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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36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3.05.01 21:00
조회
30
추천
2
글자
12쪽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DUMMY

스피나 베나톨.

베나톨 가문의 가주.

일곱 수호수 중 하나인 피올빼미.

텔제민으로부터 요엠가움을 지키는 두 개의 영지, 모이니아와 팔마 중 팔마의 수호자.


쩌적


스피나는 저가 머무는 막사 주변에 자리한 솔늑대단 기사들이 그녀를 감시하는 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차오르는 짜증에 찻잔을 부숴댔다.

이번이 벌써 세 잔째.

속이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잔은 꽤나 고급품에 속하는 것으로 그녀가 애지중지 하는 잔이었다.

아끼는 애장품을 세 잔이나 부술 정도라면 그녀의 기분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지치지 않았는가? 쉬지 않고 쳐들어오는 적들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도... 무엇보다 그 노력을 갈취하며 제 배를 불리는 늙은이의 행태도.

- ... 쉬지 않고 쳐들어오는 적이 바로 그쪽이잖아요. 당사자가 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요.


지금으로부터 6년쯤 전의 일이었다.

첫 번째 검이 그녀의 영지에 쳐들어왔을 때였다.


첫 번째 검, 아돌 앙귀스는 스피나 혼자 막을 수 없는 자이기에 그녀는 당장 모이니아에 있는 잔나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잔나비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도움의 대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의 재화를 요구하였다.

이미 재정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렀던 그녀는 잔나비를 저주하며 홀로 첫 번째 검을 맞았다.


다행이라고 할까?

언제나 무자비한 검으로 적을 꿰뚫던 아돌의 검은 그날따라 유독 무뎠다.

그녀가 겨우겨우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을 퍼붓고 돌아간 아돌은 그날 밤 그녀를 은밀히 찾아온 것이다.


- 곧 다가올 연합전을 기점으로 세력의 구도가 바뀔 것이다.

-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 연합전이 끝나면 요엠가움은 몰락할 것이고 텔제민은 강성해질 것이다.


은밀히 찾아와 한다는 말이 겨우 헛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니.

올빼미는 헛웃음이 나왔다.


- 그런 말은 테노부스 전하를 꺾은 다음에나 하시죠. 텔제민의 첫 번째 검.


텔제민에서 가장 강한 자를 칭하는 말이 첫 번째 검이다.

그는 과연 그 호칭에 걸맞게 강했으며 요엠가움의 수호수 중 가장 강하다는 늑대와 겨뤄도 앞서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요엠가움의 강자를 상징하는 수호수라는 호칭이 요엠가움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뜻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었다.


수호수들 그 위에 군림하는 자가 바로 그들의 왕 테노부스 알랑케 요엠가움이었다.

아돌이 테노부스를 이기지 못하는 이상 현 3국의 세력 구도는 변할 일은 없었다.


- 그래. 영웅왕의 재래라 불리는 바로 그 테노부스는 이번 연합전에서 죽을 것이다.

- ... 뭐라고요?

- 테노부스만이 아니다. 프로토케의 왕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전쟁에서 두 왕은 죽는다.

- 지금 미쳤어요? 인류를 배신할 셈입니까?


테노부스도 그렇고 프로토케의 왕 역시 노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합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전력이다.

매번 연합전에서 승리를 했다고 하지만 그 승리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가 죽었는지 모르는 이는 없다.

처절한 전장이 예견된 시점에 두 사람을 함부로 죽였다가는 연합전을 치르는데에 차질이 생겨 최악의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는 패배할 수도 있었다.


- 배신이라니. 난 승리할 생각이다. 두 사람이 없이 승리할 것이고 이후 난 한대륙을 통일할 것이다.

-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냐고? 대현자께서 나에게 약조하였다. 내가 두 사람을 죽이면 용을 몰아내주겠다고 말이다.

- ...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수많은 적을 베어 넘긴다고 해도 용을 몰아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그런 조건을 걸었다면 그게 영웅왕의 재래가 아니라 영웅왕 본인이라고 해도 죽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의문은 대현자가 왜 그런 조건을 걸었냐는 것인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의 실현 여부였다.

과연 테노부스와 숨을 죽일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묻자 아돌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 골락이 이미 나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골락과 계약 관계에 있는 용병들의 왕 요쿨라토르도, 그리고 골락 유일의 초월자까지 협력하기로 했지. 애초에 대현자의 뜻을 전한 것이 골락이었다.


그에게 이야기를 전한 것은 에텔 시장.


상인들의 나라라 불리는 도시 국가, 골락은 언제나 중립을 표방해 왔다.

그런데 그들이 텔제민을 돕는다는 말이었다.


카밀로테, 골락, 텔제민까지.


이 세 나라가 힘을 합치면 전쟁 중에 두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리라.


- 그래서 나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요?

- 네가 어떤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함께 힘을 합쳐야할 동료는 네 피를 빨아 먹기에 바쁘고 네가 충성을 맹세한 왕은 이 영지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지.

- ...

- 나에게 협력해라. 그렇다면 내가 한대륙을 통일하면 네게 이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운 영지를 주겠다. 어디... 요엠가움의 수도인 케르타 정도면 괜찮겠나?

- 요엠가움의 다른 자들은요? 왕만 죽이면 되는 거잖아요.

- 물론이다. 다만 그에 따르는 크고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앙귀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데 최대한 다른 사람들은 죽이지 않도록 하지.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 좋아요. 전 케르타까지도 필요없어요. 모이니아를 주세요. 물론 잔나비... 바로 웨로의 목도 함께요.


6년 전 이 은밀한 결탁에서 올빼미가 맡은 역할은 간단했다.


하나.

요엠가움 핵심 전력인 수호수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여 전력을 약화시킬 것.


둘.

연합전이 벌어지면 텔제민과 합을 맞춰 요엠가움을 공격할 것.


수호수들 사이를 이간질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욕심이 많은 잔나비는 이미 수리와 함께 사슴을 공격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녀가 손을 좀 보태니 사슴의 영지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잔나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이용해 뿔소와의 신뢰를 깼다.


거북은 출신도 불분명한 용병에게 질 정도이니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고 늑대를 건드리기에는 위험부담이 컸으니 이 정도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남은 것은 이제 연합전에서 텔제민과 힘을 합쳐 그녀가 충성을 맹세한 왕을 죽이는 것.


"그런데..."


상황이 급변한 것은 용해에서 있었던 제사장과의 전투 이후였다.


한대륙으로 제사장이 넘어간 직후, 올빼미는 서둘러 텔제민에 사람을 보내었다.

제사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과 그들이 지금 한대륙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텔제민과 접촉한 자가 보내온 정보는 그녀의 예상을 한참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용과 손을 잡다니 멍청한 작자."


대현자와의 약속은 어쩌고 이런 선택을 내렸는지 그녀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사장과 함께 한대륙의 사람들을 쓸어버리고 세상의 왕이 될 것이라니.

아돌이 그녀에게 새로 한 제안은 모이니아를 넘어 요엠가움의 왕으로 세워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잔나비가 밉고 테노부스를 원망한다고 하더라도 용 아래에 들어갈 정도로 머리가 어떻게 되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이쯤해서 텔제민과의 연을 끊을 생각이었다.

배신한 텔제민이야 요엠가움과 프로토케가 힘을 합치면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연합전에서 가장 중요한 대현자 역시 아돌의 배신을 알게 되면 그들에게 협력할 것이리라.


더군다나 지금까지 잔나비의 뒤에서 활동했던 올빼미를 의심할 자는 아무도 없었고 여러 상황도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잔나비의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한 늑대가 막사에 모이기 전에 그녀를 찾아왔었다.


- 바로 경이 영지를 비우자는 제안에 응하기 어려웠을텐데...


이렇게 우연까지 겹쳐 잔나비가 제사장과 결탁했다고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었으니 말이다.


"거기서 잔나비만 죽였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그런데 웬 어린 기사 한 명이 난입하여 일을 망치고 말았다.


카리타.

가문의 이름도 없는 천한 고아 출신의 기사.


올빼미는 그녀를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는 감시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


올빼미는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우선 그녀가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그녀가 정체가 탄로날 거 같다고 다시 텔제민에 붙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용이 다스리는 세상?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다.


전쟁을 앞둔 시점에 늑대 역시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고 싶을테니 명백한 근거도 없이 히펠렌스인 자신을 죽일 리는 없다.


"결국 누구의 평판이 더 좋은지에 판가름 나겠어."


증거는 없고 당사자들의 증언이 상충되는 상황이라면 평판이 좋은 그녀가 유리했다.


"결국 몸을 사리는 수밖에..."


오래지 않아 올빼미가 결정을 내리는 찰나였다.


콰아아앙


불길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가슴에 피올빼미의 문장을 단 기사들이 모여있었다.


"단장님의 명이다. 우리는 목표물을 불태우고 텔제민에 합류한다! 명심해라 식량이 최우선 목표다."

"예!"


누군가의 명에 피올빼미단의 기사들이 흩어졌다.


"남은 자들은 단장님을 구하러 간다."

"예! 부단장님."


피올빼미의 부단장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사방으로 폭발이 일어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사방으로 불길이 치솟자마자 언제 투닥댔냐는 듯 카리타와 아우스는 검을 뽑았다.


"어떻게 안 게야?"

"..."


카리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야 악의를 품은 자들이 식량이 쌓인 이곳으로 모이는 것을 따라 왔다고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주변 몇몇의 기사들이 검을 뽑더니 주변의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수가 무려 오십.

모두 가슴에 올빼미 문양을 달고 있었다.


"숨길 생각이 없다는 뜻인데..."


지금 이곳에는 10만의 병사가 모여있으며 크고 작은 기사단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습격이야 불시에 이뤄졌으니 성공할 수 있지만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이런 짓을 벌이는지 아우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해소할 시간은 없었다.


스릉


보급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인 기사들은 어느새 카리타와 아우스에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알겠느냐?"


시간만 조금 끈다면 지원이 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아우스의 판단이 오판이라는 것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또 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처음 습격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습격이 거듭해서 일어났다는 것이 시사하는 것은 하나.

현재 요엠가움의 병력이 습격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습격자의 규모가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단 이곳을 지키죠."


굉음과 함께 올빼미기사단의 검이 날아들었고 동시에 두 사람 위로 뻘겋게 빛나는 것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하아압!"


카리타의 기합과 함께 빛나는 히펠이 식량 주변으로 둘러지며 두꺼운 벽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히펠에 닿은 빨간 물체가 폭발을 일으켰고 동시에 노기사의 검이 적들의 검과 어지러이 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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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96.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23.05.11 20 2 10쪽
195 195. 불타오르네 불 불 불 불 23.05.10 31 2 11쪽
194 194. 내가 없어져 볼게 얍 23.05.08 31 2 15쪽
193 193. 속옷 달리기 23.05.04 44 2 11쪽
192 192. 이 몸 등장 23.05.03 30 2 11쪽
191 191. 말단이 힘을 숨김 +1 23.05.02 40 2 11쪽
»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1 2 12쪽
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7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5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5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9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9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8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30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3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168 168. 말이 너무 많은 사람 23.03.16 38 2 12쪽
167 167. 기억 하나 23.03.15 2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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