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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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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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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0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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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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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화 제국으로 (3)

DUMMY

“말할 줄 아시는 분?”


마를롱이 왼손까지 들어 올리며 물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고.

결국 마지막 짐칸까지 무시당한 마를롱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여러분.”


아쉬운 마음을 접고 지렛대를 들어 올리자.

갑작스럽게 한 명이 뛰쳐나오며 나머지는 인원들은 창문을 깨뜨리며 기차를 빠져나갔다.


“나머지 분들도 저한테 오시는 게 마음 편할 텐데.”


다가오는 암살자를 향해 마를롱이 지렛대를 가볍게 올려치자, 암살자는 턱이 부서져 이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사냥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건가요?”


철퍽.

바닥에 조금씩 고이는 피가 신발을 적시는데도 마를롱은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으로 걸어갔다.


‘쥐구멍으로 잘도 나갔군.’


사람 하나가 겨우 통과할 비좁은 창구.

긴 지렛대를 들고 나가기 어려워 보였다.


‘어디 보자, 이거면 되겠지.’


공구함을 뒤적거리던 마를롱이 손에 착 달라붙는 망치를 꺼냈고.

대못도 한 웅큼 쥐어 앞주머니에 넣었두었다.

준비를 마치고 창문을 통해 머리를 내민 순간.


“이크.”


지붕 위에서 암살자가 단검을 휘둘러왔다.

마를롱은 급히 고개를 젖혀 피한 다음, 손을 뻗어 암살자의 다리를 잡아 끌어내렸다.

퍼억!

열차에서 떨어진 암살자는 뒤통수로 착지하며 즉사했고, 빠르게 멀어져갔다.

열차 지붕에 올라서자, 다른 칸으로 도망치는 쥐새끼들이 보였다.


“불법 승차자는 내려주셔야겠습니다.”


마를롱은 잔잔한 목소리로 부탁하지만 각자 갈길 바쁜 나쁜 손님들.

대못 4개를 꺼내어 가볍게 위로 던진다.

절묘하게 하나씩 순서대로 떨어지는 대못들을 하나씩 망치로 가격하자.

유도기능이라도 있는 것처럼 달아나는 암살자들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다.

다른 칸에 착지하려는 암살자의 발목.


“큭...!”


창을 통해 들어가려는 암살자의 손등.


“끄아아악!!”


등을 숙여서 나아가는 암살자의 뒷목.

마지막으로 마를롱을 바라보던 암살자의 미간에 대못이 박히고.

기차에서 4개의 형체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좋았어. 청소 끝! 음, 배고프다.”


마를롱은 기지개를 피며 귀찮은 업무를 끝낸 개운함을 느꼈고, 마침 점심 시간인 것을 알았차렸다.

옷을 갈아입고 깨끗한 모습으로 3인분의 기내식을 가지고 일행을 찾아간다.


“여러분 배고프시죠? 식사합시다!”


디아나는 밝은 목소리로 다가오는 마를롱의 신발에서, 미처 제거하지 못한 핏자국을 발견했지만.

이미 대충 짐작하고 있다는 듯, 비릿하게 웃으며 기내식을 받아들었다.


*


궁내를 감도는 매캐한 향.

눈이 따끔거리고 목이 까슬까슬하지만, 하녀들은 기침 하나 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여왕의 손에 있는 연초 때문이었다.

얼마나 독한 것인지, 바로 앞에 무릎 꿇은 기사의 눈이 벌게져 있었다.


“전멸당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코린느은 주변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정면을 향해 내뱉어지는 짙은 숨.

지독한 향기가 기사의 얼굴을 때리지만, 기사는 눈 하나 깜짝 못 했다.


‘젠장. 너무 성급하게 굴었네.’


평소의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코린느의 속은 연초 같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태.


‘가디언이 추가되어 있었다니. 제이드가 그 정도였나?’


자신이 급하게 데려오려 했던 것은 맞으나, 이 시점에 다른 가디언과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껏해야 디아나 정도나 만나겠거니 했는데.


“어쩌지? 이러다 빼앗기겠어.”


코린느는 그렇다고 무작정 팔라딘을 외국으로 보낼 수도 없기에, 대응할 수단이 없어 막막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남은 것은 밑에 녀석들을 닦달해 보는 것.

찌꺼기 같은 놈들이라도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을까.

문관들을 소집하려는 찰나, 앞에 무릎 꿇고 있던 기사가 입을 열었다.


“공주님을 이용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허락 없이 입을 여는 기사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코린느는 일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정했다.


“아아, 아그네스. 살아 있어?

“목숨은 부지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가둬놓고 잊어버린 그녀의 딸.

한 달 가까이 방치하고서 이제야 떠올랐다.

보통이라면 죽었을 텐데, 그래도 명색이 공주라고 도와주는 이가 있었나 보다.


“공주님이라면 제이드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디...뭐야? 빨라 봐야 4달 후에나 보낼 수 있잖아!”


일정을 살펴보던 여왕이 짜증을 냈다.

서로 경계를 하는 두 나라가 허용하는 범위.

프리지아는 하이웰 공작령과 쾰른은 어셔 백작령이 전부였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프리드리히 하이웰 공작은, 매년 개최되는 대회의 초대장을 발테르 어셔 백작에게 보냈는데.

그 대회는 개최되기까지 아직 한참이나 기간이 남아있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 그럼 그때 사신으로 보내자. 나가보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여왕도 인정하며 기사의 주장을 수용해 주었고, 여왕은 기사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네.”


기사는 고개를 숙인 채 퇴장하고, 여왕은 새로운 연초를 꺼내 피운다.

사실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였다.


“아그네스한테 설득당할 리가 없잖아?”


아그네스라면 몰라도 제이드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살기를 숨기지 않던 그 눈빛.


“복수를 포기하고 내 딸을 선택할 리가. 푸훗.”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금 의견을 받아들인 것은, 그편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제이드를 괴롭게 만들면 좋고.


“날 배신한 대가는 아직도 남아있단다. 후후.”


한편, 여왕과의 대면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기사는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왕국에서는 공주라 할지라도 그녀의 손안에 놓인 장기 말.

한시라도 빨리 공주님을 모시기 위해 걸음을 바삐 옮겼다.


‘공주님...’


자신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저 미친 여왕은 한달 동안이나 자신의 딸을 내버려두었고.

때마침 자신이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면, 공주는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살아만 계신다면 공주님은 언젠가 여왕님이 되시겠지.’


아그네스 공주가 자라서 여왕이 된다면, 왕국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어쩌면 이 독재국가라는 틀도 탈피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헌데 어째서 늙지 않는 거야?’


그러한 기대를 한 지 벌써 15년이 지났건만, 여왕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은 그 색을 유지했고, 얼굴에는 주름 하나 늘어나지 않았다.

신기하면서도 두려운 현상.


‘정말 마녀라도 되는 건가?’


영문모를 여왕의 정체.

기사는 걸어가는 내내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


‘여기가 제국의 수도 루테디아.’


쾰른은 물론, 프리지아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제국의 수도이다.

약속한 일정보다 훨씬 이르게 도착했기에, 마를롱은 본부에 보고를 하러 갔고.

제이드는 디아나를 따라 루테디아를 감상했다.


“여기가 시장이야. 서민들이 자주 다녀.”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디아나를 놓칠 지경.

디아나도 제이드와 똑같이 느낀 것인지 재빠르게 시장을 빠져나간다.


“따라와.”


인파가 사라지자 탁 트이는 시야.

로디니움의 마탑보다 높은 것으로 보이는 시계탑이 제이드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기가 두 번째 광장이야.”

“두 번째? 이것만 해도 로디니움 광장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데.”

“황도와 이어지는 첫 번째 광장은 더 넓어.”


새삼 제국의 위엄이 느껴진다.

이렇게 거대한 땅과 인구를 상대로 쾰른은 무슨 생각으로 시비를 걸었을까.


‘한참 잘못 알고 있었군...’


쾰른은 카르타 제국을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지만.

우물 밖의 세상을 접한 제이드는 그들이 하찮게 보일 지경이었다.


“이곳이 대장간 구역.”


쇠를 두드리는 소리와 용광로의 열기가 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대충 훑어봐도 제이드도 사용할만한 괜찮은 수준의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돌아가기 전에 제이드가 새로운 무기를 만날 수 있을지도.


“본부에서 가장 가까운 상점가. 음식점, 의복점, 악세사리 등등 전부 시장보다는 고급진 곳이야.”


시끌벅적하던 주위가 드디어 사그라졌다.

시장처럼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지, 사람들의 발소리만이 들려오는 거리.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너무 좋네.’


제이드는 몇 시간 만에 루테디아에 푹 빠졌다.

디아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헤매지 않고 편히 둘러볼 수 있었다.

제이드는 문득 디아나가 도시나 마을에 들릴 때마다, 자신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떠올랐다.


‘알려주는 걸 좋아하나?’


근처를 전부 둘러보고, 마를롱의 소식을 받기로 한 두 번째 광장으로 되돌아왔다.


“나 잠시 다녀올게.”

“그래 다녀와. 기다릴게.”


디아나가 잠시 볼일이 있는지, 건너편의 사탕가게로 보이는 상점에 들어갔다.


‘같이 가도 되는데.’


굳이 기다리라는 말에 잠자코 벤치에 앉으려 할 때.

제이드는 많은 인원이 둥글게 모인 곳이 눈에 들어왔다.


‘뭔데, 저리 있는 거야.’


제이드는 호기심에 인파로 다가갔고, 구름같이 모인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섰다.


‘무슨 행사인가?’


가운데에 대단한 근육을 가진 대머리의 남성이 앉아있으며, 그 옆에서 확성기를 든 사람이 열심히 도전자를 찾고 있었다.


“자자, 다들 팔씨름 도전해 보세요! 5초 버티시는 분께 가디언 전시관 관람 티켓을 드립니다.”

“5초면 할 만할지도?”

“그게 되겠냐? 저분을 몰라?”


억지로 미소 짓는 검은 민소매 차림의 대머리 사나이.

제이드는 정말 누군지 몰랐기에, 구경꾼들의 잡담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데? 유명해?”

“와, 넌 제국민이라고 하지 마라. 가디언 라이언 씨를 모른다고?”

“여관에서 술만 마시지 말고 이야기도 좀 듣고 그래.”


저 대머리의 정체는 일곱 번째 가디언. 라이언이라고 한다.


‘일곱 번째... 디아나는 몇 번째더라?’


제이드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디아나의 넘버도 몰랐다.

그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벼운 대화가 아닌 진지한 이야기도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디언? 양심이 없으신가?”

“쉿, 들으실라.”


대륙에서 손꼽히는 전투원인 가디언과 팔씨름을 하다니, 상식적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벤트였다.


‘그러니까, 여러분,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라이언도 들려오는 목소리에 동의했다.

우라부락한 대머리 아저씨와 팔씨름이라니, 자신 같아도 불안해서 참가 안할 것이다.


‘이거 기획한 사람 누구야.’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친절함을 강조해서 컨티넌트 일원이 야심 차게 발안했다는데.


‘당장 끌고 와서 앉아보라고 하고 싶군.’


처음 시작했을 당시 당장에라도 일어나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어 도망칠 수도 없었다.


‘전력을 다할 수도 적당히 봐줄 수도 없고.’


1초만에 진 남자가 의기소침해지고 여자친구에게 위로를 받는다.

4초만에 진 남자는 1초를 더 못버티냐고 여자친구에게 타박받는다.

몇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답이 없어.’


안간힘을 쓰느라 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

보기에 민망할뿐더러, 넘어가지 않기 위해 버티다 다칠뻔한 이도 있었다.


‘어린애들은 그나마 다행이지.’


부모가 안절부절못하지만, 오히려 살살 하면 되었기에 편했다.

그것도 초반이지, 이제 더는 참가자가 없었다.


‘에휴, 파리만 날리네.’


시민들을 상대로 이게 무슨 짓인지.

승자도 패자도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

좌절하는 라이언에게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라이언님 가디언 소집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좋아! ...크흠. 그럼 가볼까.”


철수를 맡기고 빠르게 도망치려 할 때.

건장한 체구를 지닌 청년, 제이드가 팔씨름 대에 섰다.


“이거 끝난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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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1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39 0 11쪽
41 40화 전원 (1) 22.08.24 1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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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2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8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8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7 0 11쪽
32 31화 복귀 (1) 22.08.12 18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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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면접 (3) 22.08.10 182 0 12쪽
29 28화 면접 (2) 22.08.09 186 0 12쪽
28 27화 면접 (1) 22.08.08 20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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