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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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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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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작성
22.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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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면접 (3)

DUMMY

‘소리가 멈췄어?’


아론은 해제하지도 않은 폭풍 소리가 잠잠해진 것을 알았다.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한 먹먹함만이 가득한 공간.


"하나도 안보이느군."


일단 안개를 전부 거둬내야겠다고 여긴 아론이 행동하려는 순간.

안개 속에서 괴물이 뛰쳐나왔다.


“후우...하아...”


제이드는 내쉬는 숨에서도 새하얀 김을 뿜어내더니,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다가와 아론의 목을 노렸다.


“노움. 막아”


이번에는 고깔모자를 쓴 꼬마 정령이 밑에서 불쑥 나타나고, 손에 쥔 곡괭이로 제이드의 검을 막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노움이 밀리는 상황.


“아주 정신을 놓아버렸군. 이걸 어쩐다.”


칼이 점점 다가오는 대도 아론은 여유롭게 뱀을 쓰다듬었다.

아론은 제이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한껏 숨을 들이쉬고 폐부를 가득 채운 공기와 함께 안개 너머로 토해냈다.


“전원!!! 밖으로 나가!!!”


면접실에 있는 멤버 전원이 그 소리를 듣고 분주하게 밖을 향했다.

뜀걸음으로 나아가던 클로에가 우당탕탕 한 바퀴 굴러 넘어졌다.


“으엑.”

“어리바리 까네, 진짜! 죽을래?”


방향을 못 찾고 있는 클로에를 리나인이 낚아채 간다.

가디언들이 전부 나가고 둘만 남은 면접실.

제이드는 정신이 가출한 상태로 아론이 하는 말을 들었다.


“죽지 마라.”


아론이 세상을 다 가진듯한 흡족한 미소를 띤다.

붉은 뱀이 팔뚝에서 풀려나오더니 공중에서 모습을 바꾸었다.

사슴의 뿔과 빨갛게 반짝이는 비늘.

길어진 주둥이에는 큼직한 이빨이 보이고, 수 배는 두꺼워지고 길어진 몸체.

시뻘겋게 끓는 마그마를 입에 머금고 화룡이 등장한다.


‘뜨거워...’


몽롱한 의식 속에서 강렬한 열기를 감지하고, 제이드는 반사적으로 물러선다.

콧김을 내뿜은 노움이 고깔모자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몸을 웅크리더니 덩치가 불렸다.


"물러설게 아니라 막았어야지."


화룡은 제이드가 아닌 노움을 향해 용암을 내뿜었고, 커다란 신체는 벌겋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노움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펑."


마침내 준비가 끝난 노움이 양팔을 들어올린 자세를 취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면접장이 폭파되었다.


“대장, 적당히 좀 하라고!”

“역시, 아론 대장이라니까요.”


리나인이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마를롱은 엄지를 치켜세운다.

대부분의 가디언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클로에는 아직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었고.

디아나는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게 대장의 힘...’


시간이 흘러 아랫도리만 남은 아론이 새까만 숯덩어리를 들고 나왔다.


“클로에. 회복시켜.”


아무래도 제이드인 모양.

클로에가 일어나 제이드의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라이언에게 이동을 부탁했다.


“라이언. 옮기는 것 좀 도와줘.”

“알았어. 앞장서.”


베드로가 겉옷을 가져와 아론에게 건네고, 리나인은 아론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내가 대장한테는 찍소리도 못한다니까.”

“허튼소리 그만하고 정리하자.”

“네에.”


말보다 탈이 많은 제이드의 면접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


영영 못 일어날 것 같았던 제이드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이틀 만에 일어났다.

영구적 손상도 각오해야 할 상태에서, 상처는 물론 흉터 하나조차 남지 않았다.

오히려 보양식을 먹으며 푹 쉰 날인 듯, 제이드는 온몸에 활기가 넘쳤다.


“드디어 일어났다. 라이언~!”


클로에는 제이드가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라이언을 부르며 나간다.

붙잡을 새도 없이 휙 나가버리고, 홀로 남겨진 환자는 책상에 놓인 쪽지를 펼쳐보았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제 만족했겠지. 제비뽑기로 라이언이 네 교육을 담당하기로 했다. 잘 배우도록. 아론-


제이드가 기절한 사이에 자기들끼리 정리를 한 모양이다.


'...인정해야겠지.'


뻐근한 느낌도 없이 가볍게 일어난 제이드는 먼저 창문을 가리는 커튼을 열어젖혔다.

눈부신 햇살에 인상을 찌푸릴 때.

뒤에서 라이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몸 멀쩡하지?”

“네, 정말 아무렇지 않네요. 그렇게 당했는데.”


분명 화상 자국 정도는 남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제이드의 몸에는 새로운 흔적이 없었다.

찢기고 불탔던 기억이 생생하지 않았다면, 제이드는 꿈을 꾸었다고 여겼을지도 몰랐다.


'제국은 의료수준도 높군.'


놀라운 회복에 믿지 못하고 있을 때.

라이언이 제이드에게 자신을 따라오라 손짓했다.


“미안한데 이틀이나 늦어서 말이지.”


제이드의 면접 때문에 모인 가디언들은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고.

라이언은 이틀 동안 제이드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환자복을 입은 상태였지만, 제이드는 옷은 신경 쓰지 않고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일단 여기부터 가봐야지. 내가 약속했지? 직접 안내해 준다고.”


라이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표지판을 따라 전시관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물관 정문에 도착.

사실 제이드는 전시관에 별로 기대가 없었다.


‘볼 게 있으려나?’


박물관이라고 하면, 지루한 역사를 기록하여 문자로 길게 늘어뜨리거나.

고작 진짜가 아닌 모조품을 만들어 놓은 정도였으니까.

가디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구경하기에 앞서 첫 번째 수업을 시작해볼까?”


별안간 라이언이 입구를 가로막았다.

빠르게 훑어보고 나올 생각이었던 제이드는 라이언의 제지에 걸음을 멈췄었다.


“여기서요? 무슨 수업입니까?”


두 사람이 입구 앞에 가만히 서있자 문에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완벽히 비매너적인 행동이었지만, 다행히도 견학 온 사람들은 없었다.


“저번에 보여준 거. 그 뭐냐, 연기 뿜어내는 거 있잖아. 써 봐.”


제이드는 순순히 손바닥에 정신을 집중.

희뿌연 연기가 새어나와 바닥에 내려앉는다.

유심히 지켜보던 라이언이 흘러내리는 연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네가 다루고 있는 게 뭐 같아?”

“마력...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제이드는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배우는 입장이기도 하고, 마력과는 다른 이 기운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그래도 그건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마력이 전부인 줄 아는 마법사들이 많지.”


혀를 차는 그의 모습에서, 마법사에 대한 혐오가 살짝 묻어 있었다.


“단순히 에너지원에 불과한데 말이야. 언제든 발견하고 만들어질 수 있어.”


라이언의 진지한 설명을, 제이드는 두 귀를 활짝 열고 머리에 저장하려 들었다.


“기력, 에너지, 기운, 생명력, 근원. ”


비슷한 낱말들을 나열하고 한번 숨을 쉰 다음 외치는 단어.


“혹은 ‘신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가디언 대부분이 무신론자라서 우리끼리는 그리 안 불러.”

“그렇군요.”


고대시절 이후 종교는 쇠퇴하고 개인의 믿음을 추구하는 시대.

특정 종교의 교리를 믿으라 강요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짓이다.

라이언의 발언을 해석하자면 결국 각자 본인이 편한 대로 부른다는 것 같았다.


“마나도 말도 안 되는 동력원이지만, 이거야말로 정말 괴상한 힘이지.”


가디언이 알아낸 기운의 효능은 많았다.

컨디션과 체력에 기반을 둔다는 것과 너무 무리하게 사용하면 영구적인 패널티를 가지게 된다는 점.

라이언은 차근차근하게 제이드에게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기적에 가까운 이 힘을, 넌 어떻게 쓸 거냐?”

“저는...”


언제나 전투에서 있는 그대로, 혹은 그냥 저절로 사용했던 제이드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하나도 모르겠네. 감도 안잡힌다.'


디아나 같은 경우에는 그녀와 함께 싸워줄 마법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이러니까 디아나가 뭐라 한 거겠지.’


고차원적으로 사용하는 디아나와 달리 제이드는 찌르고 베고 날리는, 단순무식한 사용자였다.

아껴도 모자를 판에 무분별하게 써서 기운을 낭비하는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난 별로 똑똑하지 않아.”

“...아, 그러시군요.”


뜬금없는 소리에 괜히 제이드가 의아했지만, 라이언의 진지한 어투와 모습에서 설득을 당했다.


“대신 단순하고 강력한 능력을 가졌지. 내 능력이 가장 보여줄 만한 예시일 거야.”


팔 근육을 과시하는 라이언을 바라보며 제이드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힘을 다루는지 궁금해졌다.

라이언이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클로에! 책상 좀 가져와 줘.”


안쪽에 따로 관리실이나 휴게실이 있었는지, 클로에가 자기 키만 한 높이의 책상을 번쩍 들고 나왔다.

위에서 본다면 탁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조그만 게 힘이 좋네.’

“손 내밀어 봐.”


전에 했던 팔씨름 행사처럼 제이드와 라이언이 손을 잡았다.

클로에는 탁자에 들러붙어 둘이 하는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번 전력을 다해 봐.”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힘을 주어도 꿈쩍도 않는 팔.

희미한 미소를 띄운 라이언의 얼굴을 보고, 제이드는 진심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도 여유롭나 보자고.'


바닥에 깔린 연기가 제이드의 발목, 다리를 타고 올라오더니 어깨부터 팔뚝까지 감싸 머물렀고.


“그게 단순한 기운이고.”


라이언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손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단단해진 두 손에서 나오는 강한 악력.


‘큭...!’


제이드의 입에서 한순간 신음 소리가 나올 뻔했다.

라이언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더한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기술로 발전된 능력이야.”


쿵.쿵.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건만, 제이드는 주변이 요동치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느껴져?”


라이언은 제이드처럼 단순하게 기운을 불어넣은 것이 아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제이드의 눈에 라이언이 기운을 가공하는 방식이 선명하게 보였다.

정확히는 가공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하고 있었다.


“마치... 엔진 같습니다.”

“그치? 난 이 능력을 개발하는 데 2년이 걸렸어.”


라이언의 기운은 마를롱이 설명해주었던, 엔진으로 보이는 기관의 연료로 소모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마를롱과 리나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완성도 못 했겠지.”

‘계속 기운만 낭비하다가 아놀드와 같은 꼴이 되었을 거고.’


라이언은 뒷말을 굳이 내뱉지 않았다.

로열 나이트를 비롯해 강자들이 많은 데도, 가디언에 기사가 없는 이유.


'기사의 특유의 충직함과 강직함은 오히려 독이지.'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유로움과 독창성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잘못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라이언은 또다시 과오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


‘이게 단순하게 사용하는 거라니.’


제이드는 라이언의 손을 놓고 허탈하게 웃었다.


“넌 나보다 나은 점이 있어. 벌써부터 기력을 잘 다루고 있잖아.”


제이드가 마력 간섭이라 칭한 기술.

여전히 마력 간섭이 맞는지 의심스럽지만, 구태여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상관없었고, 명칭이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가디언마다 사용방식은 천차만별이야. 많은 고민을 거듭해.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너라면 할 수 있다는 듯 라이언이 제이드의 어깨를 두드리자, 곁에 있던 클로에 또한 책상 위에 올라가 제이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얘는 뭘까?’


제이드는 클로에의 정체에 의구심이 들었다.

어린애치고는 힘은 좋았지만, 전투원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마스코트라도 되는 것일까.


‘실전에서는 다르려나?“


클로에는 제이드의 눈을 보고 제이드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곧바로 책상을 들고 사라졌다.

라이언은 클로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힘에 대한 정의는 아직도 불명확하지만, 능력을 부르는 호칭은 정해뒀어.”


각자의 고유기술이라는 의미에서.

명칭은 ‘오리진’으로 정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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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2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40 0 11쪽
41 40화 전원 (1) 22.08.24 145 0 12쪽
40 39화 첫 임무 (4) 22.08.23 163 0 12쪽
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38 37화 첫 임무 (2) 22.08.19 152 0 11쪽
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8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8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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