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피바람이 불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를 맡았던 자들은 모조리 쓸려나갔으니, 지도부의 평균 연령이 절반쯤 어려졌을 거예요. 정확히 계산해 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 메지로 가문의 시체 위에서 레이크 재단이 새로 탄생할 때, 제가 대표이사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경험이 부족하고, 자질이 부족하다며, 많은 죄를 지은 저는 자격이 없다고 거절했지만···
“당치도 않아요. 부족한 저보다 아르당 씨처럼 다른 적합하신 분이···”
“맥퀸 씨가 아니라면 누가 그 자리를 맡겠어요? 사양하지 마세요.”
“경험이 없는 것은 다들 마찬가지예요. 레이크 빌라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소외되어 있었고, 거대한 조직을 운영해 나갈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죠."
"맥퀸 씨가 자격이 없다면, 지금 남은 메지로 가문 사람들 중에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르당, 파머, 도베르처럼 평소 저와 친했던 분들뿐만이 아니라, 가문의 모든 분이 자리를 권하시는 상황이었기에 피하기는 어려웠어요.
“아직 저는 트윙클 시리즈에서 은퇴하지 않았죠. 아리마 기념이 끝나고 은퇴한 후에도 모두 같은 생각이시라면, 그때는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건을 달았답니다. 징계가 종료되는 시점은 12월 12일, 원한다면 간신히... 아리마 기념에 출전할 수 있었죠.
마지막 레이스를 위해 중책을 맡을 수 없다는 제 해명은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만 가문의 일원으로서 급한 일들은 바로 돕게 되었지만요.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말처럼,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었습니다.
분명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태어나고 자랐던 저택을 다시 방문했던 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떨어지는 단풍잎만 봐도 눈물이 나던 가을은, 이제 오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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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수한 커리어를 쌓아왔더라도,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오래도록 남을 것은 마지막 순간의 반짝임이다.
그렇기에 지금 나카야마를 달리고 있는 12인뿐만 아니라, 트윙클 시리즈를 달리는 모든 우마무스메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자신의 은퇴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싶어 할 것이다.
[선두 집단이 최종 코너에 진입합니다, 토카이 테이오는 4위... 3위... 놀라운 뒷심입니다!]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테이오 콜.
겨우 4번 인기를 받은 그녀를,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
아니. 1년 만에 돌아왔는데도 4번 인기라는 건 오히려...
[1위 비와 하야히데까지 3마신. 제왕의 귀환인가?]
모두가 제왕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는 뜻.
'3번의 골절 끝에, 1년 만에 돌아와서 아리마 기념에서 최강의 칭호를 가져간다라... 분명히 황제의 뒤를 이을 제왕에게 어울리는 최후네요.'
[...!! 메지로 맥퀸입니다, 작년 봄 테이오를 꺾었던 맥퀸이 뒤에 바짝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업적을 달성하도록 순순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애초에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승을 양보한다니, 그 거짓된 기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이스의 기분을 알 것 같은 감각에, 맥퀸은 자신의 처지가 퍽 우스워졌다.
[앞으로 200m, 테이오가 하야히데를 앞질렀다! 맥퀸과 격렬한 경합!]
메지로 가문의 종장을 오명이 아닌 영광으로 장식하고 싶은 맥퀸 역시 간절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기꺼이 제왕을 시해할 자객이 되어주기로 했다.
[따라잡혔... 아니 따돌렸나, 동시에 골인! 테이오에게 형세가 유리한가요?]
심의 판정이 들어와 있던 전광판에 아래층부터 찬찬히 불이 올라온다.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두 사람, 아니, 경기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3착 비와 하야히데
3마신
2착 토카이 테이오
코
1착 메지로 맥퀸
[아리마 기념의 1착은 메지로 맥퀸입니다! 폐허에서 돌아온 메지로의, 기적의 부활! 2착은 토카이 테이오...]
가문의 추잡한 과거를 용서하지 않고, 맥퀸에게 조롱을 보내며 테이오의 패배를 분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러한 부류의 원망은 사실 언제나 존재해 오던 것이다. 맥퀸이 느끼기에 미약했을 뿐.
이전처럼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지는 못했지만, 메지로와 그녀의 부활을 염원하던 이들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와아아아아아!!!"
비장한 각오로 나선 맥퀸의 생각과는 달리,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맥퀸, 최고였어!"
그 속에서 섞여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경기장에서 특정인의 목소리를 판별하는 것은 우마무스메라 해도 불가능하지만, 그것은 반사적인 움직임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느껴지는 것은 환호성과 야유가 뒤섞인, 특별할 것 없는 레이스장의 열기.
어쩌면 환청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리움이 남은 것일까?
그리 생각하여 고개를 돌린 맥퀸은, 새로 시선이 닿은 곳에서 관중석을 떠나는 두 사람을 보았다.
서로 손을 맞잡은, 키 차이가 꽤나 나는 두 남녀.
어디에나 있을법한 조합이지만 익숙한 뒷모습의.
"...보고 계셨군요. 고마워요."
지금은 마침내 자유로워진 그녀가 맞이한 최초의 승리를, 영광을 즐길 시간이다.
이런 자리에 눈물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그녀는 시큰거리는 눈가를 쓸어내렸다.
보이지 않을지라도 상관없다. 있는 힘껏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아도 전혀 춥지 않던, 12월의 어느 멋진 날에 맥퀸은 자신의 여정을 마쳤다.
- 작가의말
다음화가 마지막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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