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11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22 11:00
조회
153
추천
0
글자
12쪽

38화 첫 임무 (3)

DUMMY

“파비앙! 줄 꼭 잡아!”

“으아아아!”


제이드의 행동을 감지한 세실이 밧줄을 끊을 것을 예상해서, 곧바로 파비앙에게 경고한다.

파비앙은 주저앉으며 밧줄을 끌어안았지만.


“...쉽게 잘리지 않는군요.”

“괜히 시험해보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자네의 연기로도 자르기 쉽지 않을 거야.”


피식 웃으며 말하는 스테인의 말에, 제이드는 조금 전에 했던 생각을 철회했다.

보통 유용한 정도가 아니었다.


“끊을 수는 있는 겁니까?”

“당연하네.”


스테인이 보란 듯이 허리춤 밧줄 끝 부분을 두손으로 쫙 찢었고.

밧줄 위에 서 있는 파비앙이 움찔거렸지만, 밧줄이 풀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손을 벗어나도 유지되는 형태에, 더욱 제이드의 평가는 올라갔다.


“궁금증은 풀렸나. 그럼 다들 건너가도록.”


곧바로 제이드가 밧줄 위에 올라가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던 파비앙은 제이드의 압박을 느끼면서 힘겹게 호수를 건넜다.


“나는 여기까지 탐사를 마쳤다만.”


스테인이 걸음을 멈추고 앞을 가리켰다.

누군가 막 꺼뜨린 것 같은 횃불들이 벽면 가까이 놓여 있었고.

본래 닫혀있다고 말했던 커다란 대문이 활짝 열려 안이 훤하게 보였다.


“보시다시피 열려있군.”

“적들은 이미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제국의 탐사원인 스테인이 모르는 던전의 비밀을 아는 수상한 자들.

제이드는 종잡을 수 없었지만, 스테인은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전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자기 목숨은 스스로 잘 챙겨.”

“네!”


스테인이 앞장서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제이드는 기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 채 뒤따랐다.

파비앙이 마지막으로 대문을 통과하자, 땅을 그시며 닫혔다.


‘어둡네.’


불빛이라고는 오직 세실이 들고 있는 램프 하나만이 전부.

어두컴컴해진 상황 속에서 제이드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자동으로 닫히는데. 왜 열려있었지?’


쉬익!


“다들 방어해!”


스테인이 살짝 휜 정글도를 꺼낸 것과 동시에 무언가를 쳐냈다.

제이드 또한 섬뜩한 느낌에 검을 휘두르자, 끝이 뾰족한 화살이 튕겨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화살이다! 방패부터 들어!”


스테인이나 자신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할 수 있지만.


'이 놈들은 보이는 화살도 쳐내기 힘든 수준이지.'


클라크와 파비앙은 재빨리 등에 있는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램프을 한 손에 들고 있던 세실은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었다.

텅!


“윽!”


다행히 보호대를 착용한 팔뚝에 맞으며 치명상은 없었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다.

세실이 화살을 맞은 충격에 램프를 놓쳤고, 유일한 조명이 바닥을 구른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램프를 부수고, 어둠 속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웅크려! 가드하다가 다가오면 공격해. 그리고 세실은 틈나면 다시 불 피워!”


제이드는 소리치며 화살이 날아온 쪽으로 뛰쳐나갔다.

이번에는 제이드가 향하는 곳이 아닌 다른 쪽에서 화살이 날아왔고.

앞에 있던 궁수가 도망치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맙다. 찾는 수고를 덜었네.’


제이드가 왼팔을 뒤로 젖히며 창을 던지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연기가 모여 회색의 창이 만들어진다.


“으랏차!”

“꺽!”


있는 힘껏 던지자 궁수를 꿰뚫은 소리와 함께 단말마가 들려오고.

제이드는 다시 옆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스테인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네들, 이리 좀 와서 도와주겠나?”


순식간에 올가미 밧줄을 만들어 멀리 던지자 엘프 한 명이 끌려나오고.

근처에 대기하는 클라크와 파비앙의 검에 유명을 달리했다.


‘빨리 해야 해!’


한편 세실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고 있었는데.

화살 공격이 멈추자, 바로 부싯돌과 천을 씌운 나무막대를 꺼내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당황한 나머지 짚이는 대로 꺼냈더니, 대량의 횃불을 제작하였고.


‘직접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세실이 곳곳에 횃불을 던졌다.


“잘했어!”


횃불에 드러나는 인영의 목을 베어내며, 제이드가 칭찬한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크게 만들었던 스테인은 적들이 보이자.

작은 올가미 여러 개를 만들어 한 번에 서너 명씩 목을 죄었다.


“이 더러운 제국의 사냥개들이!!!”


적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앞으로 나왔고.

괜히 부하들에게 가기 전에, 제이드가 그 앞을 막아섰더.


“죽어라, 미천한 인간놈아!”


우두머리가 버럭 외치자 칼날 같은 바람이 제이드를 향해 쇄도해 왔고.

제이드는 기운을 담은 손을 내밀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제이드의 뺨에서 피가 살짝 흘러내린다.


“마법이 아니군.”

“이걸 피하다니 운이 좋군. 큭, 미개한 것아, 이게 바로 정령술이다!”


어두워서 제이드가 연기로 방어한 것을 못봤는지 엘프 대장이 착각하였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힘을 뽐내지만.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제이드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내심 만족하고 있었다.


‘조금 오해를 하고 있었군.’


새로운 기운을 깨우치고 마력을 대체하면서, 마법에 대한 차단능력이 약화한 것으로만 알았는데.

바위산이라지만 초록이 우거진 이곳에서 정령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범용성은 넓어졌어. 근데 그러면 아론은 대체...’


순수하게 기뻐하면서도 자신에게 쉽게 유효타를 입히던 아론의 모습이 떠오른다.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에서, 엘프 우두머리는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갈갈이 찢겨 죽어라!!!”


의기양양한 외침을 내지르며 다시 공격했고.

제이드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몸을 숙이며 회피했다.


“큭큭, 이것도 피해봐라, 쥐새끼 같은 놈!”


마치 사냥감을 몰아붙이는 태도로 다시 바람을 날렸지만.

제이드가 가볍게 휘두른 팔이 공격을 쳐내면서 검이 뽑혀져 나왔다.


“크크큭. 어...?”


엘프 대장은 천장을 바라보며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했다.


“전부 처리했습니다.”


모든 엘프들을 죽인 것을 확인한 클라크의 보고.


“적의 대장을 잡았군. 멋진 활약이었네. 역시 대문을 여는 열쇠는 정령이었나.”


스테인은 제이드를 칭찬해주고, 대문을 열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유추하면서 탐사 내용을 정리했다.

제이드는 수첩에 필기 중인 스테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특이한 방식이야.’


무한히 늘어나는 밧줄을 이용하는 싸움.

보통 칼질로는 흠집도 안날만큼 질기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만약 끊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 해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밧줄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네.’


제이드는 예전 콜린 납치사건에서 싸웠던 조라의 쇠사슬 마법이 기억났고.

만약 스테인과 싸우게 된다면 필패라는 것도 깨달았다.


“제이드, 이들에 대한 보고는 내가 하겠네.”

“네. 그래 주시면 저야 편하죠.”


어차피 제이드가 덧붙일 말도 설명할 거리도 없었기에.

스테인이 해준다는 소리에 제이드는 별말 없이 승낙한다.


“이들 덕분에 던전의 끝을 볼 수 있겠구먼.”


몸을 일으키는 스테인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내었고, 다시 앞장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스테인은 예고했던 대로 무사히 모든 함정을 파헤치며 들어간다.


“내 경험상 이 문이 마지막일 거 같군.”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관문에 다다랐고, 스테인은 문에 새겨진 문자들을 해독했다.


“저거 너 닮았다.”

“호랑이같이 생긴 거?”

“아니 그 옆에 해산물.”


세실과 파비앙이 시답잖은 잡담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을 때.

스테인이 제이드에게 다가오라 손짓해왔다.


“제이드 이곳에 손을 대게.”

“여기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탐사에 관해서는 이미 무한한 신뢰를 받게 된 스테인이 하는 말이었기에, 제이드는 군말 없이 손을 올렸다.


‘크윽, 뭐야 왜 이리 뜨거워.’


화상 입을 듯한 뜨거움이 손에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제이드가 손을 보호하기 위해 기운을 내뿜자, 던전의 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 역시 이 방법이군. 좀 더 힘을 써 보게.”

“...네.”


스테인에 대한 믿음에 살짝 금이 갔지만.

제이드는 순순히 기운을 더 써서 던전 문을 여는 것에 성공한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드러난 풍경은.


“와, 대박.”

“휴양지 같네.”


로디니움의 공원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동굴 속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커다란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옅은 보라색과 분홍색 계열의 꽃들이 모여 있는가 하면, 식물원에 있을법한 멋들어진 나무도 보였다.


‘여기였다면 조금 위험했겠네.’


모두가 감상에 빠져 탄성을 지를 때.

제이드는 이곳에서 정령과 싸웠을 경우를 상상했고.


‘정말 끔찍한 공간이야.’


스테인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열심히 풀 바닥을 수색한다.


“꽃 하나 꺾어갈까.”

“제이드한테 물어보던가.”


파비앙과 세실이 풀 내음에 심취하여 정원을 구경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을 때.


“단장님, 저기 뭔가 있습니다.”


무심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제이드에게 클라크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행들과 같이 전방에 주시하자, 조그마한 오두막이 보이고.


“누가 살고 있나 본데.”


마당에 있는 공터에 있는 그루터기와 근처에 심어진 사과나무에 만들어 놓은 그네.

시퍼렇게 빛이 나는 신비한 연못까지.



“어, 뭔가 나온다!”


실제로 저 오두막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나와 체조를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헛둘헛둘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기긱. 기긱.


‘이건 무슨 소리야.’


삐그덕 거리는 마찰 소리를 들으며, 어떤 존재인지 알기 위해 가까이 가자.

그쪽에서도 일행들을 발견했는지 체조를 멈추었고.

제이드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두 눈을 비볐다.


“저거 인간으로 보이는 사람.”

“아무리 봐도... 나무인형인데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인형극장에서 등장할 엑스트라처럼 생긴 목각인형이 그들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냥 잘 만들어진 인형으로 착각하기에는.

조금 전 인간 같이 관절부를 조심하는 체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저건 설마... 목인인가?”


난생 처음 보는 괴상한 생물체에 모두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스테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목인이 무엇입니까?”


저 존재에 대해 알고 있어 보이는 스테인에게 제이드가 질문을 건네고.

스테인은 여전히 심란한 상태로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은 엘프들이 숲의 주민으로 여기고 있지 않나.”

“네, 엘프들이 숲에서 사는 거야. 동네 꼬마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고대 기록에서는 사실 엘프들이 숲을 차지하기 전에 진정한 숲의 주인들이 있었다네.”

“...주인 말입니까?”


제이드는 주인이라는 단어선택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정령들조차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한데...’


숲의 주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다.

스테인은 제이드의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는 것은 맞으나, 그들이 대륙의 숲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지.”

“허황된 기록이군요. 역사서에도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들이 은폐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네만, 하여튼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지.”


제이드는 탐구자인 스테인이 이런 터무늬 없는 기록을 신뢰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 겁니까? 스테인 씨도 지금 처음 만난 것 같은데.”

“그들이 세계수를 키워낸 장본인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55화 어셔 백작가 (4) 22.09.14 126 0 11쪽
55 54화 어셔 백작가 (3) 22.09.13 123 0 12쪽
54 53화 어셔 백작가 (2) 22.09.12 132 0 11쪽
53 52화 어셔 백작가 (1) 22.09.09 135 0 11쪽
52 51화 선택 (4) 22.09.08 137 0 12쪽
51 50화 선택 (3) 22.09.07 144 0 11쪽
50 49화 선택 (2) 22.09.06 134 0 11쪽
49 48화 선택 (1) 22.09.05 135 0 11쪽
48 47화 재회 (5) 22.09.02 130 0 10쪽
47 46화 재회 (4) 22.09.01 137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1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39 0 11쪽
41 40화 전원 (1) 22.08.24 144 0 12쪽
40 39화 첫 임무 (4) 22.08.23 162 0 12쪽
» 38화 첫 임무 (3) 22.08.22 153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2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7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7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7 0 11쪽
32 31화 복귀 (1) 22.08.12 181 0 10쪽
31 30화 박물관 관람 22.08.11 193 0 12쪽
30 29화 면접 (3) 22.08.10 182 0 12쪽
29 28화 면접 (2) 22.08.09 186 0 12쪽
28 27화 면접 (1) 22.08.08 200 1 11쪽
27 26화 제국으로 (3) 22.08.08 216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