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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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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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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94,653

작성
23.04.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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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DUMMY

맥퀸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라이스는 그런 그녀를 빤히 지켜보았다.


이것은 위로가 아니라 시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일방적인 선언.


평소의 승부복을 입고 왔다면, 자살하지 말라고 칼 들고 협박하는 것만 같은 그런 모양새.



그렇다고 해서 맥퀸에게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은.... 정말..."


하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한탄을 늘어놓으려던 맥퀸은 말을 멈추고 골목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


라이스는 같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박. 타박.


귀를 기울이자,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산한 거리라고 해도 행인이 지나다니지 말란 법은 없다. 더구나 너무 작아서 우마무스메한테도 간신히 들릴 소리.


오히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발소리를 감추는 것 같아 신경 쓰였다.


라이스와 맥퀸이 움직이려는 순간, 골목 입구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두 사람(정확히는 우마무스메)이 나타났다.




-----




메지로 가문이 폭삭 무너지고, 가문원의 대다수가 반란에 동참했다고 해도 기존의 모든 자산이 하루아침에 물리적으로 증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남은 역량을 총동원해 저항하더라도, 시간을 끄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을 모두가 눈치채고 있었다.


대부분은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보려 몸부림치다가 업보 청산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몰락을 받아들인 전 트레센 이사도 있었다.


라모누는 트레센 이사직에서 해임되었지만, 다른 범죄에 연루되지는 않았기에 체포는 피했다. 하지만 인생의 전부였던 레이스와 완전히 격리당한 것은 그녀에게 죽음과 다르지 않았다.




당주는 여전히 무의미한 발악을 이어가려 했다. 그녀에게 메지로 가문은 전부였으므로, 포기라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메지로 맥퀸, 라이스 샤워를 감시하세요."


가문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두 사람의 추가 행동을 경계하고 막으라던 당주의 명령을, 라모누는 의도적으로 메지로답게 확대해석했다. 문제를 막기 위해 미리 없애버리면 된다는 식으로.


법의 심판이 두렵지 않다면, 은폐하려 애쓰지 않는다면, 살인은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국의 총리조차 단 한 사람에게 경호가 뚫려 암살당할 수 있으니까.


모든 것을 잃은 그녀의 마지막 바람은 철저한 복수.

이래서 잃을 것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한다.



그런 명령을 받은 메지로의 하수인들이 기회를 기다리던 와중 라이스가 병원에서 나왔고, 맥퀸과 함께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골목으로 들어가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




사람의 얼굴에 직업이나 이름이 쓰여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양은 사람을 분석할 수 있는 첫 번째 수단이기도 하죠.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 쓰고서, 골목을 빠져나갈 출구를 막는 두 사람의 정체는 능히 짐작할만했습니다.


"제 발로 무덤에 들어가 주니 일이 편하게 됐네. 빨리 끝내자."


"이번 일만 마치면 정산받고 얼른 뜨자고? 메지로도 끝났어."


편하게 동료와 잡담하는 투로 이야기하는 그 대화는 의도가 명확해 보였습니다. 결국 가문에서 저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고개를 떨군 저는, 소스라치게 놀란 라이스 씨의 반응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가문이 타락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정말 가문이 이 지경까지... 차라리 잘 된 걸까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하지만 곧 체념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저는 메지로 가문을 무너트린 원흉이자 배신자이기도 하니, 그중 누군가가 원한을 품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오히려 이대로 가문의 손에 살해당하면 세상은 저를 추모할지도 모르니, 가장 명예로운 죽음이 아닐까...



"...맥퀸 씨, 꼭 같이 돌아가자."


라이스 씨의 속삭임에 저는 상념에서 깨어났습니다.


"모두 맥퀸 씨를 걱정했으니까... 라이스랑 같이 찾고 있었어. 곧 여기로 올 거야. 조금만 버티면...!"


제가 제대로 목숨을 끊었다면, 하다못해 라이스 씨의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저를 살리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저승길 동무로 삼아도 괜찮은 걸까요?


언제 도움이 올지도 알 수 없는데,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하... 하하..."


"...맥퀸 씨??"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동시에 웃음도 함께.


제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가 떠올라서, 그때와 상황이 너무나도 비슷해서.


어쩌면 갑자기, 트레이너 씨가 저 뒤에서 나타날지도 모르겠어요.




"라이스 씨, 아까 저를 찾았다고 연락하신 모양이군요."


"으응."


다시 한번 제가 이루어야 할 사명을 찾았습니다.


가슴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데도, 머리는 놀랍도록 차가웠어요.


"다들 흩어져서 찾았을 테니 아마 거리가 있을 테고, 바로 오더라도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막다른 길에서 포위당했고, 지연전을 펼칠 장애물이나 공간도 없습니다.


라이스 씨는 부상으로 전력 외. 제 혼자서 그녀를 지키면서, 충분한 시간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도망칠 길이 있다면 달릴 수는 있겠어요?"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잖아...!"


제 손을 꼭 잡은 라이스 씨의 손은 떨리고 있어 불안함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결의로 다져진 보랏빛 눈은 언제나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꺾이지 않는 푸른 장미의 기적을, 처음으로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부디 당신의 다리가 끝까지 버텨주기를.




---




암살자들은 만화처럼 마법소녀의 변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매너를 지키지 않았다.


어느새 한 걸음씩 포위망을 좁혀오는 그들을 피해, 거리를 유지하며 물러나던 두 사람은 차츰 막다른 골목 끝으로 몰리고 있었다.


"정면 돌파에요.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


골목은 4명이 손잡고 지나갈 정도의 폭이었지만, 2대2로 맞붙으면 우회할 공간이 별로 없다.


특히나 이쪽은 빈손인데, 저들이 흉기를 감추고 있다면 돌파는 사실상 불가능하겠지.


"맥퀸 씨, 그건 너무 무모해."


라이스는 순간 맥퀸이 자신을 미끼로 쓰고 혼자 도망치려는 건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같이 도망친다면 다친 자신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맥퀸은 같은 우마무스메라고 해도 길만 열리면 얼마든지 따돌릴 수 있을 테니까.


"...저한테 생각이 있지만, 설명하긴 너무 길어요. 적어도 여기서 버티는 것보단 나아요."


하지만 반대하려 해도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저를 믿고 달리세요. 같이 중간으로 달리다가, 마지막에 양옆의 공간으로 빠져나가요.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라이스는 맥퀸과 눈을 마주치고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에게 찾아와 사과하던 그때와 같은, 진심이 느껴졌기에.


지난번에는 외면했지만, 이번에는 믿어주고 싶다. 맥퀸에게 함께 돌아가자고 먼저 말했던 것은 자신이니까.


"...알았어. 신호해줘."


맥퀸은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라이스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자신감이 가득 찬 표정으로.


'셋. 둘. 하나.'


라이스의 불안한 발목 상태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맥퀸은 동시에 달려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맞춰주었다.


게이트를 뛰쳐나가는 집중력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는 그렇게 동시에 육박한다.


거리가 3마신까지 좁혀져 작전대로 라이스는 우측으로, 맥퀸이 좌측으로 몸을 틀려는 순간, 라이스는 상대의 소매에서 반짝이는 칼날을 보았다.


좀 많이 아픈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눈을 질끈 감고 달리던 라이스에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들려온 것은 나이프가 땅에 떨어지는 쇳소리였고, 놀란 라이스가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맥퀸이 라이스를 노리던 오른쪽 상대와 뒤엉켜 바닥을 구르고, 맥퀸의 몸짓에 속아 반대쪽으로 단검을 휘두르고 당황한 왼쪽의 동료가 서 있었다.


"맥퀸 씨!?"


"가서 다른 사람을 찾아요! 저도 곧 따라갈 테니까, 빨리!"


"으악!"


왼쪽의 암살자가 목표를 바꾸어 라이스를 쫓으려고 하는 것을 맥퀸은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동시에 한 번 더 자기 아래에 깔린 다른 한 명을 찍어 눌렀다.


"켁!"


"하... 하지만 맥퀸 씨가..."


"저를 믿기로 약속했잖아요! 달려요, 어서!!!"


"...최대한 빨리 올게!"


멈칫거리던 라이스는 곧 입술이 찢어져라 깨물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맥퀸의 중얼거림은 라이스에게 닿지 않았다.




---




간신히 맥퀸은 먼저 몸을 일으켜 떨어진 단검을 주워 들고, 골목의 출구 쪽에 섰다.

이번엔 역으로 두 사람을 가두려는 듯이.



라이스 씨.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운명의 장난이 아니었다면, 이미 좋은 친구가 되었을거라 생각해요.



"아이 씨... 그걸 놓치냐 x신아."


"저 돼지년 더럽게 무겁네."



하지만 함께 도망친다면 라이스 씨는 절대로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만 죽거나, 그걸 지키려다 둘 다 죽거나.


그러니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당신을 해치려 했던 목숨을 당신이 구했으니, 저도 당신을 구하는 것이 마땅하겠죠.


이제 정말로, 빚을 갚을 수 있겠네요.



"메지로의 아가씨가 우리처럼 싸움도 많이 해보셨나? 자신 있어?"


"그냥 도망치면 살 수도 있었는데 멍청하네. 우리야 고맙지만."



라이스 씨의 말이 맞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이런 식으로 살아가다 보면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새로 하나씩 생길 거예요.


모든 것을 잃은 저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달콤한 것이 인생.


이 밤을 넘길 수만 있다면, 그때는 다시 아침이 밝아오겠죠.



"메지로 맥퀸의 이름을 걸고, 당신들의 추악한 사명은 그 무엇도 완수하게 두지 않을 겁니다."


누구보다 방해를 잘하는 제 라이벌에게... 친구에게 배운 대로.


작가의말
죄송합니다만 작가의 개인사정(학업)으로 1~2주동안 연재가 지연될 예정입니다. 목표 기간 내에 완결을 실패해버렸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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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4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3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4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2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1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0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6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7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8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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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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