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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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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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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69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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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4화 어셔 백작가 (3)

DUMMY

“너도 그간 고생이 많았네. 그 미친 여자가 아직도 너를 노릴 줄이야.”

“조금... 솔직히 많이 고생했어.”


포르테에 이어 제이드도 서로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형제의 우애를 돈독하게 다지는 편이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 재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제국에서도 먹힐 줄은 몰랐네. 역시 함부로 단언해선 안 되네.”


포르테는 쾰른에서 최고의 재능이었던 제이드를 냉정하게 평가하곤 했었는데.

당시에 제이드는 그가 자신을 질투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포르테가 세계는 넓다는 것을 깨우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직접 경험해보고서야 알았는데...’


포르테의 시선에서는 동생을 기꺼이 축하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디언이라, 출세했어.”


영주는 그래도 다른 것일까.

제이드와 달리 그는 가디언이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고.


“사실 너라면 막무가내로 쳐들어온 줄 알았는데, 뒷배가 있었구나.”

“어때 이제 좀 협조할 생각이 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고 물어보는데.

포르테의 눈매가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하고.

증오로 뒤덮인 차가운 목소리가 제이드를 향한다.


“...여왕을 죽일 생각이구나?”


달빛을 받은 의안이 섬뜩하게 빛난다.

제이드는 한순간 여왕이 포르테에게도 손을 쓴 건가 착각했지만.

이는 순수한 포르테의 심정이었다.


“그거 성공할 거라 확신해?”


제이드는 그제야 자신이 가문을 원망하는 만큼, 포르테도 자신을 미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왕을 향한 제이드의 복수가 실패하고, 그 후유증을 포르테가 고스란히 받았으니까.


“응. 확신해.”


제이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제국의 뜻이 그렇다면 독재의 끝을 볼 수도 있겠지.”


포르테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제이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짙은 불신이 깔려 있었다.


“근데 난 잘 모르겠다. 제이드, 널 믿어도 될까?”

“...”


제국을 믿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과연 포르테에게 그는 믿음직한 동생일까.

제이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딱히 너를 질책하려는 것은 아니야. 내 입장은 이렇다는 거지”


실제로 그랬는지 포르테는 자신의 감정을 단번에 죽였다.

눈매가 풀리며 평소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가벼운 어투가 되었다.


“내 믿음을 얻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이 상황부터 좀 벗어나자.”

“그래, 이제 나갈까?”


미안한 감정은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제이드는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포르테는 곧바로 그를 비웃었다.


“풉, 네가 아무리 힘이 세도 이 수갑은 어쩔 수 없어.”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자존심이 상한 제이드가 양손을 높이 들었다가 힘껏 바닥을 내려친다.

저렇게 하면 수갑이 깨진다 해도 소리 때문에 경비가 들어올 테지만.

다행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단단하다고 해서 내려치면 다 부서지겠냐.”


깨지긴 커녕 흠집 하나 없는 모습.

제이드가 차고 있는 수갑은 평범하지 않았다.

보통의 범죄자들이 차는 쇠수갑과 달리 유달리 기사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물건이었다.


“충격흡수기능이 있어서 부수는 건 무리야. 이런 상식도 모르냐.”

“...착용해본 적이 있어야 알지.”


포르테의 핀잔을 대꾸해보지만.


“투기장에서도 애용하는 제품인데. 뭘 안 차봐.”

“...그렇군.”


본전도 못 건졌다.

그 시절에도 수갑을 벗기 위해 시도했었지만.


‘그때는 힘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새로운 상식을 배우고 제이드는 이번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다.

하체를 단단히 고정하고 두 팔에 힘을 주고, 당긴다.

부들부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포르테가 혀를 찬다.


“되겠냐. 엄~청 질긴 물건이라니까. 그래도 너는 어디서 검이라도 구해오면...”


딱!

똑 부러지는 소리가 청명하게 울리고.

쾰른이 자랑하는 기사전용 수갑이 두 쪽이 나며 바닥에 떨어진다.


“후. 됐다.”


제이드는 자유로워진 손목을 이리저리 풀었다.

포르테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다가, 이윽고 입이 떡 벌어졌다.


“미친... 그게 이리 부러진다고?”

“형도 손 이리 줘.”


뚝.

포르테가 찬 수갑은 일반 수갑이었기에 손쉽게 끊어졌다.


“완전 괴물이 다 됐구나.”


포르테의 감탄에 제이드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그의 생각을 물었다.


“나가서 어떻게 하는 게 좋아 보여?”


일일이 때려눕히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백작가의 병력과 정면으로 붙는다면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야 제이드가 순순히 잡힌 이유가 무색해진다.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어셔 가문에서 나는 영주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포르테가 머쓱한 듯 뒷머리를 짚으며 말하고.

제이드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자 그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가스통이 문제야. 그는 아버지의 말을 우선시하니까.”


가스통은 오전까지만 해도 포르테를 호위했던 기사단장이다.

아무래도 아직 기사단장의 충성은 아버지에게서 그에게 넘어오지 않은 듯했다.


“가스통만 제압하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네.”


원래라면 간단했겠지만, 경비가 삼엄해진 현재,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니었다.

제이드는 포르테의 머리부터 발까지 살피며 질문한다.


“형은 내가 가스통을 쓰러뜨릴 때까지 포로로 안 잡힐 자신 있어?”

“...”


제이드가 포르테와 같이 간다면 기사단장이 있는 곳까지는 별일 없이 갈 수 있겠지만.

가스통이 가문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텐데, 직접적인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까.

여기 잡혀있는 꼴이 그 결과였다.


“형이 붙잡히면 나 혼자 가는 거랑 다를 게 없어.”


제이드의 말 그대로였다.

지금 당장 나가서 싸우는 거나 포르테가 붙잡혀서 혼자 싸우는 거나.

솔직한 심정으로 상황은 전자가 나았다.


“그러게. 어쩌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구원자가 등장한다.


“작전 회의는 끝났어?”


창문에서 달빛을 등지며 나타난 거대한 인영.

이 듬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라이언이었다.


“라이언!”


제이드는 라이언을 몹시 반가워했고.


“제이드, 이 분은...?”


포르테는 말끝을 흐리며 경계심을 품는다.

창가에서 뛰어내린 라이언이 아직 마르지 않은 옷자락을 쭉 짜서 물기를 제거하며.

그들을 향해 씨익 미소 지었다.


*


한편 제이드가 까맣게 잊고 있는 존재들.

기사단은 성문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길버트를 비롯한 부하들이 열심히 머리를 맞대며 논의를 했지만.


“젠장,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누가 정답 좀 알려주면 좋겠네.”

“맨날 훈련만 하다 보니 머리가 굳었나.”


또 다시 각자 한마디씩 거들며 망할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길버트.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시장통 속에서 클라크가 길버트에게 질문하자.

다 같이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길버트에게로 옮겼지만.


‘제이드 단장님은 무사하신 걸까?’


길버트는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가 고개를 들었고.

수십 개의 눈동자가 길버트를 압박해왔다.


“...음. 다들 의견은 추렸어?”

“아니!”


파비앙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다른 이들 또한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길버트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혼자 생각하지 말고 말 좀 해!”

“그나마 여기서 네가 나으니까. 의견 말해줄 수 있어?”


항상 제이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던 기사 중, 길버트는 유일하게 명령권을 부여받은 기사였다.

그의 부관 역할을 하기도 했고, 아마 기사단의 이인자가 아닐까 싶었고.

인정하기 싫지만 파비앙도 부정하지 않는 현실이었다.


“다 필요 없어. 언제까지 성벽에 있을 셈이야?”

“뭐든 선택하고 이동하자.”

“끄아악, 제발 누가 좀 알려줘!”


부담스러운 눈빛과 대책 없이 따지는 기사들.

길버트는 이것들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제이드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거겠지만.’


길버트가 알기로 제이드는 스스로 앞가림할 인간이었다.

직접 도와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이상 딱히 도와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안으로 들어간다.”


뭘 하든 문제없지 않겠는가.


“엥, 저길 들어가자고?”

“제대로 고민한 거 맞아?”


길버트에게 의심의 눈길이 쏟아진다.

그것도 그런 것이, 저길 들어간다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자신들은 이미 쫓겨난 상황이니까.

길버트는 그들의 무언의 압박을 버티며 말을 꺼낸다.


“너희는 제이드 단장님을 두고 갈 생각이냐.”

“그게...”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들의 미래는 뻔하다.

왕궁회의를 거쳐 마탑에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을 터.

그 사이 제이드가 무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쾰른 출신이라고 단장님을 버리고, 다른 이득을 취할 수도 있어.’


길버트는 프리지아가 그러리라 생각지 않았지만,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쾰른의 고위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탑은.

당장 제이드의 생명에 위협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 상황을 이용할 방법을 찾으려 애쓸 것이다.


“우리도 마음이 편치 않아. 그리고 우리 수준으로 저택으로 갈 수나 있겠어?”


세실이 인상을 쓰며 냉정하게 현실을 말한다.

평소였다면 길버트도 세실의 의견과 동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힘들겠지. 그래도 난, 오늘 아침인사를 작별인사로 만들고 싶지 않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

길버트는 제이드에게 한 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강요하지 않겠어.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제이드 단장님을 구하러 갈 사람은 없을까?”


길버트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해오자, 기사단은 침묵에 휩싸인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고, 그들의 고민은 당연했기에 길버트는 잠자코 기다렸다.


‘단장이 아무리 못됐어도 이런 곳에서 죽을 인간은 아니지.’


기사들은 제이드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가 대단한 인물임을 알고 있었다.


‘단장이 없었다면 발전도 없었어.’


중앙에 있는 다른 기사들처럼 실의에 빠져 도태되었을 자신들을 이끌어 주었고.

제이드 덕분에 마법사들도 더는 그들을 일꾼처럼 부리지 않았다.

제이드는 프리지아 왕국 로디니움 중앙 기사들의 자랑이었다,


“내가 앞장선다.”

“나도 따라가지.”


파비앙과 클라크의 눈빛이 불타오른다.

너무나도 쉽게 말했지만, 그 안에 각오와 다짐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전우애가 기사들의 뇌를 마비시키고 등을 떠민다.


“...나도 참가할게.”

“에라 모르겠다.”


이십여명에 달하는 기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다.

제이드는 인성은 나쁠지 몰라도 악인은 아니었고, 그들은 용병이 아닌 기사였다.

감동을 받은 길버트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 그들에게 외쳤다.


“야만스런 쾰른 놈들에게 프리지아의 힘을 보여주자!”


각자 마음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 이후.


“좋아, 날 따라와!”


기사들은 파비앙을 선두로 성벽으로 돌아가고.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물 자국, 라이언의 흔적을 따라 열심히 성벽을 올랐다.


제이드를 구하겠다는 일념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

그가 왜 잡혀있는지까지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참 안타까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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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선택 (1) 22.09.05 136 0 11쪽
48 47화 재회 (5) 22.09.02 130 0 10쪽
47 46화 재회 (4) 22.09.01 137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1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39 0 11쪽
41 40화 전원 (1) 22.08.24 144 0 12쪽
40 39화 첫 임무 (4) 22.08.23 163 0 12쪽
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2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7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8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7 0 11쪽
32 31화 복귀 (1) 22.08.12 182 0 10쪽
31 30화 박물관 관람 22.08.11 193 0 12쪽
30 29화 면접 (3) 22.08.10 182 0 12쪽
29 28화 면접 (2) 22.08.09 186 0 12쪽
28 27화 면접 (1) 22.08.08 20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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