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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5.30 01:09
연재수 :
250 회
조회수 :
11,274
추천수 :
688
글자수 :
1,333,769

작성
23.05.02 17:49
조회
39
추천
2
글자
11쪽

191. 말단이 힘을 숨김

DUMMY

검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아우스는 쏟아지는 검을 보며 빠르게 판단을 마쳤다.


지금 그의 뒤에는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는 바로 그 카리타가 지키겠다 선언한 식량이 쌓여있었다.

카리타가 현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영 찜찜했지만 어찌되었든 앞으로의 행군을 생각하면 식량은 우선해서 지켜야 할 것 중 하나였다.


그가 여기서 검을 피한다면 적들이 식량을 불태울 기회를 주는 셈이니 결국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카각

카가강


아우스는 날아드는 검을 우직하게 차례대로 받아 쳤다.

그와 동시에 카리타가 펼친 히펠의 벽에서 폭발이 일었다.

카리타의 히펠은 단단했고 목표를 태우지 못한 불똥이 아우스의 위로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이놈들! 요엠가움을 배신할 셈이냐!"


올빼미의 기사들은 아우스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막기 어려운 궤도로 파고들어왔다.


"크흠..."


아우스가 내쉬는 숨에서 곤란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그리 강하지 않다.


요엠가움 최고의 기사단인 솔늑대 기사단의 일원인만큼 평범한 기사와 비교하면야 당연히 강하다.

경지로 쳐도 상급의 기사이니 전체적으로 보면 강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걸 상급 기사 안에서 따져보면 그의 실력은 애매해진다.


이미 그의 육신은 노쇠하여 약해지고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히펠을 끌어다 메꾸고 있지만 그건 다른 기사들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히펠의 양이 특출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 특성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상급에 오른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사람들의 경외심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재능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기에 상급 기사 안에서 그는 지극히 평범한 상급 기사에 지나지 않았다.


"저도 도울게요!"


정체불명의 폭발물을 막아낸 카리타가 그의 옆에 서며 검을 휘둘렀다.

카리타가 껴들자 아우스는 그녀의 위치에서 그녀가 막아낼 수 있는 공격은 무시하고 그에게로 쏟아지는 공격만을 받아 쳤다.


"하아압!"


덕분에 그는 훨씬 수월하게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원래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뛰어든다면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합을 맞춰본 사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사들 사이에 섞여있는 상급 기사들이 특성을 발현하여 공격해 왔지만 그들의 공격이 압도적으로 강한 것도 아닌지라 카리타는 그 마저도 쉽게 막을 수 있었다.


'당장 막는 것은 문제가 없다만...'


아우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우선 몇 번의 공세를 받아내는 사이에도 주변에서 일어난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올빼미 기사단을 본 그는 요엠가움을 배신한 배신자가 잔나비가 아니라 피올빼미라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생각이지만 문제는 지금 벌어지는 혼란이 한 개 기사단이 벌일 수준을 아득히 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협력자가 있다는 뜻인데.'


일곱 기사단 산하에 있는 잡스런 기사단이 배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배신자 중에 올빼미가 아닌 또 다른 히펠렌스가 있냐는 것이었다.


'올빼미를 적대한 잔나비는 아닐 것이다. 배신자의 존재를 찾아낸 늑대도 아닐 것이고.'


사슴은 자리에 없으니 논외.

그렇다면 남은 것은 뿔소, 수리, 거북.


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뿔소는 잔나비에게 유감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요엠가움을 배신할 자는 아니다.

수리는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소인배지 반역을 꿈 꿀 정도의 용기도 야망도 없는 사람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용병왕에게 지고 난 후 입지가 약해진 거북 정도인데 그는 수호수 중 가장 약하기는 해도 테노부스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였다.


'자칫 잘못하면 피해를 막냐 막지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어.'


누구인지 특정하지는 못해지만 확실한 것은 반역을 일으킨 자들의 세력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적들을 막는 것은 조금씩 수월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끌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적들의 검에 초조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다만 두 사람에게 유리한 흐름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쯧. 왜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 것이냐."


주변을 둘러싼 적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우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최악이 벌어졌다.

혼란을 잠재워야 할 아군은 감감무소식이고 적들이 추가되었다.


"비켜라."


무리가 갈라지며 등장한 자는 아우스나 카리타에게 그리 낯선 자는 아니었다.

거북, 헤베스 리그날의 아들이자 불거북 기사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울페스 리그날이었다.


"뭐야. 겨우 늙은 기사 한 명, 말단 기사 한 명 아닌가."

"울페스 부단장님."

"그래. 자네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 테노부스가 주워 온 거지 새끼들 아닌가?"

"... 테노부스 전하십니다."

"몇 번 얼굴 좀 봤다고 내게 말을 걸어도 생각하나 본데 부디 그 입을 좀 닥쳐 주겠나?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 말이야."

"... 어찌하여 요엠가움을 배신하는 겁니까? 이것이 정녕 거북, 헤베스님의 뜻인 겁니까?"


아우스의 질문에 울페스가 두 눈을 땡그랗게 떴다.


"뭐? 헤베스? 하하. 크하하하하하!"


제 부친의 이름을 들은 그가 크게 웃더니 쥐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검날에는 이미 누군가를 벤 듯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늙은 거지야. 이게 누구의 피라고 생각하나?"

"설마..."

"그래. 헤베스 리그날, 그 이름도 유명한 거북의 피다."


믿을 수 없는 고백이었다.


"부단장님께서... 헤베스님을요?"

"하! 이 거지 새끼가 지금 누구를 무시하는 거지?"


아우스가 표한 의문은 무시라기 보다는 냉정한 평가였다.

히펠렌스가 되기 위한 관문, 초월에 두 번이나 도전하였지만 두 번 다 떨어진 자가 바로 울페스 부단장이었다.

차기 거북은 부단장이 아니라 훗날 부단장의 재능 넘치는 조카가 장성하여 이어받을 거라는 말이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부단장이 히펠렌스인 그의 부친을 죽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뭐가 그리 놀랍지? 수호수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겨우 천출의 용병에게 진 패배자일 뿐이다. 내 아비는 그날 이후로 죽은 시체나 다름 없었던 반면 나는 계속해서 강해졌다."


그의 칼 끝으로 검은 히펠이 엉겨붙고 있었다.


"거북은 나에게 패배하였고 난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을 행했을 뿐이다."


그는 칼날에 흐르는 제 아비의 피를 혀로 핥았다.


"그 자는 용병에게 졌을 때 죽었어야 했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검에 맺힌 검은 히펠이 울페스의 혀에 끈적하게 들러붙었다.


후릅


길게 늘어진 검은색 가닥을 삼킨 그가 걸음을 내딛었다.


"우리의 올빼미님께서 곧 오실테니 그 전에 여기 상황을 정리하도록 하지."


이로써 드러난 습격자의 정체는 크게 두 부류.

하나는 올빼미와 그녀의 기사단.

협력자로는 불거북 기사단의 부단장과 그 휘하 기사들.


더군다나 눈앞의 울페스 부단장은 좀처럼 이루지 못했던 히펠렌스의 경지를 모종의 방법으로 이룬 모양이었다.

꿈틀거리는 검은색의 힘을 보면 모종의 방법이라는 것에 제사장이 관련되어있을 것이다.


아우스는 그의 옆에서 검을 고쳐 쥐고 있는 카리타를 불렀다.


"카리타."


현재까지 알게 된 정보에 근거했을 때, 전황은 그리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거북이 죽고 울페스 부단장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이쪽에는 네 명의 수호수가 남아있다.

종국에 혼란은 수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울페스 부단장을 상대해야 하는 나와 카리타는 반드시 죽겠지.'


만약 배신자들의 전력이 그의 예상보다 강할 때도 염두에 둬야 한다.


'패배할 경우 테노부스 전하에게 이곳의 일을 전해야 한다.'


그는 카리타에게 작게 속삭였다.


"내가 시간을 끌겠다. 너는 이곳을 벗어나거라."

"... 아우스 경."


무엇보다 아우스에게 있어서 카리타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딸이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가 나니 손녀쯤 하면 적당할 것이다.


"꼭 살아 나가서 전하께 이곳의 일을 전하거라."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우스 경."


아우스가 무엇을 각오하고 있는지 깨달은 카리타가 미간을 구겼다.

아우스가 카리타에게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울페스 부단장이 두 사람 앞으로 파고들어왔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어차피 둘 다 죽을 것인데 말이야."

"도망치거라!"


카리타를 옆으로 밀친 아우스는 온힘을 다해 울페스의 검을 받아 쳤다.


서걱


그가 온힘을 다한 히펠은 울페스의 히펠에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저를 막아서는 히펠을 가른 울페스의 검은 그대로 아우스가 든 검까지 잘라내었다.


"!"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검을 보며 아우스가 죽음을 직감한 그 순간.


카아앙


이변이 일어났다.


"왜 자꾸 저보고 가라는 거예요. 아우스 경."


아우스가 밀어낸 탓에 어정쩡한 자세로 팔만 쭉 뻗은 카리타의 검은 놀랍게도 울페스의 검을 막아내었다.

테노부스의 히펠처럼 빛이 나는 히펠이었다.


"이것아! 도망치래도!"

"제가 도망쳤어도 아우스 경께서 하시는 거 보면 어차피 금방 따라왔을 거 같은데요."

"..."


요것이.

목숨 걸고 살려주려고 했더니 갑자기 뼈를 때리네.


"지금부터 제가 아우스 경을 지킬게요."

"어쩌자고 무리를 하는 게야..."


그녀의 히펠이 테노부스와 닮은 것은 이미 기사단 내에서도 유명한 사실이다.

처음 그녀의 특성이 발현 되었을 때에는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테노부스의 양녀.

영웅왕의 재래의 재래.

차세대를 이끌 희망의 빛.


다양한 이명이 그녀에게 붙으며 그녀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의 히펠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히펠의 특성이 발현되는 것이 완전히 제 멋대로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발현되는 빈도가 가뭄에 콩 나듯 하기에 실전은 커녕 대련에서도 제대로 써먹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상급 기사라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중급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만약 카리타가 히펠의 특성을 계속해서 끌어낼 수만 있다면야 울페스 부단장를 상대로 버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방금 카리타는 울페스의 검을 막아내기도 했고 말이다.


'방금은 운이 좋았지만 이 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잠깐.

생각해보니 폭발을 막은 것도 그녀의 빛나는 히펠이었다.


'그래. 오늘 유독 운이 좋다고 하지만...'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 기사들을 막을 때에도 줄곧 그녀의 히펠은 빛나는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운이 좋을 수 있나?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아우스가 카리타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에게 카리타가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까지 속여서 죄송해요. 아우스 경."

"... 무얼?"

"그러니까. 음. 제가 사실은요오... 강해요."


그녀의 검에서 빛무리가 터져나오며 까만 힘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 ky******..
    작성일
    23.05.22 14:19
    No. 1

    헐...거묵이 죽었다니! 충격과 공포! 하지만 카리타가 강하다니..이번편은 놀람의 연속이네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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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2. 이 몸 등장 23.05.03 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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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190.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1 23.05.01 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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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5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5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4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7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8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7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29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2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168 168. 말이 너무 많은 사람 23.03.16 38 2 12쪽
167 167. 기억 하나 23.03.15 25 2 10쪽
166 166. 황금곰 +1 23.03.14 32 2 10쪽
165 165.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23.03.13 42 2 10쪽
164 164. 불씨 한 톨 꽃 한 송이 23.03.10 33 2 11쪽
163 163. 그 선 넘으면 정색이야 23.03.09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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