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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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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31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14 06:20
조회
8,159
추천
122
글자
12쪽

오늘보다 더

DUMMY

-퍽, 퍽!


우석의 길로틴 초크가 완전히 들어가려는 찰나, 정동준이 두 번의 레프트 바디를 꽂았다.

정동준은 충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느슨해진 그립을 뜯어내고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챔피언은 역시 챔피언이었다.

순식간에 태클이 실패했음을 파악하고 우석의 역습을 무위로 돌린 것이다.


“후우...!”


정동준은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칫하면 길로틴 초크가 완성될 뻔 했으니까.

우석에 의해 처음으로 그의 테이크다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강우석, 레슬링까지 잘해?”

“뭐야... 너무 사기캐잖아.”

“타격에 레슬링도 갖췄으면....”


선방하는 우석의 모습에 도전자들이 웅성거렸다.

우석이 레슬링마저 잘 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으니까.


‘이 친구 봐라?’


순간 위험한 상황을 맞이했던 정동준도 우석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이내 자세를 달리했다.


-이놈, 이때까지 봐주고 있었구나!


우석에게 길로틴 초크를 당할 뻔 한 후부터 정동준의 공세가 날카로워졌다.

펀치를 몇 번 꽂아 넣은 뒤 한쪽 다리를 뽑아버리듯 태클을 시도.

일부러 하위 포지션에 깔리다가 몸을 튕기듯이 움직여 테이크다운 유도.

자유형 레슬링처럼 아예 발목부터 노리고 들어오기까지.

우석은 지금까지 훈련으로 만든 코어 근육의 힘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점점 한계에 다다랐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테이크다운 위주가 아닌 실제 시합이었으면 벌써 바닥에 누워있었을 거야.’


정동준은 제대로 하는 MMA식 레슬링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챔피언에 걸맞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경험시켜줬다.


-쿵!


결국 우석도 정동준에 의해 테이크다운을 당했다.

그래도 앞선 도전자들에 비하면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 셈이었다.


“와... 어지간해선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네.”

“키에 비해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원 레그 태클은 거의 막은 것 같은데.”

“정동준 상대로 저 정도면 미친 수준이지.”

“역시 프로는 프로구나.”


도전자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수준 높은 레슬링 공방이었으니까.

특히 우석의 피지컬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도전자들 모두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 신체능력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


-짝짝짝짝!


누가 유도하지도 않았는데 우석이 자리로 돌아갈 때 박수가 나왔다.

같은 도전자로서 챔피언을 상대로 멋진 승부를 보여줬다는 데에 대한 찬사였다.


-확실히 네 체급 선수들 중에서 으뜸이라고 할만 해. 신체능력, 기술 그 어떤 면에서도 훌륭하구나.


천마는 반대로 정동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천마가 이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아직 우석에겐 버거운 상대란 뜻이었다.


‘훈련 빡세게 해서 빨리 따라잡아야겠네요.’


우석은 크게 지친 기색이 없는 정동준을 보며 의지를 다잡았다.

정동준의 교육이 끝나고 김운길 대표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 챔피언 덕분에 MMA 레슬링 기본 개념은 좀 이해했을 거예요. 이제부터는 절정고수들이랑 같이 레슬링 연습하세요.”


김운길 대표의 멘트에 프로 선수들이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선수 한 명당 도전자 두셋이 붙어 레슬링 연습을 하게 됐다.

도전자의 레슬링 수준에 어느 정도 맞게 절정고수를 배정한 듯 했다.


“자, 이리 나와 봐. 내가 잠깐 보여줄 게 있어서 그래. 복싱 했었다 그랬지? 그래서 그래플링의 기본이 전혀 안 돼있어.”


김운길 대표는 체육관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도전자들에게 훈수를 뒀다.

절정고수와 도전자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끼어들어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오늘 체육복 차림을 하고 온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놈 저거, 일부러 약한 녀석들만 건드리고 다니는구나.


천마가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 김운길은 타격 베이스거나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도전자들 위주로 간섭을 하고 있었다.


‘김운길 대표가 센 척 하기 좋아한다더니.... 방송 프로그램 참가자들한테도 저러네요.’


격투기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진 소문이었다.

김운길 대표의 성격은.

그는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걸 몹시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전자들이 수군거렸다.


“아니, 왜 저러는 거야.”

“솔직히 자기가 워리어 대표라고 막 하는 거지. 앞으로 잘 보여야 되는 사람이라 콱 조질 수도 없고....”

“무슨 멘토가 프로그램에서 자기 가오를 챙기고 있어.”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응당 도전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도전자들이 반길 리가 없었다.

김운길은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는지 그라운드 실력이 제법 괜찮은 도전자들에게도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이, 씨름! MMA는 샅바가 없어요. 그러니까 겨드랑이를 파고들어야지!”


힘이 좋고 씨름 경험 덕분에 레슬링에도 적응해가고 있는 양두원에게 한 소리 하는 김운길.

절정고수가 가르친 대로 곧잘 하고 있음에도 생트집을 잡은 것이다.

양두원은 그러려니 하고 적당히 맞장구 친 다음 김운길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해줬다.


-저 덩치 녀석은 아예 스스로 넘어져주는구나. 염병! 저게 무슨 꼴인지....


‘하하.... 뭐, 무협지에 비유하자면 무림맹 소속 고수가 무림맹주 비위를 맞춰주는 꼴인 거죠.’


여러 MMA 팀들이 모여서 시합을 치르는 격투기 단체니 무림맹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우석이 천마에게 설명하느라 잠시 집중을 못 하고 있었는데 김운길이 그 모습을 포착했다.


“강우석 도전자, 연습을 열심히 해야지. 내가 보니까 테이크다운 디펜스는 좋은데 공격이 잘 안 되는 거 같더라고.”


우석은 자연스럽게 김운길의 다음 타겟이 되었다.


“나한테 한 번 태클 들어와 봐.”


손을 까딱거리는 김운길.

천마가 그 모습에 입을 열었다.


-야, 무림맹주한테 걸렸는데? 네놈도 비위 맞춰줄 거냐?


우석은 천마의 말을 들으며 김운길을 보았다.

그는 허술한 파이트 포즈를 잡고 있었다.

우석이 레슬링 태클을 들어가면 니킥 카운터를 하려는 것이 보였다.

니킥을 조심하라는 자기 나름대로의 교훈을 주려는 작정인 듯 했다.


“갑니다.”


우석은 김운길에게 친절하게 타이밍까지 미리 알려줬다.

상황이 의도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해 흐뭇한 미소를 짓는 김운길.

이내 우석의 자세가 낮아졌다.

허리를 굽히며 상대의 다리를 잡아가는 정석적인 태클이 이어졌다.


-스윽


우석의 태클 타이밍에 맞춰서 김운길은 무릎을 차 올렸다.


“그렇게 무작정 태클을 하면 이렇게...! 어어?”


우석은 날아오는 니킥을 피해 자세가 한 번 더 낮아졌다.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김운길의 왼쪽 다리를 두 팔로 감싸 안고 그대로 체중을 실었다.


-쿵!


“켁!”


예상치 못한 원 레그 태클로의 전환에 김운길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나 말을 하다가 테이크다운을 당한 탓에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천마가 무림맹주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나요? 제가 여기선 천하제일인, 천마가 돼야 하는데.’


우석은 김운길을 쓰러트리고 나서 천마에게 대답했다.


-크하하하! 그래, 그래! 천마는 안 참지!


우석의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천마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김운길의 고통에 즐거워하는 것은 천마뿐만이 아니었다.

바닥을 울리는 충돌음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돌렸다.

나자빠져있는 김운길을 본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이 되었다.


“강우석 완전 빠꾸 없네.”

“저 정도면 상남자 인정이지.”

“김운길 대표 눈꼴 시렸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푸흐흐.”


워리어FC 대표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같잖은 조언을 하고 다니던 김운길에게 본때를 보여주었으니 기쁠 수밖에.

김운길은 아픔을 애써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괴로운 걸 드러내는 건 모양새가 빠지니까.


“허, 허허허. 그래, 태클은 그렇게 끝까지 크흠...! 잘 보고 들어오는 거야. 알겠지?”


김운길은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가오가 몸을 지배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어떤 면에서는 의지가 대단한 놈이군.


우석과 천마는 고통에 몸을 움츠린 채 자리를 뜨는 김운길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세 시간이 지나고 절정고수들과의 레슬링 연습이 끝났다.

도전자들은 각자 짐을 싸고 돌아갈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강우석 선수.”


마찬가지로 팀 그리즐리의 체육관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우석을 누가 불렀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정동준이었다.


“아, 정동준 선수. 무슨 일이세요?”


“역시 팀 그리즐리 선수답게 오늘 아주 잘 하던데요?”


정동준은 먼저 우석을 칭찬했다.

결국 우석이 테이크다운을 당하긴 했지만 도전자들만이 아니라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이었으니까.


“팀에 들어간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께 잘 배웠나 봐요.”


“감독님께서 워낙 코칭을 잘 해주시잖아요.”


“그러시긴 하죠. 하하. 평가가 이번 일요일이죠? 그땐 오늘보다 더 제대로 잡을 거예요.”


정동준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는 몹시 유쾌한 기분인 듯 보였다.


“박정열 감독님께 안부 전해줘요. 그럼 평가 날에 보자고요.”


“예, 일요일 날 봬요.”


우석이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보다 더 제대로 잡을 거라고...? 김운길 대표가 날 탈락시키라고 시켰나?’


아까 정동준과 붙어보니 그가 맘먹고 우석을 탈락시키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아직 챔피언과의 실력 차이가 컸다.


-허어, 레슬링이라는 무공은 나도 아직 이해도가 높지 않은데 곤란하구나.


이번엔 천마도 자신 없는 태도였다.

그래플링 쪽은 천마에게도 새로 익히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일단,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네요.’


우석은 짐을 챙겨서 팀 그리즐리의 체육관으로 향했다.


* * *


“하하하!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하던?”


체육관으로 온 우석은 박정열에게 정동준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박정열이 아주 재밌다는 듯 웃었다.


“동준이가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김운길 대표 명령을 들을 녀석도 아니고.”


우석이 느낀 대로 정동준이 팀 그리즐리에서 안 좋게 떠난 건 아니었다.

여전히 두 사람은 서로 연락도 주고받고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럼 왜 그렇게 말한 거죠? 그냥 다른 도전자들 잡아주는 정도로 해도 되는 거잖아요.”


“내 생각엔 동준이 그 녀석이 널 도우려는 거 같다.”


“도와요?”


“동준이가 은근히 머리 회전이 빠르거든. 김운길 대표가 분명히 너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겠지. 그래서 먼저 오늘 우석이 니 실력을 좀 느껴본 걸 거야. 그리고 알아차렸겠지.”


박정열이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니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거랑 절 돕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예요?”


“그건, 일요일에 가보면 알게 될 거야. 지금 중요한 건 그 녀석의 의도에 걸맞은 실력을 일주일 내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


박정열은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하고는 전자 공을 작동시켰다.

바로 훈련을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정동준 선수가 제 실력을 알아본 거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무슨 실력을 만든다는 말씀이세요?”


“동준이가 나한테 안부 전해달라고 했다 그랬지? 그게 신호야. 일주일에 몇 번은 연락하는 놈이 왜 굳이 널 통해 안부를 전하겠어. 나한테 너를 자기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보내라는 메시지인 거지.”


박정열이 대답을 해준 다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자, 빨리 훈련할 준비해라. 한시가 바쁘다.”


* * *


우석은 일요일까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레슬링 훈련에 할애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여전히 정동준을 이길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우석의 생각을 읽었는지 박정열이 그를 불렀다.


“우석아.”


“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주일동안 준비한 것만 다 쏟아내고 와. 그럼 분명히 좋은 결과 있을 거니까. 무엇보다, 필살기 알려줬잖아? 그건 동준이도 전혀 예상 못했을걸?”


박정열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필살기.... 네, 알겠습니다.”


우석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레슬링 평가가 치러질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작가의말

천마는 참지 않아!


* * *


예전에 다녔던 회사 사장님이 김운길 같은 성격이었습니다..

거래처 미팅에서 직원을 깎아내리면서 자기를 돋보이려고 하는..

지금이라도 찾아가 테이크다운을 선물해드리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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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마취제 +4 21.03.17 7,389 104 12쪽
23 저게 왜...? +6 21.03.16 7,398 104 12쪽
22 쌩양아치구나 +2 21.03.15 7,733 10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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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공평 +3 21.03.01 8,949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5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3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14 21.02.25 10,192 1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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