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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33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3.05.03 18:37
조회
29
추천
2
글자
11쪽

192. 이 몸 등장

DUMMY

- 저는요... 제 검이 지키는 검이면 좋겠어요오. 무언가를 빼앗는 검이 아니라요.


검이 손에 슬슬 익숙해질 무렵 카리타가 테노부스에게 한 말이었다.

이에 테노부스는.


- 네 것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이의 것을 빼앗아야 할 때도 있다.


라고 말했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삶을 살아가며 차차 그 의미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솔늑대 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녀는 훈련소의 수석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이들을 꺾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지내고 싶은 숙소를 똑같이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을 똑같이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을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갈망하고 갈망의 대상이 희귀하면 희귀할수록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심화되었다.


이에 대해서 깨달은 그녀는 지키는 행위 자체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렇다면 전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이에 대한 테노부스의 답은 그녀에게 명쾌함을 안겨주기 보다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 무엇을 지킬 것인지 선택을 할 것이라면 왜 지켜야 하는지 그 질문이 선행되어야 할 거 같구나.


그녀가 솔늑대 기사단에 들어가고 몇 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지켜야 할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서지는 않았다.

다만 종종 이것은 꼭 지켜야겠구나 싶은 순간들은 생기는 것이었다.

그녀의 히펠이 변화한 것은 그런 순간이었다.


지켜야겠다는 확신이 든 일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고 마침내 히펠의 특성이 발현이 되었다.

발현된 특성은 공교롭게도 테노부스의 히펠과 닮아있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테노부스는 뭐 그런 피곤한 조건이 다 있냐며 한숨을 쉬었다.


- ... 그래도 목적도 없이 무작정 휘둘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구나.


그 녀석은 언제쯤 길을 찾을지 모르겠다며 테노부스가 씁쓸히 뒷말을 흐리자 카리타가 물었다.


-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 있다. 네 한참 선배 되는 사람.


테노부스가 주워 와서 먹이고 재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에 카리타는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 혹시나 그 녀석이 정신을 잃고 날뛰기라도 하면 네가 잘 돌봐주거라.

- ... 예에.

- 그러니 훈련을 하자꾸나.

- 에엑! 저 방금까지 훈련하다 왔는데요...!

- 시끄럽다. 검을 들어라.


한 달에 한 번, 비밀리에 테노부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의 일이었다.

테노부스를 퍽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즐거운 시간이었어야 했지만 어찌된 것이 솔늑대 기사단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더 고된 훈련을 해야했던 통에 그녀가 테노부스와의 만남의 시간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 미묘한 것이었다.


다만 그녀가 질색을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고된 훈련은 그녀를 더 강하게 해주었다.

그때 그녀가 흘린 피, 땀, 눈물, 콧물은 착실히 쌓여서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준 셈이다.


어느새 카리타와 울페스 부단장의 일 대 일 대결이 되어버린 현장.


"하아압!"


솔이 떠오르면 어둠이 물러나는 것처럼 카리타가 휘두른 빛의 히펠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울페스 부단장의 히펠을 갈랐다.

어둠의 히펠을 뚫은 카리타는 그대로 그의 몸을 가를 생각이었지만 그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 그녀의 검을 피했다.


얼굴에 있는 근육이란 근육들이 모두 짜증을 내는지 울페스 부단장의 얼굴을 괴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세 번째다.

그가 새롭게 얻은 힘이 말단 기사가 휘두르는 히펠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진 것이 말이다.

아무리 말단 기사의 히펠이 특별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무려 히펠렌스를 죽인 힘이다.

이 엄청난 힘이 고작 고아 출신 말단 기사의 히펠에 눈 녹듯 사라지다니.


아니.

그래.

무려 테노부스의 히펠을 닮아 있는만큼 그의 히펠을 가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여기까지는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쓰자.


썩어도 준치라고 부단장을 맡은 자인만큼 그의 검술 실력은 기사 중 정점에 다다른 자라고 할 수 있다.


"쓰읍... 하압!"


히펠과 히펠끼리의 싸움에서 밀린다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속도와 기교로 베어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한 그가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순식간에 검이 수십 자루로 불어났다.


채재재쟁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수십 번의 베기를 카리타는 조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맞받아치고 있었다.

부단장인 저와 말단의 실력이 비슷하다는 사실에 울페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그가 펼친 검술을 침착하게 마무리하였다.


찰나의 찰나.

평범한 사람이라면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짧은 시간차를 두고 짓쳐들어오는 맹공은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이는 마지막 수를 숨기기 위한 초석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검술의 꽃은 거칠고 소란스러운 맹공 끝에 이뤄지는 무음의 일격.

아무리 뛰어난 기사도 읽어낼 수 없는 공격이 바로 이 일격이었다.

위력이 부족해 유효한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의 아비인 거북도 반응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지금은 까만 히펠을 통해 위력도 갖춘 상태이니 실로 일격필살의 기술이라 할 수 있으리라.


카리타가 맹공을 다 막아낼 때쯤.

섬뜩한 살의 한 자루가 그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


짙은 살의에 카리타는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그녀의 히펠에 무음의 일격을 펼쳤던 울페스가 뒤로 날아갔다.

좀 전의 충돌로 너덜너덜해진 까만 히펠을 다시금 되살리며 울페스가 물었다.


"... 어떻게 알았지? 알아차릴 수 없었을 텐데."

"날아오길래 막은 건데요오."

"사각에서 기척을 없앤 공격을 알아챘다고 말하는 것이냐?"

"아, 음..."


카리타는 답하기가 곤란했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그 공격을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다만 그녀는 짙은 살의를 느꼈고 이를 막기 위해 검을 휘두른 것이다.


의지가 뭉친 기운 덩어리인 히펠은 어찌보면 마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고 새까만 히펠은 그 어느 히펠보다 그 의지가 노골적이고 선명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네. 알기 쉽던데요오..."


으득


최소한 어금니는 모조리 갈렸을 것만 같은 소리와 함께 울페스가 재차 그녀에게 달려들려던 순간이었다.


콰직


그의 발목이 으스러지며 몸을 지탱하던 발이 저 멀리 나뒹굴었다.


"끄아아악!"


울페스의 발목을 통째로 부순 자는 다름 아닌 아르마 사토르, 뿔소였다.

숨이 가쁘고 몸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인 것이 그녀 역시 꽤나 힘든 전투를 벌이고 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떨어져 나간 발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울페스의 목을 그대로 베었다.


뿔소는 식량을 둘러싼 적을 뚫고 온 모양이었다.

아니.

뚫고 왔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일방적이었다.

적들은 모두 저항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어린 기사. 그 히펠은 테노부스 전하의 히펠과 같은가?"

"예?"

"급하다. 대답만 해라."

"에. 예! 같아요."

"동행해라."

"아?"


카리타의 허리를 붙든 뿔소가 발을 내딛자 풍경이 빠르게 바뀌었다.


"아아아아악!"


너무나 빠른 속도에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어느새 카리타는 또 다른 전장에 도착해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피비린내가 코를 찔러들어왔다.


"이게..."


전장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수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고 그들이 흘린 피웅덩이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피의 바다 위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적은 단 한 명뿐이었다.

몸 주변으로 검은 촉수같은 것이 일렁거리고 있었지만 생김새는 분명 피올빼미 기사단의 부단장이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수호수들이 있었다.

늑대와 잔나비의 몸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그나마 이들은 양호한 상태였다.

수리는 팔 하나가 없었고 올빼미는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저 자는... 저것은 아무리 베어도 죽지 않는다."


뿔소는 최대한 간결하게 카리타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늑대가 말하길 테노부스 전하의 힘은 제사장에게 통할 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그래서 너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 말씀은..."

"그래. 네가 저것을 베어라."

"아, 음..."


저번에는 화가 난다고 다짜고짜 저를 꼬치로 만들려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저 까만 촉수 괴물에게 가라고요?

혹시 좋아하는 음식이 꼬치 구이신가?


"부탁하마."

"... 네에에."

"대답은 절도있게 똑바로 해라."

"네. 넵!"


부탁을 하는 것인지 명령을 내리는 것인지 모를 그녀의 말에 카리타는 숨을 골랐다.


"그럼 가도록 하겠다."


마침 하나뿐인 팔로 고군분투하는 수리가 '아직 멀었는가? 서둘러라 뿔소!'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넌 벨 생각만 해라. 저 앞까지는 내가 데려다 주마."


고개를 주억거린 카리타가 히펠을 뽑아냈다.


우우웅


빛의 히펠이 검에 맺혔다.


"훌륭하군."


뿔소는 준비가 다 된 카리타를 품에 안았고 이어서 몸을 낮췄다.


끄득

우드득


뿔소의 다리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 세상에 뿔소, 그러니까 사토르 가문만큼 히펠로 육체를 강화하는 데에 능한 가문은 없었다.

한껏 부푼 근육이 터지며 뿔소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다시 한 번 풍경이 일그러졌고 눈을 깜빡하니 카리타 앞에는 까만 촉수를 몸에 두른 인간이었던 무언가가 서있었다.


"지금이다."


굳이 뿔소가 말하지 않아도 카리타는 이미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서걱


빛의 히펠이 까만 촉수를 베어내고 인간이었던 무언가의 목을 베어내자 순간적으로 일렁이던 촉수가 멈춰섰다.


꺄아아아악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멈췄던 촉수가 카리타에게 날아들었다.


"멈추지 말아라!"


카리타 주변에는 어느새 뿔소, 늑대, 잔나비, 수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카리타에게 날아드는 촉수를 막아 다시금 틈을 만들어냈고.


서걱


카리타는 다시 한 번 까만 몸체를 베어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끔찍한 비명이 흘러나왔고 이에 카리타는 멈추지 않고 검을 재차 휘둘렀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다보니 마침내 비명이 사그라들었다.


"허억. 허억."

"해... 치운건가?"

"아 좀!"


카리타는 금기어를 입에 담는 만행을 저지르는 늑대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손가락으로 찔러댔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오?"

"아니. 겨우 그런 미신때문에 감히 단장의 옆구리를..."


펄럭


"...?"


펄럭


"아니 진짜! 어쩔 거예요!"


펄럭


날개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하늘에서 무언가 그들 앞에 내려앉았다.

까만색의 비늘.

까만 날개.


"... 용?"


끝말이 의문형인 이유는 그 크기가 꽤나 작았기 때문이었다.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몸체가 작은 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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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96.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23.05.11 20 2 10쪽
195 195. 불타오르네 불 불 불 불 23.05.10 31 2 11쪽
194 194. 내가 없어져 볼게 얍 23.05.08 30 2 15쪽
193 193. 속옷 달리기 23.05.04 44 2 11쪽
» 192. 이 몸 등장 23.05.03 30 2 11쪽
191 191. 말단이 힘을 숨김 +1 23.05.02 40 2 11쪽
190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0 2 12쪽
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7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5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5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8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9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8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30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3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168 168. 말이 너무 많은 사람 23.03.16 38 2 12쪽
167 167. 기억 하나 23.03.15 2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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