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11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04 22:20
조회
8,698
추천
132
글자
12쪽

DUMMY

-띠링


우석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림음을 듣고 깼다.

밤새 천마와 대련을 했지만 몸 상태는 쌩쌩했다.


“어제도 실컷 맞았네.”


꿈속에서 대련하는 것은 실제 스파링이나 경기를 뛰는 것보다는 효과가 떨어졌다.

몸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미지트레이닝보다는 훨씬 도움이 됐다.

이미지트레이닝은 일단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한계.

그러나 온갖 싸움 방식에 능통한 천마는 계속해서 스타일을 바꿔가며 상상 이상의 수를 내놓았다.


‘이따가 섀도우 좀 하면서 대련 때 움직인 것 좀 몸에 익혀놔야겠어.’


-짜식이 기본은 되어있군. 항상 대련 후에 복기하는 습관을 가져야 대성할 수 있지.


천마는 우석의 말을 들으며 슬쩍 미소 지었다.


‘근데 무슨 알림이 뜬 거지? 연락 올 데도 없는데....’


우석은 핸드폰 화면을 켜보았다.

상단바에 유티비 아이콘이 떠있었다.


‘아침부터 웬 유티비?’


우석이 알림 내용을 확인했다.


“아, 김달걀 영상 올라왔구나.”


곧장 유티비 앱을 실행시켰다.


-안녕~ 친구들! 빠박이 아저씨야!


화면에 몸 좋은 대머리 사내가 나와 인사했다.

인기 유티버 김달걀.

목부터 머리 전체를 덮는 대머리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사람이었는데, 전문적인 운동 지식에 뛰어난 신체능력을 지녀 우석도 즐겨 보는 채널이었다.


-뭐야? 소림 무승이냐?


천마는 우락부락한 몸을 지닌 대머리를 보며 외쳤다.


“아뇨. 그냥 가면 쓰고 있는 거예요. 하하. 하긴 웬만한 소림승보다 셀 것 같기도 하네요.”


우석은 영상을 보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아침 대신 단백질보충제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쉐이커에 담긴 허여멀건한 액체를 꾸역꾸역 삼키는 우석.

맛이 없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넌 항상 조식으로 이상한 걸 먹는구나.


“제가 지금 아침 잘 챙겨먹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근육 키우려면 보충제라도 먹어주는 거죠.”


-식사를 잘 해야지! 그런 음료 따윌 마신다고 돼? 쯧쯧.


천마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식사 중에서 단백질이란 게 근육의 재료가 되는 건데요. 이게 단백질을 모아서 만든 거예요. 물론 그냥 일반식이 좋겠지만 돈을 아껴야죠.”


우석은 영양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천마에게 간단히 근육과 단백질에 대해 설명해줬다.


“...해서 운동하는 사람한테는 콩이나 고기 같은 단백질이 중요해요.”


-호오. 나중에 신교의 무사들한테 고기를 많이 먹여야겠구나.


“그럼요. 곡물보다는 단백질이 풍부한 걸 많이 먹는 게 좋죠. 요즘엔 식용 벌레도 키워서 고단백 식품이라고 먹는다고 하는데요.”


-오, 벌레도 몸에 좋다 이거지?


우석이 괜히 덧붙인 말 때문에 천마는 천마신교의 교도들에게 벌레 먹일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튼 이 보충제가 고기의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할인할 때 여러 개 사놓으면 저렴하거든요.”


쉐이커에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털어먹는 우석.

동시에 그의 눈은 김달걀의 영상에 고정되어 있었다.


-염병, 그놈의 돈이 문제구나. 너도 저렇게 영상을 올려서 돈을 벌면 안 되는 거냐?


천마가 핸드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천마는 태극권 영상이나 전사의 길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영상을 올리는 게 돈 때문이란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우석도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귀결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뭐, 훈련하는 거라도 올려봐라. 어차피 내가 없으면 남들이 봐도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동영상도 아무나 올려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들어보니까 수익 창출 신청하는 조건이 있다더라고요. 한두 달 안에 해결될 수준이 아니죠.”


아마 우석의 또래에서 유티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학생들 장래희망에서 대통령, 과학자 등이 사라지고 유티버, 스트리머가 나타났다고 할 정도니까.

하지만 유티비로 돈을 벌기 위해선 천 명의 구독자와 4천 시간의 영상 시청 시간을 채워야한다.

대다수의 유티버 지망생이 이 조건에서 벽을 느끼고 떨어져나갔다.

우석도 한때 유티버에 관한 정보를 찾아본 적 있기에 익히 알고 있었다.


-넌 지금 그 구독자 수라는 게 몇인데?


“하하, 아마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영상도 옛날에 섀도우 하던 거 올린 게 전부라서.... 어디 한 번 볼까요?”


우석은 김달걀 영상을 끄고 자신의 채널로 들어갔다.

업로드 된 영상 1개.

[20150628 킥복싱 섀도우]라는 제목이다.


“와, 6년 전에 올렸었네요. 고등학생 때네. 구독자 수는... 어?”


옛날 자신의 영상을 본다는 민망함과 추억이 샘솟는 기분을 느끼던 우석.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석 강] 채널의 구독자 수가 무려 4천 명이나 되었으니까.

게다가 하나 있는 영상의 조회수는 40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우석은 유티비 알림을 확인해봤다.

최근에 생성된 알림 내용들을 쭉 살펴보니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가 어제 주작 스나이퍼 영상에 단 댓글을 보고 사람들이 넘어온 것이다.


“세상에....”


우석은 그의 섀도우복싱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다.


-뭐임 왜 옛날 영상밖에 없어 최근 영상 좀 올려줘

-섀도우 보니까 잘 하는데 팀 블러드에서 무슨 일을 당한 거야?

-ㅋㅋㅋ 어렸을 땐 귀여웠넼ㅋㅋ

-경기는 또 언제 뜀?

.

.

.


댓글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전사의 길에서 억울하게 탈락한 인물.

하지만 실제 예선전에서 보여준 훌륭한 실력과 패기.

주작 스나이퍼 이후로 하룻밤 사이 이슈를 다루는 유티버들이 전사의 길 사태를 집중 조명하는 상황.

여러 요소들이 모여 우석에게 우호적인 여론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 마디로 운때를 잘 만났다.


‘일단 바로 수익 창출 신청을 해야겠다.’


구독자 수, 영상 시청 시간 모두 유티비 수익 창출 조건을 충족했다.

우석은 본능적으로 지금 이 기회를 꽉 잡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천마님 말씀대로 잘하면 알바 안 뛰고 동영상으로 돈 벌 수도 있겠어요...! 그럼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죠!”


방송에서 강제 탈락된 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전사의 길 조작 논란은 지금도 커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우석이 더욱 조명되었다.

전사의 길 제작진 측에서는 결국 공식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이미 악화된 여론은 회복되지 않았다.


* * *


-뭘 하는 거냐?


놀란 가슴을 안고 동네 뒷산에 만들어놓은 훈련장에 온 우석.

그는 추운 1월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할 때 복장을 한 채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유티비 수익 창출 승인이 나려면 한 달 정도는 걸리거든요. 그 전에 구독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영상 정도는 올려야 될 거 같아서요.”


혹시라도 자신을 못 알아볼까봐 오들오들 떨면서도 반라의 차림을 했다.

우석은 더듬거리며 유티비 라이브 방송을 켰다.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방송이 송출되고 있는지 몰라서 핸드폰 카메라 쪽으로 기웃대고 있는데 한쪽에 보이는 채팅창에 뭔가 나타났다.


>이 시간에 갑자기 라이브 뭐임?

>유하


“아, 예. 안녕하세요.”


-유하가 뭐냐?


천마가 채팅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를 물었다.


‘유티비 하이란 말이에요. 유티비에서 봐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거죠.’


우석이 천마에게 설명하는 사이 그의 라이브에 시청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제 격투기 안 하고 유티버로 전향한 거?

>처맞는 것보단 유티버가 오히려 적성에 맞을 수도 ㅋㅋ;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는 이후로도 쭉 MMA 할 겁니다. 그냥 관심 주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려고요. 그리고 앞으로 유티비 채널을 통해서 소식도 자주 전하려고 합니다.”


우석이 양 손을 흔들며 얘기했다.


>와 근데 강우석 원래 이렇게 잘 생겼었나?

>페더급 뛸 땐 해골 같더니 살 좀 붙으니까 몸도 좋고 인물이 삼;; 제꼬삼;;;

>몰랐는데 나 격투기 좋아하네(덜렁)

>빨리 수익 신청 좀.. 도네 마려운데 도네를 못 함 ㅋㅋㅋㅋ

>근데 어디서 찍고 있는 거임?

>팀 블러드에서 운동 안 해요?


우석이 산속에서 헐벗고 있자 관련한 채팅이 쏟아졌다.


“팀 블러드에서는 나왔습니다. 이제 다른 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그래도 산스장은 에반데..

>자연인 컨셉 잡은 건가

>산에서 운동하다 곰 나올 듯


“여기서도 충분히 훈련할 수 있어요. 조금 보여드릴까요?”


>ㄱㄱ

>컨셉질 어디까지 하나 보자 ㅋㅋ


우석은 핸드폰을 들고 한 바위 앞으로 갔다.

커다란 택배 상자만한 크기였다.


>ㅁㅊ 저걸 든다고?

>허리 나갈 거 같은데 ㅋㅋㅋㅋ

>괜히 방송 켰다고 오버하지 말고 안 다치게 운동하세요!


바위를 드는 것은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과 다르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물건이라 손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좌우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했다.

이에 우석이 천마에게 바벨을 사다가 데드리프트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한 적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꾸지람뿐이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근육을 키우기만 하려면 그 데드리프트란 게 좋을 수도 있지. 하지만 전신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이런 훈련도 필요한 것이다.


바위는 매번 들 때마다 조금씩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졌다.

덕분에 근육과 근육 사이의 협응력이 발달하는 효과가 있었다.


‘확실히 몸이 무거워진 것에 비해서 몸놀림이 좋아지긴 했어.’


근육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되면서 신체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게다가 우석은 미처 몰랐지만 혈맥을 따라 흐르는 내공이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근육의 힘을 보조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끄으응...!”


우석은 양 팔로 바위를 감싸 안고 힘을 주었다.

젖 먹던 힘까지 써야 겨우 들 수 있는 무게였기에 저절로 신음이 났다.

그가 운동하는 곳은 등산객들이 오가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였다.

그래서 이렇게 이상한 소리를 내게 되면 눈치를 봐야했다.

지난번에는 무슨 일이 있나 하고 할아버지들이 찾아오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라이브 방송을 켜놓은 상태라 일단 바위를 들었다.


>헐, 들린다

>등근육 ㅗㅜㅑ;;

>핥짝


카메라를 등지고 있는 우석의 근육들이 꿈틀댔다.

그 동안 애써서 만든 근육이 마치 정교한 기계 장치처럼 합동하여 엄청난 무게의 바위를 바닥에서 떨어트렸다.

누구든 그 모습을 보면 본능적으로 멋지다고 느낄만한 광경이었다.


-쿵!


우석은 기어코 바위를 들어 어깨 뒤쪽으로 넘겼다.

지면과 충돌하며 내는 육중한 소리가 보이는 대로 굉장히 묵직한 돌덩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저걸 드네; 피지컬 수듄

>시합에서도 상대방 들어서 던지기 가능한 부분?

>그게 중요한게 아님 뒤에 곰 나옴 ㄷㄷ

>우리나라 산에 곰이 어딨냐? ㅅㅂ 구라 작작 좀;

>근데 진짜 뭐 보이는데?


우석이 한껏 힘을 쓴 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채팅창이 난리 났다.

라이브 방송 화면에 커다란 그림자가 잡힌 것이다.


“어? 자, 잠시만요. 여러분 오늘 라이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


이내 우석이 말도 다 마치지 못하고 급박하게 방송을 종료했다.


>뭐임? ㄹㅇ 곰 만남?

>그림자 모양 보니까 사람인 거 같던데

>첫 라이브부터 방송사고? ㄹㅈㄷ;;


우석의 다급한 모습이 찍힌 라이브 영상은 그대로 채널에 업로드 되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산에서 운동하다 곰 만난 격투가.avi]라는 제목으로 캡처본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 날랐다.

덕분에 전사의 길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우석의 채널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운동 유튜버의 숙명... 구독자가 덜렁이들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님 : 잽 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뱀 같은 놈 +6 21.03.19 6,962 95 14쪽
25 +2 21.03.18 7,156 98 12쪽
24 마취제 +4 21.03.17 7,388 104 12쪽
23 저게 왜...? +6 21.03.16 7,397 104 12쪽
22 쌩양아치구나 +2 21.03.15 7,732 101 14쪽
21 의도 +4 21.03.15 7,804 114 12쪽
20 오늘보다 더 +6 21.03.14 8,159 122 12쪽
19 특별 강사 +4 21.03.13 8,407 125 13쪽
18 탈락 +6 21.03.12 8,371 126 13쪽
17 진흙탕 싸움 +3 21.03.11 8,377 120 12쪽
16 싸움귀신이라면 +4 21.03.10 8,505 117 12쪽
15 ㅅㅋㅊㅇ +4 21.03.09 8,545 129 14쪽
14 봐주고 있는 건가? +2 21.03.08 8,607 127 14쪽
13 새로운 +6 21.03.07 8,636 140 12쪽
12 타이밍이 좋았다 +2 21.03.06 8,621 132 14쪽
11 팀 그리즐리 +4 21.03.05 8,717 126 13쪽
» +3 21.03.04 8,699 132 12쪽
9 반사이익 +3 21.03.03 8,706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1 127 14쪽
7 불공평 +3 21.03.01 8,948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4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2 환각? +12 21.02.24 10,564 139 12쪽
1 최약체 +15 21.02.24 12,749 13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