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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6 23:32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11,490
추천수 :
693
글자수 :
1,366,115

작성
23.05.11 09:30
조회
20
추천
2
글자
10쪽

196.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DUMMY

붉은색의 장발을 한 마법사의 지팡이 끝에서 끝없이 불이 솟아나고 있었다.


"혁명단?"


카리타는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사슴의 영지에서 그녀가 만난 나이 많은 마법사와 비슷한 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난입한 자를 눈치챈 것은 비단 그녀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데멘스피데에게서도 반응이 있었다.

승리의 벽에 모여있는 모든 자들을 죽일 생각으로 뿌려대는 숨결이 고작 한 사람에게 막혔다는 사실은 데멘스로 하여금 주의를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땅에 내려앉은 데멘스는 어마무시한 양의 불길을 다루는 정체불명의 마법사를 향해 주둥이를 벌렸다.


키이이이잉


하늘에서 수천 수만 갈래로 쪼개어 날아가던 숨결이 이번에는 한 데 모여 쏘아졌다.

이를 본 카리타가 다급하게 숨결의 경로로 뛰어들었다.

데멘스는 갑작스레 등장한 마법사를 노리고 쏘아낸 것일테지만 그 궤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 중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마법사님! 제발! 저에게 이들을 지킬 힘을...!"


테노부스가 말했던 그 위대하다는 마법사를 향한 그녀의 간절한 기도에도 그녀의 검에 맺힌 빛의 히펠은 여전히 희미했다.

이대로 검을 맞댄다고 해도 그녀는 데멘스의 숨결을 막기는 커녕 그녀의 몸채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타는 망설임 없이 숨결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가 내지른 검에 맺힌 히펠은 맥없이 사그라들었고 검 역시 녹아내렸다.

이대로 제 몸뚱이 역시 타서 없어지겠다는 직감에 그녀가 두 눈을 감을 때였다.


사뿐


그녀 앞으로 누군가 뛰어내렸다.


"거치적 거리지 말고 비켜라."


얄상한 체구.

나풀거리는 흰색의 기다란 천.

하지만 천이 들리며 드러난 그의 팔에는 근육이 오밀조밀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사내의 손에는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손도끼가 들려있었다.


출렁


손도끼에는 꽤나 많은 양의 물이 도끼의 날 모양으로 맺혀있었다.


"흐읍."


사내가 내지르는 커다란 물의 도끼가 데멘스의 숨결과 부딪혔다.


콰아앙


커다란 폭발이 일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쳤다.

폭발의 여파로 카리타는 꼴사납게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콜록. 콜록."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는 그녀 옆으로 함께 쓰러져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갑작스레 등장해서 도끼를 휘두른 사내는 등장과 다르게 행색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흰 옷은 여기저기 그을렸고 심한 곳은 타서 없어진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마치 죽기라도 한 것처럼 미동도 없었다.


"저... 괜찮..."

"크헉!"

"꺅!"


미동도 없던 그가 발작하듯 갑자기 일어난 통에 카리타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흘러나왔다.


"... 일단 목숨은 부지한 것 같군."

"저기요 괜찮으신 거예요?"


카리타는 사내가 괜찮은가 싶어서 손을 뻗어 그를 살피려 했지만.




"치워라."


사내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떨쳐내는 것이었다.

그는 손도끼를 고쳐쥐고 벌떡 일어나 다시 데멘스를 향해 나아갔다.


"저 차림은 분명 사막 부족의 옷인데..."


얇은 천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두르고 있는 복식은 흔치 않다.

프로토케를 지나면 나오는 사막에 건국된 사막 왕국 무로브.

무로브인들의 복식이 딱 저렇다.


문제는 그의 피부색이었다.

솔이 내리쬐는 뜨거운 볕에 무로브인들은 대부분 짙은 갈색의 피부색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모두 얼굴에 복잡한 문양을 그려 제 소속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갑작스레 등장한 사내의 복식은 분명 무로브인들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방금 데멘스의 숨결을 막아내며 드러난 그의 얼굴은 전형적인 무로브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하얀 피부, 하늘을 연상케 하는 맑고 파란 눈동자.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는 소속을 나타내는 문양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저건 도대체 누구람."


정체불명의 사내가 도끼를 들어 데멘스피데를 가리키자 뒤에서 불을 내뿜는 마법사의 뒤에서 하얀 천을 두른 무로브인들이 뛰어들었다.

그 수는 요엠가움의 병사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지만 요엠가움과 다르게 무로브의 사람들은 적을 향해 돌진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로브인들이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것을 확인한 사내는 곧장 데멘스에게 달려들었다.

전장에 난입한 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데멘스가 숨결을 모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손도끼에 파란 기운이 어리기 시작하더니 이전과 같이 물이 만들어졌다.


키이이이잉


이전과 다르게 숨결을 모으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만큼 더 큰 힘이 실려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음에도 사내의 발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저보다 약한 숨결을 다 막지 못해 정신을 잃었던 그다.


"아 진짜!"


막무가내의 사내를 보며 그녀는 기가 찼지만 생각해보면 그가 적의 시선을 끌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은 분명했다.

미친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행동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카리타는 벌떡 일어나 사내 뒤를 쫓았다.


"셋? 마법사님? 나한테 힘을 좀 달라니까요!"


그녀는 달리면서 다시금 히펠을 꺼내려 했지만 여전히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사이.

마침내 숨결을 다 모았는지 귀를 때리는 날카로운 고음이 멈췄다.


"율레! 지금이다!"


고함과 함께 사내가 높이 뛰어올랐고 그에 맞춰 데멘스의 주둥이도 그를 따라 하늘로 치켜올려졌다.

자연스레 카리타의 시선 역시 그를 따라 하늘로 향했다.


"와..."


하늘로 향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을 채우며 떠있는 커다란 솔이었다.

아니 솔처럼 생긴 불덩이였다.

그리고 사내의 신호에 맞춰 그 커다란 불덩이가 녹아내리듯 불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말이 불줄기지 데멘스가 오래도록 모은 숨결보다 더 두꺼웠다.

그런 불줄기가 데멘스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데멘스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사내를 향했던 숨결을 틀어 불줄기를 향해 쏘아냈다.


콰아아아앙


광선과 불줄기가 맞부딪히는 사이 뛰어올랐던 사내는 커다란 물의 도끼를 데멘스의 목을 향해 던졌다.


콰직


물의 도끼가 데멘스의 목에 박혔지만 너무 단단한 탓에 목을 끊어내지 못했다.


"쏴라!"


사내의 외침에 전장에 난입한 무로브인들이 활을 쐈다.


쐐애애액


각자 고유의 기운이 어려있는 화살이 조금의 빗나감도 없이 사내의 도끼를 후려쳤다.




콰앙


그럴 때마다 도끼가 조금씩 데멘스의 목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무로브인들이 쏘아낸 화살이 모두 사내의 도끼에 닿기 전에 데멘스 앞으로 새까만 벽이 만들어지며 화살을 막아냈다.


"칫."


노림수가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에 사내가 혀를 차고 있으니 누군가 데멘스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뿔소였다.

순식간에 어둠의 방벽 앞에 다다른 뿔소는 그대로 방벽을 깨부수고 도끼 앞에 다다랐다.




뿔소가 목에 박힌 도끼를 향해 주먹을 내리꽂으니 불길을 뚫고 나아가던 데멘스의 숨결이 조금 약해졌다.

다만 그 대가로 뿔소는 데멘스 몸체에서 솟은 검은 힘에 얻어맞아 날아갔다.


다음으로 데멘스 앞으로 등장한 것은 늑대였다.

그는 데멘스가 딛고 있는 땅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가 도끼를 내리치자 데멘스의 숨결이 조금 더 줄었다.

까만 날붙이에 배가 뚫린 늑대가 멀리 날아갔다.


이제는 불줄기와 숨결이 서로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데멘스피데의 비대한 몸체에서는 까만 손이 만들어져 목에 박힌 도끼를 뽑으려 하고 있었다.


"요엠가움의 긍지높은 기사들이여!"


수리가 소리쳤다.

압도적인 힘에 겁에 질려 도망치던 기사들은 걸음을 멈춘지 오래였다.

어쩌면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이들 안에서도 커다란 어둠에 조금씩 맞설 용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공격하라!"


그의 신호에 맞춰 히펠이 날아들었다.

저를 향해 날아드는 히펠을 보며 데멘스는 도끼를 뽑던 손을 멈추고 그의 주변으로 방벽을 둘렀다.

이번에는 아예 여지를 주지 않을 생각에 저를 향해 쏟아지는 불줄기를 막아내고 있는 주둥이를 제외한 주변으로 두꺼운 방벽을 세웠다.


기사들의 공격이 허무하게 방벽에 막히고 말았다.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스쳐지나갔다.

이대로 두면 데멘스는 도끼를 뽑아낼 것이고 그렇다면 다시 강해진 숨결로 불줄기를 막아낼 것이었다.


잠시 일었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전장에서.


타다닥


홀로 뛰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카리타였다.

죽은 누군가의 검을 집어들고, 등에는 잔나비를 업은 채로.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트리아트 셋, 용을 죽인 마법사님. 만약 당신이 저희를 구원한 구원자가 맞다면!"


지금껏 아무리 빌어도 반응이 없던 그녀의 기도였다.

하지만 그 이름을 처음으로 외친 순간이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빛무리가 일었다.


"지금 이 순간!"


무지개의 빛깔로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이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저에게!"


잔나비의 히펠과 함께 그녀의 몸이 방벽 안으로 들어갔다.

데멘스가 제 목에 박힌 도끼를 빼낸 직후였다.

도끼가 박혔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이 어둠을 벨 힘을 주세요!"


무지개의 빛이 새하얀 빛무리로 화하며 그녀의 검에 둘러졌다.

환한 빛의 검이 아물기 시작한 상처를 파고 들어갔다.


화아아아아악


단단한 어둠이 부서지며 빛이 일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줄기를 막던 숨결이 멎었고.


화르르륵


그대로 쏟아져 내린 엄청난 양의 불줄기가 데멘스피데가 있던 곳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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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2. 이 몸 등장 23.05.03 30 2 11쪽
191 191. 말단이 힘을 숨김 +1 23.05.02 40 2 11쪽
190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2 2 12쪽
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9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6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7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9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9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8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30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3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168 168. 말이 너무 많은 사람 23.03.16 3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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