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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8.30 18:51
연재수 :
269 회
조회수 :
12,711
추천수 :
707
글자수 :
1,453,197

작성
23.05.25 18:23
조회
33
추천
1
글자
11쪽

202. 연합군 집합

DUMMY

정화석에 의해 불꽃 남자로 각성한 트리아트 율레.

절망이 죽고 남긴 뼈는 물론이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독기까지 그가 모조리 태워 없애자 전사들을 비롯하여 사막으로 떠났던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무로브로 돌아왔다.


길고 긴 환호가 끝날 무렵 트리아트 율레가 쥔 정화석에서 또 다시 무지개가 흘러 나왔다.

환한 빛무리처럼 번지는 무지개는 이윽고 무로브 전역을 뒤덮었다.

무지개에 휘감긴 것은 비단 무로브인 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율레 2인조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든 사람들 앞에 펼쳐진 광경은 하나였다.


허다한 무리가 모인 사람들 앞에서 사람에 의해 죽는 의문의 마법사 한 명.

그가 제 생명을 걸고 재현한 빛의 검.

한 자루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그 검이 하늘을 가르고 그대로 용을 가르는 것을 말이다.


세간에 알려진 트리아트 셋에 대한 평판에 의문을 품고있던 무로브인들은 의문의 마법사가 누구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렴풋이 알던 그 자가 무슨 일을 하였는지 깨달았다.

며칠 전 갑자기 등장한 카밀로테의 두 마법사가 그들에게 전해준 말대로였다.

그는 실로 용을 죽인 자였다.


"이건..."


더군다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청류를 비롯하여 기에 예민한 자들은 제 몸 속에 힘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기가 흐르는 그 시작점이 언제나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아 흐릿했다면 지금은 좀 더 선명해진 기분이었다.


두 율레는 그 변화가 더 극적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 트리아트 셋의 기억을 통해 각자 독특한 마법을 배웠지만 정작 그가 용을 베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과거에 이미 벌어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두 사람이 트리아트 셋에게 갖고 있던 신뢰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

신뢰가 굳건해진만큼 두 사람의 마법도 풍성해졌다.


한 사람의 신체만을 복구시킬 수 있던 뵈나 율레는 힘의 소모가 많이 줄어들어 한 번에 더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트리아트 율레는 여전히 다른 마법은 약했지만 불 마법만큼은 이제 가히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트리아트 셋이 용을 벤 기억을 보고 각자에게 생긴 변화를 점검한 이후.

청류가 두 율레에게 다가왔다.


"우리 무로브를 구원해줘서 고맙다. 무로브의 구원자여."

"어... 예. 뭐."

"트리아트 율레. 내게 말을 높이지 말아라. 무로브를 위기에서 구원한 구원자인만큼 무로브인들은 당신을 청류인 이 몸과 같이 대할 것이다."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청류가 제 몸을 바쳐 암사를 막아내는 것을 보며 율레는 그에 대한 평가를 '마냥 성가신 것만은 아닌 꼬마' 정도로 격상시켰지만 여전히 한참 어린 꼬마에게 존대하는 것이 껄끄러웠던 차였다.


"... 구원자면 청류보다 더 높아도 되는 것 아닌가?"


트리아트 율레가 조심스레 제안해보았지만.


"청류보다 더 높은 것은 신뿐인데 당신은 정녕 신이 되고자 하는 것인가? 사람이 과한 욕심을 부리면 추한 법이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제 어쩔 셈이지? 바로 천시로 갈 것인가?"


천시.

그들이 걸어서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뜻한다.

땅이 끝나고 동시에 하늘이 시작하는 곳이기에 천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데클락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으니."


율레의 답에 청류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당신들의 여정에 우리 무로브의 전사가 함께 하겠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건가?"


청류가 흔들림 없는 미소를 띄며 말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지키는 자였다. 지켜야 할 것이 이 작은 왕국에서 그분의 나라로 넓어졌을 뿐이다."


두 사람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데클락까지 가기 위해서 그들은 프로토케를 지나 요엠가움을 거쳐 죽음의 숲으로 내려가야 했다.

사실 직선 거리로 가면 훨씬 더 가까웠지만 길 중간을 죽음의 숲이 막고 있었다.

죽음의 숲은 넓은 숲이다.

혁명단이 죽음의 숲 속 엑살라니스로 들어가기 위해 이용하는 입구는 지극히 제한되어있었고 길을 인도해줄 길잡이가 없었기에 죽음의 숲을 가로지를 수단이 없었다.


평소 숨 가드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무로브이기에 그들은 빠르게 프로토케를 지날 수 있었다.

완전 무장한 전사들을 저항 없이 들일 정도로 두 나라의 신뢰 관계가 두터운 것이 아니었다.

숨 가드나의 영향력이 그만큼이나 절대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문제는 요엠가움에서부터였다.

타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무로브인들이 그것도 무장한 전사들이 영지를 지나가겠다고 하면 쉽사리 들여보내주는 것이 되려 이상했다.


요엠가움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영지 루베오에는 이미 수만의 사람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루베오 영지의 집사였다.


"사막 부족의 전사분들이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신지요."

"우리는 천시... 그러니까 데클락으로 향하고 있다."


무로브는 무역을 통해 물물 교환을 하기는 해도 절대로 타지로 나오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데클락으로 간다고 하니 집사는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며칠 전에 테노부스 전하와 숨 가드나 성하와 함께 마법사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들이 향한 곳도 공교롭게도 데클락 밑자락에 위치한 죽음의 숲이었다.


"혹시 청류님의 일행 중 마법사가 계신지요?"

"... 질문이 많군."


청류의 일행 내에서 마법사가 있다는 것은 현재 비밀로 해둔 상태였다.

그럼에도 곧바로 마법사가 집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은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청류가 손도끼에 손을 올렸다.


집사 입장에서는 청류의 날선 반응이 곧 제 질문에 대한 긍정이라는 뜻이었다.

마법사, 그 중에서도 아마도 높은 확률로 혁명단에 속한 자가 청류의 일행에 있다고 생각한 집사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오해는 마시길. 혹시 그 '혁명단원'분의 목적지가 데클락인가 싶어서 여쭙는 겁니다."


그의 말에 율레 앞으로 나섰다.


"무언가 알고 있군."

"나흘 전, 오르디나 이레님께서 이곳에서 다른 혁명단원들과 함께 머물고 계셨습니다."

"노인네 무사했군... 그렇다면 그들이 어디로 향했지?"

"아마도 죽음의 숲으로 향하셨습니다."


집사인 그는 자세한 계획은 몰랐다.

심지어 먼저 떠난 테노부스 일행이 어디로 향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지를 예상할 수는 있었다.

숨 가드나의 명에 의해 승리의 벽으로 가려던 프로토케 군이 죽음의 숲으로 목적지를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대충 상황을 짐작한 율레가 집사에게 다시 물었다.


"고맙다. 혹시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나?"

"아. 그러고보니 일행 중 한 분께서 먼저 승리의 벽으로 가셨습니다."

"승리의 벽?"


어린 기사 한 명이 승리의 벽으로 한 발 먼저 향했다는 것이었다.

투덜거리는 것 치고 목소리가 컸던 것이 아마 테노부스 전하가 들으시라고 하는 말 같았다.


- 세상에 승리의 벽까지 나 혼자 가라니. 그것도 말도 없이. 달려서. 완전 무리에요오...


어린 기사를 왜 승리의 벽으로 보냈는지는 모른다.

단순히 그곳의 병력을 죽음의 숲으로 물리기 위해서 보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승리의 벽에도 혁명단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쩔 것이지? 어차피 목적지가 죽음의 숲이니 그곳으로 갈 것인가?"


율레는 고민도 하지 않고 죽음의 숲으로 향하려 했지만 그의 결정을 방해하는 것이 있었다.


우우우웅


이제는 율레의 지팡이 끝에 박힌 정화석이 승리의 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낮게 진동하고 있었다.


"승리의 벽."


우우우웅


"죽음의 숲."


...


"승리의 벽."


우우우우웅


"죽음의 숲."


...


"아무래도 승리의 벽으로 향해야 할 거 같군."


우우우우우웅


정화석이 낮게 울었다.


***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청류의 설명이 끝나자 카리타의 얼굴은 감격에 겨워 있었다.


"율레님! 멋져요오! 불로 쾅! 펑! 쿠쾅!"


그녀가 눈을 빛내며 필요 이상으로 그에게 붙자 뵈나 율레와 청류가 동시에 그녀를 막아섰다.


"그쪽 너무 가까이 오지 마요."

"나도! 나도 그 추잡한 제사장의 목을 베었다! 이 혜수부로 콰악!"


난데없는 신경전에 트리아트 율레가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상황은 대충 알았으니 어서 정리하고 움직이도록 하지. 퇴각하는 중에 용의 군대가 몰려온다면 그대로 몰살이다."


그가 말을 끝낼 때쯤.


뿌우우우우우


적의 출현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늑대가 아연실색하며 튀어나갔다.


"아직 제대로 정비도 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적과 부딪히면 설령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막심할 터였다.

군을 정비를 독촉하며 그는 적이 출현한 곳으로 향했다.

위치는 용해가 아니라 그 반대쪽이었다.


'누구지? 제사장? 그것도 아니면 설마 텔제민 군이 벌써 올라왔단 말인가?'


시기적으로 그 누가 와도 너무 빨랐다.

마침내 적이 시야에 닿는 곳에 도달한 그가 눈에 히펠을 집중하여 적을 살폈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는 자들은 다름 아닌 프로토케 군이었다.


저들의 정체가 눈에 들어올 때쯤에 맞춰 무리 중 두 명이 훌쩍 날아 그들 앞에 내려왔다.


"프로토케 땅의 기사단. 기사단장 훈드 임베르조라 하네."

"마찬가지로 바다 기사단의 기사단장 테치 아겔핀이다."

"솔늑대 기사단의 기사단장 라나부스 요엠가움이요."


각자 간략히 소개를 마치자 좀 더 나이가 많은 프로토케의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아군으로 이곳에 온 것이니 경계를 거둬주겠나?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힘의 파장이 느껴져 서둘러 군을 돌려 지원을 온 참이네만."


그의 말에 늑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혼란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여유가 생긴 요엠가움은 비로소 사상자를 수습하여 간략하게 장례를 치렀고 서둘러 죽음의 숲 행을 준비하였다.

요엠가움에 무로브의 전사들, 마지막으로 프로토케까지.

각 군 지휘관의 지휘 아래 준비를 마친 연합전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맨 앞에서 율레가 정화석이 박힌 지팡이를 치켜들며 말했다.


"어서 출발하도록 하지."


카리타가 웅얼거리며 그의 뒤로 붙었다.


"맞아요오...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어요."

"이 몸께서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해치우도록 하지."

"... 청류께서는 가만히 좀 계세요."

"너...! 이 몸이 선의를 가지고 한 제안을 그렇게 무참히!"


율레는 문득 뒤에서 난리를 치는 아이들이 피곤했다.


"저것들에 비하면 넷 4인조는 정말 얌전했던 거군."


넷과 듀시아는 괜찮은지.

세슈람과 딜람은 잘 하고 있는지.

문득 걱정이 되는 율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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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204. 다신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23.05.31 37 1 11쪽
203 203. 기억 셋 23.05.30 28 1 12쪽
» 202. 연합군 집합 23.05.25 34 1 11쪽
201 201. 싸움은 장비발 23.05.23 31 1 11쪽
200 200. 오스트랄로암사쿠스 23.05.22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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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내가 없어져 볼게 얍 23.05.08 3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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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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