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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01 00:42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11,629
추천수 :
694
글자수 :
1,372,149

작성
23.05.16 18:19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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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98. 질척거리지 좀 마

DUMMY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

기사들이 사용하는 히펠.

무로브의 전사들이 사용하는 기.


각자 명칭도 다르고 실제로도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기본적인 작용 원리는 모두 같다.

사람이 체내에 품고 있는 힘 혹은 기운을 사용하여 다른 형태의 힘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현재 세상에 밝혀진 사례 중에서 이 기본 원리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아니.

예외가 있긴 하다.

자연에서 힘을 끌어올 수 있는 영웅왕이 바로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다.


예외를 제외한 다른 자들은 모두 스스로의 힘을 소모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건 비단 마법사, 기사, 전사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을 소모하여 살아간다.

그 어디에도 다른 존재의 힘이 끼어들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청류는 근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인간이 쓰는 힘이 사실은 우리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서 기인한다는 말이었다.


'권능자의 힘에 닿아있지 않다니...'


청류가 한 이야기는 시작에 관한 것이었다.

생명의 시작.

생명을 가진 것이 살아야 할 삶의 시작.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눠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탄생만큼 신비스러운 일도 없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생명의 탄생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자들이 없었다.


"생명은 권능자에게 속한 것이다. 그분께서 지으신 것이니 당연한 말이지.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야하는 것처럼 말이야."


메마른 땅에 심긴 나무는 말라 죽을 뿐이다.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생명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그의 말에 요지였다.

청류의 말에 늑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명의 시작이 신에게 속했다고 하지만 이후 유지하는 것은 저희들의 몫 아닙니까?"


설령 청류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다.

태어난 이후 생명 활동에 필요한 힘을 모으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었다.

식량을 얻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도, 노동을 통해 얻은 식량을 먹는 것도, 식량을 통해 얻은 힘으로 다시 노동을 하는 것도.


결국 기사란 존재도 다른 사람들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 사용하는 이 힘이란 것이 남들보다 더 클 뿐이다.

땅을 경작하는 힘을 넘어 산을 옮길 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힘 역시 기사 스스로가 이룩한 경지다.


늑대의 의문에 청류가 다시 답했다.


"그래. 그렇지. 그리고 그 끝이 무엇이지?"


청류는 인류의 정점이라 불리는 히펠렌스라는 자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들이 모으고 모은 힘으로 백 년에 한 번 덮쳐오는 죽음을 대적할 수 있던가?"


백 년에 한 번 덮쳐오는 죽음이란 곧 용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물음이 늑대는 좀 치사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청류께서 말씀하신 그 근본에 닿아있는 본인조차도 용은 이길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생명체 중 용을 이길 것은 없다.

그렇기에 죽음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건 차라리 법칙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용은 이미 죽었다는 말이다."

"응. 맞죠."


청류의 말에 옆에 있던 카리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본 것이냐?"

"그 휙 하고 쾅 하고 푸슝 빠슝 하던 거요? 네에. 봤어요."


카리타가 데멘스피데를 베기 전, 갖가지 색의 빛이 그녀의 몸을 둘렀을 때였다.

그녀의 눈앞으로 아주 잠시 새로운 장면이 보였었다.

누군가 휘두른 아주 커다란 빛의 히펠이 용을 베는 장면이었다.


이를 본 순간 그가 누구인지 카리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테노부스에게 전해듣기만 했던 자.

트리아트 셋이라는 것을 말이다.


"표현이 아주 독특... 하구나. 하여튼 그래. 저 여자의 말대로 용은 죽었다. 지금 한대륙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용의 시체를 뒤집어 쓴 조무래기일 뿐이야. 그 이름은 절망. 용을 따르던 두 파편 중 하나다."


쉬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늑대가 다시 물었다.


"청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어찌 알고 계신 겁니까?"

"저 여자와 같다. 나 역시 봤기 때문이다. 여기 이걸 통해서 말이야."


청류가 가리킨 것은 트리아트 율레가 지닌 지팡이 끝이었다.

율레가 지닌 지팡이는 그가 따로 맞춘 개인 지팡이로 본래는 끝에 에메랄드가 붙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 끝에는 에메랄드가 아니라 투박한 돌맹이가 붙어있었다.


"저건 무로브의 귀물이다. 정화석이라고 들어보았나?"

"아."


들어본 적 있다.

사막에 지어진 나라인만큼 무로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단연코 물이라 할 수 있다.

무로브의 지도자를 일컫는 말이 맑은 강을 뜻하는 청류인 것도, 청류가 다루는 기가 물의 형질을 띄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무로브라는 왕국을 유지하는 데에 가장 절대적인 공헌을 하는 것이 바로 저 '정화석', 물을 깨끗하게 하는 돌이다.


"정화석에 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은 듣지 못했는데요."

"그렇겠지. 철저히 비밀에 부쳤으니 말이야."

"그런 귀물이 근데 어찌 지금은 저 자... 저 분의 손에 들어간 겁니까?"


늑대의 질문에 청류가 율레를 바라보았다.

저를 아이 취급하던 율레에 줄곧 언짢은 기색을 표하던 청류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무로브의 구원자이기 때문이다."


***


시간을 돌려.

듀시아의 공간 이동에 혁명단이 모두 흩어진 직후.


트리아트 율레.

전 치안군 부대장이자 현 치안군 대장.


뵈나 율레.

11월 마을 치료소의 유능한 치료사이자 없어진 신체를 복구할 수 있는 마법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


이상 율레 2인조.


듀시아의 공간이동 마법에 율레 2인조가 떨어진 곳은 커다란 뼈 위였다.

얼마나 큰지 뼈 위에서 그들이 서 있는 곳의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일 정도였다.


"끝없는 사막, 커다란 뼈, 그리고 뼈 아래에 자리한 왕국이라면."


당연하지만 율레 2인조가 카밀로테 밖으로 나온 적은 없었다.

이런 풍경을 접하는 것이 처음이었지만 여러 특징을 조합해본 결과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무로브인 거 같군."

"그러게..."


여자 율레는 그저 무로브를 기록과 그림으로만 접했지만 남자 율레는 달랐다.

남자 율레는 이 끝없이 넓은 사막과 그 가운데에 남은 커다란 뼈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죽음의 숲 속, 빛으로 가득한 공터.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가 그에게 보여준 장면은 의외로 넷이 봤던 기억 중 하나였다.

그건 거대한 해일을 일으킨 '작은 용' 위로 운석을 떨어뜨린 트리아트 셋의 기억이었다.


넷이 이 기억에서 운동 마법을 배워 하늘도 날고 사물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면 남자 율레는 이 기억을 통해서 불의 기둥을 세우는 자가 되었다.


한 번도 온 적이 없음에도 낯이 익는 곳에 남자 율레는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내려갈까?"


여자 율레는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것이 무서웠는지 남자 율레를 재촉하였다.

남자가 재현할 수 있는 마법은 불 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으니 바람 마법을 재현해야 하는 것은 여자 율레 쪽이었다.

그녀가 마법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으니 그들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그곳에는 흰 천을 온몸에 두른 이가 서있었다.

그는 손도끼를 들고 있었고 손도끼에는 파란색의 힘이 어려있었다.

유일하게 드러나있는 맑은 하늘색의 눈동자에 어린 적의를 본 남자 율레는 대답을 신중히 골랐다.


이레 대장은 타국에서 마법사임을 밝히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율레 2인조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이를 본다면 누구든 그들이 마법사임을 알 것이었다.

남자 율레가 고민을 하는 사이 커다란 뼈 위로 사내 뿐 아니라 다른 무로브인들도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었다.


"누구냐 물었다. 혹 말을 못하나?"


손도끼에 맺힌 파란 기운이 한층 더 거세지는 것을 본 남자 율레는 제 직감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마법사다."

"일단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암사'는 아닌 것 같고... 마법사라면 어디에 속한 자들이지?"

"어디에 속했느냐라... 우리는 혁명단이다. 트리아트 셋을 따르는 자들이지."


남자 율레의 답에 손도끼에 맺힌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사내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흰 천을 걷어내자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사내, 청류가 말했다.


"환영한다. 근본에 닿은 자들이여. 이곳은 무로브, 권능자의 은혜가 샘솟는 곳이다."


청류의 말과 함께 무로브의 전사들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태도 변화에 긴장이 풀린 여자 율레는 잘못해서 뼈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어... 반갑습니다?"


의외로 그들은 두 사람을 환대해주었다.


***


무로브는 크게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용의 머리.

용의 몸.

용의 오른 날개.

용의 왼쪽 날개.

용의 꼬리.


먼 옛날 해방전.

트리아트 셋이 떨어뜨린 운석에 작은 용은 뼈만 남기고 죽었고 주변 일대는 사막이 되었다.

운석이 박힌 곳에서 물에서 솟아나기 시작했고 일대가 다시 회복될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본래 그들의 터전이었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작은 용이 죽고 남긴 뼈에서 독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운석에서 흘러나오는 열기가 독기를 정화해 주었기에 깨끗한 물은 얻을 수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운석이 뿜어내는 열기에 물의 양은 적었고 대지는 항상 뜨거웠다.


그로 인해 이 일대는 메마른 땅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신 겁니까?"


자연스레 떠오를 법한 질문을 여자 율레가 묻자 청류가 답했다.


"우리의 선조께서는 이곳에 우리 일족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셨다."


아직 땅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곳을 떠나지 못한 선조들은 곧 작은 용의 뼈에서 이상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뼈에서 흘러나오는 독기가 강해지는 동시에 까만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고.


- 캬아아악


솟아난 까만 힘은 하나로 뭉쳐 도마뱀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렇게 솟아난 새까만 도마뱀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고 선조들은 영문도 모르고 이들과 싸워야 했다.


"선조께서는 이들을 '암사'라 이름하셨지."


이후 암사가 태어나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연합전이 벌어지는 시기와 맞물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이곳에서 죽은 '작은 용'이 시체가 되어서도 사람들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면 암사는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이고 힘 없는 사람들은 암사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이었다.


"우리는 지키는 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사막 왕국 무로브가 탄생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부산스러운 이유도 그 암사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여자 율레의 말대로 지금 무로브는 정신이 없었다.

마치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짐들을 수레에 싣고 있었다.


청류가 답했다.


"그렇다. 암사가 태동하기 시작하면 독기가 심해져 일반 사람들은 버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백 년에 한 번씩 집을 떠나 사막을 떠돈다.

무로브의 전사들이 암사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대지에 짙게 깔린 독기가 빠질 때까지.


"이제 곧 연합전이 벌어질 것이니 우리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너희는 어떻게 하겠나?"


사막을 떠도는 여정에 동참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따로 목적지가 있는지 묻는 그의 말에 율레 2인조가 말했다.


"저희는 갈 곳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무로브는 아무런 준비 없이 건너기는 어려운 사막이다. 우리와 함께 동행하면 프로토케까지 데려다 주도록 하겠다."


율레 2인조의 짤막한 무로브 살이가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 ky******..
    작성일
    23.05.22 14:34
    No. 1

    오오오! 사막왕국 무로브, 지키는 자들, 멋져요! 율레가 어떻게 무로브의 구원자가 되었는지도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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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1. 말단이 힘을 숨김 +1 23.05.02 40 2 11쪽
190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2 2 12쪽
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9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6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7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9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9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8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30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3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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