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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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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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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45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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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첫 임무 (4)

DUMMY

그제야 제이드는 왜 이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 골칫덩어리를 키운 게 이놈이라고?’


멍하니 아니, 표정도 없으니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이 나무 인형이 세계수를 키운 장본인이라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러면 저것과 싸울 수도 있다는 거군.’


제국의 가장 큰 문제, 대륙 왼편을 차지한 몬스터들의 침공.

그 몬스터들이 범람하는 이유는 세계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성을 가진 괴물들이 세계수를 차지하면서 번영을 이루고 있는 것.


“엘프들이 나선 이유가 목인 때문이었어.”


습격자들의 대한 정체도 술술 풀려나왔다.

그들은 제국에서 온화하게 지내는 엘프 주민들이 아니라.


“북쪽 세계수의 엘프들이었군.”


북쪽 설산 너머에 터전을 꾸린 엘프들의 소규모 원정대에 가까웠다.

제국의 일원인 스테인이 자리를 벗어난 틈에 습격을 한 것일 터.


“이거 속 시원하기는 한데, 보고서에 올릴 것은 많아졌어.”


조사원들이 알아내야 할 정보까지 이쪽에서 알아버렸으니, 정리해야 할 내용은 많아졌다.

스테인이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한지 표정을 찌푸리지만, 제이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일은 아니니까.’


목각인형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스테인과 제이드의 대화를 엿들었던 부하들은.

당장 전투가 일어나도 문제없게 마음을 다잡았다.

스테인이 일행들의 태도를 지켜보더니, 행동을 제지하며 안심시켰다.


“그리 긴장할 것 없네. 목인들은 기본적으로 선하니까.”


제이드는 바로 공격할 의사를 지우고, 부하들도 반신반의하면서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다가온 목인이 오른손은 가슴에 얹고 왼손은 뒤로하며 허리를 숙이는, 정중한 인사를 해왔다.


“반갑네. 친구.”


스테인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나머지는 목례를 하자.

목인이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으며 점프하기 시작했다.


“...아마 환영한다는 뜻으로 보이네.”


스테인도 잘 모르는 듯 볼을 긁적이며 시원찮게 말했다.

목인은 제이드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나를 잡는 거야.’


미심쩍었지만 제이드는 뿌리치지 않고 순순히 목인을 따라갔고.

다같이 목인의 집으로 보이는 오두막에 들어갔다.


“저희 초대받은 거죠?”

“차라도 대접하려나.”

“되겠냐. 찻물 끊이다가 불날 텐데.”


목인의 안내에 따라 꽤 큼직한 목탁에 앉았다.

파비앙의 어이없는 예상대로 정말 나무잔에 차를 따라나왔다.


“진짜 차야... 게다가 뜨거워.”


나무 쟁반에서 찻잔을 나누어 주었고.

다시 정중한 인사와 함께 물러나더니, 촐싹맞은 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쟤는 왜 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걸까.”

“오랜만에 손님이라 반가운가 봅니다.”

“후르릅, 칵, 칵. 뭐야 이거.”


차를 마시던 파비앙이 사레에 들렸는지 기침을 하였고, 탁자에 찻물을 뱉었다.

차 위에 놓여있던 꽃이 목탁에 착 달라붙었다.


“에효, 꽃까지 먹을려고 했냐.”

“차를 자주 마셔봤어야 알지!”

“평민이었던 저도 꽃차는 마셔봤습니다.”


만담을 나누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제이드는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했다.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나,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먼저 인사하고 친근감 있게 대하는 것은 스테인인데.’


저 목각인형은 제이드의 손을 잡았고.

제일 먼저 제이드에게 차를 주었으며.

마지막으로 정중한 인사도 제이드에게 했다.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나?’


제이드가 목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을 때.

스테인이 차를 홀짝이며 제이드에게도 차를 마실 것을 권했다.


“자네가 마음에 든 것 같으니, 차를 마시는 게 어떠한가. 기뻐할 거네.”

“네. 마시겠습니다.”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 제이드는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잘못해서 파비앙처럼 꽃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삼켜버렸다.

이윽고 문이 활짝 열리며, 목인이 들고 온 생선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

“...”

“크흠, 저거 아까 본 연못에서 가져온 건가?”


모두가 식탁 위에서 날뛰는 생선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스테인이 헛기침을 하며 목인에게 질문을 건네고, 목인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것도 먹으라고 준 것 같은데.’

‘날생선을 먹어도 되나?’

‘...’


대충 이런 의미의 눈빛들이 오갔고, 제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단검을 꺼내 들었다.

오러를 머금은 단검은 정확하게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파고들어 양면을 분리한다.


‘생선 손질은 오래만이네.’


가운데 뼈와 머리를 통째로 떼어낸다.

본래 탁자를 더럽혔을 핏물은 제이드의 연기가 흡수하고.

붉은 기체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런 것도 되는군.’


그냥 마력으로 태우려고 했건만, 또 다른 기능을 발견할 수 있었고.

다시 칼을 놀려 신속하게 포를 뜨자, 먹음직스런 형태로 살이 발라졌다.


“먹어. 안죽는다.”


세실과 파비앙이 눈치를 보고 있을 때.

클라크가 먼저 한 개 집어 먹었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이내 두 명도 생선살을 먹어치웠다.

목인이 손뼉을 치며 좋아하다가, 나무통을 가져와 물고기 가시와 뼈, 잔여물을 쓸어 가져갔다.


‘투기장 경험이 이렇게도 쓰이네.’


몬스터를 사육하고 있는 톨레드 투기장에서는.

죽은 짐승이나 날생선을 던져주기도 했다.


‘내가 그걸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지.’


제이드가 몬스터처럼 한 번에 꿀꺽 삼키거나 뼈까지 통째로 씹어먹을 수는 없었고.

의도치 않게 어느 정도의 도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 목인이라는 거 위험하진 않습니까.”


제이드가 쓴웃음을 지우고 스테인에게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지만.

스테인은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부정했다.


“전-혀. 저들은 세계수를 빼앗기고 소멸하거나 퇴화한 존재들이니까.”


마지막 한점을 두고 다투는 부하들 사이에서.

스테인이 요령 좋게 회를 빼앗아 입 안에 넣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쩝쩝. 역사책에도 없는 전설상의 존재들이지만 사실상 쓸모없다네. 세계수가 있는 영토를 빼앗는다면 모를까.”


거기까지 제국이 영토를 넓힐 일이 있을까.

이미 제국은 어떤 국가보다도 거대한 나라인데.

게다가 세계수가 있는 지역은 제국이 선정한 금지구역을 넘어서 존재했다.


‘내가 거기까지 갈 일도 없을 테니.’


제이드는 신경 쓰지 않기로 결정하고.

스테인과 이번 임무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들어보았다.


“일단 목인을 데리고 가야겠지. 엘프놈들이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


아무데나 목인을 놓았다간 야영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이제부터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목인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었지만, 상황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끄응! 나가자니까 이놈아. 여기서 버티면 다 죽어!!!”

“나는 포기다. 제이드, 우리한테 시키지 말고 좀 도와줘. 힘도 제일 센 놈이.”


파비앙과 클라크가 목인의 양팔을 끌었지만, 땅에 뿌리라도 박힌 듯 당최 꿈쩍도 하지 않았고.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는 듯 세실은 포기를 외쳤다.


“그러면 의미가 없지. 그게 그냥 끌고 나가는 거랑 뭐가 달라. 협조가 중요해.”


그네를 타고 있는 제이드가 그것도 못하냐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프리지아에도 목인에 대한 정보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성과 대신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게.


현재 스테인은 이미 이곳을 빠져나가 제국으로 향했고.

목인은 일단 제이드가 잠시 데리고 있기로 했다.


“네가 하던가!”


프리지아의 파견대 기사단장으로서 그렇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아 보였으나.

현재는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아무래도 적당히 이놈을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알았다고 덥석 받은 내 잘못이지.’


덕분에 두 임무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목적을 이루었으니, 이것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고생.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끌리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었다.


‘클로에 녀석이 보상금을 멋대로 빚으로 돌리는 건 아니겠지?’


제이드는 조금 불안했기에, 꼭 쓸데가 있다며 가져가지 말라고 연락을 할 예정이었다.


“왜 나가지 않는 거냐. 여기 있어봤자 할 것도 없잖아.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하는 거지.”


제이드는 끊어질 듯 흔들거리는 나무 그네에서 내려와 요지부동인 목인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일행들과 만났을 때만 해도 반가워했으니, 처음에는 목인을 설득하고 나가기 굉장히 쉽다고 생각했었는데.


“뭐 원하는 거라도 있어? 여기랑 비슷한 장소도 마련해 줄게. 이제 좀 일어나.”


제이드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자, 목인의 반응이 바뀌었다.

일어난 녀석이 제이드를 향해 섰고, 가슴이 열리더니 알 수 없는 광물 조각이 밖으로 나왔다.

한눈에 봐도 생명력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뭐지? 팔이 뻐근했는데. 괜찮아졌어.”

“저도 그렇습니다.”


지쳐서 근처에 대자로 뻗어있던 파비앙과 클라크는 신기하다는 듯 어깨를 돌렸다.

제이드의 손에 올려진 따스한 조각.

목인이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제이드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기력을 넣어달라는 것 같은데. 위험하진 않겠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력을 불어넣는다.

연기를 내뿜는 족족 조각이 기력을 쏙 빼먹었고.


‘얼마나 처먹을 셈이야.’


아론과 싸웠을 때의 힘을 진작에 넣어 섰으나, 미약하게 초록빛만 더해졌을 뿐.

도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2개월간의 수련이 없었다면 제이드는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


“진짜... 더는 못해.”


제이드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적당히 밝아진 조각을 목인에게 넘겨주었고.

목인은 두손으로 공손히 조각을 품으며 찬란한 빛이 나타났다.


“아씨, 내눈!”


누군가 눈을 감싸며 바닥을 뒹굴 때, 제이드는 가늘게 뜬 눈으로 목인을 주시했다.

몸 곳곳에서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곧바로 활짝 피어난다.

마치 풀밭과 동화된 것 같은 모습으로 초록빛을 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지진이다! 도망쳐야 되는 거 아냐?”

“호들갑 떨지 말고 잠자코 있어 봐!”


파비앙은 불안해하며 당장에라도 달려나갈 기세였다.

세실은 파비앙을 타박하고 있었으며, 클라크는 제이드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땅 밑, 아니 이 넓은 공간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진동은 이곳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


유적지 밖 야영지, 길버트가 동요하는 기사들을 다독이고 있다.


“다들 진정하고 대형을 유지해! 무슨 일이 있어도 입구에서 눈을 때지 마라!”


조금 전에 같이 들어간 제국 사람이 임무가 끝난 것을 알려주고.

제이드도 마무리한 후, 나올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안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사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다 느꼈을 진동.

이것은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륙의 서남부의 화산지대.

화산 속에서 곤히 잠을 자던 몬스터가 단잠에서 깨어난다.


“삐이이이이이익!!!!!”


화염으로 이루어진 새가 자신의 기상을 알리며,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쾰른 동부지역의 바다.

그곳에서도 한참 떨어진 심해지역.

깊은 곳을 유영하던 거대한 괴수가 진동을 감지했다.

바다뱀치고는 너무나 길고 커다란 몸체.

잠시 멈추었던 심연의 괴물은 대륙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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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선택 (1) 22.09.05 136 0 11쪽
48 47화 재회 (5) 22.09.02 130 0 10쪽
47 46화 재회 (4) 22.09.01 137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1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39 0 11쪽
41 40화 전원 (1) 22.08.24 144 0 12쪽
» 39화 첫 임무 (4) 22.08.23 163 0 12쪽
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2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7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7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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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면접 (3) 22.08.10 182 0 12쪽
29 28화 면접 (2) 22.08.09 186 0 12쪽
28 27화 면접 (1) 22.08.08 200 1 11쪽
27 26화 제국으로 (3) 22.08.08 21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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