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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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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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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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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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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전원 (1)

DUMMY

다행스럽게도 이 요란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진동이 멎으며 초록빛이 옅어진다.


‘도무지 뭘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어느새 무릎 꿇었던 제이드에게 나가와 다시 조각을 내밀었다.

마치 에너지를 다 쓴 마도구에 마력을 채워달라는 듯이.


“...다시 해달라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목인에게 제이드는 힘든 기색을 드러내며 거절했다.


“못해. 이게 쉬운 줄 아나.”


목인은 제이드가 거절한 것을 알아듣고 눈치껏 조각을 다시 집어넣었고.

어깨를 늘어뜨리며 시무룩해진 기색을 보였다.


“또 해줄 테니까. 일단 따라와.”


이번에는 제이드가 목인에게 제안하자, 벌떡 일어서며 대문을 향해 앞장섰고.

언제 돋아났는지 목인의 머리 위에 돋아난 새싹이 흔들거렸다.


*


“제이드 경!”

“잠시 내말 좀 들어보게.”



오전 기사단 단련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제이드는 마법사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 끈질기네.’


저들의 목적은 단 하나.

이번에 제이드가 데려온 목인에 대한 연구였다.


“목인의 심장을 다시 한번 볼 수 없을까?”

“이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는 과정을 보고 싶은데.”

‘그래도 한번 사고가 터지니 조금 점잖아졌어.’


여왕과 마법사들 앞에 제이드가 처음으로 목인을 선보였을 때.

마탑의 수장, 카터 오르빌 후작이 흥미를 가졌고.

목인은 제이드의 손을 벗어나 마탑으로 이송되었는데, 사건이 터졌다.


‘도대체 뭘 한거야.’


평소처럼 기사단원들과 훈련에 열중할 때, 마탑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사고가 일어났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이제는 왕실 마법사가 된 티론과 앙드레를 찾아갔지만.


-말해줄 수 없어.


이곳에서의 기사 귄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게 기사단장이라니, 거참.’


결론이 나는 것을 기다렸고, 마탑에서 나온 목인과 만날 수 있었다.

기긱.

어찌된 일인지 매끈했던 녀석의 얼굴이.


"표정이 생겼네...?"


어떤 실험을 했길래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제이드는 간단하게라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아무려면 어때. 표정이라도 보여서 다행이지.’


제이드도 목인이 뭔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알았고,

녀석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약속대로 조각에 충전해주기로 정했지만.

제이드가 내미는 손을 탓 치며, 목인이 거절했다.


‘마탑에서 저 조각으로 실험을 했나 보군. 안해도 되면 나야 편하지.’


매우 경계를 하는 모습에 제이드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목인을 북문 공원으로 데려갔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표정을 풀고 꽃더미에 쭈그려 앉아 구경한다.

제이드는 목인을 바라보며 한가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뭐라 부를까.’


언제까지 같이 있을지는 모르나, 호칭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목인에게 다가가 여러 단어들을 말했다.


“머리위에 새싹이 있으니까, 새싹.”

“강철목처럼 단단하니, 강철.”


도통 갈피를 못잡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목인에게, 제이드는 설명해주었다.


“뭐라 불리면 좋겠어? 새싹, 강철.”


끼긱!끼긱!

휘젓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을 보니 둘다 싫은 듯하다.

기껏 생각해 줬는데.


‘귀찮네. 대충 어디서 따올까.’


제이드는 까다로운 목인 때문에 성가셨지만, 어떻게든 새로운 이름을 떠올렸다.


“피노. 피노 어때?”


기기긱.

그나마 긍정적인 의사표현이 나왔다.


“그럼 너를 피노라 부를게.”


피노는 어렸을 적 훈련용 허수아비에 붙인 이름.

제이드는 무수히 많은 피노를 망가뜨린 전과가 있었지만, 그리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호칭 정리는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네.”


회상을 마친 제이드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법사 한명이 마지막까지 뒤따라오며 외친다.


‘당장 카터 후작에게 달려가면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놈들이.’


여기 있었던 시간보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서.

아직 제이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마법사들이 많았다.

다른 평범한 기사들과 똑같이 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쾅!


“끄아악!”


제이드는 들어온 식당 문을 세게 닫아버리면서.

어중간하게 서 있던 마법사는 손가락이 문 사이에 끼어버렸다.


“이런, 괜찮으십니까?”


순식간에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마법사는 손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제이드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크윽, 내 손 좀...!”

“도와달라고요?”


제이드는 문의 손잡이가 아닌 마법사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쑤욱 뽑았다.

으드득!

너무 세게 뽑아낸 탓인지, 손가락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지만.

자세히 보면 손가락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마법사의 손목이었다.


‘저거 저래도 돼?’

‘네가 말리던가...’


서로 눈치를 보는 기사들.

제이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웅크려 있는 마법사를 흘깃 쳐다보다.

근처에 대기 중이던 클라크를 불렀다.


“클라크, 이 마법사 회복실에 모셔두고 와. 의사한테는 문에 심하게 다쳤다고 말씀드리고.”

“넵, 알겠습니다.”


클라크는 정신 못 차리는 마법사를 목덜미를 잡고 끌고 나갔고.

바닥을 질질 끌며 나가는 모습에 제이드가 핀잔했다.


“조심히 좀 데려가지.”


아무래도 제이드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것은 클라크가 아닐까 싶었다.

점심을 해치우고 업무에 전념해야 할 제이드는.

외곽에 존재하는 자신의 집무실이 아닌 좀 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것도 업무라면 업무니까.’


제이드는 현재 피노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떼우다 들어가서, 길버트가 간략하게 정리해둔 보고를 받기만 하면 될 터.


‘언제와도 여기는 생소하단 말이지.’


호위임무겸 몇 번 와봤던 여왕이 머무는 성과는 달리, 예전 왕비가 지냈다던 궁은 정말 낯설었다.

지금은 단명한 왕비 대신에 여왕의 유일한 혈육인 대왕대비께서 지내고 계시다는데.


‘비슷한 곳이라곤 여기밖에 없으니 원.’


피노가 본래 지냈던 던전과 똑같은 곳은 수도에 존재하지 않았다.

서쪽에 부유한 백작이 개인 식물원을 관리하지만.


'내가 거기 갈 수는 없지.'


최대한 비슷한 곳을 추렸고, 대왕대비의 정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다행이야.’


적적한 생활을 보내는 대왕대비, 아일레이스는 피노의 거주를 허락해주셨고.

틈날 때마다 정원을 가꾸는 피노의 모습에서 너무나 흡족해하셨다.

제이드가 도착하자 때마침 대왕대비와 피노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러니 마법사들이 나한테 오는 거 아니겠어.’


적당한 거리에서 대기중인 수행원들과 중앙에 놓인 테이블 위에는.

누구도 손대지 않은 다과가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피노는 어느새 아일레이스의 티타임에 초대받는 관계가 되었다.


“피노, 나 왔어.”


제이드의 목소리를 듣고 피노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푸흡.”


피노의 복장을 보고 제이드는 웃음이 터지지 않도록 입을 막았다.

프릴이 장식된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커다란 리본.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목끈까지 잘 조여 맨 형태.


“안녕하십니까, 대왕대비마마. 강녕하신지요.”

“제이드 경. 오랜만이에요. 보시다시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제이드는 터질뻔한 웃음을 꾹 참으며, 예의를 갖춰 왕실의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렸다.


“당신도 차를 한잔하시겠습니까.”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근처에 있던 수행원이 의자를 가져오고 곧이어 홍차를 내왔다.

제이드는 아일레이스의 덕담과 피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차를 즐겼다.


‘향이 좋군.’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끊이지 않는 아일레이스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고, 제이드는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지?’


대왕대비는 왕실에 아무런 일도 담당하지 않기에, 분명 제이드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온 인물일 것이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형체에 제이드는 누구인지 알았다.


‘클라크잖아?’


기사단 최고의 거구, 클라크가 열심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따라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클라크, 무슨 일이야.”

“제이든 단장님. 왕성 회의가 있으니 모이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다.”


제이드는 대왕대비와 피노에게 작별을 고하고 정원을 벗어났다.


“또 임무가 내려온 건가?”


제이드의 예상이 맞을지는 왕성 회의에 들어가 봐야 알 듯싶었다.


*


회의에 잘 참가하지 않는 오르빌 후작은 물론이고.

보통 일에는 등장하지 않는 여왕 아델라 또한 상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예 디아나 자리도 만들어졌군.’


오르빌 후작의 옆에 따로 마련된 자리에서 디아나가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아니, 디아나 뿐만이 아니라 회의장 내의 모두가 제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제이드 경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오르빌 후작이 옆에 앉은 디아나를 한번씩 힐끔 보면서.

여왕의 대변인으로서 의견을 확실히 전했다.


“네, 알겠습니다.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 삽시간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훈훈해지고.

아놀드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기야 제이드를 알고 있는 아놀드에게는 웃길 것이다.


‘설마 말로만 듣던 하이웰 공작령의 기사 대회에 갈 줄이야.’


쾰른에 있을 때도 귀빈으로 초대장을 받았지만, 절대 갈 일은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이번 기회에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출전 선수로 말이지.’


매년 하이웰 가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실력에 자신 있는 용병들은 물론.

자유기사를 비롯한 싸움꾼들은 전부 모이는 대회였다.

우승자는 다시 참가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매번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기에, 항상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정작 참가자인 제이드는 유명한 대회이건만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다.

이미 대충 견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클라크 수준에서 몇 단계 위 정도. 쯧, 내가 거기서 놀아야 하나.’


우승자는 졸업 당하는 시스템.

제이드와 그나마 겨뤄볼 상대들은 전부 참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저들의 기대에 맞춰서 억지로 열정을 보여주었지만.

제이드한테는 정말 시시한 대회였다.


“언제까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부담감 갖지 말고 본인의 실력을, 방금 뭐라 말했나?”

“아닙니다.”


가디언으로 등록이 된다면 바로 태도가 바뀌겠지만.

아론은 연기를 이용한 오리진을 개발할 때까지 정식 가디언으로 등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승하면 조금 나아지겠네.’


제이드는 그나마 우승해야할 이유를 찾았고, 사라지는 의욕을 붙잡을 수 있었다.

회의는 착실하게 진행되어 갔고, 동부 하이웰 공작령으로 갈 인원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1기사단은 남겠습니다. 다들 한번씩 참여해봤으니, 2기사단에게 양보하죠.”


기사단장이 선심쓰듯이 대회를 빠져나간다.

그는 어느 정도 제이드의 실력을 짐작하고 있었고.

괜히 신입 기사단장한테 패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사들을 설득했었다.


“2기사단 명단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온 거라 정해진 인원이 있을 리가 없었으나.

제이드는 마음대로 명단을 만들었다.


“전원.”

“네, 전원이군요...? 지금 전원이라 했습니까?”

“저희 2기사단은 한명도 빠짐없이 참가합니다. 기사단원 전부가 하이웰 공작령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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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재회 (4) 22.09.01 138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2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40 0 11쪽
» 40화 전원 (1) 22.08.24 145 0 12쪽
40 39화 첫 임무 (4) 22.08.23 163 0 12쪽
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2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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