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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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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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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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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화 재회 (1)

DUMMY

프리지아의 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릴 동부의 맛집.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음식점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기며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그 중 1층은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곳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역시 동부 기사들이군. 견제가 심할 텐데 잘도 올라갔어.”

“50명 중 겨우 한명이 올라가는 건데, 정말 대단해.”


막 예선전이 끝난 대회의 감상을 늘어놓았다.

예상했다시피 하이웰 공작가의 기사들의 활약은 눈부셨지만.


“헌데 중앙 기사단은 영 별로네.”

“이 사람아. 한명이라도 올라간게 어디야.”


수도에서 온 중앙 기사단은 고작 1명이라는 초라한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역대 최대 참가자에서 겨우 나온 지라 심히 보기가 좋지 않았다.


“기대 하지 않는 게 맘 편해.”

“내가 알기로는 두명이라고 하더군. 시드권을 가진 기사도 있다고 들었어.”


맞은 편의 앉은 인물이 자신 있게 정보를 풀었지만.

옆에서 스테이크를 썰던 자가 잔잔히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기사도 원래 동부 기사였어. 그것도 갈색 곰.”

“뭐야, 꼴랑 한명이 맞은 거네?”


차라리 쭉 1명이었다고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동부 기사들의 위엄만 높아진 꼴이 되었다.


“하이웰 공작가 기사님들도 이번에 25명이나 참여했다는데”

“숫자는 비슷한데 결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군.”

“반절 이상이 통과했으니까. 차원이 다르지.”


14명이나 통과한 동부 기사들과 동부 출신이 끼어서 총 2명이 올라간 수도 기사단.

비교하는 게 미안할 수준인데.

이 소식을 옆에서 듣고 있는 제이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


예선전 정말 수고가 많았다면서 오르빌 후작은 위로금을 주었고.

모처럼 다 같이 나온 회식이었지만 기사들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누가 오늘 회식하자고 했어.’

‘일단 모두가 찬성했지.’


단장의 눈치를 보느라 무엇하나 하기도 조심스러웠다.

회식하면서 맛난 음식이라도 먹으면 제이드의 기분이 괜찮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분위기 어쩔 거야.’


풍족한 음식들을 두고도 목이 말라서, 물로 배를 채우는 기사들.

그들은 제이드가 이 상황이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랐다.


“저기 입맛에 맞으십니까, 단장님...?”


길버트는 조심스럽게 제이드의 의중을 떠보지만.

제이드는 무표정으로 묵묵히 고기를 씹을 뿐이었다.

침묵 속에서 내뱉은 그의 한마디는.


“맛있네.”


일말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기사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못 들었나?’

‘그럴 리가 없잖아.’


열심히 소통하는 눈동자.

기사들은 눈빛으로 서로 대화가 통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냥 넘어가나 봐.’

‘우리가 저렇게 말하면 바로 주먹질인데.’


제이드는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다가도 의외로 관대하게 넘어갈 때도 있었다.

좋게 말하면 분별력이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지만.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봐.’

‘휴, 아직 안 먹길 잘했다. 체했을 듯.’


어느덧 제이드에게 익숙해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긴장감이 누그러지고, 기사들이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제이드도 차분한 손길로 새우를 집어 올리는 순간, 근처 손님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저기 보게, 동부 기사들이 아닌가.”

“이런 곳까지 찾아오다니.”


체격 좋은 사람들이 단체로 입장했는데.

아무래도 동부기사들 또한 예선을 마무리하고 회식을 하러 나온 듯했다.


“다니엘. 오랜만이오.”


음식점 주인이 친한 사이였는지 반갑게 맞이하고, 다니엘은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했다.


“알프, 오늘 계산은 우리가 하겠소. 다들 마음껏 마시세요. 공작님이 회식비 다 쓰기 전까지 돌아오지 마시라 하셨습니다!”


터질 듯이 두툼한 금화 주머니가 계산대에 올라가고.

음식점 주인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운다.


“화끈하시구먼!”

“역시 공작님이셔.”

“오늘 아주 배터지게 먹어보자고! 큭큭.”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부는 손님들에게 고맙다는 듯 다니엘은 한차례 손을 흔들었다.

조금 괜찮아지려는 시기에 등장한 불청객들.


“흐음.”


제이드의 눈썹이 씰룩인다.

이는 매우 안 좋은 징조, 단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동부기사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었는지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단체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 3층으로 꺼져 버려!’


모두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숨죽이고 있을 때.

계단을 오르는 와중에 뒤통수가 따가웠던 다니엘은 한순간 뒤를 돌아보았고.

우연히도 딱 제이드와 눈이 마주쳤다.


“...제이드 단장님 아니십니까?”


다니엘은 도로 계단을 내려오면서 제이드에게 다가왔다.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점차 어색한 공기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한 이야기... 다 들었겠지?’

‘크흠, 틀린 말 한 건 없잖아?’


한껏 소리높여 이야기하던 이들은 눈치를 보며 식사를 했고.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이 대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제발 오지 마!’

‘그러다 죽는다고.’


기사단원들은 다니엘이 다가오는 걸음마다 숨이 턱 막혀왔다.

길버트도, 클라크도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제이드를 주시하는 순간.

새우를 머리까지 씹어먹은 제이드가 일어서며 다니엘을 마주 보았다.


“절 아시는군요. 누구시죠?”

“아, 자기소개가 늦었군요.”


초면을 상기시키는 제이드의 발언에, 다니엘이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악수를 건넸다.


“하이웰 가문의 기사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제이드도 눈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받았다.

딱히 할 말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었는지 서로 적당한 덕담을 나눴고.


“...먼 길 오셨을 텐데. 좋은 기억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제이드에게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다니엘은 기사단원들에게도 인사를 남기며 떠났다.


“아까 들으셨다시피 저희가 낼 테니까, 기사단원분들도 마음껏 먹고 가세요. 그럼 이만.”


제이드도 끝까지 웃는 낯으로 다니엘을 배웅해 주었다.


“휴.”

“아무 일도 없었다.”

“야, 빨리 먹고 나가자...!”


그제야 단원들은 안도할 수 있었고, 이곳을 빠르게 나가기 위해 식사에 전념한다.

제이드는 의자에 앉으면서 계단을 오르는 다니엘의 뒤통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다니엘... 길버트 쟤도 참가자야?”

“네, 그렇습니다. 특히 다니엘은 하이웰 공작가의 정예, 갈색 곰의 주목받는 신예입니다.”


열심히 음식을 섭취하는 기사들은 못 봤지만.

길버트는 제이드의 표정이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군.”


분명 무언가 언짢은 표정.

길버트는 어떤 부분이 제이드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이유는 단순했다.


‘눈빛이, 거슬려.’


우걱우걱.

쩝쩝.

제이드의 청각을 더럽히는 단원들의 식사소리.

제이드는 그 소리도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너희, 지금 밥이 넘어가냐?”

“...네?”

“쩝쩝!”


제이드가 느닷없이 시비조의 말투를 내뱉자, 단원들이 멍청한 표정을 보인다.

이후 부하들에게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전원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왜 또 지랄이야.’


다시 눈빛으로 대화를 시작하려 했지만.

제이드는 이미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클라크.”

“네.”

“우리 둘이서 저 자식들 다 박살낸다. 할 수 있지?”

“...네, 알겠습니다.”


한박자 늦은 대답.

클라크는 자신이 없었지만, 안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고생이 많다.’

‘강한 네가 열심히 해야지.’


대회 탈락자들은 클라크에게 측은한 눈빛을 보내고.


‘후작가에서 눈치 보는 것도 지겨웠는데.’

‘이제 관광 좀 다닐 수 있겠어.’


이제 자신들을 구박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


회식이 끝나고 다음날, 제이드는 오랜만에 디아나를 만났다.

디아나는 그녀의 아버지, 오르빌 후작과 비슷하게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

공작의 식사에 초대를 받거나, 공녀의 티파티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였다.


“디아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제이드는 일부러 디아나가 찾으러 올 때까지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대회를 준비하는 자신보다 디아나가 훨씬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너야말로 대회 준비로 바쁘지 않아?”

“너도 알잖아.”


디아나는 먼저 제이드의 안부를 물었고,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준비할 게 없다는 것을 디아나도 알 것이다.


“알지, 걱정할 필요 없는 건. 그런데 그게...”


뭔가 부탁할 것이 있는지 망설이는 디아나의 어투.

제이드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했다.

씨익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나 시간 있는데. 어디 놀러 갈까? 극장이나 호수도 관광지로 유명하던데.”


그동안 대회 때문에 눈치 보여서 어디 구경하러 다니지도 못했지만.

예선전이 끝난 지금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디아나도 제안이 기뻤는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하는데.


“좋지...! 가 아니라, 아버지, 후작님이 부르셔서.”

“...왠일이시지. 알았어. 옷 좀 바꿔입고 갈게.”


본선을 대비하는 척 운동을 하고 있어서, 제이드는 땀에 절여져 있는 상태였고.

이 꼴로 후작을 보러 가는 건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무슨 일 있나? 바빠서 회식비용도 집사를 통해 주신 분이.’


도착 첫날 예선전을 잘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서는 후작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후작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제이드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중요한 일인 건 확실한데.’


환복을 마친 후, 후작의 집무실에 찾아가자.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짓는 후작과 만날 수 있었다.


“자네에게 호위 요청이 들어왔다네.”


급한 사항이었는지, 후작은 본론부터 꺼내 들었고.

제이드도 대충 예상되는 인물을 먼저 거론했다.


“설마, 기어코 프루다 공녀가 저를 호출한 겁니까?”


하이웰 공작가 공녀가 기사에 관심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이드는 그럴 명분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작가 기사들 내버려두고 굳이 저한테 부탁할 수 없을 텐데요.”

“그래, 프루다 공녀가 요구한 게 아니다. 더 까다로운 손님이 부탁한 거지.”


후작이 까다롭다고 말할 정도의 인물.

제이드는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기분을 느끼며, 후작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쾰른의 아그네스 공주.”


마침내 후작이 손님의 이름을 말하자.

제이드는 후작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아그네스 공주라고요?”


제이드는 표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후작은 되묻는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충분히 제이드의 심정을 헤아렸는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쪽에서 자네를 지목했어. 어떻게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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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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