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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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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38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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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0화 선택 (3)

DUMMY

“그럼 시작할까.”

“네.”


바쁘니 서둘러 끝내자는 소리를 하며, 자세를 잡는 두 사람.

제이드는 라이언의 능력을 알고 있다.

기력을 동력으로 삼아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싸움에 임했다.


“처음부터 본격적인데?”


결투가 시작하자마자 연무장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사실 일대일 대결에서는 기력 소모에 비해 효과가 썩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뒤를 생각할 필요 없지.’


상대는 가디언들 중 상위권에 드는 실력자.

쓸 수 있는 건 전부 동원해야 했다.


‘확실히 너무 과소평가했어.’


처음 정신없을 때 써서 몰랐는데. 이것도 굉장히 유용한 기술이었다.

본래라면 한치 앞도 안 보여야 하겠지만.

제이드는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했다.


‘그래도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네.’


실제로 경험하질 않았으니 몇 명까지 상대할 수 있을지 몰랐다.

붙잡아두는 거라면 오십 명까지 가능할지도.


‘이걸 감안하고 침투를 계획한 건가?’


한순간 홀라당 넘어갈 뻔한 마음을 다스리고 결투에 집중한다.

라이언은 주변을 경계하는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는데.

파지직.


“이게 무슨 소리야...?”


생소한 소리에 저도 모르게 물음을 내뱉고.

안갯속에서 파악되는 라이언의 변화에 제이드는 감각을 의심한다.

저 안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공격이다.’


사방을 둘러싼 안개 때문에 방어도 여의치 않을 테고.

애초에 시간 끌면 불리한 것은 제이드였다.

근처까지 다가선 그가 적당히 라이언의 등을 베었지만.

깡!!


‘단단해.’


예상 밖의 반탄력을 느끼며, 이번엔 옆으로 돌아 이번에 마력과 기력을 섞어 휘두르지만.

콱!!!

이것 또한 별다른 방어가 없는데도 검이 통하지 않았다.


-쉽게 잘리지 않는군요.

-괜히 시험해보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자네의 연기로도 자르기 쉽지 않을 거야.


순간 스테인과의 대화가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쿵.쾅.쿵.쾅.

엔진음과 함께 멈춰있던 라이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거리를...’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공세를 취하는데.

퍽.

가볍게 날리는 왼 주먹이 제이드의 얼굴을 정통으로 때린다.


‘분명 맞을 거리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아무리 라이언의 손이 크다지만 제이드의 안면보다 크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감각을 집중해보자, 이전에 일렁이며 엉클어지던 형체가 뚜렷하게 잡혔고.

라이언은 본래 신체보다 비대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뭔 짓을 한 거야.’


감각에 잡히는, 아니 이제 안개 속에 비치는 그림자가 점차 거대해진다.

샛노란 안광이 번뜩이고 연기를 가르며 다가온 주먹이 제이드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쾅!!!!!

안갯속에서 처참하게 튕겨 나온 제이드.


‘4개월 만인가.’


아론에 이어 무참하게 패배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쿠궁.쿠궁.

동굴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들리고 라이언이 안개 속에서 빠져나왔다.


“콜록. 거참 지하 무너질까 봐 조마조마했어.”


기침 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이 제이드는 낯설게 느껴졌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제이드에게 라이언이 물었다.


“어때 이제 좀 설득이 됐어?”

“...네.”


제이드는 돌아가서 모든 이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진지하게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제이드에게 다시 한번 질문이 왔다.


“내 능력을 신체 강화 정도로 생각한 거지?”

“...네.”


거리낌 없이 솔직한 대답이 술술 나온다.

애초에 라이언은 자신의 능력이 매우 간단한 기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느꼈지만. 진짜 거짓말이야.’


제이드의 불만과는 반대로 라이언은 그를 딱하게 여기고 있었다.


“기사들은 원래 그런 건가. 상상력이 너무 빈약하단 말이야.”


라이언의 오리진은 ‘동력’, 말 그대로 움직이는 힘.

조건만 갖춘다면 무엇을 움직일지는 라이언의 마음에 달렸다.


“그리고 저번에 까먹고 말 하지 않았는데.”


라이언은 마침 기억났다는 듯이 말한다.


“저 안개 가디언 한테는 안 먹혀. 조금 기력 쓰니까 감각에 잡히더라고.”


라이언의 힘도, 새로운 사실도 깨달을 수 있는 매우 좋은 대련이었다.


*


“제이드, 제이드...!”

“어, 어.”


옆자리에 앉은 디아나가 속삭임에 제이드는 현실로 돌아온다.


“...다들 현장 상황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대처하고.”


결투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회의에서 제이드는 전혀 집중되지 않았다.

아까 지하 연무장에서 보았던 그 광경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관건은 병력이 집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행히 가디언들도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어지는 다음 말에 제이드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리라도 국가를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


하물며 적진에서 고립되어 수만 명과 싸워야 한다.

기본 병사들을 포함한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일단 대책이나 들어보자.’


제이드가 잠자코 기다리자 아론이 벽에 펼쳐진 지도의 남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다행히 남부는 야만인과 전쟁하느라 지원할 여력이 없어.”


이번에는 동쪽을 가리키면서.


“동쪽은 막혀있어서 오는 데 한세월이지.”


이것은 제이드도 아는 겪어서 아는 사실이다.

제이드는 동쪽 산악지대 훈련을 싫어했고, 남쪽에서는 야만인들을 많이 죽여보았다.

두 지대에 X를 표시하자 남은 것은.


“북과 서쪽만 막으면 돼.”


북과 서에 존재하는 가문들이었다.

북쪽에는 왕국에 유일한 공작, 에카르트 공작가가 있었고.

서쪽에는 제이드의 고향, 어셔 백작가가 있었다.


“...”


자신의 가문 이야기가 나오자 제이드는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에카르트 공작가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


아론이 손뼉을 치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를 환기하며.

쾰른의 북쪽 지형이 그려진 지도 한 장을 펼쳐 보였다.


“여기 큰 강줄기 때문에, 총 6개의 다리를 끊으면 그만이다.”


지도에서 다리가 존재하는 지역을 집어서 알려주었고.

이내 그의 손은 제이드도 잘 아는 곳으로 향했다.


“그에 비해 어셔가는 좀 까다로워. 너무 가깝거든.”


아론의 말대로 백작령과 수도 사이에는 강도 산도 존재하지 않았고.

오로지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실버랑 같이 자주 달리곤 했지.’


한때 말을 탔던 추억의 장소를 바라보고 있던 제이드는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고.

어느새 전원이 자신을 쳐다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한테 한번 맡겨 봐도 될까?”

“...”


*


프리지아와 쾰른을 구분 짓는 국경선.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인 어셔 백작령에 제이드를 비롯한 제2기사단원들이 도착했다.

제국의 압박을 받은 마탑에서 파견대에 명령을 내렸지만, 사실 의미 없는 짓거리다.


‘말이 사절단이지. 소통 따위 없잖아.’


두 나라가 서로 간만 보는 형식이니까.

애초에 이곳에서 더 들어갈 수조차 없다.

논쟁조차 나누지 않기에 관료도 없이, 제이드가 책임자가 되었다.

기사단원들도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들떠 있었다.


“여기가 단장님 고향입니까?”

“오, 장식이 특이해.”

“여기 적진이다. 다들 긴장 늦추지 마.”


길버트가 적절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기사들은 사절단 객실까지 기어와야 했을 것이다.


“여기서 이거 다 마실 수 있을까요. 마지막에 이런 것까지 챙겨주시다니.”


사절단의 짐마차 속에 유난히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녀석이 있었는데.

사람도 익사시킬 수 있을 만한 커다란 용량의 수통이었다.

똥물도 깨끗하게 만드는 비싼 정화장치가 달린 물품이었다.


“...아껴 마셔라.”

“에이 대장님. 이걸 냅두고 강물만 마시라고요?”

“...”


파비앙이 보란 듯이 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제이드는 어째서인지 파비앙을 불쌍하게 쳐다보았지만.

곧이어 다가온 병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편한 것은 따로 말씀해 주시죠.”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어셔 가에서는 고급스러운 여관 전체를 기사단에 내주었다.


“내 집보다 좋은데?”

“밥부터 꺼내 먹읍시다.”


단원들은 챙겨온 짐을 풀면서 처음에는 여관 상태에 만족스러워했지만.

그것도 며칠이 지나자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음.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죠?”

“지루하게 만들어서 보낼 생각인가 봐.”


적당한 대화라도 오가야 보고서에 적을 내용이 있을 텐데.

여관에 처박아두고 방치하는 행색에 제이드는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더는 못 참겠다.”

“단장님 다 박살을 내고 오세요!”

“일단 짐부터 싸. 쫓겨날지도 몰라.”


기사들의 환호 소리를 뒤로하고 백작가의 정문으로 향하자.

가슴에 자랑스럽게 새겼던 어셔 가문의 문양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달라진 것이 없네. 다신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


기름칠을 하지 않아 녹이 슨 자국까지 변함이 없는 대문에서 경비들과 마주친다.


“비켜.”


한 병사가 제이드의 행동에 발끈하며 창을 세우려는 순간.

옆에 있던 경비병이 기겁하며 창대를 움켜쥐었다.


“지금 누구한테 창을 겨누는 거야, 정신 똑바로 안 차려?”

“형님. 이자는 이제 도련님이 아닙니다! 더럽고 비겁한 적들의 하수인...!”


저들도 제이드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불과 수 개월 전만 해도 이 가문의 일원이었으니까.

경비병들이 배신감에 치를 떠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제이드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따귀라도 한 대 때리려 손을 올리는 찰나.


“닥아아아쳐어어어어!!!!!”


창대를 움켜쥔 경비병이 병사의 얼굴에 침을 튀기며 고함을 내지른다.

듣는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제이드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셔 가문에 몸을 담은 지 10년이 되어가는 놈이 이걸 이해 못 해!!!”

“...”


경비병의 노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병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물론 환영하지는 못하겠지. 그래도 말이다...! 우리가 책망하지는 말아야지 않겠나!”


문밖의 소란에 찾아온 집사가 제이드를 알아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너는 도련님의 어깨에 있을 짐을 본 적이 있나!! 부담감을 덜어 드린 적이 있냔 말이다!!!”


그렇게 경비병의 열변이 끝나고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린다.

집사는 두 병사의 다툼이 보이지 않는지 제이드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제이드 도련님, 정말 돌아오신 겁니까...?”


조심스럽게 어깨에 손을 얹고 제이드의 상태를 살핀다.

이곳을 떠났을 당시 야위었던 몸에는 다부진 근육들이 자리 잡았고.

바른 자세에서는 제이드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정말 장성하셨군요.”


물론 제이드는 갑작스레 자란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몸은 큰 편이었지만.

투기장에서 피골이 상접한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터라, 더욱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접견실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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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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