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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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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20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01 22:20
조회
8,948
추천
129
글자
12쪽

불공평

DUMMY

-아주 수준 미달이구나. 쯧쯧.... 이런 놈들 사이에서 얻어맞고 다녔던 거냐?


천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석이 막 두 번째 프로 선수와의 생존 미션을 마친 직후였다.

우석에 비해 확연히 덩치 큰 사내가 입술이 터진 채로 글러브 터치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저랑 시합을 했던 선수들이 실력이 좋은 편이었나봐요. 근데 아무리 파이팅 스타일을 바꿨다고 해도 오늘 너무 수월하네요.’


-흐흐, 본좌가 함께한 덕분에 더 강해진 게 아니겠느냐.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우석이 칼 같이 대답했다.

이에 섭섭한 표정을 짓는 천마.


-거, 짜식이 입에 발린 소리라도 한 번 해줄 수 있는 건데.... 에잉!


우석은 뾰로통한 채로 팔짱을 끼고 있는 천마를 보며 과거 상대들을 곱씹어봤다.

그에게 4패를 안겨준 선수들.

다시 생각해보면 그를 디딤돌 삼아 대부분 잘나가게 됐다.

현재 워리어FC에서 승승장구 하는 선수, WFC로 진출한 인물, 다른 단체에서 챔피언이 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다들 인파이터한테 강한 선수들이었지....’


그 당시 승부 결과에 변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매칭이 이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쨌든 이제부터는 다를 테니까.’


우석이 워리어FC의 선수가 내민 글러브를 가볍게 터치했다.

감정적이었던 첫 번째 절정고수 민정욱과는 달리 차분한 스파링을 보여준 선수였다.

웰터급 선수로 보이는 체구.

타격 실력은 우석이 뛰어났지만 신체 능력에서 차이가 났다.


‘확실히 체급 때문에 피지컬 격차가 크긴 했지.’


글러브 덕분에 거의 입식 타격에 가까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위험할 뻔 했다.


-그것도 만약 내가 도와줬다면 확실하게 누를 수 있었을 거다. 놈을 무릎 꿇릴 기회가 백 번은 족히 있었지. 흐흐흐.


‘오늘은 그냥 가벼운 테스트니까요. 중요할 때 부탁드릴게요.’


이미 우석은 수준 높은 타격 솜씨를 충분히 뽐냈다.

이어진 생존 미션에서 도리어 체급이 높은 선수가 생존하기 급급할 정도로 몰아붙인 것이다.

처음엔 조롱하는 반응이던 관객들과 도전자들이 우석의 반전 실력에 웅성거렸다.


“금강불괴가 쇠빠따로 다 줘팬다는 뜻이었나?”

“프로 선수 두 명이랑 싸웠는데 얼굴에 상처가 전혀 없네.”

“아까 민정욱이랑 난타전 할 때 보니까 제대로 맞은 건 하나도 없던데?”


그렇게 우석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객석에서 누군가가 벌떡 일어났다.


“아, 진짜. 다들 더럽게 못하네!”


곧장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는 인물.

우석이 생존 미션에 들어가기 전 봤던 학생이었다.


“뭐래? 방금 붙는 거 보긴 본 거야?”

“어지간한 워리어FC 경기보다 잘 하던데 자다 깼나?”

“쟤 연기톤이 너무 심한데. 푸흐흐.”


학생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관객들 대부분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학생.


“저기 혹시 여기서 바로 도전해도 돼요?”


그는 멘토들이 있는 쪽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아~ 관객들 중에서 현장 도전자가 나왔습니다!”


최상엽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았다.

과연 예능 방송에 익숙한 가수다운 모습이었다.


‘사전 신청을 다 받아서 선발하는 건데 현장 도전을 할 수가 있나...?’


우석은 의아한 생각을 하며 도전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유, 실력이 엄청 좋으시던데요.”

“고생하셨습니다.”

“복싱하시는 거 보고 팬 됐어요!”


우석이 대기실에 가니 다른 도전자들이 그를 반겨줬다.

그들은 한편으로 현장 도전자라고 하는 학생을 보고 있었다.


“쟤 탑피스트에 김현수 아니야?”

“맞네. 극진 하던 애.”


김현수는 MMA 운동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꽤 얼굴이 알려진 인물인 듯했다.

도전자들이 금방 그를 알아본 것이다.


“아니, 방송에서 이런 식으로 띄워준다고? 개불공평하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뭐 들러리야?”

“현장 도전자는 개뿔. 탑피스트에서 꽂아줬겠지.”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별다른 수는 없었다.

정식으로 프로 데뷔를 하지 않고 전사의 길에 참가했다는 건 그들을 지원해줄 배경이 시원찮다는 의미였으니까.


-인생은 불공평한 거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그래. 불합리함을 이겨나가는 게 삶이야.


천마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죠.’


-옘병.... 본좌의 도움을 받는 네놈이야말로 불합리함의 끝이다! 매일 잠들기 전에 이 몸께 큰절을 올려라!


‘....’


-야, 내 말 씹냐? 임마!


우석은 길길이 날뛰는 천마의 모습을 외면하며 김현수를 보았다.


“도전자들도 그렇고 절정고수들도 그렇고 다 너무 허접해서요. 제가 싹 다 정리하겠습니다.”


“어우! 현장 도전자의 자신감이 아주 대단하네요! 과연 실력도 그만큼 대단할지 한 번 볼까요?”


김현수는 간단한 인터뷰 후에 마찬가지로 생존 미션을 시작했다.

얼굴은 제법 여리여리하게 생겼지만 파이팅 포즈를 봤을 땐 확실히 운동한 티가 났다.


“어우, 폼만 봐도 각이 나오는데.”

“절정고수를 상대로도 눈빛이 전혀 안 죽네요.”


멘토들이 긍정적인 말들을 뱉으니 관객들도 그런가보다 하기 시작했다.

김현수는 프로 선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뿐더러 변칙적인 킥으로 녹아웃을 시키기까지 했다.


“오~ 김현수 도전자, 롤링썬더킥을 찹니다!”

“저 친구 시합 뛰면 아주 재밌겠어요. 허허.”


우석의 때와는 달리 김현수가 프로 선수를 다운시키자마자 생존 미션은 종료됐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미션 성공이었다.

갑자기 난입한 학생.

자신감 넘치는 태도.

그에 걸맞은 대단한 실력.

이러한 부분들을 멘토라는 사람들이 열심히 칭찬했다.


-아주 똥꼬가 헐겠다 헐겠어. 염병, 아주 자기네 사람이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는구나.


‘확실히... 이미 뒤에서 다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네요.’


우석은 자신의 때와는 사뭇 다른 멘토들의 반응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뭐 실력으로 짓눌러주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게다가 이 도전자라는 녀석들은 이미 누가 더 대단한지 알고 있는 눈치고 말이다. 크흐흐.


천마의 말대로 대기실에 있는 도전자들은 김현수의 활약에 시큰둥했다.

오히려 우석과 함께 셀프카메라를 찍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려 했다.


‘그래, 편집으로 살려봤자 결국 중요한 건 실력이지.’


천마와 함께하면서 점점 몸에 근육도 붙고 내공도 쌓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내공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못 배웠지만 훗날 무공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앞으로 점점 더 실력이 늘어날 게 눈에 훤했다.

우석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전사의 길 예선전을 마쳤다.


* * *


우석이 예선전을 치르고 4일이 지난 날, 전사의 길 예고편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폭탄이 터지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격투 장면이 클로즈업 돼서 빠르게 지나갔다.

워리어FC에서 제공한 듯한 프로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었다.

화끈한 타격 영상이 1~2초 정도 흐른 뒤 전사의 길 – Warrior’s Road 라는 타이틀이 나왔다.


-전국에서 펼쳐진 전사의 길 지역 예선전! 전국의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모두 모였다!


이어 도전자들이 생존 미션을 수행하는 영상들이 재생됐다.

우석이 현장에서 봤을 때는 엉망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예고편에서는 실력이 준수한 영상들만 이어붙인 듯 했다.


-저기 너 아니냐?


생존 미션 영상 중간엔 우석이 민정욱과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도 짧게 포함됐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도전자들의 인터뷰 장면.


-올림픽을 준비하다 부상으로....

-아버지께서 제 모습을 보시고....

-철없을 때 사고를 좀....


도전자들의 사연들 중에서 자극적이고 흥미를 끄는 부분들만 잘라놓았다.

그 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장면은....


-팀 블러드의 대표로 우리 전사의 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봐도 될까요?


김운길 대표가 우석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

이어서 우석의 얼굴이 나오고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화면이 전환됐다.


-아, 진짜 다들 더럽게 못하네!


김현수가 관객석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치는 장면으로 돌아갔다.


-예선전 중간에 발생한 돌발 상황!


내레이션과 함께 나오는 영상은 김현수가 프로 선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사의 심장을 찾는다, 전사의 길! 다가오는 1월에 확인하세요!


-쿵!


이어 인트로에서 나왔던 격투 장면이 재생되고 도장으로 찍듯 전사의 길 타이틀이 나타나며 예고편은 끝났다.


“이 질문을 이렇게 써먹는다고...?”


우석은 유티비에서 예고편을 본 뒤 황당함에 한 마디 뱉었다.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고편 댓글에는 팀 블러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팀 블러드 도도한 척은 다 하더니 이런 프로그램에 선수 내보내네 ㅋㅋ

-얘 금강불괴잖아 ㅈㄴ 맞아도 버텨서 판정까지 간다고

-근데 예선전에서는 꽤 잘 했다더라 내 친구가 예선전 가봤대

ㄴ금강불괴 어서 오고~

ㄴ찐임?

ㄴ찐이겠냐 ㅋㅋㅋ

ㄴ내 채널에 돈 버는 법 올려놨음 볼 사람은 보셈

-근데 중간에 난타전 하는 부분은 좀 멋있던데 금강불괴답지 않음

ㄴ강우석 부계정 개많네;;

ㄴ나 강우석 아님 ㅅㅂ


“조금 어이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뭐 본방 나오고 나면 제대로 밝혀지겠지.”


-네놈 칭찬하는 의견들도 제법 되는구나. 그런데 그 많은 상황들을 이렇게 압축하다니 신기하군.


천마가 전사의 길 예고편을 흥미롭게 봤다.


‘딱 재밌는 부분들을 추려야 사람들이 많이 보거든요. 말씀드렸듯이 이런 동영상은 사람들이 많이 볼수록 돈이 돼요. 어쨌든 전사의 길이 인기를 끌수록 저도 인지도가 높아지는 거니까 저도 손해는 아니죠.’


체육관에 도착한 우석은 오늘 날짜를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체육관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 우리 팀 대표님 등장!”

“형! 전사의 길 나간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랬음 예선전 구경 갔을 텐데.”


연습생 몇 명이 우석에게 다가왔다.

스파링을 자주 하면서 꽤 친해진 연습생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우석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란 걸 몸소 체험한 상태였다.


“얘기는 무슨. 그리고 팀 대표로 나간 거 아니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내보냈네. 참....”


“방송국에서 악마의 편집 하는 거야 뭐 한두 번이에요?”

“그나저나, 예선은 합격했어요?”

“그 난입한 애는 뭐에요?”


연말이라 코치들도 거의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다들 쉬엄쉬엄하고 있었기에 어느새 우석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우석은 그들에게 전사의 길 예선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오~ 민정욱이랑 맞짱 떠서 KO시킨 거네요? 민정욱도 주먹 세기로 꽤 유명하지 않나?”

“예고편에서 난타전 했던 게 그거구나.”

“김현수가 현장에서 도전하기 전부터 찍고 있었다고요?”

“주작방송이네 주작방송. 이거 커뮤니티에 올려야겠다.”


우석이 팀원들과 한창 떠들고 있는데 체육관의 문이 열렸다.


“운동 한 타임, 한 타임이 아까운데 뭣들 하고 있는 거야!”


피영욱 관장이었다.

올해의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팀원들을 풀어주는 법이 없었다.

그는 불호령을 내린 후 우석을 노려보았다.


“강우석, 사무실로 와라!”


피영욱의 표정은 아주 살벌했다.


-염병, 저놈은 또 왜 지랄이야?


작가의말

격투기 오디션의 필수요소, 현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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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반사이익 +3 21.03.03 8,707 134 14쪽
8 마지막 날 +2 21.03.02 8,822 127 14쪽
» 불공평 +3 21.03.01 8,949 129 12쪽
6 생존 미션 +2 21.02.28 9,057 142 12쪽
5 전사의 길 +7 21.02.27 9,425 135 13쪽
4 엄청나다 +6 21.02.26 9,697 1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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