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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63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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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2화 어셔 백작가 (1)

DUMMY

-흐아암. 응? 여기가 어디야.


하품을 하며 일어난 제이드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

무심코 살펴본 손은 영체를 지닌 몬스터처럼 반투명한 상태였다.


-설마... 잠든 거냐?


제이드는 분명 자신의 방에 도착한 후.

침대에 걸터앉은 채, 포르테를 설득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파할 기가 막힌 방법이 없을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진 듯했다.


-잘 거면 좀 편히 자던가, 꿈속에서도 고민을 해야 해?


일어난다고 해서 여기서 쥐어짜 낸 방법들을 고스란히 기억해낼까.

제이드는 오히려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좀 쉬자.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공중을 헤엄치는데.

문득 이곳이 낯설면서도 눈에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개인수련실이잖아?


본래 창고로 이용되는 제이드의 어렸을 적 수련공간이었다.

아카데미에 진학하기 전에 검술을 목표까지 단련하고 싶어서.

당시에는 밤늦게까지 이곳에서 검을 휘두르곤 했다.


-그럼 저 잘생긴 꼬마가 내 어릴 적 모습이라는 건데.


예전에 보았던 자화상과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보인다.

밖에 해가 진지 한참이 지난 듯한 데도 아직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슬슬 창을 잡아도 될 것 같아.”


어린 제이드의 말을 통해 지금이 어떤 시간대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디아나를 죽이라는 명령을 실패한 후, 몇 주가 지나간 시점이었다.


-딱 검술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군...


가끔 악몽으로 꿨던 끔찍한 기억.

어셔 가문에 왔기 때문일까.

다시 한번 그 고통이 찾아왔다.

어린 제이드는 흡족한 미소로 수련실을 정리한 뒤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보일 때가 됐는데.


챙! 챙!

제이드의 예상과 딱 들어맞게 어디선가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어린 제이드가 그 소리를 듣고 빠르게 달려가자.

수상한 복면인과 싸우고 있는 발테르 백작이 보였다.


“아버지!”

“제이드, 소피아를 지켜!!!”


어린 제이드가 검을 뽑아들며 합세하려 했지만, 백작은 다급하게 저택으로 가라고 외쳤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챈 소년은 곧바로 저택으로 질주했다.


-이렇게 보니 아버지도 위험한 상태셨군.


어렸을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던지라, 죽어라 저택으로 향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근처에는 복면인의 시체가 둘이 보이고.

백작도 그만큼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무사하셨으니 다행이지.


제이드는 백작이 허벅지를 베이는 것을 보고 소년을 따라 이동한다.

짧은 다리로 뛰어가는 소년의 표정이 매우 심각했지만.


-좀 더 빨리 갈 수는 없었냐.


심장이 터져라 뛰고 있지만 소년의 달리기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곧이어 도착한 저택에서는 더한 쇳소리와 비명이 난무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참혹한 광경.


“우욱!”


소년이 헛구역질하며 살아남은 이들을 찾는다.

문 바로 앞에서 뒷목이 잘린 하녀가 보이고.

심장이 꿰뚫린 집사. 그리고 기사마저도 피를 토하며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도, 도련님. 크헉!”


가까스로 발견한 생존자.

기사에게 다가가 상황을 물어보지만.


“대체 무슨 일이...!”

“여기는 위험합니다. 도망치십시오...”


피를 너무 흘려 피부가 창백하고 동공이 풀려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지금 어머니는 무사하신 거야?”


포르테는 기사단장의 호위가 붙어있었기에, 제일 위험한 사람은 소년의 어머니 소피아였다.


-아버지도 그걸 알고 말씀하신 거겠지.


당장에라도 온 방을 뒤질 기세인 제이드를 기사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소년을 붙잡는다.


“가장 안쪽 방에, 괜찮으실 겁니다. 우선 피하셔야...!”


이미 눈을 뜰 힘조차 없는지 감긴 눈으로 호소했지만.

소년은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내게 부탁하셨어.’


적들과 싸울 각오를 마치고.

붙잡는 손길을 뿌리치며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제발 무사하시길!’


속으로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며 가장 안쪽 방에 도착하자 보이는 광경은.

복면인이 어머니를 쑤시는 장면이었다.


-...


제이드는 어머니의 바로 앞에서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억 그대로, 소피아는 이곳에 등장한 제이드를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이성을 잃은 소년이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두른다.


-소리를 죽이고 기습했어야지.


제이드는 자책 아닌 자책을 하며 이어지는 싸움에 몰두한다.

복면인의 팔꿈치를 스치고, 단번에 죽일 기회가 사라졌다.

살짝 물러난 복면인에게서 소년이 소피아를 안고 떨어졌다.


‘아직 살아계셔...!’


그때까지만 해도 소피아는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집중해, 위험하잖아...!


제이드가 저도 모르게 경고할 정도로, 갑작스레 복면인이 단검을 날리고.

감각이 곤두서 있던 소년은 팔뚝으로 소피아를 보호했다.


빠득.

-검으로 막았어야지.


이를 아득바득 갈며 답답함에 훈수를 내뱉었지만, 제이드도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단검을 뽑아 든 제이드가 복면인에게 던졌지만, 가볍게 피하며 둘이 중앙에서 격돌한다.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겨야 해.’


그런 각오가 무색하게도. 마력이 다한 것일까.

소년은 억지로 붙잡고 있던 검을 놓쳤고.

복면인이 기회를 포착하여 제이드의 팔을 베었다.


-이건 운이 좋았지. 솔직히 팔 하나 잘릴 각오 했었는데.


제이드를 죽이지 말라는 여왕의 명령이 있었는지, 복면인은 검면으로 왼팔을 후려쳤고.

부러진 왼팔을 무시한 채, 소년은 오른손으로 품속에 있던 단검을 상대의 배에 쑤셔 박았다.


“죽어!”


복면인과 소년은 단검 한 자루를 가지고 한참 씨름하다가 결국 복면인의 힘이 점점 빠지면서.

생사를 건 결투는 소년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겼다...!”


살아남았다는 기쁨도 잠시.

정신을 차린 소년은 쓰러진 상대를 내버려두고 휘청거리며 소피아에게 걸어갔다.


‘괜찮아. 분명 상처가 그리 깊은 편은 아닐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소피아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그녀를 옮기기에는 지친 상태라 힘이 부족했다.

애초에 제이드가 아무리 또래보다 힘이 좋다지만.


-정상 상태에서도 12살 꼬마한테는 힘들지.


소년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어머니의 용태를 살핀다.

사실 이대로 기다리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마무리를 확인하지 않다니. 병신 같은 놈.


소피아는 복면인의 의심쩍은 동작을 보았고, 잠시 후 소년을 넘어뜨리며 꽉 껴안았다.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판단을 빠르게 끝낸 듯싶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꽤 좋은 편이었다.


“엄마?”


이제 소피아마저 떨쳐내지 못하는 소년이 복면인 자폭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소년은 그제야 멀리서 복면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그녀의 가녀린 체구는 소년을 겨우 가리고 있었다.

소년의 상의가 소피아의 복부에서 배어 나오는 피로 홍건하게 젖어간다.


-이런 표정이셨군.


제이드는 소년의 뒤에서 소피아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매우 겁에 질린 표정.

부풀어 오르는 육체가 터질 거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기에.

저 폭발에 제 아들이 휩쓸릴까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안돼!!!!!”


콰아아아아아아앙!!!!!!!

조금 떨어져 있던 탓일까.

생각보다 폭발에 휩쓸리지 않아서 소년도 소피아도 형체는 남아있었다.

먼지가 가득한 방안에서 소년이 울부짖는다.


“거기 누구 없어!!!”


있을 리가 없다.

이건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었으니까.

이 주변에는 도와줄 사람은 존재치 않았다.


-나는 수련장에 있고, 아버지는 뜬끔 없는 산책. 거기다 어머니의 경비는 허술하기까지.


우연히 일어날 수는 없었고, 완벽하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집단도 정해져 있었다.


“도와줘!!!”


그럼에도 어린 제이드는 목청껏 외친다.

자신의 절규에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는 고막이 터질 것 같았지만.

제이드는 소년의 외침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소피아의 표정을 살폈다.


-뭐가 그리 좋으신 겁니까. 어머니.


소피아는 제이드가 살았다는 것으로 안도한 듯 살포시 웃고 있었다.

이어서 살짝 슬픈 표정을 짓더니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아마도 마지막에는 어린 그를 걱정하다가 돌아가신 것이 아닐까.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네.


부질없는 희망사항을 내뱉고.

다시 멀찍이 떨어져 어린 제이드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없냔 말이다...”


그는 이제 목이 쉬고 갈라져서 더 이상 소리 지를 수 없었다.

허공에 날리는 먼지가 정말이지 매우 텁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연기가 되어 허물어졌다.


-흐음, 악몽은 끝났는데. 아직 꿈은 안 끝났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거무튀튀한 어두운 안갯속을 제이드는 유영하면서.

마저 이 이야기의 회상을 끝마친다.


-...이런 참사를 겪었는데 어셔 가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지.


여왕의 손짓에도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어셔 가문의 단체 장례식에는 특별히 여왕 코린느가 참석하여 애도를 표하기까지 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니까. 크흐흐. 버젓이 앞에서 자기가 죽인 것을 인정하다니.


제이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백작에게 실망했고.

장례식을 끝으로 더는 언급되지 않고, 이 비참한 사태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것에 분노했다.


-매일이 지옥 같았어. 그래서 나라도 복수하겠다고 다짐했고.


어셔 가문의 명성을 자랑스러워하는 한 병사를 죽기 전까지 팬 다음.

제이드는 도망치듯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그네스를 만났지.


쾰른의 공주라는 직위를 가진 그녀를 어떻게든 복수에 이용해 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제이드의 목적을 안 아그네스가 그를 한사코 말렸지만.

제이드는 기어이 실행했으며 알다시피 실패하고 말았다.


-...내 인생에서 더한 나락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제이드는 사형되고 끝날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지하에서 더한 지옥을 맛보았다.

결국에는 재활하고 망명하여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아버지는 투기장에서 어떻게 날 구해주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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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선택 (3) 22.09.07 145 0 11쪽
50 49화 선택 (2) 22.09.06 135 0 11쪽
49 48화 선택 (1) 22.09.05 136 0 11쪽
48 47화 재회 (5) 22.09.02 131 0 10쪽
47 46화 재회 (4) 22.09.01 138 0 11쪽
46 45화 재회 (3) 22.08.31 139 0 11쪽
45 44화 재회 (2) 22.08.30 148 0 11쪽
44 43화 재회 (1) 22.08.29 153 0 11쪽
43 42화 전원 (3) 22.08.26 142 0 11쪽
42 41화 전원 (2) 22.08.25 1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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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첫 임무 (3) 22.08.22 1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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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첫 임무 (1) 22.08.18 174 0 11쪽
36 35화 호위 (3) 22.08.17 173 0 11쪽
35 34화 호위 (2) 22.08.16 168 0 11쪽
34 33화 호위 (1) 22.08.15 178 0 12쪽
33 32화 복귀 (2) 22.08.15 17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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