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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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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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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35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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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7화 첫 임무 (2)

DUMMY

기다리겠다는 스테인을 뒤로하고, 제이드는 기사단원들이 대기하는 주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며 맥주를 들이켜는 기사들이 보인다.

제이드가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자 단원들의 이목이 쏠리고.

기사들은 제이드의 건조한 표정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오늘은 쉬는 거 아니었어?’

‘단체 훈련이라도 시키려나?’

‘에휴, 이따 다시 마셔야지.’


고작해야 조금 귀찮을 거라 여긴, 그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다들 짐 싸. 바로 출발한다.”


어디서 겪어본 것 같은 장면.

청천벽력같은 명령에 기사들은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어차피 말 한마디 먹히질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순순히 맥주잔을 놓고 일어섰다.


“에이, 진짜”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가만 보면 역시 출신지는 못 속이는 것 같다니까. 억!”

“입조심 해. 임마.”


입을 함부로 놀린 기사의 턱을 클라크가 가볍게 후려치면서, 애써 좋은 점을 말했다.


“일찍 끝나면 쉬는 기간은 늘잖아. 좋게 생각하자고.”

“그게 아니라 복귀가 빠르겠지.”


맞은 턱을 쓰다듬으며 기사가 뒤에서 대답하자, 다시 한번 주먹이 날아간다.

제이드는 우유 한잔을 주문해 들이키고, 탁자에 막 새로 나온 소시지를 집어 먹으며 쏘아붙인다.


“그만 꿍얼거리고 나가!”

“옛!”


그들도 기사, 이 정도로 늘어지지 않는다.

심적으로 조금 지쳤을 뿐, 행동에는 지장이 없었다.

수프까지 한입에 들이키고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제이드를 붙잡는 목소리.


“손님, 계산하셔야 합니다.”

“...길버트!”


계산을 끝마친 제이드는 밖에 정렬한 파견대를 데리고 요정의 이슬 여관으로 향했다.


*


각 지방까지 어느 정도 길이 닦여 있지만.

산 하나만 넘어가면 야만인의 구역인 국경지역 끝자락까지 깔끔한 도로를 요구하기에는 힘들었다.

가디언 한명과 가디언 후보이자 기사단장인 제이드를 포함한 25명의 기사들.

총 26명이 좁은 산길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이거 미안하군. 사정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었을 텐데.”

“아닙니다. 제 단원들은 괜찮습니다.”


실제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 스테인에게 제이드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답하지만.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바위산 돌 바닥을 걷는 기사들의 표정은 몹시 안 좋았다.


‘저 아저씨는 누구셔.’

‘제국에서 온 협력자라는데?’


수근거림이 잇달아 들려오지만, 제이드는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 않았다.

이곳은 바위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변이 온통 바위 투성이였다.


“한데 의외로 나무가 많습니다.”

“그렇지. 아무래도 풍경도 유적지와 관련있어 보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위가 가득하고 잡초들만 조금씩 있었다던데.

그런 말이 무색해지게 보통의 숲과 비견될 정도로 많은 나무가 바위산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유적지에 나오는 약초만 봐도 유적에 신기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영약으로 쓸만한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지만, 희귀한 약초와 효과가 더 좋은 풀이 자라났다.

입구 근처에서도 이러는데, 유적 깊숙한 곳은 어떨지.

용병들은 물론 마을 주민까지 욕심을 부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5분 정도만 걸으면 되네.”


스테인이 산책로를 걷는 평안한 어조로 내뱉었고, 기사들도 기운을 차리고 찡그렸던 인상을 폈다.

이러한 탐험 자체가 처음이었던 제이드는 곧 있을 탐사에 기대하고 있을 때.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우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앞서가던 스테인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배낭에서 꺼낸 채찍을 갑작스럽게 휘두른다.

혹시나 자신을 향할 것을 우려한 기사들이 방어자세를 취했다.


‘사실 미친 아저씨였나?’


채찍은 그들에게 가는 일 없이 오른쪽에 조금 떨어진 나뭇가지 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후려친다.

차악!

허공을 강타하는 채찍의 찰진 소리가 울리고, 인간으로 보이는 형체가 땅으로 떨어졌다.


’정통으로 맞았어.”


낙하한 인간에게 다가가니 목이 제대로 꺾여있었다.

제이드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게 은신한 인물을 이렇게 간단하게 죽이다니.


‘역시 가디언, 만만치 않네.’


먼저 다가간 스테인이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로브를 벗겨 내자.


“어우.”

“이야.”


걷잡을 수 없는 기사들의 탄성.

제이드도 미인인 것을 보고 놀라면서, 귀를 보고 엘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엘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남들 아는 만큼입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제국에서 조금 마주쳤을 뿐.

그게 전부였기에 모른다는 소리였다.

책으로만 보고 제대로 대화해 본 적도 없는 상태.


“통상적으로 힘이 약한 편이지만 보이는 대로 기척을 숨기는 데 능하니, 다들 조심하도록.”


실용적이고 간략한 설명에 기사들이 단번에 이해하고, 곧바로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야영지에 일이 있는 모양이야, 먼저 갈 테니 잘 따라오게.”


스테인은 채찍을 접어 손에 쥐고, 여태까지 속도와는 차원이 다른 속력으로 치고 달려나갔다.


“쫓아간다. 한 명도 뒤처지지 마라.”

“네!”


기합이 잔뜩 든 목소리로 대답을 듣고 제이드는 기사단을 이끌고 스테인을 뒤따르고.

5분이 걸릴 것이란 거리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에이먼! 무사한가!”


먼저 도착한 스테인이 누군가를 애타게 부른다.

제이드의 곁에 선 기사들은 눈앞에 처참한 광경에 낯빛이 변했다.

도처에 널린 시체들과 돌바닥에 고여있는 핏물.

창고 역할을 하던 마차 안의 물건들은 약탈당한 듯 포장들이 거칠게 뜯겨 있었다.


“미친 새끼들.”

“감히 우리 왕국에서...!”


벌써부터 기사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고.

그들에게 제이드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진정하고 생존자부터 수색해.”


기사들을 진정시키고 야영지를 조사하자,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고, 적들도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유적지, 던전으로 들어간 흔적 뿐.


“이해할 수 없군.”

“그렇습니다.”


스테인의 의문에 제이드 또한 동의한다.

경계를 맡은 엘프는 단 하나.

그나마 자신들이 유리한 산에서 매복이 없고, 던전 입구를 지키는 무리도 없다.

전부 동굴로 들어서다니, 마치 다른 출구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유적지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인데. 야영지 사람들은 방해되니까 살해한 건가...?”


스테인은 허탈한 듯 씁쓸한 표정을 짓고, 살인범들이 들어간 입구를 쳐다보았다.


“저기 스테인 씨, 에이먼 이라는 사람은...?”

“제국에서 파견한 감사관이지만, 찾아보니 이미 죽었다네. 방명록도 불태웠더군.”


방명록이야 어차피 수시로 주고받았기에, 소멸되어도 상관없었다.

이것을 노리고 습격했을 리는 없을 테니, 앞서 이야기한 이유밖에 남지 않았다.

스테인이 화를 억누르고 제이드에게 서두르라 행동을 재촉했다.


“싸울 인원을 추리게. 전부 들어갈 수는 없으니.”

“네, 전원 집합.”


던전 안에 넓은 공간도 있다고는 하나, 20여명이 들어갈 싸울 장소는 없다고 하니.

제이드는 스테인의 충고를 받아들고 3명의 기사를 집어 총 5명이 진입하기로 한다.


“길버트 애들이랑 입구 지키고, 파비앙, 세실, 클라크 따라 들어와.”


먼저 제일 강한 클라크와 한사람 몫 정도는 할 파비앙과 램프 같은 자지구려 한 짐을 들고 올 세실.

이렇게 세 명을 지목하고, 길버트는 이곳에 남아 야영지를 정리하는 한편 입구경계를 맡게 되었다.


“적당한 거리 유지해.”


중앙에 있는 세실이 램프를 들고.

나머지는 검을 휘두를 공간을 갖추기 위해 서로 거리를 벌린 채 동굴로 들어갔다.

암반수라도 흐르는 것일까.

수분을 머금은 공기가 코로 흡입되었다.


‘일단 제비들은 아니야.’


제이드는 조용한 유적지 속을 걸어가며 습격자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쾰른에서 몬스터와 같은 취급을 당하는 이종족.

가축이나 다름 없는 그들이 암살자로 키워질 리 없었고.

제이드도 코린느 여왕이 고리타분한 유적지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화가 나는군. 조심히 따라오도록.”

“네, 잘 부탁드립니다.”


화를 토로하는 말과는 달리 누구보다 냉철하게 유적을 탐사해갔다.


‘초짜가 보기에도 굉장하군. 전문가야.’


본격적인 조사를 해나가는 스테인의 활약은.

던전에 처음 온 제이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어느 벽면을 만지니, 땅이 열리는 함정이 미리 발동한다.

슬쩍 쳐다보자 아래에는 엘프들이 창에 꿰어 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이제 조금 익숙해졌지? 이제 속력을 올릴 테니 주의하게.”


대답은 필요 없었는지 스테인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모두가 바삐 몸을 움지였다.


“으헉!”


마지막으로 한발자국 늦은 파비앙의 뺨을 화살이 스쳐 지나가고, 일행들은 호수에 도착하였다.


“호수... 가 아니라 강인가.”


집중해서 물의 표면을 보니, 일정하게 한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깊은 것인지 램프로 비쳤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을 어떻게 건너갈지 고민할 때.

스테인이 허리춤에 묶인 밧줄을 풀었다.


“스테인 씨. 아무리 그래도 밧줄로는 닿질 않을 거리인데요.”

“두고 보고 있게.”


파비앙의 목소리에 대답하며 힘차게 줄을 던졌고, 멀찍이 날아가 호수 끝에 닿았다.

눈을 휘둥그레 뜬 파비앙을 밀쳐내고, 제이드가 밧줄을 가리키며 물었다.


“한 줄로는 위험해 보이는데. 어떡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기사들이니 만큼 몸 쓰는 것에 자신은 있지만, 서커스단과 같이 한 줄 타기는 힘들었다.


“하하, 설마 내가 광대처럼 타라고 할까.”


다행히 그런 필요는 없었는지, 스테인은 작게 웃으며 밧줄을 휘저었다.


“내 눈이 잘못된 겁니까?”

“저거 지렁이였나.”

“그리고 저거 왜 계속 이어지는 거야.”


클라크의 말처럼 밧줄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였고, 튼튼한 밧줄다리를 만들었다.

요술같이 끊임없이 줄이 나오는 비현실적인 현상.

제이드는 저것이 스테인의 능력인 것을 눈치챘다.


‘밧줄이라. 유용하기야 하지만 굳이 저걸 선택할 이유가 있나?’


스테인이 올라가라는 손짓을 하자, 기대에 부푼 얼굴로 파비앙이 올라섰고.

혼자 곰곰이 감상하던 제이드가 돌연 검을 뽑더니,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밧줄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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