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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03 19:29
연재수 :
257 회
조회수 :
11,694
추천수 :
695
글자수 :
1,378,486

작성
23.05.17 22:28
조회
24
추천
2
글자
10쪽

199. 왜 뼈는 때리고 그러세요

DUMMY

용의 뼈에 따라 다섯 개로 나뉘는 구역 중에서 제일 큰 곳은 용의 몸 부분이다.

커다란 갈비뼈가 두꺼운 척추뼈를 따라 기둥처럼 땅에 박혀있고 그 안에 나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것이다.

그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으며 호수 정중앙에 무로브의 지도자인 청류가 거하는 청창궁이 있다.


빛을 받으면 새파랗게 빛나는 돌을 쌓아올려 만든 궁은 한낮에 보면 마치 파란 하늘을 보는 것 같아서 청창궁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그리 큰 궁도 아니었고 그 안에 시설도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정갈했으며 꼭 필요한 것들은 갖춰져 있는 곳이었다.

율레 2인조는 무로브에서 지내는 짧은 기간 동안 청창궁에 거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청창궁에 지낸지 며칠.


"청류께서 부르십니다."


두 사람은 청류의 부름을 받아 그에게로 향했다.


"준비가 끝난 건가요?"

"거의 다 끝났다. 아마 내일 중으로 마무리 되겠지."


뵈나 율레의 질문에 청류가 답했다.


"빨리 끝났네요."

"당신들의 말을 듣고보니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200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인간 연합이 수많은 연합전을 치른 것처럼 무로브 역시 시체에서 솟아나는 정체불명의 짐승을 수없이 상대해왔다.

그만큼 기록이 쌓인 덕에 이들은 암사가 태동하는 기간이 연합전의 기간과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한 번 깨어난 용이 대현자에 의해 물러나 다시 잠잠해지는 기간이 매번 달랐기에 얼마나 사막에서 떠돌아야할지 모르는 무로브인들이 나라를 떠날 때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보통 몇 개월에 걸쳐서 이뤄지는 준비였는데 청류는 이번에 그 준비 기간을 최대한 단축 시켰다.


두 율레에게서 전해들은 카밀로테의 상황 때문이었다.

대현자가 사실은 용과 한 편이며 혁명단이라는 단체가 대현자에게서 도망쳐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이다.


- 우리 무로브인은 모두 트리아트 셋님을 따르는 자들이다.


정확히 트리아트 셋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가 이곳 무로브에서 이룬 업적은 알고 있었다.

용의 부하를 죽인 위대한 마법사를 저주받은 마법사라 배척하는 현 세태는 어딘가 이상하며 그런 와중에 트리아트 셋을 영웅의 자리에서 밀어내고 위대한 마법사의 자리에 오른 대현자 역시 어딘가 수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애초에 대현자와 카밀로테의 존재 의의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 대현자가 용의 부하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지금의 용 역시 용의 부하가 용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라니.


심지어 용의 흉내를 내고 있는 '절망'이라는 자가 지금 이곳에 뼈를 남겨놓은 그 '작은 용'이었다는 것도 말이다.


- 두 파편이 오래도록 이어왔던 판이 우리 혁명단에 의해 흔들린만큼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연합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트리아트 율레의 말에 청류는 떠날 채비를 서두른 것이다.


"고생했군. 그러면 바로 떠나는 건가... 겁니까?

"그래야겠지... 그나저나 트리아트 율레.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청류는 무로브의 지도자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그에 걸맞는 언행을 보이도록 해라."

"... 알겠습니다."


아직 애티도 다 벗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 청류에게 말을 높이려니 남자 율레는 어딘가 아니꼬운 느낌이었다.

아니.

어린 아이에게 말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저 꼬마에게 말을 높이는 것이 싫은 그였다.


며칠간 지내며 본 결과 트리아트 율레가 청류에 대해 내린 평가는 이것이었다.


'성가신 꼬마.'


밥을 먹으려면 누군가 먹기 적당한 크기로 그때그때 썰어서 입에 떠먹여 줘야 했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도 절대 제 발로 걷는 법이 없었다.

항상 시종이 메는 가마에 앉아 이동했다.


그가 제 힘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오직 하나 뿐이었다.

훈련.

혹은 적과 싸울 때.


이에 대해서 주변 무로브인에게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 청류께서는 청류이심과 동시에 용의 몸을 지키는 자이십니다.


듣자하니 용의 몸을 지키는 자라는 것은 가장 강한 자를 뜻하는 모양이었다.

연합전이 다가오면 가장 짙은 독기가 흘러나오는 곳도, 가장 많은 암사가 태어나는 곳도 용의 몸이기에 붙은 칭호란다.


- 무로브의 대전사이신 그분의 힘을 다른 곳에 낭비하는 것은 저희가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들이 그렇다면야 율레가 별로 상관할 바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는 청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튼 내가 당신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청류는 두 율레를 데리고 청창궁의 맨 아래층을 지나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향하는 문을 열자 청창궁 바깥으로 나가면 느껴지던 열기는 우스울 정도의 열기가 그들을 덮쳤다.


"후... 여기는 엄청 덥고... 습하네요."


후텁지근한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등장한 곳은 널따란 공동이었다.

공동에는 물이 차올라 있었고 그 중심에는 주먹만한 돌이 저 혼자 떠올라 있었다.


"저건..."

"정화석이다."


용의 뼈 끝에서 흘러나와 물과 대지를 오염시키는 독기를 정화해주는 돌.


"저 돌은 트리아트 셋님께서 용의 수하를 죽일 때 떨어뜨린 운석이다. 정확히는 그 운석이 타고 남은 돌이지."


트리아트 율레의 몸에 작은 전율이 일었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를 통해 봤던 기억의 흔적이 눈앞에 있었다.


"정화석은 용의 뼈에서 나오는 독기의 양에 맞춰 저 스스로 열을 발산한다."


암사가 나오지 않는 일반적인 때에는 후텁지근하기는 해도 일반인이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의 열을 뿜어낸다.


"하지만 연합전이 가까워지고 암사가 태동하기 시작하면 그에 덩달아 정화석의 열기 역시 뜨거워진다."


전사들이 몸에 기를 두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열.


"한 가지 더 큰 특징이 있다면 열기가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정화석에서 흘러나오는 빛 역시 강해진다는 것이다."

"빛이 강해진다고요?"

"그렇다. 무지개 빛의 아름다운 빛이라고 전해지더군."


형형색색의 빛이라면 두 율레도 아는 바가 있었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를 이루는 빛의 색깔.


"혹시 그 빛 말이에요... 무엇을 보여주던가요?"

"... 그래. 선조님들이 본 장면은 모두 같다."

"모두 같다고요?"

"맞다. 암사와 싸우기 전에 무로브의 전사들은 이곳에 내려와 모두 같은 장면을 보고 하나같이 힘을 얻었다고 전해지지."


만약 율레들의 짐작이 맞다면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는 전사들에게 각각 맞는 기억을 보여줄 것이고 그에 따라 저들은 각자만의 마법을 배워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전사들이 보는 장면은 하나같이 똑같다고 한다.


"정화석에서 솟아난 불길이 용의 뼈를 태우는 장면이라..."


시기가 맞지 않았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가 보여주는 기억은 모든 마법에 능한 자, 트리아트 셋의 기억이다.

즉, 과거의 기억이고 이미 일어난 일이다.


반면에 정화석은 트리아트 셋 이후에 이름 붙여진 돌이다.


'전사들이 본 장면이 트리아트 셋의 기억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도 아니다.

장면 속에서 불타 없어져야 할 용의 뼈는 조금 전까지 그들이 보고 왔으니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장면을 승리의 미래라 이름 붙였다."


무로브인들 역시 율레들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저들이 본 장면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언제 일어날지 모를 미래의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희망 없이 그저 쳇바퀴 굴러가듯 이곳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트리아트 셋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승리의 날을 기다리며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


언젠가 너희는 승리할 것이다.

누구도 그와 같이 말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 무로브인들은 저들이 보는 장면에 확신을 갖고 저들의 사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뵈나 율레가 물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 거죠?"

"우리를 지켜주는 그분의 마법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같은 것을 보여주신다."


그의 말에는 한점의 의심도, 불안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 굳건한 믿음을 본 그녀는 어쩐지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청류가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은 기만이라는 파편에게 패배하였다고 했었지?"

"... 네."

"당신들이 진 것이다."


청류의 사실에 입각한 폭력 행위에 뼈를 맞은 두 율레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청류의 말에 두 사람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당신들이 진 것이지 그분께서 진 것이 아니다."

"..."

"용까지 죽이신 그분의 힘이 당신들과 함께한다. 그러니 두려워 말아라."


이곳에 떨어지고 나서 뵈나 율레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기만이 그들 앞에 등장했을 때의 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압도적인 강함.

저들의 생명을 손가락 하나로 죽이고 살릴 정도로 강한 그녀를 본 뵈나 율레는 다시 카밀로테에 간다고 해서 과연 기만을 이길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이었다.


"용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인간들에게 겁을 주는 촌극이나 벌이는 자들이다. 고작 그 정도 자들이다. 당신들에게 힘을 주시는 그분께서는 더 강하니 앞으로 나아가란 소리다."


트리아트 율레는 번듯한 소리를 하는 꼬마가 의외였다.

동시에 청류가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조언 고맙군."


율레가 감사 인사를 하자 청류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라고 해야지."


으득


아니.

다르게 보인다는 말은 취소다.

여전히 밉상인 꼬맹이다.


"다시 해봐라."

"... 맙습니다."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아오.

저거 뒤통수 세게 때리고 싶네.


"고맙... 으득."


율레가 이를 악물고 힘겹게 입을 열 때였다.


드드드드득


정화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뜨거운 열기에 전사들이 서둘러 몸에 기를 둘렀다.

청류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설마...!"


무지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정화석을 보며 청류가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마침내 청창궁을 벗어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높이 솟은 용의 뼈에서 흘러나오는 까만 안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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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1. 말단이 힘을 숨김 +1 23.05.02 40 2 11쪽
190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2 2 12쪽
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9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6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7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9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9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8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30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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