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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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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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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71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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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5화 어셔 백작가 (4)

DUMMY

자정에 가까워진 시간임에도 불빛은 환하게 저택을 밝힌다.

백작가의 병력 또한 분주하게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었고.

기사단장, 가스통은 영주의 방앞에서 간략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침입자를 발견했다고?”

“네, 조금 전에 쫓겨난 프리지아 놈들이 몰래 잠입해 들어왔습니다.”


성벽을 넘은 제 2기사단은 백작 저택에 도착하기도 한참 전에 그 정체를 들켰고.

소식을 들은 가스통은 백작가의 기사들을 소집했다.

아무리 약하다고 취급받아도 저들은 기사. 영지에 배속된 일반 경비병들로는 막기 힘들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기사는 이게 전부인가?”


적의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

저택 내부 감시를 철저히 하라는, 백작의 명령 때문에 인원을 차출하기 여의치 않았다.


“반드시 사로잡아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어셔 백작가는 여왕으로부터 사절단을 건드리지 말라는 언질을 받은 상황.

저들이 이리 난동을 부려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다.


‘저 중에 머리를 쓸 줄 아는 자가 있었나.’


최대한 멀쩡하게 제압한 이후 하이웰 공작령으로 추방해야 했다.

이런 조건이 겹치자 제이드의 부하들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었고.


‘뭐지, 할만한데?’

‘이게 쾰른의 기사?’


이는 사기증진으로 이어졌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별거 없네!”


의기양양해진 기사단원들이 다수의 이점을 살리며 마중 나온 백작가의 기사들을 상대한다.

끝없이 올라간 사기로 인해 기사단원들은 두려움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냐!”


동작이 커지고 빈틈이 드러나자마자.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노련한 상대들에게 금세 제압당하고 만다.

백작의 정예 기사들은 이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어라...?”

“강하잖아?”

“이거 안 되겠는데?”


몇몇이 제압당하고, 병사들과 협력하여 싸우기 시작하자.

점점 기사단의 진격이 느려지며 멈췄다.

전원이 붙잡히는 최악의 장면이 기사들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을 때.


“쫄지마, 우리가 많다. 뚫고 나가!!!”


파비앙이 검을 들이밀며 용기를 북돋았고.


“우아아아아아!!!!”


이내 멈췄던 기사단의 걸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었지만, 사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적의 전력은 손실이 없는 방면, 기사단은 점점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큭, 도와줘!”


다리를 베인 동료가 무릎 꿇는다.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길버트, 어차피 죽이지 않아!”


백작가 기사들의 허점을 눈치챈 세실은 재빠르게 길버트에게 알린다.

정말 반가운 소식, 목숨에 지장이 없다면.


‘버릴 건 버린다.’


그들에게 더욱 거리낄 것이 없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길버트가 큰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돌격! 돌격! 오로지 돌격뿐이다!!!”

“와아아아아아!!!!”


한점 돌파에 성공한 기사단이 백작가 병력을 뚫고 나가며 저택에 가까워진다.


“나까지만...!”


물론 그 와중에 많은 낙오자가 발생했지만.

어차피 이들에게는 승산은 없는 상황이다.


“잊지 마라, 우리 목적은 단장님 구출이다!!!!”


침입 전 정해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택으로 향한다.

제이드의 도움이 되기 위해 그의 부하들은 불나방처럼 무모하게 저택으로 달렸다.


*


“이거,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는데?”


수풀 뒤에 몸을 숨긴 제이드 일행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셔 가문의 병력을 보았다.


“아무래도 제이드, 자네의 부하들이 시선을 끌고 있는 모양이야.”

“저것들이 도움이 될 때가 있군요.”


내뱉은 말은 매몰차 보였지만, 제이드는 마음속으로는 감동하고 있었다.


‘자식들, 의리는 있네.’


라이언 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부하들 덕분에 더 수월해졌다.

포르테는 제이드에게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여왕의 명령 때문에 우리는 너희를 죽이지 못해.”


제이드의 표정이 밝아지고, 포르테도 안도하며 말을 이었지만.


“네 부하들과 합류한다면 문제없겠어.”

“그럴 필요 없어.”


제이드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죽지만 않으면 문제없어.’


부하들의 목적은 아마 자신을 구출하는 것일 터.

이걸로 이미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알아서 잘하겠지.”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포르테는 제이드의 말을 쉽게 믿어주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성공이 거의 확정된 것이나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애초에 제이드 혼자 있어도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라이언이라고 했던가.’


저 수상한 자까지 있으니 변수라고 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빨리 끝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고.

제이드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포르테는 그의 부하들이 정말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으려나.’


물론 기사단을 믿는 다기보다는 시험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제이드는 부하들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제 2기사단은 저택 내부에서 얼마 못 가 전원이 제압당했다.


“이놈이 마지막이죠?”

“그래, 고생 많았어.”


마지막까지 서 있는 클라크의 곁에는 파비앙이 코피를 흘리며 기절한 상태였고.

길버트는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져 있었다.

애초에 저택의 담장을 넘은 이는 이 셋이 전부인 상황.


“아닙니다. 마무리도 하고 갈게요. 이대로 가면 예의가 아니죠.”

“알았다. 빨리 끝내도록.”


얼핏 보면 기사들에게 포위당하고 이후 제압당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저 해리라는 청년에게 세 명이 전부 당하고 말았다.


“너는 쓸만하네? 프리지아 중앙기사라고 해서 조금 무시했는데. 사과할게.”


클라크의 분투에 해리는 사과를 건넨다.

비록 다니엘에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클라크는 제 2기사단을 웃도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프리지아 전체를 놓고 보아도 강한 축에 속한다.


‘...정말 기사들의 나라였군.’


다니엘은 신예라고 불리기는 해도 클라크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외모만 보아도 해리는 그보다 어린 게 틀림없었다.

제이드가 규격 외라 참고가 안 되긴 하지만, 역시 기사들의 수준은 프리지아 보다 훨씬 윗줄이었다.


‘이렇게 실패하는 건가.’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리로 날아드는 상대의 검면을 똑바로 바라보며.


‘제이드 단장님, 죄송합니다.’


그가 존경하는 제이드에게 사죄를 건넸다.


*


팍. 탁. 툭.

간결한 소음이 일며 저택 내부의 병력들이 쓰러진다.


‘이럴 수가...!’


이와 비슷한 장면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포르테는 매번 똑같이 놀라고 있었다.

제이드와 포르테는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될 뿐.

라이언의 기습으로 저택 내부에 있는 병력들 대부분이 정리되었다.


‘티모시 장군보다 강해.’


포르테는 정확하게 라이언의 강함을 평가할 수 없었지만.

그가 알기로 제일 강한 티모시 장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니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척후병으로 이만한 인물이 오다니.’


포르테는 고작해야 전초전을 예상하고 보낸 사람이 이 정도일 줄은 예상도 못 했고.

자기 생각을 전면 수정하게 되었다.


‘정말 쾰른을 뒤집으려는 속셈인가?’


전쟁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뇌리에 박히고.

이미 어셔 가문은 이 거대한 싸움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포르테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여기가 목적지 맞나?”

“네, 여기서부턴 저한테 맡겨요.”


기절시킨 병사를 조심히 내려놓으며 하는 라이언의 물음에 제이드가 대답하며 그를 지나친다.

백작이 잠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문가로 새어나오는 빛을 보며, 제이드는 문을 열었다.


“아버지. 반갑습니다.”


넓디넓은 방안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네 기사의 눈빛을 무시하고 아버지께 인사를 올리지만.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백작은 두 아들이 반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인상을 한껏 찌푸리다가 이내 기사단장에게 손짓한다.

가스통은 화답하며 검을 꺼내 들고, 나머지 기사들도 마지못해 검을 뽑았다.


“아버지는 지금 심신이 미약하셔서 제정신이 아니다. 방으로 모셔라!”


포르테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세 명은 서로의 눈치를 보았지만, 가스통만큼은 반응이 없었다.


“제이드. 역시 안되나 보다.”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것처럼 구는 그 모습에.

포르테는 이를 악물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나에게 맡기라니까.”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이드는 검 손잡이를 붙잡으며 중얼거리고.


“너희, 나중에 어쩌려고 이러냐. 빨리 검 집어넣지?”


기사들을 향해 경고했지만, 제이드를 향해 경계할 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기사가 주군에게 검을 들이밀다니. 일단 그 버릇부터 고쳐줄게.”


검이 뽑혀나오며 푸른 빛의 검기가 백작을 향해 날아간다.

갑작스러운 기습이지만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

한 기사가 백작의 앞으로 나서며 보호하는 모습을 보고, 제이드는 비웃었다.


“그거 그렇게 막으면 안 되는데.”


오러로 맞대응하는 기사의 검이 균열이 가고, 깨진다.

촤악.


“크억!”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깊은 상처가 생기며 피가 터져 나오고.

힘이 다한 듯 푸른 빛 검기는 회색 연기로 흩어졌다.

단번에 쓰러진 기사를 보고 기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제이드를 노려보았다.


“왜, 내가 봐줄 거 같았냐?”


제이드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다.

검기는 일격에 오러를 쏟아내는 비효율적인 기술이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뛰어난 편이다.

당연히 피하는 게 상책인데 그것을 저들이 몰랐을까.


‘그런 마음가짐도 없이 형과 나를 잡아넣은 거냐?’


그냥 방심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 설마 도련님이 그러겠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니 봉변을 당하는 것이다.

아무리 영주의 명령이라지만 자신들을 이리 취급하다니.

이들은 자신들이 한 짓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깨달아야 했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 뭔가 느끼는 게 있겠지.’


마지막에 검기를 연기로 흩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제이드는 결코 죽일 생각이 없지만, 상대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즉결처형을 받은 처참한 광경.


‘이렇게 죽어야 하는 건가?’

‘언제든 죽음을 각오하긴 했지만...’


영주의 자리를 놓고 사투를 벌이는 것도 아니고.

고작 노망난 백작의 변덕으로 인해 이렇게 사망해야 한다니.

그들의 최후가 이래서는 안 되었다.


“뭣들 하는 거냐! 저들을 다시 투옥해라!!!”


만약 영주가 진정으로 바라고 있었다면, 기사들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겠지만.

평소 온전치 못한 상태였던 데다가 확연히 달라진 백작의 행색이 그들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기사들의 머뭇거림을 눈치 챈 제이드는 백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라도 깨달은 게 있으면 끼어들지 마. 난 저 제정신이 아닌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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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선택 (1) 22.09.05 136 0 11쪽
48 47화 재회 (5) 22.09.02 130 0 10쪽
47 46화 재회 (4) 22.09.01 137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7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1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39 0 11쪽
41 40화 전원 (1) 22.08.24 1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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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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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2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7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8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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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박물관 관람 22.08.11 19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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