이익 +3 21.03.03 8,706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1 127 14쪽
7 불공평 +3 21.03.01 8,948 129 12쪽
»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4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2 환각? +12 21.02.24 10,564 139 12쪽
1 최약체 +15 21.02.24 12,749 13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