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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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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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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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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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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화 복귀 (2)

DUMMY

경합을 이루고 검을 맞댈 때마다 클라크는 자신이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본은 되어 있네.’


제이드는 클라크에게 호평했지만, 검을 맞댄 당사자인 클라크는 죽을 맛이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지면 큰일인데.’


클라크가 진다면 누가 저 인물을 막을까.

기사단장도 없는 이 시기에 저런 실력자가 쳐들어오다니 참 공교로웠다.


‘누군가의 계략인가...?’


클라크가 이상한 오해를 할 때, 제이드는 모든 평가를 끝마쳤다.


‘이 정도면 다 봤다. 슬슬 끝내야지.’


사선으로 베어오는 검에 대수롭지 않게 맞대고, 파비앙과의 시합에서 썼던 기술이 재현되었다.


“검을 놓쳤어...”

“클라크도 졌다고?”


생각도 못한 결과에 기사단원들이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잡았고.

클라크는 어디서 겪은 듯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파비앙 경이 그랬었지.’


-...그 마지막 일격은 잊을 수가 없다. 검이 알아서 스르륵 빠져나갔다니까?


파비앙은 평생을 노력해도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는데.


“설마, 당신이?”

“넌 합격.”


제이드의 합격 통보와 함께.


“뭐야, 왜 이리 소란스러워!!!”


이제 막 연무장에 들어온 파비앙이 무질서하게 대기한 신입기사들을 향해 윽박질렀다.

단단히 화가 났는지 연무장에 있는 전원에게 냅다 명령을 내렸다.


“클라크 빼고 다 엎드려 뻗쳐!”


제이드와 클라크를 제외한 전원이 군기가 바짝 든 태도로 바닥에 손을 짚으며 엎드린다.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넌 뭐하냐?”


일산불란한 모습에 파비앙은 한순간 만족스러워하다가, 아직 꼿꼿하게 서 있는 한 인물에게 다가갔다.


“복장 규정 안지키냐? 당장 여기서 나가...!”


클라크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파비앙은 클라크의 표정을 보지 못했고.

건방진 놈의 머리에 손을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 당신은...히익!”


귀신이라도 본 듯 호들갑을 떨며 뒷걸음치는 파비앙과 엇갈려서.

익숙한 얼굴들이 차례대로 연무장에 입장했다.


“어, 제이드... 단장님.”

“돌아오셨군요.”

“오랜만이야. 세실. 길버트.”


세실은 말을 고치며 제이드를 반겼고, 길버트는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나 없는 사이 다들 너무 편하게 있었나 봐.”


이어지는 제이드의 발언에 그들은 어색하게 제이드의 시선을 피했다.


*


작고 쾌쾌한 먼지가 가득했던 기존 방과 다른 새것 같은 건물.

여왕이 직접 명령하여 두 달 여 만에 완공된 깨끗한 집무실에서.

제이드는 떠나기 전 아론과의 대화를 회상했다.


-일단 네 자리로 돌아가.

-가디언 활동은요?


-나중에 줄게.


아론은 제이드를 프리지아로 돌아가라 말했고, 제이드는 마지막으로 확인 질문을 던졌다.


-정말 병행해도 되는 겁니까? 임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아론은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상관없고. 기술 구상이나 더 해. 겨우 그것만 해선 정식 가디언이 못되니까.

-...네.


교육을 받는 와중 새로운 능력이라도 깨우칠 줄 알았지만, 마땅찮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고.

망령 창만 날름 먹은 채, 제이드는 기사단장으로 복귀했다.


‘기사단장 노릇 하다 보면, 뭔가 생각나겠지.’


디아나가 말하길 아무래도 제이드는 기사단장이라는 업무가 있어서.

스스로 원하지 않는 이상 자잘한 활동은 없을 것이라 했다.


‘나도 그게 편할 거 같고.’


앞으로 큼직큼직한 사건이 있을 때, 활동할 것이라는 소리.

제이드는 그 날이 기대되었다.


“여기는 달라진 게 많은데. 달라진 게 없네.”

“조금만 익숙해지시면 편하실 겁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첫 달과 달리 총무도 생기고, 기사단장이 직접 나설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기본적인 사전지식은 필요했기에 고생하는 중이었다.


“제이드. 퇴근하려면 멀었어?”


집무실의 푹신한 소파에 누운 디아나가 칭얼거린다.

제이드와 마찬가지로, 자잘한 활동을 전부 거절한 디아나도 그를 따라 프리지아에 왔다.


-연구도 좋지만, 밖에서 바람 쐬는 것도 좋지. 잘 쉬다 와.


할 일 없이 지부에서 뒹굴던 디아나가 밖에 나간다는 소식에 아론은 기뻐했지만.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녀의 행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응. 엄청 남았어. 절대 안 끝나.”

“...하아아암.”


제이드의 야근 소식에 디아나의 표정이 샐쭉해지고 지루한 듯 하품을 한다.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피는 디아나의 손목에는.

제이드가 급하게 선물한 팔찌가 있었다.


‘다행히 마음에 드나보네. 저게 얼마짜리인데.’


디아나가 쓸만한 장비를 사느라 제이드는 가진 자금 대부분을 털렸지만.

그녀가 착용한 모습을 보자 괜스레 뿌듯했다.


“대충하고 밥 먹으러 가자.”

“안돼. 나 바쁘다.”


제이드는 디아나의 부추김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은 아침부터 바쁘니까 혼자 먹어.”

“...알았어.”


단번에 내려가는 입꼬리.

시무룩해진 얼굴로 소파에 일어나 집무실을 나갔다.


“아이고, 불쌍해라.”

“제발 좀 닥치세요.”


또 다른 소파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던 아놀드의 한 마디.

제이드는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나라고 그러고 싶겠냐고.’


일부러 자신을 따라온 디아나를 챙겨주고 싶었지만, 제이드는 맡은 것이 많았다.


“내일 임무나 잘하게나. 뭐해야 한다고?”

“호위 임무 아닙니까.”


제이드에게는 내일 호위 임무가 예정되어 있었다.

제이드의 곁에 서 있던 부관, 길버트가 제이드의 답변을 보충해주었다.


“보통 호위 임무가 아닙니다. 저희는 아직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기사단으로, 제이드 단장님께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제이드는 기계적으로 하는 길버트의 설명을 잠자코 듣는다.

저대로 외운 탓인지 도중에 말을 끊으면 처음부터 다시 했기 때문이다.


‘똑똑한데 융통성이 없단 말이지.’


대충 정리하자면, 아직 기사단의 업무가 확정되지 않았고.

이대로 잉여병력으로 남아있을 수 없어서.

현재 3인 체제로 번갈아가며 아놀드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단장님의 팀은...”

“잠깐. 오전에 말했던 대로 자네 혼자 하게. 무단결근한 벌로 말이지.”


아놀드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고집을 부렸다.


“그게 무단이라고요? 직접 허락하셨잖아요.”


제이드는 사실에 근거하여 반박해보지만, 소용없었다.


“아무튼 알아들었지? 어떻게 할 건지 고민 좀 해보게.”

“...임무 끝나고 정하겠습니다.”

‘호위, 치안, 파견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어떤 게 괜찮으려나.’


호위를 전담하는 호위대, 수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대, 파견 임무를 받을 파견대.

제이드는 신생기사단의 목적과 방향을 결정해서 일을 분배받아야 했다.


“그럼 난 이만 가겠네.”

“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네, 네 다들 퇴근하세요.”


이윽고 더는 할 말이 없는 듯 두 사람이 빠져나갔다.


‘호위 임무라...’


제이드가 제국에 있는 사이, 어엿한 여왕이 된 왕녀, 아델라.

기사단장 임명식에서 딱 한 번 쳐다보았던 게 전부였지만.


‘간단하겠지.’


소싯적에 쾰른의 공주님 호위도 해보았기에, 제이드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한편, 밖으로 나온 길버트는 무언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뭔가 설명이 부족했던 거 같은데 말입니다.”

“됐어. 알아서 잘하겠지.”


아놀드가 고민하기 귀찮다는 목소리에 길버트 또한 제이드를 믿고, 고심 끝에 머리를 깨끗하게 비웠다.


*


제이드는 여왕성으로 출근하였다.

많은 수의 경비들과 하녀들이 돌아다니는 데도 매우 조용하다.

다행히 여왕의 스케줄을 호위기사인 자신에게 미리 알려주었고.

임무에 별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붙어 다니기만 하면 되겠네.’


긴 복도를 지나고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 제이드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의 경례를 받고.

여왕이 허락하자 방으로 들어갔다.


‘디아나도 왕가의 피가 섞였다더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


프리지아 왕족 혈통 특유의 하늘색 눈동자.

하늘하늘한 흰색 계열의 제복이 잘 어울렸다.


‘아주 열심히 하는군.’


문서에 열중하는 여왕의 진지한 눈빛.

제이드는 여왕에게 예의를 차리며 정중하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아델라 여왕님.”

“제이드 경인가. 가까이 오게.”


아델라가 제이드에게 다가오라 명령하고, 적당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오늘 내 호위 임무를 맡았다지? 잘 부탁하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이드도 적절한 대답하고, 여왕의 뒤에 서면서 호위가 시작되었다.


‘역시 별 거 없없네.’


오전에 진행하는 회의장에 들어가 마법사들이 하는 토론을 경청했고.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시 공부에 집중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제국에 대한 서적들이군.’


제국에 대해서 만큼은 알아야 한다는 여왕의 의지가 느껴졌지만.


‘심심하다.’


제이드는 하품이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낸다.


‘마법사들의 말싸움은 그나마 볼만했는데.’


이제 책만 보고 있으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했다.

시간이 흘러 공부를 끝마쳤는지, 아델라가 책을 덮었다.


‘이제 여가시간인데. 뭘 하려나?’


보통 차를 마시거나, 독서를 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제이드의 예상과 달리 아델라는 자신의 침실로 향한다.


‘낮잠이라도 자려는 건가. 좋지.’


그렇다면 제이드도 조금 느슨하게 있을 수 있을 터.

제이드는 휴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졌지만.

침실에 도착한 아델라는 침대에 눕지 않고, 밑에서 웬 옷들을 꺼냈다.


‘설마. 아니겠지...?’


여왕은 가림막 뒤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의복을 갈아입은 아델라가 가림막 밖으로 나왔다.


“제이드, 날 밖으로 안내하게.”


당당한 태도로 황당한 요구를 해왔다.

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박살이 나자,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왔다.


“지금 마탑에 보고도 안하고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직도 공주인 줄 아는...”

-너, 대단하다면서? 밖에 구경 좀 시켜줄 수 있어?


순간적으로 깊은 곳에 잠겨있던 기억이 제이드의 머리에 떠오른다.

궁전안에서 갑갑한 생활을 한 왕가의 일원.

조금의 일탈을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 않을까.


‘여왕 탓으로 돌리면 되겠지.’


간절하게 쳐다봐도 해줄까 말까인데, 아델라는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됐다. 누구 죽이라는 명령보다는 나으니까.’


제이드는 고민 끝에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일단 다 벗어요.”


이대로 나가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제이드는 계획을 짜기 시작하면서 손을 바삐 놀린다.


‘일단 악세사리는 다 제거해야 돼.’


왕가의 상징이나 특정할 수 있는 문양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게 생얼은 아니죠?”

“...”


아델라를 설득하여 화장을 다 지운다.

그 위에 자신의 예술성을 덧씌웠다.


“분장술도 익혔는가...?”


표독한 인상으로 확 달라진 얼굴.

생각보다 좋은 솜씨에 아델라가 작게 감탄한다.

이제 준비는 마친 상황.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어디로 갈까.’


악명 높은 경비들이 지키는 남문과 마탑이 점거한 북문.

어느 쪽으로 나갈 것인지 결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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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선택 (1) 22.09.05 1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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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재회 (4) 22.09.01 138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8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2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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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3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3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8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8 0 12쪽
» 32화 복귀 (2) 22.08.15 17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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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면접 (3) 22.08.10 183 0 12쪽
29 28화 면접 (2) 22.08.09 187 0 12쪽
28 27화 면접 (1) 22.08.08 2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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