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03 19:29
연재수 :
257 회
조회수 :
11,795
추천수 :
695
글자수 :
1,378,486

작성
23.05.22 19:14
조회
45
추천
1
글자
11쪽

200. 오스트랄로암사쿠스

DUMMY

용의 뼈에서 흘러내리는 독기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휘이이익


청류가 휘파람을 부르자 사방에서 먼지가 일며 무로브의 전사들이 몰려들었다.


"지금부터 신속히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집결지는 용의 꼬리. 충화. 사람들은 네가 책임지고 이끌어라. 나머지는 이제부터 각자 구역으로 가라. 적은 베고 사람을 구해라. 그 외의 것들은 맡기겠다."


그의 명에 무로브의 전사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청류는 천천히 땅으로 내려앉고 있는 까만 안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본래대로라면 독기가 흘러내릴 때에 무로브에는 전사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있어선 안 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립된 행동 강령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라에서 충분히 멀어지기는 커녕 안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암사를 막아야 하는 중에 가장 뼈 아픈 것은 전사들이 정화석에 모여 승리의 미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조들께서 얼마나 많이 강조하였던가.

꼭 승리의 미래를 보고 전장에 나서라고 말이다.


'아직... 아직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류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그가 청류이자 용의 몸을 지키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 그 때문이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해서는 안될 사람이 바로 그였다.


'기록에 따르면 용이 깨어나고 처음으로 태어나는 암사는 비교적 얌전하다고 했다.'


전사들이 암사와 독기를 어떻게든 막아내는 사이에 사람들을 나라 밖으로 보내면 된다.

그렇다면 우선 가장 큰 고비는 넘기는 셈이다.

그리 생각하며 그는 당장 가장 많은 독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용의 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가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들었다.

정화석과 더불어 무로브에 전해지는 귀물 중 하나가 바로 그가 든 도끼였다.

사막에서는 은혜나 다름 없는 물을 세상에 수놓는 도끼라 하여 '혜수부'.

날 자체가 물의 기를 잔뜩 머금은 도끼로 역대 청류들에게 주어지는 도끼가 바로 이것이었다.


슈우웅


혜수부에 물의 기가 맺혀 넓게 퍼졌다.


"흐아압!"


그가 도끼를 휘두르자 물의 기가 쏟아지는 독기를 멈춰 세웠다.


"흠."


단 한 번, 잠깐동안 막은 것이긴 하지만 의외로 막을만 했다.

다만 독기는 계속해서 흘러내려오고 있는 중이기에 청류가 얼마간 막아세운 독기는 곧 그가 세운 물의 벽을 넘어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기가 독기를 상쇄시키는 것보다 흘러나오는 양이 더 많다는 소리였다.

다행인 것은 그의 뒤로 따라붙은 전사들의 기가 더해지자 독기를 상쇄시키는 양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독기는 이후로도 몇 주, 몇 개월이 지속될테니 이대로 소모전을 벌이면 불리한 것은 전사들이었지만.


'어차피 시간만 벌면 된다.'


그의 생각대로 독기가 땅에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대피할 때까지만이다.

그 이후에는 전사들 제 신체만 보호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충분히...'


키야야야악


철로 바닥을 긁는듯한 소리와 함께 암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본적인 형태는 날개를 떼어놓은 아룡이었지만 다리가 더 길고 두꺼웠다.

암사는 뼈기둥에 붙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쿠웅


"모두...!"


청류가 지시를 내리려 입을 연 순간.


콰아앙


암사가 발을 박차고 그에게 달려 들었다.


콰드득


검은색 도마뱀은 무식하게 무거운 무게를 실어 머리로 들이받았고 이를 받아낸 청류는 간신히 중심을 잡고 뼈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크윽."


혜수부는 날도 자루도 조그마한 손도끼일 뿐이다.

날을 이루는 철이 물의 기를 많이 머금은 흔치 않은 철이라 상징적으로 청류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사실 전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역대 청류들은 전투에서 혜수부 대신 다른 일반 무기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현대 청류는 달랐다.

그는 전투에 나설 때에도 혜수부를 고집하였다.


"이 도마뱀 새끼가 겁도 없이 내가 누구인줄 알고 덤비는 것이냐!"


오밀조밀 자리잡은 근육이 부풀며 힘줄이 솟았다.

그가 손을 뻗어 암사의 주둥이를 붙들었다.


청류를 물어뜯으려 발악을 하던 암사의 주둥이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허공에서 딱딱거렸다.

암사가 주둥이를 벌리는 때를 맞춰 혜수부를 주둥이 안으로 쑤셔 넣은 청류는 그 안에서 기를 응축하였다.


우우우웅


암사의 몸이 파랗게 빛나는가 싶더니 곧.


퍼어어엉


안에서 부터 파란 빛을 내뿜으며 터졌다.


"후우우..."


암사가 터지며 나온 독기를 대충 흩어낸 청류가 한숨을 돌리고 있으니 사방에서 암사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비교적 얌전한 게 이 정도면 나중에는 이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


아직까지는 그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른 전사들도 두 명씩 짝을 이뤄 사냥하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더 강해지고 난 이후다.


"나중 일은 나중에. 지금은 사람들의 대피가 우선이다."


청류의 말에 전사들이 사방으로 퍼져 암사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청류의 활약은 단연코 독보적이었다.

청류가 뿜어내는 물의 기를 받아들인 혜수부는 그의 의지에 따라 기를 늘였다 줄이기를 자유자재로 해냈고 파란 기는 암사를 자비 없이 도륙내고 있었다.


검은 종이 위에 파란 난초를 그려내는 것도 같았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난초의 잎이 거침없이 그려질 때마다 암사의 몸이 갈라지며 독기를 뿌렸다.


"하압!"


그가 혜수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 무기만큼 그의 기를 잘 받아주고, 잘 반응해주는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리가 짧고 범위가 좁은 것은 그의 넘치는 기로 만회할 수 있었다.


콰직


깨어났던 암사 중 마지막 한 놈의 정수리를 혜수부로 쪼갰을 때에 청류는 어느새 척추뼈 위였다.

무로브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다른 구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무사히 독기를 막아내고 있었고 큰 피해 없이 처리하고 있었다.


전사들이 독기와 암사를 막아내는 사이 무로브인들도 용의 꼬리에서 차례대로 벗어나고 있었다.

무로브 2인자인 충화는 가장 마지막에 서서 일반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좋다."


이대로만 가면 아무런 피해도 없이 무로브인들을 내보낼 수 있었다.


드득


하지만 청류의 기대는 오래지 않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드드드득


용의 뼈가 크게 진동하는가 싶더니.


콰아아아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독기가 터져나왔다.


"...!"


독기가 터져나오는 곳에 서있던 전사들은 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쿠웅


더 많은 양의 독기와 함께 만들어진 두 번째 암사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리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것이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다른 구역은 하나뿐이었고 그나마 부피가 큰 용의 몸에만 두 마리가 생겨났을 뿐이다.


쿠우웅


하지만 이들은 이전보다 족히 서너 배는 더 컸다.


캬아아아아아악


덩치가 큰만큼 더 큰 소리로 우는 암사들을 향해 전사들은 지체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키이이잉


시뻘건 눈이 빛났고 암사의 입에서 독기가 뭉친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앙


"!"


청류는 다급히 혜수부로 펼친 물의 장벽으로 독기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마리 중 청류가 없던 곳은 상황이 달랐다.

암사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던 전사들은 독기가 응축된 숨결에 휩쓸려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죽은 전사들을 헤아릴 시간도 없었다.

청류의 눈이 향한 곳은 무로브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용의 꼬리 쪽이었다.

아직도 독기의 영향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이 절반은 되었고 빠져나간 남은 절반 역시 그리 멀리 가지 않아 언제든 암사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청류가 본 꼬리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암사의 공격이 심상치 않음을 뒤늦게 감지한 충화가 뛰어든 덕에 다른 전사들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충화가 죽고 말았다.


후우우웅


청류가 꼬리쪽 상황을 살피는 사이 그를 향해 암사가 꼬리를 휘둘러왔다.


서걱


한껏 예리해진 물의 기가 암사의 두꺼운 꼬리를 잘라냄과 동시에.


서거걱


암사의 목을 떨어뜨렸다.


"꼬리로 가겠다. 너희는 저놈을 막아라. 혹 버티지 못하겠다면 물러나도 좋다."


그는 남은 암사 한 마리를 살아남은 전사들에게 맡기며 용의 몸에서 뛰어내려 꼬리로 향했다.


'제발 버티거라.'


청류가 꼬리를 향하는 동안에도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었다.

충화를 잃은 전사들은 눈에 띄게 동요했고 동요한 전사들의 틈을 검은 짐승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벌써 꼬리를 지키는 전사들과 무로브인들의 대피를 돕기 위한 전사들 절반이 저 짐승의 입에 먹혀 죽고 말았다.


콰아아앙


청류가 꼬리에 도착한 것은 마흔일곱 번째 전사가 암사의 입에 먹히기 직전이었다.


"허억... 허억... 이 겁대가리 상실한 도마뱀이 어디 감히 무로브의 긍지높은 전사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이냐."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기를 이용해 날아오다보니 호흡이 가빴다.

청류는 저를 보자마자 암사가 달려들 거라 생각했지만 암사의 다음 행동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넘는 것이었다.


"그르르... 먹이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게 이상한 일인가?"

"... 네놈."


지금까지 말도 못하고 달려들기만 하던 암사가 지금은 한 발 물러나더니 그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가 꼬리에 오기 직전에 베어 죽인 암사와 다르게 지금 그의 눈 앞에 있는 암사는 어딘가 조금씩 달랐다.


우선 덩치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뭉툭하고 짧은 발가락이 지금은 얇고 길어져 있었다.


"넌 특히나 맛있어 보이는군."


시건방진 말을 내뱉으며 암사가 두 발로 일어났다.


"싸우며 성장이라도 하는 것이냐."

"먹이를 먹으며 성장한다."


꼬리에 기대어 서있는 것이긴 해도 눈앞의 암사는 두 발로 서 있었다.


'말 하는 개체는 독기가 절정일 때에 정말 드물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는데...'


말도 못하던 짐승이 전사들을 먹고 갑자기 저렇게 완벽한 언어 구사를 할 정도로 극적인 성장을 한다는 말은 선조들의 기록 중 어디에도 없던 것이다.


'기록에 적힌 놈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개체로 봐야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어떤 정보라도 알아내려면 몸으로 부딪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흡."


짤막한 기합 소리와 함께 혜수부에 기를 두른 청류가 암사에게 달려들었다.

자유로워진 앞발이 아직 어색한지 앞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암사는 저를 향해 달려드는 청류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시꺼먼 독기와 파란 물의 기가 부딪히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9 199. 왜 뼈는 때리고 그러세요 23.05.17 26 2 10쪽
198 198. 질척거리지 좀 마 +1 23.05.16 31 2 12쪽
197 197. 우쭐대는 거 꼴 보기 싫네 23.05.11 32 2 11쪽
196 196.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23.05.11 22 2 10쪽
195 195. 불타오르네 불 불 불 불 23.05.10 33 2 11쪽
194 194. 내가 없어져 볼게 얍 23.05.08 31 2 15쪽
193 193. 속옷 달리기 23.05.04 45 2 11쪽
192 192. 이 몸 등장 23.05.03 30 2 11쪽
191 191. 말단이 힘을 숨김 +1 23.05.02 40 2 11쪽
190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2 2 12쪽
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9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6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5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30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4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8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6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1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3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80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8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9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2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30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9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31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4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