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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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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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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46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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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5화 호위 (3)

DUMMY

클라크가 단숨에 제이드에게 달려들고.

중구난방하게 모여있던 기사들이 클라크를 중심으로 진을 짜기 시작한다.


“나중에 딴말하지 마세요.”

“한 시간마다 놀려야겠어.”


제이드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그 와중에 승리를 생각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처음 이들을 이끌었던 지도자 세실.

그는 2달 동안 제이드의 부재로 내심 실망이 컸다.


‘얕은수를 쓰는군.’


이제 더는 선망의 대상은 아니지만, 세실도 진심으로 제이드를 이기고 싶었다.

그렇기에 제이드의 격장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저것이야말로 제이드가 바라는 일이지. 애초에 저런 식으로 이겨봤자 하나도 의미 없어.’


이대로 아델라님이 꼭꼭 숨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제이드의 승리가 되어버린다.


‘나는 달라졌어.’


길버트의 말에 상처받고 울었던 세실은 사라졌다.

이제 세실은 어떠한 승부에서든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철혈의 기사.


‘거기서 잘 붙들고 있어.’


제이드의 발언에 불타오르는 기사단을 뒤로 한 채, 중앙의 계단을 올라간다.

뒤통수가 따가워서 뒤를 쳐다보자 제이드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졌다고 울지는 말라고. 하하.’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닫고, 일부러 천천히 계단 한 칸식 올랐다.

끝에 가까월 질수록 제이드가 초조해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제이드는 세실에게 외친다.


‘무슨 말을 하려고? 나는 이제 적의 말에 휘둘리지 않아.’

“세실, 넌 여기서 도망치면 울보라고 수도에 소문을 낼 거다!”


세실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멋진 판단으로 승리로 이끌 주역.

후배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을 기사에게 울보라고 하다니.


‘누가 그런 헛소리를 믿겠어.’

“입구에서 했던 말 기억나지? 길버트 경이...”


전부 다 기억하고 있다는 제이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털어놓을 듯한 표정.

세실은 신속하게 계단을 내려온다.


‘좋아. 이걸로 아델라가 도망갈 시간이 되겠지.’


제이드가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밟자. 애들아 다들 이날만 기다렸지?”

“예!”


세실의 질문에 모두가 악을 지른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고, 이참에 원한을 다 풀 생각으로 보였다.

그 사이 몇 명을 쓰러뜨린 모양이지만, 아직 열댓 명의 기사들이 남아있었다.


“다리를 노려서 움직임을 제한해!”

“대가리, 대가리!”

“등짝, 등짝을 노려!”


본격적으로 힘을 합쳐 공략해가자, 제이드는 몰매를 맞기 시작했다.

진검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정도.

물론 실전이라면 이렇게까지 될 일도 없을 터.


‘이러기 전에 도망쳤지.’


이것은 훈련, 제이드는 끝까지 맞서 싸웠고, 기사들은 계속 제이드를 몰아붙쳤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사람이야?’

‘미친, 괴물 자식...!’


분명 전황은 유리하다.

점점 손발이 맞아가면서 탈락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제이드도 지쳤는지 검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제발 좀 쓰러져라!”


갑옷이 구겨지고 온몸이 엉망이 되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몇 번이나 정통으로 머리를 처맞아 피가 튀고.

손목은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검을 절대 놓지 않았다.


“크흐흐... 난 지지 않는다!!!”


깨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을 빨갛게 물들였다.

더욱 진해진 듯한 광기가 서린 안광.


‘이러다 죽겠는데?’


제이드가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그것만 본다면 멀쩡하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사들은 그의 상태를 알았고, 또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러다 폭주하면 어떡해?’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지 살수를 쓰지 않고 있지만, 언제 이성을 잃고 날뛸지 모른다.

물론 바로 기절할 수도 있지만, 너무 희망적인 관측일 뿐.

여기 있는 모두가 저 광전사가 얌전히 쓰러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저거 어떻게 해.”

“몰라...”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제이드는 눈을 감고 체력을 회복하고 있으니,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세실이 결심을 마치고 무리에서 이탈했다.


“세실, 소문이 두렵지 않은 거냐!”

“패배자의 말 따위 안들린다.”


제이드가 진노하며 세실에게 호통을 치지만.

오히려 냉정을 되찾은 세실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갔다.


‘이미 훈련을 벗어났어.’


실전 훈련도 뭣도 아닌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

기사단의 화풀이는 끝났고, 남은 건 제이드의 오기뿐.

여왕님이라도 모셔와야 이 사태가 수습될 것 같았다.



“거기서!”

“애들아, 잘 붙들고 있어라.”

“넵!”


괴성을 지르며 나오려는 제이드를 막아 세운다.

무섭지만 죽이지는 않았으니, 다같이 육탄공세를 펼쳤다.


“날 막아?”


뒤를 잡았던 기사가 내쳐지고, 어깨를 붙잡은 기사가 넘어지지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버티자, 제이드는 나아갈 수 없었다.


“거기 얌전히 있어.”


세실은 제이드가 완전히 제압된 상태에서 얌전하게 있는 것을 보고.

진정시켰을 때, 끝을 내는 게 깔끔한 것을 알았지만.


‘이 한마디는 꼭 해야겠어.’


완벽한 결말을 위해 계단 끝까지 다다르고 말했다.


“네 패배야.”


가만히 지켜보던 제이드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놀아주니까. 아주 만만해 보이지...!’


이를 악문 제이드가 허공에 손을 내밀자, 장내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제이드한테 모인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헛손질에 불과할 텐데.


“뭐야 저거.”

“던지지 못하게 막아!”


제이드의 손에는 일렁거리는 회색의 창이 쥐어져 있었다.

세실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며 피하려 했지만, 제이드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내가!”


회색의 창에서 잿가루가 흩날리고, 몸에서 뿜어져 나온 잿빛의 연기가 바닥에 깔린다.

제이드를 중심으로 기류가 형성되면서, 다시 신체로 흡수되는가 싶더니.

다리를 타고 올라가 팔뚝을 휘감았다.


“서라고 했잖아!!!”


제이드가 기다란 회색의 창을 던졌고, 먼 거리의 투창인데도 소리 한점 들리지 않았다,

그저 순식간에 날아간 창이 세실에게 명중했다는 것만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이드...!”


세실에게 코앞으로 다가온 회색의 창.

세실의 입장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온 투창이었기에 피할 수가 없었다.

아주 짧은 시간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안돼, 꿰뚫린다!’


복부를 관통당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둥실.

다리가 들리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크으으으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세실의 육체.

새로 장만한 기사단의 갑옷이 가볍고 튼튼한 것에 감사해야 했다.

샹들리에를 박살 낸 창은 기세가 조금도 죽지 않고 천장에까지 닿았다.


‘날 죽일 셈이냐?’


아직도 기운이 넘치는지 천장에서 한참을 붙어있을 때.

쩍.

갑옷에 미세한 균열이 일고, 세실은 죽음을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휘이잉.

어떻게 알았는지 창의 형태가 풀리고 연기로 화하더니, 제이드의 곁으로 흘러가 앞으로 뻗은 손에 빨려 들어간다.


‘살았다...’


제이드의 손등에 다시 새겨지는 창의 문양.

쿵.

샹들리에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세실 또한 계단으로 떨어지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기사는 슬며시 제이드의 옷자락을 놓았다.


*


적막만이 흐르는 방에서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좁은 방을 꽉 채우는 커다란 둥근 원탁.

회의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두침침한 공간.

그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녀와 아저씨 둘이 앉아있었다.


“새로운 활동이다. 스테인, 아무래도 네가 가봐야 할 것 같아.”


가디언의 대장, 아론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품 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낸다.

아론의 등장에, 스테인이라 불린 인물은 편지를 받아들고 내용을 보았다.


“남부 바위산, 그곳에 더 나올 게 있었나?”

“그러게 말이다. 신기하지? 발견한 것도 우연이고.”


정작 건네준 당사자, 아론은 책상에 대충 걸터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스테인은 차근차근 기억을 뒤졌지만, 이렇다 할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게 다야?”


제국 요원이 전해준 것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

직접 가봐야 알 것 같다고 판단하며 편지를 돌려주었다.



“한 번씩 읽어봐.”


그러면서 아론이 클로에에게 편지를 던졌고, 클로에는 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아 의자 뒤편으로 넘어갔다.


“어어!”


쨍그랑.

당황하며 일어난 클로에의 품에서 유리병이 떨어져 깨졌다.

떨어진 편지와 깨진 유리병을 보다가 먼저 유리조각을 주웠다.


“에이, 위험하게. 베드로 치워 줘.”

“네. 클로에, 저한테 맡기고 문서 읽으세요.”


클로에는 의자 뒤의 종이를 가져와 자리에 앉았고, 베드로가 거침없이 유리조각을 쓸어담는 모습을 보았다.


“으익...!”


자신이 아픈 듯 한껏 찌푸린 표정을 짓더니 편지로 시선을 잽싸게 돌렸다.

아론과 스테인은 임무에 대해 논의하며 활동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해 나갔다.


“남쪽은 오랜만일 텐데. 괜찮겠어?”

“문제없어. 그래도 전투원 한 명 붙여줄 수 있나?”


턱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고민하던 스테인은 도와줄 가디언 하나를 요구했다.


“조금 애매하긴 한데.”


가디언은 개인판단하에 활동에 지장을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경우, 언제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좋아, 안 그래도 요새 쓰레기들이 안 보여서 찝찝했는데. 대비하는 걸로 하자고.”


아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허락한다.


‘이제 누구를 함께 보낼지 선정해야 하는데.’


아론은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기에, 베드로를 쳐다보았다.

베드로는 아직 편지를 못 봤는지, 클로에가 다 읽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


클로에는 허겁지겁 탐독해나갔고, 다시 넣지도 않은 채 봉투와 함께 베드로에게 넘겨주었다.


“클로에는 누가 좋아?”

“리나인은 안되고... 라이언도 안되고... 스테인은 이미 포함되어있고...”

“여기 있는 사람에 디아나랑 제이드만 더하면 돼.”


이러다간 가디언 전체를 손가락으로 꼽을 것 같아서 아론이 단순하게 설명하자.

클로에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한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디아나!”


디아나가 여기 있었다면 정말 클로에를 말렸겠지만, 그녀는 클로에를 방치하고 제이드와 놀고 있었다.


“제가 가도 됩니다.”


신속하게 다 읽은 베드로는 자신이 가도 된다고 뜻을 밝혔다.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


“...!”


크게 깨달은 듯한 클로에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열려 할 때.


“안돼.”


아론이 바로 거절한다.

여러 명을 동원해야 할 어려운 활동 혹은.


“차라리 단독임무를 맡으면 모를까. 너는 안돼.”


베드로는 지원에서 항상 후순위에 있어야 했고, 클로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론은 딱 적당한 인물을 꼽았다.


“...제이드로 하자. 슬슬 첫 임무를 줄 때가 됐어.”


제이드는 가디언의 첫 활동을 안한 상태.

큰 사건은 아닐 것 같지만, 이 정도면 첫 임무로 나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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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2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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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호위 (3) 22.08.17 17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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